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233
233
108.합동 방송
“요즘 학교 수업 어떠세요?”
나는 현장 상황도 점검할 겸, 오랜만에 모교를 찾아갔다.
“네 덕분에 좀 많이 바뀌었지.”
임창용 선생님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사실, 내가 저번에 모교에 폭탄을 터뜨리고 가긴 했지만, 최근엔 교육계에 더 큰 핵폭탄을 투하하는 바람에 전 학교가 난리였다.
“저도 참 제가 이렇게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처음에 귀환했을 때만 해도, 우리 가족끼리 잘 먹고 잘살자는 마인드였다.
하지만, 점점 주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엮이다 보니 그들을 돕게 되고 나도 도움을 받으면서 저변이 점점 확대되었다.
‘적들도 많아졌고 말이지······.’
뭐만 하려고 하면 훼방을 놓는 적들이 많아서, 그것을 다 때려 부수다 보니 어느새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고 말았다.
공식적으론 미국 대통령이 최고이겠지만, 비공식적으론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내가 잠시 상념에 빠져 있을 때,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 임창용 선생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학교 수업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예전보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전문 인재를 키우고, 학생들도 성과급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수업에 참여하지.”
“그거 참 다행이네요.”
나와 유하은 장관이 바라던 대로 학교가 굴러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반발이 심하겠지만, 결국 이런 식으로 가게 돼 있었어······.’
예전처럼 그냥 아무런 목적 없이 살던 학생들이, 이제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서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앞으로 사람이 할 일은 점점 줄어들 테니까······.’
대부분 수작업으로 해야 했던 일들이, 1~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많이 간소화됐든,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많은 일자리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럼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기존의 일자리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치킨집이나 기술자들, 그리고 의사나 다양한 전문 직종들도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줄어들거나 새로 생긴 일자리로 사람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았다.
‘앞으로 세상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결국 팩트는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흘러간다 이 말이지······.’
아무리 기술이 좋고, 편한 게 좋아도 결국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세상이 흘러가게 돼 있었다.
“교육부의 지시대로, 일단 학기 말부터 서서히 새로운 시스템 위주로 수업을 늘려가고 있다.”
“3D프린터나 인공지능, 드론 같은 과목 말이죠?”
“그래.”
앞으로 새로 생겨날 직업에 대한 기술자를 키우는 것.
그것이 앞으로 학교가 할 일이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할 수 있는 단순한 직종은 피하거나, 아니면 인공지능과 같이 협업해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해나가고 있지.”
임창용 선생님은 각 교사당 1대의 인공지능 티쳐가 보급되어 자신들의 일을 보조해준다며, 아주 좋아했다.
‘처음에 유하은 장관을 극렬히 반대하던 전선연 선생들도 인공지능 로봇 한 대씩은 꿰차고 있다지······?’
입 싹 닫고 조용히 인공지능 로봇을 한 대씩 보급받고 있다고 들었다.
“인공지능이 학생별로 수업 성취도도 정리해주고, 성적이나 기타 메크로적인 업무를 많이 보조해줘서 선생들의 할 일이 많이 줄었어. 다 네 덕분이다, 준혁아. 하하하.”
“제가 뭘요. 마쨩이 고생이네요.”
나는 그렇게 실없는 농담을 하며, 선생님과 함께 따라서 웃었다.
*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저는 속된 말로 ‘노가다꾼’이라고 불리는 현장 건설 노동자 백한길입니다.”
“와아아아ㅡ!”
인공지능 티쳐뿐만 아니라, 각 학교엔 산업별 기능공들이 직접 초빙되어서 학생들에게 수업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무리 요즘 세상에 인공지능, 인공지능 한다 해도 현장에서 대체되기 힘든 게 바로 건설 노동자입니다, 여러분!”
“와아아!”
백한길은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는지, 가슴을 탕탕치며 그렇게 외쳤다.
사실 그는 마탑건설에서 일하는 현장직 소장으로서, 이번에 마탑이 추진하는 산학협력 교육을 위해 중학교 교실을 찾았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은 인부들을 지휘하는 일이지만, 예전엔 저도 잡부부터 시작해서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그는 공장 자재 나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차량을 통제하는 신호수, 그리고 고층에 올라가 시멘트도 칠한 다양한 경험 등을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예전에 데모도(타일) 보조 일을 따라 갔는데, 아 글쎄 사수가 기술은 안 가르쳐주고 맨날 힘든 타일만 나한테 다 나르라고 하고, 허리도 아프고 진짜 죽을 맛이었죠.”
그래서 그때 다친 허리 때문에 디스크가 아직도 안 좋다고 했다.
“현장에 가면 좋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성질 괴팍하고 제멋대로인 사람이 많습니다. 기술도 잘 안 가르쳐주려고 하죠. 아무튼, 노가다꾼이라고 전부 못 배운 사람만 있다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에요.”
그러면서, 요즘엔 젊은 청년들이 이쪽에는 발도 안 붙이려고 한다고 혀를 찼다.
“요즘 청년들 일자리 없다고 난리죠? 그러면서 일은 안 하고 계속 토익책이나 붙잡고 블라블라······.”
그는 취준생들이 처음부터 너무 좋은 일자리만 찾는다고 불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애초에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 직장이 어디 있나요? 신의 직장? 물론 조금이라도 좋은 직장 찾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겠지만, 그래서 요즘 청년들은 아예 정년이 확실히 보장된 공무원으로 죄다 우르르 몰리죠.”
이미 공무원 연금은 1993년 적자가 시작됐고 2002년에 기금이 모두 고갈이 났다.
그 고갈 금액을 국민 세금으로 메꿔주고 있는데, 연간 공무원연금 적자폭이 여전히 3조 원에 2024년 현재 누적 적자폭이 15조 원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오오~!”
학생들은 노가다 소장직을 하고 있는 백한길이 의외로 사회의 전문적인 문제점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자 놀라서 눈을 빛내며 그의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앞으로는 공무원이라고 무조건 정년이 보장되고, 죽을 때까지 연금이 나오는 경우는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이미 기금 고갈로 인해, 2015년부터 연금 인상률을 동결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니, 학생들도 더 이상 공무원 공무원 하지 말고, 미래에 비전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직업을 찾아보세요. 지금은 막막하고 힘들겠지만, 그런 고민들이 다 나중에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이 될 겁니다.”
그 후 백한길은 자신이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식으로 일이 돌아가는지 자세히 설명하며 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지식들을 마구 주입시켰다.
“저는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가 현장과 직접 연결이 되어야 그게 진짜 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그저 학교 공부를 억지로 해야 되는 귀찮은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나중에 무조건 써먹는 공부라 생각하고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해보세요.”
실제로 현장에서 측량하고, 계산할 때 학교에서 배운 공부들이 많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구들끼리 친하게 좀 지내세요. 제가 학창시절에 괴롭혔던 애가 꼭 제 상관으로 오더라고요. 그럼 진짜 직장생활 힘들어집니다. 학창시절 때야 뭣도 모르고 애들 괴롭히고 때리고 하죠? 나중에 그 두 배로 당할 수도 있으니까 친구들한테 항상 잘하고, 뭐든 도와주려고 노력하세요. 그럼 나중에 어려울 때 자신이 그렇게 도움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하하. 졸라 웃기다.”
“형찬아. 내가 잘못했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학생들은 백형길의 마무리 조언에 크게 폭소하더니, 갑자기 옆 친구와 우애있게 악수를 하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
-산학협력 교육 시스템 2주차! 인공지능 교사뿐만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까지 일일 교사로 수업에 투입?
-현장 노동자 曰, “공무원은 이제 지는 해다.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일자리를 찾아라. 앞으로 영원히 안전한 일자리는 없다. 공무원 연금도 지금 불안불안”
-미용사, 배달족, 치킨집 사장, 정육점 기술자, 공돌이······ 산업 전반에 퍼진 기술자들을 일일 교사로 초빙! 전국 학교에 부는 실무의 바람.
-교육부 曰, “앞으로 죽은 지식이 아닌, 살아 있는 현장 지식을 학교에 주입하겠다. 지식도 실무와 연결이 될 때 의미가 있는 거지, 그저 개별로 배우는 건 별로 의미 없다.”며 시너지 효과 강조. 내년 교육과정 대격변 예고!
-전국 학교에서 일정 부분 시행하고 있는 산학협력 시스템! 내년엔 완전 대체를 목표로 산학의 교육자와 전문기술자들이 머리 맞대고 교과과정 신설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
학기 말, 갑작스럽게 변화된 교육시스템이 임시적으로 적용되자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교육자들과 언론들도 난리가 났다.
그들은 변화된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 빠르게 실무를 공부해야 했고, 이제는 ‘대충대충’없이 정말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실적 여하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실적이 최하를 달리거나 막장 수업을 하면 공직에서 파면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더 조심했다.
그런 환경이 조성되니, 애초에 노조를 만들 시간이 나질 않았다.
모든 교사들이 새로운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 쳤다.
*
띵동~! 띵동~!
“안녕하세요, 언니들.”
“어머, 아가씨. 연락도 없이 갑자기 웬일이에요?”
아리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집에 들이닥친 이혜은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건 아리 옆에 있던 안지민도 마찬가지였다.
“저 말고 다른 분들도 같이 왔습니다.”
“다른 분이요?”
그러자, 문 옆에서 웬 여자들이 우르르 튀어나와 아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저는 이 실장님 밑에서 일하는 마탑 엔터 사장 진서윤이라고 합니다.”
“저는 마탑 엔터 걸그룹 핑크핑크의 유리에요. 반갑습니다. 사모님.”
“언니, 오랜만이에요.”
아리는 갑작스러운 손님 러시에 깜짝 놀라다가, 곧 웃으며 그들을 환대했다.
“다들 반가워요. 아랑이도 왔구나.”
그들 틈 사이엔 마탑 쥬얼리 사장 주아랑도 껴 있었다.
주아랑은 아리 대신에 마탑 쥬얼리를 도맡아서, 지금도 매년 수십조 원 단위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원래 진작 왔어야 했는데, 우리가 사업이 워낙 바빠서 좀 늦었네요.”
이혜은은 집들이 선물이라며, 황금으로 도금된 롤휴지 한묶음을 아리에게 건넸다
“볼일 보실 때 이거로 닦으시면 기분이 좀 색다를 거예요.”
“······.”
이혜은의 약간 4차원적인 집들이 선물을 받으며, 아리가 어색하게 웃었다.
“자, 다들 서 있지만 말고 어서 들어오세요.”
그러면서, 아리는 부산히 음식 준비를 위해 주방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언니. 안 그러셔도 돼요. 제가 출장뷔페 시켜놨어요.”
“그··· 그래도······.”
이혜은이 황급히 만류하자, 아리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우물쭈물했다.
“갑자기 찾아온 우리가 잘못이지, 집주인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요. 그 대신···.”
이혜은은 갑자기 음흉한 표정을 짓더니, 아리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렇게 미안하면 말이죠······. 지금부터 마탑 여자들끼리 합동방송 할 건데, 특별출연해줘요. 아셨죠?”
“네······!?”
이혜은의 황당한 제안에 아리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