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228
228
105.공유경제
“교육부 장관이요?”
이게 뭔 개소리야?
유하은 교수는 딱 그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어처구니가 없는 얼굴을 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왜요? 잘 어울리실 거 같은데.”
유하은 교수를 추켜세웠다.
‘원래 임창용 선생님을 추천할까 했었지만······.’
그분은 성실하고 능력 있으신 분이지만, 앞으로 격변할 교육 시스템을 개혁하기엔 너무 마음이 여리셨다.
그러니, 이런 일은 깡다구 있는 유하은 교수가 해야 했다.
하지만.
“제가 왜요?”
유하은 교수 또한, 질색하는 표정으로 그렇게 되물었다.
마치 ‘내가 왜 그런 귀찮은 일을 도맡아야 해? 나 안 해!’라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예전에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어쩌고저쩌고하신 분이 누구신데 이러세요?”
그녀가 예전에 했던 말들을 열거하며, 다시 권유를 이어나갔다.
“개혁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현재 학교 시스템이 많이 잘못되었다고. 미래가 없다고.”
“······.”
유하은 교수는, 교육자이면서 동시에 교육평론가이기도 했다.
당연히 그 분야에 몸담으면서, 느끼는 부족한 점이나 개선되어야 할 점 등을 늘 학생들에게도 불만을 토로했었다.
-학교가 이딴 식으로 돌아가서 미래에 자라나는 애들이 어떻게 되겠니?
-애들이 어영부영 대충대충 교과서나 달달 외우고 있다가, 뜬금포로 기업에다 이력서 집어 던지면 기업들이 읽고 싶겠니? 처음부터 다 다시 가르쳐야 하는데?
-학교가 도대체 왜 있는 거니? 나중에 성인이 돼서 사회에 나가 일익을 담당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든 건데, 이건 정말 이상적인 잡소리고 사실은 커서 ‘취업’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장소야.
-너네들 졸업하면 당장 뭐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지? 당장 백수 예약에다, 취직해도 사무보조나 화장실 청소 말곤 별로 할 게 없을걸? 실무 배우는 데만 아마 1-2년은 잡아먹을 거다.
-대한민국 학교 다 X까라 그래!
.
.
.
“어떻습니까? 이래도 발뺌하시겠어요?”
“······.”
나는 그녀가 평소 읊고 다녔던 철학들을 줄줄이 되 읊어주며, 궁지로 몰아붙였다.
궁지에 몰린 쥐가 다시 반항을 시작했다.
“나··· 나는 학생들 가르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준혁 씨가 저를 대단하게 생각해주시는 건 좋은데, 제 수준은 딱 거기까지라고요. 무언가 한 단체를 대표해서 그것을 이끌어갈 만한 역량이 못 돼요.”
그녀는 하얗게 질겁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일반 사람들에겐 너무 부담되는 자리인가······.’
잘해도 욕먹고, 못 해도 욕먹는 자리가 바로 고위공직자 자리였다.
‘청문회 이런 것도 부담되는 자리고······.’
하지만, 내가 아는 유하은 교수는 남들에게 꿇릴만한 짓을 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의 이력에 대해 내가 속속들이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 하는 행동이나 말을 보면 그래도 학생들 앞에서 늘 떳떳했다.
그래서 나는 계속 그녀를 충동질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그러면 다들 신(神)하게요?”
“······.”
“이거 누가 했던 말입니까?”
역시나 평소에 이것저것 뱉어 놓은 게 많은 그녀이다 보니, 책임질 일도 많았다.
“모르면 배우면 되는 거예요~!”
“······!?”
내가 어색하게 그녀의 말투를 따라하자, 그녀의 표정이 팍하고 굳었다.
나는 그녀가 더 화내기 전에 장난을 멈췄다.
“아무튼, 제 생각도 교수님과 같습니다. 모르면 배우면 되는 거고, 그렇게 해서라도 잘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지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 말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
궁지에 몰려 바들바들 떠는 그녀에게 나는 이제 당근을 던져 주기로 결심했다.
“1조 드릴게요.”
“네?”
“지금 학교에서 얼마 받아요?”
“···.”
유하은 교수는 1조를 준다는 말에, 멘붕이 왔던지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 교수님이 아무리 학교에서 성과급을 받는다 해도 2~3억 미만으로 연봉을 받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교수님이 교육부 장관을 하루를 하든, 5년을 하든 바로 1조 원을 지급하겠습니다. 세후(세금 제한 후) 금액으로요.”
“······.”
하루만 일해도 즉시 1조 원을 지급해준다!
그 누구라도 혹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1조 주면 나라도 한다.’
사실 내게 돈은 별로 의미가 없었지만, 그래도 진짜로 누가 1조를 준다고 하면, 정말 주나 안 주나 궁금해서라도 하루 시간을 낼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진짜 1조를 지급할 생각이지.’
중요한 건 나는 뱉어낸 말을 무조건 지키는··· 아니,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찬규 작품 띄우는 거 빼고는, 거의 모든 약속을 지켰다.
‘아무튼 성과연봉제하에서 피말리게 교수직 하는 거보다는, 차라리 1조 받고 편하게 욜로(YOLO)를 즐기는 게 낫지.’
YOLO는 ‘You Only Live Once’, 즉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의미의 신조어였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신조어였지만, 영미권에서 아주 오랫동안 써왔다.
‘유하은 교수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보람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돈 때문에 쉬지 못하고 계속 일하는 거지.’
그게 자본주의적인 사회에선 맞는 얘기이긴 한데, 그렇게 되면 개인 사생활이 실종되어 버린다.
그러니, 굳이 1조 원이라는 돈이 있으면 지금처럼 실적이나 돈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연구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교수님이 장관님이 되신다면, 휴가 때마다 제일 좋은 해외 관광지로 여행티켓도 끊어드릴게요.”
“여행??”
남자도 그렇지만, 여자들 중에 여행 안 좋아하는 여자가 없었다. 블로그에도 대부분의 여행족들은 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여자들은 음식 같은 것도 사진 찍는 걸 좋아했고, 여행에서도 많은 사진을 찍어서 SNS나 블로그에 자랑하는 걸 좋아했다.
“어때요? 이 정도면 꽤 만족할만한 제안 아닙니까?”
너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다. 유하은.
나는 찬규가 뱉었던 말을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실적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이라도 카르페 디엠(Carpe diem), 세이즈 더 데이(Seize the day)를 즐기세요.”
“하지만, 교육부 장관 같은 걸 하게 되면 그날부로 데스 더 데이(Deth the day)가 열릴 거같은데요?”
“지옥과 천국은 모두 본인이 만드는 겁니다. 유하은 교수께서 장관 자리를 천국이라 생각하시면, 천국이 되는 거고요. 지옥이라고 생각하시면 지옥이 되는 겁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
사실 말도 안 되는 궤변이었지만, 방금 전처럼 좋은 조건이 걸려있으면 ‘아, 진짜 그런가?’하며 혹하기 마련이었다.
“자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빨리 선택하세요. 저도 바쁜 사람이니다.”
“앗···아아······.”
나는 거의 반 이상 넘어온 유하은 교수의 모습을 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
마탑·진성·대룡 그룹의 연합전선이 펼쳐지자, 재계는 출렁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마탑을 외면하거나 무시·견제했다면, 이제는 어떻게든 줄을 대보려고 안달이었다.
마탑도 처음엔 마법 제품 위주로 생산하느라, 다른 회사와 연합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준혁이 기술적으로 생산 방향을 틀자, 다른 회사들과도 연합하는 게 가능해졌다.
유진광은 이준혁의 뜻에 의해, 결국 마탑의 문호를 전면 개방하기로 하고 진성·대룡 외에 다른 기업들과도 연합전선을 펼치기로 결심했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살아나는 겁니다. 여러분!”
전국 경영인 총 연합회.
본디, 그곳의 회장 자리는 진성이나 대룡, 그리고 세데그룹 같은 대기업 회장들이 돌아가며 맡았다.
하지만.
“유진광 만세!”
“만세!”
이제는 시대가 변해서, 대동그룹의 내다 버린 망나니 자식 유진광이 당당히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자리에 우뚝 서게 된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국민들은 우리 기업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습니다. 그게 다 무슨 이유 때문입니까?”
유진광은 주먹을 부를 쥐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게 다, 재벌 2·3세들이 서민들에게 민폐 끼치고, 문어발식으로 각종 산업에 진출해서 영세업자들 밥줄 끊어놓은 것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유진광도 철없던 시절엔 한 망나니 했지만, 본래 사람이란 올챙이 적 기억을 잘 못 하는 법이었기 때문에 유진광은 현재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우리 기업들이 해야 될 일이 뭡니까? 돈 많이 버는 거? 사업을 확장해서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는 거? 재계 서열 1위가 되는 거?”
유진광은 자랑스러운 말투로, 그동안 이뤄왔던 자신의 업적을 나열하며 재벌 회장들을 훈계하기 시작했다.
“바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여러분!”
“와아아아ㅡ!”
“유진광 만세!”
이곳에 모인 CEO들은 유진광이 무슨 말을 하든 무조건 만세였다. ‘NO’란 있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제 마탑을 통하지 않으면 그 어떤 사업도 온전히 유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전 세계를 덮치면서, 기존의 산업이 휘청휘청하거나 무너지고 있습니다. 한데, 우리들은 지금 뭘 하고 있습니까?”
1절을 모르는 유진광이 2절을 하기 시작했다.
“무너지면 무너지는 대로 막대한 채무를 떠안고 그냥 해외로 빤스런 해버리죠? 그게 기업가 정신입니까? 여러분?”
“아닙니다!”
“도망치면 안 됩니다.”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유진광이 부연하지 않아도 당연한 말이었다
“기업이란 계속 혁신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되고,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해서 그들에게 박살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유진광은 계속 ‘혁신’을 강조하며, 그렇게 외쳐댔다.
“앞으로 우리 기업인들도 각성해서, 먼저 나서서 새로운 것을 계속 배우고, 또 공부해서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와아아아ㅡ!”
“맞습니다!”
“유 회장의 말이 모두 다 옳습니다!”
마탑그룹은 이제 홀로 독야청청하는 그룹이 아닌, 대한민국 모든 기업과 함께 가는 그러한 아버지(父) 같은 그룹이 되는 걸 천명하는 자리가 바로 오늘 이 자리였다.
“앞으로 마탑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모든 기술들을 다른 기업들과 공유할 것이며, 계속해서 페어플레이하는 그런 경쟁 구도를 만들 것입니다. 마탑도 이제는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거죠.”
사실 마탑에는 이준혁이 있었기 때문에, 절대 녀석들이 따라올 수 없을 거라 굳게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CEO들에게 희망을 듬뿍 심어주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
“휴, 내가 여기까지 와버리게 되다니······.”
유하은 교수는 청와대 정문 입구에서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여기까지 와서 또 뭘 투덜투덜입니까? 가서 대통령님께 잘 할 자신 있습니다! 하고 큰소리로 외치셔야죠.”
“···잘 할 자신 없는데요.”
잘할 자신이 있거나 없거나, 나는 유하은 교수를 이끌고 청와대 정문을 통과해 대통령을 만나러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