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95
195
88.웨딩(3)
“후후······.”
나와 아리는 결혼식을 끝마치고, 곧바로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왔다.
미리 마탑 회사에서 신혼여행에 대비해, 초특급 항공편도 예약해줘서 별다른 딜레이 없이 이태리로 출국했다.
“와아······.”
이태리에 도착하자, 정말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이국적인 배경이 펼쳐졌다.
“정말 아릅답네요.”
아리의 감상평처럼, 우리들의 시야엔 색색의 벽돌로 지은 아름다운 집들과, 뾰족한 첨탑, 그리고 둥근 지붕이 보였다.
‘저게 바로 수백여 년 전에 지은 건물들이라니···.’
최근 우리나라에서 지은 건물들보다 더 예쁘장하게 생겼다.
‘이계에서 이런 비슷한 걸 많이 봐왔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까 감회가 새롭네.’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지만, 이계에서의 풍경과 비슷했다.
‘카스텔로 디 스팔텐나(Castello di Spaltenna)’
우리는 투스카니 지역의 피렌체에 도착해, 나름 특별한 숙소를 정하고 짐을 풀었다.
이곳은 매우 오래된 성을 숙소로 개조해서 만든 호텔이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지은 지 1000년이 넘은 고성(古城)이라고 했다.
말로만 들으면 엄청나게 비쌀 것 같지만, 이런 곳이 주변에 매우 많았기 때문에 하룻밤에 100-200유로(12만7천~25만4천)만 내도 이런 곳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
“우리 이제 어디에 갈까요?”
아리는 나와 함께 오랜만에 단둘이 여행하게 되자, 매우 들뜬 표정이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도 예뻤지만, 청바지의 편한 옷차림의 아리도 매우 예뻤다.
“가이드가 뭐 알아서 데리고 가겠죠.”
나는 아리가 기고만장해질까 봐, 예쁘다는 말은 하지 않고 그렇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에이, 남자가 준비성이 없어.”
아리는 그렇게 투덜대며, 나의 손을 잡고 함께 피렌체의 거리를 걸었다.
‘두오모(Duomo)네···.’
저 멀리 보이는 대성당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두오모는 이탈리아어로 도시를 대표하는 성당이었다.
‘우리나라엔 저런 게 하나도 없는데 말이지······.’
돌로 쌓은 공성용 성은 있었지만, 이렇게 멋을 위해 지은 성은 거의 없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피렌체 근교를 지나 피에졸레에 도착했다.
“이곳은 옛날 에투루리아인(Etruscans)이 지었다는 피에졸레(Fiesole)입니다.”
나는 별로 안물·안궁금한 내용을 가이드에게 들으며, 피에졸래레언덕의 정경을 바라봤다.
“피렌체라는 도시명은 에트루리아 민족이 지배하던·····”
에트루리아 민족은 기원전 7-6세기 즈음, 아르노 강변의 언덕 위에 자신들의 정착지를 만든 민족의 이름이었다.
피렌체 주변으로 그들의 유적들이 남아 있었지만, 그 민족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아, 아직도 신비로운 대상이라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사람들이 피에졸레를 찾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피렌체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이드의 설명대로,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피렌체의 하늘과 다닥다닥 붙어서 드넓게 펼쳐진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세상의 발전과는 별개로, 이런 곳도 세세토록 오래 보전되면 좋을 텐데······.’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제 모든 기업들은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너도나도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방식이 기존의 방식을 계속 대체하고 있지.’
과거 100년 동안의 이뤄냈던 발전을, 앞으로는 10년 내에 이루어낼 수도 있었다.
‘이런 지방의 풍경도 언젠가는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것이지······.’
산업혁명 이후, 각 지방에 퍼진 농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올라가 농촌의 집이 대부분 비고,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
지금 이곳도, 더 이상 일자리가 없거나 먹고살 방안이 사라져버리면, 자연스럽게 마을이 해체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지금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무슨 상상을 하는 거람?’
지금 현재를 즐겨야지.
나는 미래의 일은 미래에 고민하기로 하고, 아리와 함께 열심히 피렌체의 거리를 돌아다녔다.
머리 위에서,
푸른 하늘에 떠나는 구름이
고향으로 가라 하네.
고향으로,
낯선 먼 곳으로,
평화와 별의 나라로.
고향이여,
너의 맑고 파아란 해안을
정녕 볼 수 없단 말인가.
그러나 이곳
남국 가까이에
너의 해안이 있을 것만 같구나.
가이드는 헤르만 헤세의 “피에졸레”에 나오는 구절을 읊어주며, 아까 언덕에서 봤던 대성당인 두오모로 우리를 이끌었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그런 구절이 나오죠? 두오모는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라고요.”
가이드가 그렇게 설명해줬고, 아리는 눈을 반짝이며 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래요? 난 처음듣는데.”
나도 사실 찬규의 ‘저룡환’을 만들어주면서,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쓴 소설도 읽었다.
하지만, 괜히 아리에게 장난을 치고 싶어서 모른 척했다.
그러자 아리는 눈을 부릅뜨며.
“그럼 도대체 아는 게 뭐에요?”
하면서, 흥 하고 콧방귀를 꼈다.
나는 그녀의 삐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계속해서 놀리고 싶어졌다.
“글쎄요. 남자가 돈만 잘 벌어 오면 되는 거지, 다른 게 뭐 필요 있나요?”
“후······. 다른 게 많이 필요해요.”
아리는 요즘 한국 여자들과는 다른 마인드를 지녔던지, 돈보다는 애정을 좀 가져달라고 사정사정했다.
“알겠어요. 이번에 통신 관련 일이 끝나면, 집에 자주 들어갈게요.”
“진짜죠?”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되묻는 그녀에게.
“물론 거짓말.”
또 장난을 쳤다.
“···정말 세 살배기 어린애 같아. 당신 요즘 실프랑 정말 비슷해지는 거 알아요?”
실프랑 너무 자주 놀아서, 정신도 너무 어려진 거 아니냐고 타박하는 아리와 함께 나는 두모오 대성당으로 들어갔다.
*
“태진아.”
“예, 형님.”
“나도 결혼이 하고 싶다······.”
이준혁과 아리의 결혼식이 모두 끝난 후.
유진광은 박태진과 함께 따로 자리를 옮겨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다.
“형님이 뭐가 아쉬워서 결혼을 안 하는 겁니까? 제가 하나 소개시켜드릴까요?”
박태진은 벌써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나는 내 돈 보고 오는 여자 말고, 진짜 마음씨 예쁜 여자와 사랑이 하고 싶다고.”
“······.”
유진광은 젊은 시절, 아버지의 돈으로 많은 여자들을 후리고 다녔다.
그래서 여자에 대한 경험은 많았지만, 그로 인해 한 가지 단점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바로 여자를 믿지 못하고, 여자에 대해 불신한다는 것.
“아무도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지 않았다고.”
유진광은 박태진이 따라준 소주잔은 거칠게 들이키며 그렇게 외쳤다.
“다들 내 돈만 보고 접근했어.”
사실 유진광과 결혼 직전까지 갔던 여자도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결혼 직전에 파토가 났다.
여자들은 유진광이 부자인 줄 알고, 평소에도 과도한 명품 선물 을 원했고, 그걸 안 해주면 만나주지 않았다.
게다가, 결혼 준비 때에는 수십억짜리 집을 자신의 명으로 안 해주면 절대 결혼해주지 않는 다거나, 아니면 다달이 월 400이상 용돈을 달라고 협박했다.
사실 그땐 유진광도 이름만 재벌 3세였지, 아버지 카드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망나니일 뿐이었다.
“아무튼 지금은 내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지만, 당장 내 마음에 차는 여자는 없어.”
유진광이 원하는 여자 상은, 아리처럼 차분하고 마음씨 곱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모님이 원래 얼굴도 아주 예쁘시고 한 몸매 하죠.”
유진광의 생각을 읽은 듯, 박태진이 그렇게 덧붙였다.
“아냐, 임마. 내가 실장님의 여자를 가로챌 놈으로 보이냐?”
“예.”
“이 머저리 같은 자식.”
유진광은 박태진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마음 같아선 가로채고 싶기도 했지만, 그랬다간 여자고 뭐고 바로 저세상행이었다.
“아무튼 말이야. 나는 딴 거 안 바래. 그저 이 유진광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여자. 그런 여자를 원한다고. 돈만 밝히는 속물이 아니라.”
“음······.”
박태진은 과연 유진광에게 어울릴만한 여자가 누가 있을지 고민했다.
‘아무래도, 우리와 잘 아는 사람이면 좋겠는데······.’
근데 딱히 주변에서 유진광을 좋아할만 한 여자가 별로 없었다.
‘형님이 얼굴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니고······.’
자신 있는 거라곤 허울뿐인 바지 회장이라는 자리와, 수조 단위의 넘쳐나는 돈이었다.
예전에야 유진광도 돈에 미쳐서 여자보단, 돈이 우선이었지만 이젠 달랐다.
돈의 결핍은 충분히 채워졌고, 이제는 이준혁처럼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길 원했다.
“저, 형님. 그럼 제가 형님께 어울릴만한 여자를 한번 추천해드릴까요······?”
“그래? 그게 누구냐?”
박태진은 이준혁의 사무실에 들락날락할 때 자주봤던 여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 비서 어떻습니까?”
“이 비서가 누구야?”
유진광이 만취한 얼굴로 그렇게 묻자.
“이지연 씨 있지 않습니까. 실장님 비서.”
“아, 지연 씨.”
유진광은 자신이 직접 이지연을 이준혁의 비서로 넣어줬었기 때문에 그녀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업무적으로 자주 마주치기도 했고.
“근데 지연 씨가 나를 좋아할까?”
유진광도 그녀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었지만, 일단 중요한 건 여자 쪽에서 유진광을 마음에 들어하냐, 였다.
“글쎄요. 그녀도 은근히 야심이 많은 여자라, 자기 자식이 나중에 차기 마탑그룹 회장이 될 수 있다 하면, 까짓 문둥이하고도 결혼 못 하겠습니까?”
“예끼, 이놈!”
유진광은 박태진이 자신을 문둥이라고 놀리는 것인 줄 알고 곧바로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
“다들 모이셨습니까?”
“예!”
정남룡은 마탑전자와 마탑통신 양쪽의 계열사를 맡으며, 양대 사장으로서 동시에 전두지휘했다.
그리고.
“하와와아ㅡ!”
정남룡이 소집한 임원들 중에는 강인공지능 안드로이드 ‘마쨩’도 있었다.
“오늘 여러분들을 소집한 것은, 매직 스토어의 새로운 리뉴얼과 차기 발전 방향을 논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마탑전자 계열사는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하드웨어 부문과, 소프트웨어 부서로 나뉘어져 있었다.
개중에 오늘 소집한 부서는 소프트웨어 부서였다.
“총괄 부장님.”
“예.”
정남룡의 부름에 총괄 부장 이민식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유일한 ‘사람’이었다.
“앞으로 마탑의 차기 비전은 ‘가상현실’이 될 것입니다.”
정남룡의 선언에 이민식이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3D 홀로그램 시장은······.”
현재 마탑 소프트 개발팀은 마탑이 만든 어플 생태계인 ‘매직 스토어’의 발전과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마탑 소프트에서는 일반 유저들도 쉽게 3D 홀로그램 어플을 만들 수 있는 각종 툴을 제공했다.
독식이 아닌, 상생을 위해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3D 홀로그램 제작 오픈 소스 툴을 풀었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재 구블 스토어에 입점한 어플 수가 500만개, 맥 스토어에는 400만개죠?”
“네.”
“현재 우리는 신개념 방식인 ‘3D 홀로그램 제작툴’을 무료로 배포하는데도 아직 어플 수가 100만 개도 채 넘지 못했습니다.”
“······.”
정남룡의 지적에 이민식은 면몫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사실, 3개월 만에 70만 개를 돌파한 것도 엄청 대단한 일이건만 정남룡의 욕심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 웹소설 사이트 ‘달동네’의 IP를 이용한 대규모 가상현실 게임을 출시해 모바일·데스크톱·VR기기를 넘나드는 초대형 앱 생태계를 만들어보고 싶은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정남룡은 기존의 소프트웨어 강자들을, 올해 안에 추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