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99
199
90.마탑방송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이혜은··· 아니죠~! 혜실버입니다!! 반갑습니다!
위융!
홀로그램 위로 떠 오른 혜은이가, 마탑방송 개국 방송을 시작했다.
“오우······.”
나는 오늘 회사 출근을 미루고, 고향집 쇼파에 누워 이혜은의 개국 방송 진행을 지켜봤다.
혜은이는 검은색 오피스룩을 입은 지적인 스타일로 개국 방송을 진행해나갔다.
“자 여러분. 오늘은 바로, 마탑방송이 개국하는 아주 역사적인 날인데요······.”
이혜은은 앞으로 인터넷 방송과 VOD방송이 하나로 융복합되는 통합 영상 컨텐츠 시장을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누구나 방송국을 개설할 수 있고, 자신의 방송을 통해 전국 TV에 실시간으로 송출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혜은이의 능숙한 진행을 보며 박수를 쳤다.
“하하. 누구 동생인지는 모르겠지만, 잘한다~!”
내가 물개박수를 치며 혜은이를 칭찬하자.
“알알알!(맞아요, 맞아! 혜은이 잘한다!)”
백설이 또한 신나게 거실을 뛰어다니며 맞장구를 쳤다.
‘그동안 백설이도 말이 많이 늘었네······.’
처음엔 그저 간단한 의사소통만 했었는데, 이젠 자유롭게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 거의 사람처럼 완벽히 말을 알아듣고, 또 대답했다.
백설이는 몇 번 거실을 방방 뛰어다니다가, 다시 마탑 홀로그램TV앞에 자리를 잡곤 혜은이의 방송을 얌전히 시청했다.
-방송사들의 갑질 때문에, 자신의 방송이 노출이 안 돼서 걱정하시는 분들 많으셨죠?
이혜은은 마탑방송의 공정한 순위 경쟁 시스템을 공개하며, 누구나 재미만 있으면 얼마든지 위로 치고 올라 갈 수 있는 순위 시스템을 소개했다.
-여기 보시게 되면, 실시간으로 급증하는 화제의 방송이나 시청자들이 오래 머무는 방송, 방송 시간이 가장 많은 방송 등등 해서······.
마탑방송은 아무런 빽도, 회사도 없는 일반 크리에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혼자서도 잘 나갈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누구나 재미만 있으면 다양하게 노출될 수 있게끔 순위가 잘 정렬되어 있습니다. 각 기호별로 인공지능이, 다양한 시청자들과 BJ들을 매칭시켜 주는 경우도 있고요······.
앞으로 마탑방송은 VOD 산업과 함께, 실시간 인터넷TV 산업에도 사활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혜은이는 그동안 무튜브와 파프리카TV로 양분되었던 인터넷방송 시장을 설명하며, 그것의 통합도 천명했다.
-앞으로는 생방송은 파프리카 따로, VOD수익은 무튜브 따로. 이렇게 갈 것 없이, 모두 마탑방송에서 BJ들이 양쪽 다 이득을 보도록 저 혜실버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혜은이가 BJ와 크리에이터 경력이 있다 보니, 그들의 고충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본래 생방송은 파프리카에서 하면서, 별풍선 수익을 얻고 또 거기서 찍은 VOD영상은 잘 편집해서 무튜브에 올리면 거기서 또 광고 수입이 올라 온다.
그게 지금까지의 인터넷방송 수입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지.’
마탑방송이 개국하면 사행성이라고 평가받는 ‘매직풍선’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영화나 다른 컨텐츠는 돈을 주고 사 보는데, 왜 후원금 같은 건 그렇게 엄격하게 따지는지 몰라.’
막 비제이들이 월 몇천씩, 월 1억씩 벌어가니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면서 국회에다 별풍선 제한 같은 걸 줄기차게 청원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게다가.
‘과거 혈구나 진태희 같은 자극성 BJ들이 나올까 봐 그걸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래도 요즘 사람들의 이목을 확 끌어당길 수 있는 게, 바로 자극적이고 돌발적인 행동, 선정적인 욕설 등일 것이다.
‘그런 건 최대한 자제시키고, 말을 안 들으면 영구정지 시켜야겠지······.’
이제 인터넷방송 시장은 공중파·케이블처럼 TV를 통해 시청하게 될 것이다.
그럼 생방송 도중 최대한 방송사고가 나지 않도록, BJ들이나 크리에이터들이 스스로 조심해야 했다.
-자 그리고 VOD카테고리를 보시죠.
VOD카테고리는 일단 세부 카테고리가 여럿 나뉘어져 있었다.
-VOD카테고리는 사전제작 방송인 드라마·영화·예능 등의 TV방송,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의 재방송 편집 방송인 인터넷방송 다시 보기 등이 있습니다.
모두 실시간 순위와, 각종 베스트 순위, 그리고 다양한 카테고리별 순위 등도 많았다.
-신규 방송인들도 베스트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결 다리를 만들 생각입니다.
혜은이는 마탑방송의 정책인 ‘공정한 경쟁’ ‘깨끗한 경쟁’에 초점을 맞춰서 설명을 진행해나갔다.
-마탑방송라는 새로운 생태계 안에서, 단체든 개인이든 모두가 공정한 출발점에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우리 마탑방송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마치 히틀러처럼 주먹을 부를 쥐고, 홀로그램 안에서 열정적으로 연설하는 우리 혜은이!
“잘한다, 잘해!”
예전엔 완전 사고뭉치·걱정덩어리였다면, 이제는 어엿한 성인으로서 자기 밥벌이도 하고, 오빠 사업도 도와줄 줄 알았다.
“이따가 혜은이 들어오면 맛있는 거라도 사줘야겠네······.”
예전엔 내가 용돈이나 카드를 안 주면, 혜은이는 밖에 나가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요즘엔 혜은이도 워낙 버는 돈이 많으니까······.’
요즘엔 혜은이도 혼자서 버는 수익이 많이 늘어났다.
‘무튜브 채널에서 들어오는 돈이 월 2000만 원 이상이고, 다른 자잘한 부수익까지 합해서 총 4-5천만 원은 넘는다지?’
게다가 무튜브 활동 말고도, 드라마 촬영이나 각종 광고·CF촬영 수익도 쏠쏠했다.
‘그러고 보면, 혜은이가 많이 예뻐지긴 했어.’
나는 홀로그램 영상에 뜬 혜은이의 얼굴과 몸매를 쳐다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예전 같았으면, 짜리몽뚱한 가자미 상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8등신 미녀로 변했잖아.’
마탑 성형외과에서도 저 정도까지는 못했다.
혜은이는 내가 특별히 직접 손을 써줬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로써 제대로 된 볼거리가 대폭 늘어나게 되겠군······.’
새로운 3D 홀로그램 입체 영상!
그동안은 그것을 송출하는 제대로 된 플랫폼이 없었다면.
이제는 전 세계에, 새로운 3D 홀로그램 영상을 송출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진태희입니다.”
무튜브에서 111번째 영구정지를 당한 진태희.
그가 112번째 계정을 새로 파서, 시청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말이죠, 특별한. 아주우~ 특별한 소식을 여러분께 전달해드리기 위해 112번째 계정을 새로 팠습니다.”
진태희.
그는 흰 런닝 차림에, 장기간 감지 않아 떡진 머리 상태로 카메라 앞에 앉았다.
“요즘 다들 아시죠? 신개념 홀로그램 TV, 그리고 새로운 마탑방송방송국!”
그러자 채팅창에서 시청자들의 채팅이 우르르 올라왔다.
-알지. 마탑그룹에서 새로운 방송국 개국했잖아.
-홀로그램 TV 진짜 오지더라. 우리 집도 300만 원 넘게 주고 샀는데, ㄹㅇ 돈 값하더라. 영화관 갈 필요가 없이, 우리집이 영화관임.
-영화관은 조금 오바고, 아무튼 신박하긴 하더라. 나도 홀로그램 모니터 사용하는데, 영상볼 땐 3D로 쓰고 웹서핑할 땐 2D로 하이브리드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더라. 앙, 개꿀띠!
-진태희 설마 뿔TV에서 마탑방송으로 넘어가는 거냐?
.
.
.
“흐흐흐······.”
진태희는 자신의 중대 발표에 시청자들이 5천 명 이상 몰려오자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예, 형님들. 저 마탑방송으로 갑니다. 무튜브 진짜 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요.”
진태희는 그러면서, 모니터 화면을 띄워 마탑방송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여기 크리에이터 가입란에 회원가입 신청을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생방송으로 직접 마탑방송에 가입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와아, 진태희가 마탑방송으로 넘어가다니?
-와, 진짜 대박이네. 진태희 그동안 무튜브 본사 가서 영구정지 풀어달라고 바짓가랑이 붙잡고 사정사정하더니, 이제 무튜브 필요없냐?
-맞아, 맞아. 자살시도까지 하고 그랬었잖아.
시청자들의 채팅에 진태희는.
“자살소동 그거 다 주작이었어요. 개구라였다구요. 데헤헤헷~!”
일그러진 표정으로 짓궂은 미소를 지은 진태희는, 회원가입을 끝마치고 곧바로 마탑방송 개인 방송국을 개설했다.
“자, 여러분. 이제 무튜브는 꺼지고, 이 마탑방송을 많이 애용해 주십쇼. 실시간 3D 입체 홀로그램 영상으로 저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진태희는 자기가 적극적으로 마탑방송을 홍보하고 나섰다.
하지만.
-마탑방송은 자극적인 방송하는 BJ들 안 받는다고 하던데?
-맞아 맞아. 인터넷방송뿐만 아니라, 전국 TV에서도 생중계로 송출한다고 검열 엄격하게 한다더라. 막장 방송하려면 마탑방송 못 오지.
시청자들은 진태희에게 그렇게 경고했다.
그러자.
“형님들. 저 이제 자극적인 방송 안 합니다.”
하며, 진태희가 담배를 하나 입에 물었다.
후······.
담배에 불을 붙여 한모금 빨아당긴 진태희가, 연기를 훅 하고 내뱉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형님들. 저 그때 정신 차렸습니다.”
밑도 끝도 없는 진태희의 말에, 시청자들이 마구 채팅을 올렸다.
-뭐 언제?
-갑자기 뭔 정신 나간 소리임? 뭔 일 있었음?
-니가 정신을 차리긴 뭘 차려 ㅂㅅ아.
“아 좀 닥치세요, 진짜.”
진태희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빼액, 소리를 지르더니.
딸칵, 딸칵.
마우스를 움직여 자신을 비꼬는 시청자들을 무작위로 강퇴시켰다.
-무빙, 무빙!
-ㅌㅌㅌ.
-판사님, 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후······.”
한 번 정리정돈을 끝마친 진태희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 그때 있지 않습니까? 제가 노숙자 미션하다가 숙자 형님한테 얻어맞은 사건.”
진태희는 반년도 전에 있었던 일을 다시 되새기며,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아 그때 ㅋㅋㅋ
-나도 그때 생방송으로 봤었는데, 숙자 형님 진짜 성깔 장난 아니더라 ㅎㅎ
-진태희 그때 숙자 형님한테 싸대기 얻어맞고, 허공에서 공중제비돌기 3회전 했지 않냐?
-그때 그 노숙자가 마탑으로 귀환한 마법사라는 썰이 있음. 진태희랑 만났을 때는 막 지구로 복귀한 시점이었고.
ㄴ응, 개소리.
진태희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보며 피식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그때 노숙자 형님한테 싸대기 한 대 얻어맞고, 진짜 정신 차렸습니다.”
그는 아직도 통증이 올라오는 오른쪽 볼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벌써 반년도 넘게 지난 일이라, 이제는 잊혀질 만도 했지만 진태희로서는 평생 잊기 힘든 뜻깊은 경험이었다.
-와아, 숙자 형님이 진태희 사람 만들었네.
-이게 진짜 살아 있는 참교육 아니겠습니까, 형님들?
-진태희 그럼 이제 자극적인 방송 안 하고 클린 BJ되는 거냐?
시청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진태희는 상념을 끝내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형님들. 저 이제 자극적인 방송 안 하기로 했습니다.”
진태희는 음료수병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며 덧붙였다.
“이제 방송에서 욕설도 안 할 거고, 이상한 오줌 먹방이나 똥 먹방도 안 할 겁니다. 오직 컨텐츠와 오지는 말빨로 제대로된 방송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형님들.”
-와아, 진태희 그럼 마탑방송 갈 수도 있겠네.
-오졌따리. 근데 이제 욕도 안 하고, 자극적인 컨텐츠도 안 하면 진태희 방송 뭔 재미로 보냐?
-마자, 마자. 그런 거 안 하면 진태희 방송 완전 10노잼 될 텐데······.
“그런 오지랖은 넣어 두십시오, 형님들.”
진태희는 진짜 ‘컨텐츠’로 승부 보기 위해, 다른 인기 BJ들의 영상과 TV예능 방송들도 많이 챙겨보며 분석했다고 덧붙이며.
“앞으로는 진짜 제대로 된 컨텐츠로 형님들의 시간을 약탈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며, 방긋 웃는 얼굴로 카메라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 형님들. 빨리 이 후원 계좌로 돈 좀 쏴 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