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94
194
88.웨딩(2)
“저 결혼합니다, 여러분.”
나는 야밤에 긴급히 마탑 오너들을 소환해 폭탄선언을 했다.
회의실엔 내 오른팔, 왼팔인 유진광·박태진과, 제임스 박, 까지 소집했다.
정남룡은 마탑전자·통신 일로 너무 바빠서 일부러 뺐다.
“여기서 결혼 경험 있으신분?”
의외로 유진광과 박태진은 아직 미혼 상태였고, 제임스 박이 현재 기혼인 상태였다.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실장님?”
제임스 박은 당황한 내 표정을 보고선, 싱긋 웃으며 회의를 주도해나갔다.
“결혼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나는 빙빙 돌려말하지 않고, 바로 돌직구를 날렸다.
‘사실 연애도 한 번 못 해보고 결혼이라니······.’
아리와 연애 비스무리한 ‘썸’을 타긴 했었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사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제임스 박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웨딩 식장에 연락하면 알아서 다 해줍니다.”
“아 그런가요?”
나는 ‘왜 여태 그걸 몰랐지?’하는 표정으로 아하, 했다.
“내일 거기다 전화하면 되겠네요.”
“네, 그럼 되죠.”
제임스 박이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얘기하자, 나도 마음이 한시름 놓였다.
“저, 실장님······. 혹시 아리 씨와 결혼하십니까?”
유진광은 박태진 옆에 뻘쭘히 앉아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는 그런 유진광을 향해.
“예, 합니다. 아리가 빨리 하자네요.”
“아, 사모님께서···.”
유진광은 잠시 머릿속으로 아리의 미모와 자태를 떠올리기라도 하는지, 감회 젖은 눈동자로 바뀌었다.
마치, 과거 일을 추억이라도 하는 듯 했다.
‘아리에게 먼저 찝적댄 게 저 녀석이었지, 아마······.’
내가 아리네 가게에 금괴를 팔러 갔을 때, 그녀에게 먼저 추근거리며 들이댔던 게 바로 유진광이었다.
‘아버지의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다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예 없지는 않았겠지.’
지금도 입맛을 쩍쩍 다시며 아쉬워하는 걸 보면 말이다.
“축하드립니다, 실장님.”
박태진 또한 부러운 눈동자로 그렇게 축하해줬다.
‘그러고 보니까 박태진도 아리를 좋아했었는데······.’
물론 마음속으로만.
‘아리······. 아리······.’
나와 아리는 같은 집에 살고, 또 같은 방에 살고 있었지만, 아직 깊은 관계는 가지지 못한 상태였다.
늘 한침대 위에 누워 있어도, 중간에 실프가 항상 껴 있어서 대부분 손만 잡고 자거나, 잠결에 모르고 스킨쉽을 하는 정도가 다였다.
‘내가 그동안 너무 무덤덤했지······.’
인간의 육신과 정신을 초월하다보니, 본능적인 감각에 잘 안 휘둘리는 게 이럴 땐 문제였다.
‘과거엔 생존 때문에 그것을 일부러 억제하고 있었다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긴장을 풀고, 좀 사람답게 남자 구실을 좀 제대로 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럼 아무쪼록 빠른 시일 내에 제가 결혼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주십시오.”
내 부탁에 세 사람은.
“예, 실장님.”
“맞겨 주십시오.”
“단디 하겠습니다.”
씩씩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엄마. 오빠가 결혼을 한대.”
“뭐?”
오랜만에 준혁네 식구가 집에 모여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을 때.
이혜은은 오빠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혜은아, 나 조만간 아리하고 결혼할 테니까 엄마아빠한테도 그렇게 전해줘.
-그게 갑자기 뭔 개소리야?
뚝.
그렇게 자기 할말만 하고 끊어버린 오빠 말을, 이혜은은 토시하나 빼먹지 않고 부모님에게 말했다.
“설마 수능칠 때봤던 그 처자 말이니?”
“어, 엄마. 내가 그동안 비밀로 해오긴 했는데, 둘 사이에 6살짜리 애도 있어.”
“어머머, 정말?”
이준혁의 엄마인 전미희 여사는 아들이 실종 기간일 때, 아리와 관계를 맺은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아직 이준혁이 부모님에게는 마법사인 사실을 숨겼기 때문에, 이혜은도 오빠가 배 타다가 아리를 만났다고 대충 둘러댔다.
“아무튼 이렇게 한가하게 앉아 있을 때가 아니라, 얼른 준혁이 결혼식 준비를 해야겠구나.”
전미희 여사는 TV를 보다 말고 벌떡 일어났고.
“허허허. 준혁이가 드디어 장가를 가다니, 녀석도 이제 철이 들었군.”
쇼파에 느른히 앉아, TV를 보고 있던 이준혁의 아버지 이강수도 흐뭇한 얼굴로 수염을 쓰다듬었다.
‘이준혁이 집으로 돌아온 후, 우리 집도 참 많이 바뀌었지.’
16년 넘게 멀리 가 있던, 아들의 귀환. 빈털터리로 돌아왔다 해도,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었을 텐데.
‘준혁이가 돌아오자마자 우리 집안을 완전히 뒤바꾸어놓았지.’
물론 좋은 방향으로.
이강수는 홀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찻잔에 놓은 커피를 한모금 들이켰다.
‘준혁이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
말 그대로 이준혁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집안이 완전 최악의 상황이었다.
‘IMF만 아니었어도······.’
본래 잘 나가던 이강수의 회사가, IMF 때문에 부채가 계속 쌓이고, 은행의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하다가 결국 대동그룹으로 회사가 전부 넘어갔다.
이강수에게 남은 건 결국 빚더미뿐이었다.
빚만 계속 쌓이며 꿈도 희망도 없는 삶을 이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들까지 실종돼버리고······.’
이강수는 그때 처음으로 자살하고 싶은 심정을 느꼈다. 모두가 자신의 잘못인 거 같았고, 그래서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남은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버티는 수밖에 없었지······.’
그때부터 이강수는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하루 1시간씩 자면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24:00 – 02:00 목욕탕 청소
02:00 – 05:00 신문 배달
05:00 – 09:30 떡 포장 작업 및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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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 23:30 야간 배달
24:00 – 02:00 목욕탕 청소
‘참으로 치열하게 살았었지.’
자그마치 16년 동안 몸을 돌보지 않고 혹사하며, 식사와 취침은 중간중간에 빈 시간을 활용하며 돈을 벌어 빚을 갚고, 혜은이를 대학에 보냈다.
하지만.
‘말기 암에 걸린지도 모르고 일을 하다, 정말 큰일 날 뻖냈지······.’
이강수는 이준혁이 돌아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몸이 아픈 걸 알면서도 버티고 또 버텼다.
이러다 말겠지 하며··· 일할 시간도 부족한데, 병원갈 짬을 내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준혁이가 오지 않았다면, 나는······.’
그 후, 말기암 판정 후 몸이 급속도로 쇠약해졌고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거의 산송장처럼 죽을 날만 기다렸고, 갚았던 빚은 오히려 병원비 때문에 도로 빚을 내야 했다.
‘하지만 준혁이가 돌아오고 나서 모든 게 달라졌지.’
이준혁은 돌아오자마자, 엄청난 돈을 마련해서 그동안 쌓인 빚을 청산하고 자신의 병까지 치료해줬다.
어떤 방식으로 치료했는지는 모르지만, 이강수는 자신의 말기 암을 이준혁이 치료해준 것을 느낌상 알고 있었다.
‘혹시 마탑의 약으로 날 치료해준 건 아닐까······?’
최근 마탑제약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그 효능 또한 세계 곳곳에 일파만파로 퍼지는 중이었다.
만병을 치료하는 영양제들.
이강수는 자신의 아들이 예전부터 그곳에 취업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무튼 준혁이가 잘 돼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집으로 돌아와 준 것만 해도 정말 고마운 일인데, 아들은 그동안 부모에게 못한 효도를 다 하겠답시고, 이것저것 돈을 왕창 썼다.
‘이제 크루즈 여행도 슬슬 질리지······.’
자식들이 워낙 보채는 바람에, 부인과 함께 세계 곳곳을 일주하곤 했지만 이강수는 본래 집에 붙어 있는 걸 제일 좋아했다.
본래 이준혁의 성격은 아버지인 이강수를 빼닮은 것이다.
“알알~! 알알~!(아버지, 아버지!)”
이강수가 상념에 빠져 있던 그때.
“그래, 요녀석.”
자식처럼 살갑게 부니는 백설이가 달려오더니 꼬리를 흔들며 그의 품속에 안겼다.
이강수는 이준혁이 선물해준 또 다른 가족을 열심히 쓰다듬으며 행복한 기분을 만끽했다.
그는 부디 이 행복이 영원히 깨지질 않길 바랐다.
*
“후······.”
나는 결혼식을 올리기 전, 아리와 함께··· 아니 아리+안지민과 함께 셋트로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백화점과 각종 웨딩 점포, 그리고 예물전문점까지······.
안지민은 자신이 못 해봤던 웨딩 판타지를 아리를 통해 실현하겠다는 야망으로, 온갖 열정을 쏟아 부어가며 우리를 가이드했다.
“준혁 씨. 그런 귀찮은 표정 짓지 마세요. 좀 웃으시라고요.”
우리는 잠시 백화점의 3층 식당에 둘러앉아, 밥을 시켜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결혼하는데 필요한 게 뭐 그렇게나 많은지 참······ 그냥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사면 되는 거지···.”
“참네. 그건 준혁 씨 생각이고요.”
마치 개글콘서트에서 모 개그맨의 유행어인 ‘그건 니 생각이고~!’하는 라임으로 안지민이 나를 놀려댔다.
“남자들은 미련 곰탱이라 모르겠지만, 여자들에게 있어선 일생일대의···”
“결혼 두 번, 세 번 하는 사람도 있던···”
“아 놔, 진짜.”
“······.”
내가 안지민의 말에 토를 달자, 그녀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쌍심지를 돋웠다.
“무슨 남자가 그래요?”
“······.”
“남자가 됐으면, 어? 내 여자가 원하는 건 다 해줄줄 알아야지 ‘이거 때문에 안 된다’ ‘저거 때문에 안 된다’하면 어느 여자가 좋아하겠어요?”
나는 안지민의 훈계를 들으며 대충 ‘맞다, 맞아’하며 맞장구를 치며 넘어갔다.
‘그러고 보니, 안지민도 그동안 많이 밝아졌네······.’
예전엔 발목을 심하게 다쳐서, 늘 위축되어 있었고 말수도 없었다.
하지만 병을 회복하자, 다시 원래 성격이 돌아왔던지 되게 활발하고, 약간 내성적인 아리를 옆에서 많이 챙겨주었다.
‘그래도 아리 옆에 안지민이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나는 나보다 더 살갑게 아리를 챙겨주는 그녀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방긋 미소를 지었다.
*
“오늘 이 자리는 서로 부부가 되기로 약속하고, 하객들 앞에서 드리는 공식적인 첫인사입니다.”
사회자의 주례가 시작되었다.
‘제임스 박······.’
나의 주례를 맡아준 사람은, L투자회사 대표인 제임스 박이었다.
“서로 경건한 마음으로 예를 갖춰 주시기 바랍니다. ”
그는 여러 번 주례를 맡아본 경험이 있는지, 쓰잘데기 없는 말은 생략하고 스피드한 진행을 이어나갔다.
“신랑 신부, 서로 경례!”
스윽.
아리와 내가 서로를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
하얀 천사처럼 웨딩 드레스를 차려 입은 아리가 오늘따라 더··· 아니, 세상에서 제일 예뻐 보였다.
“두 사람은 다시 앞으로 보고 서 주시기 바랍니다.”
제임스 박은, 우리 두 사람을 대견한 얼굴로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혼인 서약을 하겠습니다.”
처음 아리와의 인연으로 만나게 된 제임스 박. 나보다 수십 년 사회 선배로서 나의 부족한 사회경험을 옆에서 많이 채워준 이가 바로 제임스 박이었다.
“지금부터 신랑 신부는 주례의 질문에 큰 목소리로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곤 내게 고개를 돌리며.
“먼저 신랑에게 묻겠습니다.”
꿀꺽.
“신랑 이준혁군은 신부 최아리양을 아내로 맞이하여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한결같이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나는 침을 꿀꺽 한번 삼킨 후.
“예! 맹세합니다.”
상체를 뒤로 젖히며, 예식장이 떠나가라 큰 목소리로 외쳤다.
“다음, 신부에게 묻겠습니다.”
제임스 박은 내 대답에 만족한 듯 곧바로 아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신부 최아리양은 신랑 이준혁군을 남편으로 맞이하여,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변함없이 남편을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네! 맹세합니다.”
아리가 나름 몸을 움츠리며 큰 목소리로 대답했으나.
“어허. 신부, 목소리가 작습니다.”
“······.”
“더 크게!”
“네-! 맹세합니다.”
아리는 결국 목이 찢어져라 큰 소리를 지르며, 겨우 제임스 박의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다.
“내빈 여러분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랑 신부가 혼인을 서약했습니다. 오늘부로 두 사람의 성혼이 이루어졌음을 엄숙히 선언합니다.”
제임스 박의 진행 아래, 아리와 나는 색색의 꽃잎을 얻어맞으며 행진을 시작했다.
“우오오ㅡ! 실장님 축하드립니다!”
유진광의 큰 목소리와 함께.
“축하해요. 형.”
아리의 동생인 최진우도 큰 목소리로 우리를 축하해줬다.
나와 아리는 결국 모두의 환영을 받으며 행진을 끝낸 후 곧바로 다음 절차로 넘어갔다.
“성혼 선언문에 서명 후, 기념사진 촬영이 있겠습니다.”
결국 남는 건 사진뿐.
나와 아리가 중간에 서고, 양가 부모님과 친척들이 제일 가까운데 섰다.
우리 쪽 친척은 거의 없고, 아리네는 미어터지게 많이 온 상태였다.
그렇게 자세를 잡고 사진을 찍으려던 그때.
“엄마아ㅡ!”
금발의 6세 여아가 하객석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아리와 내 쪽으로 달려왔다.
푹!
“엄마, 빠빠!”
그리곤 아리의 웨딩드레스에 폭, 안겨서 나와 아리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
아리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고개를 수그렸고.
“우리 딸, 이리 온.”
나는 실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리와 나 사이의 중간에 놓고 가족사진 겸 결혼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