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97
197
89.매직 스토어(2)
“달동네 소설 IP로 VR게임을 만드시겠다고요?”
“네. 찬규 소설 말고도, 꽤 괜찮은 소설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나는 마탑전자 정남룡 사장과, 마탑 소프트 부장 이민식을 불러 그렇게 말했다.
사실상 강인공지능들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VR사업을 이끄는 두 사람이었다.
“달동네에서 최초로 유료 1만을 돌파한 절대왕좌나 탑스타 매니저, 재벌집 망나니의 IP를 사서 VR게임을 한번 만들어봅시다.”
“음···. 저도 뭐, 그렇게 하고 싶긴 했는데, 마침 실장님이 먼저 얘기해주시니 당연히 따라가야죠. 저는 OK입니다.”
“저도 뭐 다른 이의 사항이 없네요. 만약 될 수만 있다면 엄청난 게임들이 탄생할 거 같아요.”
두 사람은 일단 내 아이디어에 찬성표를 던지며 기대감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그래서 갑자기 살짝 부담감이 생겼다.
‘내가 원작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으려나······?’
사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의 생각도 많이 반영되겠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의 상상력도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한데, 그것을 막상 게임으로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그 소설을 읽은 독자들에게 공개했을 때.
만약 자기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이상한 그림체의 게임이 탄생하거나, 개발사들의 삽질로 조잡한 세계관으로 전락해버린다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그래서 잘해야지. 신중하게.’
나는 원작자들에게 최대한 민폐가 가지 않게, 최대한 원작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 반영해서 게임을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절대왕좌 말고도 탑스타 매니저나 재벌집 망나니도 충분히 게임화해서 만들면 대박 날 만한 소설들이지.’
저것들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 정도로 스토리면에서나 캐릭터면에서 아주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했다.
‘탑스타 매니저는 점(占)을 칠줄 아는 매니저가 점술을 통해 미래에 있을 악운과 행운을 예지하는 소설이고······.’
달동네에서 ‘연예계물’의 대유행을 일으킨 소설이 바로 저 탑스타 매니저였다.
어비스물을 유행시킨 절대왕좌처럼, 탑스타 매니저 또한 연예계물의 트렌드를 이끌며 이미 드라마나 영화로도 만들어진 유명한 작품이었다.
‘주인공이 타로점이나 화투점, 사주, 손금 등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예인들의 점을 봐주며 작품의 흥망성쇠나, 그 연예인의 미래에 되어 있을 모습까지 정확히 맞추곤 했지.’
특히나 점술이라는 자신의 장기를 활용해 연예기획사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혀 나가며, 자신이 맡은 여자 아이돌과 아슬아슬하게 썸을 타는 게 백미인 소설이었다.
‘그리고 재벌집 망나니······.’
절대왕좌, 탑스타 매니저에 이은, 그야말로 ‘재벌’이라는 키워드를 대유행·대파도를 일으킨, 달동네 내에서 전설적인 작품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벌집의 유료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으니까······.’
작가들 입장에선 정말 4차원의 초월벽 같은, 절대 뛰어넘기 힘든 소설이 바로 재벌집 망나니였다.
‘자신의 회사를 망하게 한 재벌집의 망나니 아들로 태어나서, 이미지 쇄신과 함께 결국 재벌 그룹을 집어삼키면서 복수에 성공하는 그런 소설이지······.’
현대물이니만큼, 드라마틱한 요소들과 사람들이 한 번쯤 꿈꿔봤을 만한 ‘재벌 집 망나니의 삶’을 완벽하게 그려낸 소설이 바로 재벌집 망나니였다.
‘이게 과연 게임으로 통할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실험 삼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면 아주 괜찮을 거 같은데, 게임으로 내가 봐도 좀 의문이긴 했다.
‘하지만 만들어놓고 보면 의외로 재밌을 수도 있어.’
VR이라는 가상현실에서 재벌집 망나니의 삶을 체험해보는 것도 꽤나 쏠쏠한 재미일 거 같기도 했다.
‘그래, 한번 만들어보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VR제작 기기를 켜서 곧바로 코딩에 들어갔다.
이 기기는 컴퓨터와는 약간 다른, 말 그대로 VR 게임을 만들기 위해 내가 특별 제작한 기기였다.
*
“아리야. 신혼여행은 잘 갔다 왔어?”
“어? 으···응.”
“재밌었어? 어땠어?”
안지민은 약간 음흉한 표정으로 아리에게 첫날밤 있었던 일을 짖궂게 캐물으며 대답을 재촉했다.
두 사람은 서로 동갑이고, 또 안지민이 같이 결혼식 준비를 도와주면서 아예 말을 놓고 친구가 됐다.
“조···좋았지.”
아리가 얼굴이 새빨개진 채, 고개를 푹 수그리며 대답하자.
툭!
“기지배, 좋겠다. 얘.”
안지민이 부러운 눈빛으로 아리의 팔을 툭, 치며 방실방실거렸다. 그녀도 과거 결혼을 해봤었기 때문에, 아리가 지금 어떠한 기분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한창 좋을 때지······.’
그녀 또한 착하고 좋은 남편이 있었으나, 공사현장에서 일용직으로 무리하게 일하다가 그만 사고사로 죽어버렸다.
‘불쌍한 사람······.’
그렇게 산업사고로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게 왜 우리 책임인데? 그때 김 씨 그 양반이 안전띠도 제대로 안 착용하고 높은데 올라가서 추락한 거 아니야?
소장은 자신을 찾아온 안지민에게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그렇게 말했다.
세상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는 그녀로서는, 그들이 그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나오자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애초에 우린 못 배운 사람들이었으니까······.’
아리나 이준혁처럼 한국 최고 일류대를 나온 엘리트 코스가 아닌, 가난하고 지적으로 부족한 부모 밑에서 사회의 생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자라났다.
그래서 안지민은 결국 어린 시절부터 식당 서빙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고, 어른이 되기 전에 쌓아야 할 기초 지식들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아리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지······.’
사실 죽을 수 있다면, 진작에 질기고 모진 인생을 끊어버리고 싶었지만, 세상에 혼자 남을 초율이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이 악물고 버티니까 좋은 날이 왔잖아······.’
그녀는 지금 매우 행복했다.
고질병이었던 발목도 박태진이 모두 치료해줬고, 마탑 성형외과에서 피부나 외모도 예전 미모만큼이나 예쁘게 다시 복구해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초율이를 좋은 환경에서 키울 수 있으니까······.’
예전엔 비가 오면 물이 새는 열악한 환경에서 딸을 키웠다.
매일 먹을 게 없어서, 길거리 급식소에서 음식을 받아와서 초율이를 먹이고,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다니고······.
정말 끔찍하고 괴로운 인생이었다.
하지만, 아리와 만난 이후로는 모든 게 바뀌었다.
‘집도 생겼고, 일자리도 생겼고, 병도 다 나았으니까······.’
그녀는 지금 이 상태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준혁은 안지민이 자신의 펜트하우스를 관리해주는 비용으로 매달 천만 원씩 월급을 지급하고 있었다.
말이 관리지, 청소와 요리하는 사람은 이미 따로 있었고 그녀는 집사처럼 집 내부의 미비점이라던지, 주부로서 신경 쓸 수 있는 다양한 집안 문제를 챙겼다.
‘아리네와 이렇게 지내는 것도 정말 행복하고······.’
예전엔 그녀가 가난하다고, 맨날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닌다고 사람들이 기피했었다.
그녀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은 오직, 미모를 노리고 그녀의 몸을 원한 늑대들뿐이었다.
그래서 안지민은 점점 더 사회로부터 고립될 수밖에 없었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게 너무 무섭고 힘들었다.
“엄마~!”
하지만, 이젠 자신도 백화점에서 파는 좋은 옷을 입고 다녔고, 그것은 초율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리 초율이 잘 놀았어?”
“응, 엄마.”
초율이 또한 과거보다 매우 표정과 성격이 밝아졌다. 예전엔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당하고, 따돌림당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늘 혼자서 흙장난을 하며 놀던 아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초율아~ 빨리 와아~!”
저 멀리서 초율이를 부르는 친구가 있었다.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그러면서 초율이는 아련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엄마의 손을 두들기며 말했다.
“엄마, 나 조금만 더 놀고 올게.”
“그래.”
초율이는 다시 후다닥 달려가, 자신의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엔.
“실프야!”
아리의 딸인 실프가 있었다.
실프는 아리와는 다르게 매우 활발하고, 장난기가 많은 소녀였다. 그래서 성격이 내성적인 초율이를 평소에 많이 리드했다.
‘어쩌면 아리도 어린 시절엔 활발했을지도 모르지······.’
실프를 보고 있자면, 정말 아리의 어린 시절과 똑같이 닮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튼 지금 이 일상이 깨지지 않고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리야. 고마워.”
뜬금없이 고맙다는 말을 하는 안지민에게 아리가 고개를 돌렸다.
“응? 뭐가?”
어리둥절한 아리를 쳐다보며, 안지민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전부다.”
그러자 아리도 안지민을 따라서 피식했다.
“얘는. 싱겁기는.”
*
“여기입니까?”
“예, 실장님.”
나는 유진광과 함께, 회사 차인 롤스로이스를 타고 경기도의 땅을 보러 왔다.
“한 이쯤에 공장을 지어주면 되죠?”
“네. 여기가 한 100만 평쯤 되니까, 공간이 부족할 일은 없을 겁니다.”
나는 앞으로 있을 차세대 VR기기를 생산할 메인 공장 설립을 위해, 유진광과 함께 적당한 부지를 찾고 있었다.
‘핵심 부품들은 우리가 생산하는 거로 하고, 나머지는 협력 업체들에게 나눠줘야겠다.’
쥬얼리나 제약, 스마트폰, 통신 때처럼, 나는 마탑 혼자 독점하는 생태계가 아닌, 국민 모두가 잘 먹고 살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 일환으로, 남이 만들 수 있는 쉬운 제품들은 남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했다.
‘그렇게만 해도, 전 세계 최고 기업이 되는 건 일도 아니지······.’
지금 하려는 사업도 어찌 보면 기존의 게임 생태계를 몰살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다.
‘PC게임이나 콘솔 게임, 그리고 모바일 게임 시장이 아주 초전박살이 나겠지······.’
요즘은 거의 모바일 시장이 전체 게임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곧 그러한 독점도 깨질 것이다.
‘차세대 VR게임이 나온다면 말이지.’
VR은 컴퓨터도, 콘솔도, 모바일도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캡슐형 기기였다.
그러니, VR게임을 하려면 고가의 캡슐을 사서 접속해야 했다.
‘대신 기존의 게임 생태계가 박살 나면, 새로운 생태계가 열리는 것이니까······.’
VR로 재편되는 새로운 게임 생태계.
‘개인과 개발사가 모두 공정한 시스템에서 공평하게 경쟁하는 거지······.’
지금의 게임 생태계는, 거대한 플랫폼을 쥐고 있는 주인의 입맛에 맞게 노출도가 결정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밀어주는 사람만 밀어주고, 나머지는 노출도에서 기회를 박탈당해버리기 때문에, 시작부터 다른 출발점에서 뛰게 된다.
‘그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려야 해···!’
시작부터 모두가 공평하게.
돈이 많든 적든, 세력이 크든 작든.
실력에 의해 공정하게 줄이 세워질 수 있도록.
나는 그러한 시스템을 만들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