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241
241
112.특별법
“유진광 씨가 우리 집엔 웬일입니까?”
나는 뜬금없는 유진광의 방문에 고개를 갸웃하며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내가 불렀어.”
아리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눈을 찡긋했다.
‘아리가 유진광을 초대했다고?’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한번 확인할 겸 나는 베란다 창문을 훑어보았다.
‘아, 저번에 내가 두 사람을 연결시켜 주기로 했었지.’
그러다가, 아리와 함께 몇 주 전에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했다.
‘깜빡하고 있었네.’
사실 별 기대 안 하고 툭, 던진 의견이었는데 의외로 아리가 잘 주워 담아서 정리를 해나가고 있었다.
‘안지민과 유진광이라. 크크크. 벌써부터 웃음이 나네.’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사람인데, 저렇게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또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
“안녕하세요. 마탑그룹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는 유진광이라고 합니다.”
“아, 네······.”
안지민은 갑작스러운 외간 남자의 방문에 당황해하며 허둥지둥 악수를 나눴다.
유진광의 우악스러운 손이 그녀의 하얀 손을 덥석 잡아채더니 씩씩하게 흔들어 재꼈다.
“진광 씨. 어서 와서 같이 저녁 먹어요. 마침 제시간에 잘 왔네요.”
아리는 안지민의 뒤에서 두 사람이 악수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유진광을 반갑게 맞이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모님.”
유진광은 마치 자기네 집에 온 사람처럼 유쾌하고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았고.
“······.”
안지민은 레이저 광선이 쏘아져 나올 듯한 시선으로, 아리를 쳐다보며 입술을 빠끔거렸다.
아리는 그런 안지민에게.
“회장님도 우리 마탑그룹 식구인데, 우리 집에 집들이 한 번 안 왔지 뭐니? 그리고 겸사겸사 나랑 사업 얘기도 하고 싶다고 해서 부른 거야.”
그렇게 변명하며, 안지민을 부엌으로 이끌었다.
“오빠도 TV 그만 보고 같이 밥 먹자! 실프랑 초율이도!”
“알았어.”
“밥이다, 밥!”
이준혁은, 유진광이 오든 말든 느긋하게 홀로그램TV에 빠져 있었고, 실프는 밥 먹을 생각에 신이 났고, 초율이는 새로 등장한 유진광에게 눈을 빛내며 관심을 보였다.
“후···. 맛있겠군.”
이준혁이 제일 늦게 식탁에 앉자, 유진광이 추가된 저녁 식사 모임이 시작되었다.
“근데 아리야. 갑자기 사업이라니 그게 무슨 뜬금없는 말이야?”
안지민은 계속 안절부절하지 못 하는 사람처럼,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아리를 계속 추궁했다.
그러자 아리가.
“나 요리 사업 한번 시작해보려고.”
약간 으쓱한 표정으로 어깨를 들어 보이며, 피식 웃었다.
“요리 사업?”
안지민은 ‘그게 뭔 개소리야?’하는 표정이었지만, 차마 유진광 앞에서 말을 험하게 할 수 없어서 눈빛으로만 그렇게 말했다.
“나 요리 잘하잖아. 그래서 이참에 사업을 해볼 거야.”
“너 사업 같은 거 완전 질색했었잖아? 평생 조용히 살고 싶다고 했으면서!”
“사람이 마음이 바뀔 수도 있는 거지, 어떻게 늘 한결같니?”
“······.”
평소답지 않은, 능글맞은 아리의 대꾸에 안지민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얘가 원래 이랬나?’
안지민은 많이 당황한 표정으로, 깨작깨작 젓가락을 놀렸고 아리·유진광·이준혁만이 은근한 눈길을 주고받으며 작전을 진행해나가고 있었다.
“진광 씨. 푸드 사업 전망 있죠?”
아리의 물음에, 유진광이 곧바로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사모님의 솜씨라면, 죽은 푸드 산업이라도 다시 살릴 수 있습니다.”
밥풀을 튀겨가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아리가.
“그럼 다행이네요. 저는 반찬 가게도 해보고 싶고요, 레스토랑이나 도시락 전문점도 운영해보고 싶어요.”
“사모님이 원하신다면, 자금이야 얼마든지 대 드리겠습니다.”
“······.”
안지민은 아예 두 사람의 장단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 일부러 TV로 시선을 돌리며, 밥만 꾸역꾸역 먹었다.
*
유진광이 돌아간 후.
“야, 최아리!”
“왜!”
안지민이 아리를 불러세웠다.
“정말 진심으로 이러는 거야?”
화가 난 안지민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그럼, 진심이지. 내가 장난으로 사업한다고 하겠니?”
아리는 오히려 당당한 표정으로 안지민을 쳐다보았다. 안지민으로서는 처음 보는 당당한 아리의 표정이었다.
“휴. 그래, 잘해봐라. 애도 열심히 키우고, 사업도 열심히 잘···.”
안지민은 결국 힘빠진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혼자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안지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준혁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오빠. 나 오늘 너무 어색했나?”
그 말에 이준혁이.
“아니, 아주 잘했어. 베스트야. 여우주연상 후보였어.”
“아, 장난치지 말고.”
“진짜라니까. 유진광하고 케미 장난 아니었어.”
이준혁이 심드렁하게 대답하자, 아리의 눈이 샐쭉해졌다.
“오빠 혹시 삐졌어? 질투하는 거야?”
“질투는 무슨.”
그러자 이준혁이 코웃음을 치더니 아리를 올려다보았다.
“아무튼, 잘해봐. 두 사람 엮으려면 진짜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돼.”
“나 진짜 사업 해야 되겠지? 푸드 사업.”
“그럼. 해야지.”
“휴······.”
아리는 친구 때문에 사업까지 해야 되나··· 잠시 절망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는 김에 대충하지 말고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그러면서 아리는 요리책을 사러 간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이준혁은 그런 아리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있던 TV를 껐다.
*
“드디어 오늘이 법안 발의하는 날인가······.”
나는 마탑 그룹 실장실에 앉아서, 홀로그램TV를 통해 흘러나오는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표 현장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우리 국회는 기존에 계속 지적되어 왔던 공무원·공기업 업무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특별 법안을 토의했고, 290명의 국회의원들의 서명 동의로 공무원·공기업 특별법을 발의하였음을 공표하는 바입니다.
국회의원들은 기자회견 전에, 이미 서명 동의까지 끝마치고 공무원·공기업 특별법을 발의했다.
기자회견은 그냥 쇼일 뿐이었다.
‘본래대로라면, 의원들의 서명을 얻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작업을 해야 했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정원 300명 중 96.7%의 국회의원들이 나의 패러사이트에 걸리거나, 아니면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국회의원들이었다.
그러니, 나라를 개혁하기 위한 법안 통과는 이제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였다.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진행하는 상임위 의원들도 모두 내가 꽉 잡고 있으니까, 법안소위에 발목 잡힐 일도 없을 거고······.’
전체회의·법사위의 관문도 당연히 하이패스였다.
‘이제 슬슬 시작할 때가 된 거 같군.’
공무원들의 파업이···.
‘공무원 성과연봉제와 공기업 전문경영인체제, 민간 감시 TF까지······.’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이 들고일어날 만한, 그야말로 역린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죄다 건드리는 셈이었다.
‘결국 이런 반대가 있어야 혁신도 있을 수 있는 거지.’
그냥 아무런 반대 없이 물 흐르듯이 넘어가면 혁신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공무원들의 대규모 반대 시위를 당연하게 여겼다.
아니,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표 기자회견이 끝난 후, 전국 각 관공서에서 공무원들의 대거 파업사태가 일어나······.
역시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공무원들이 우르르 파업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미, 국회의원들의 기자회견 발표 전부터, 의원들과 각을 세웠던 공무원 노조였다.
-이번 법안은 말 그대로 마탑 독재를 순순히 인정하는, 마탑공화국으로 만드려는 이 실장과 최 대통령의 음모다!
-공무원들을 경쟁시키면 나라 행정이 똑바로 돌아가나? 말도 안 되는 법안 들먹거리지 마라!
-이미 선진국에서 실패하고 롤백한 법안을 국회의원들이 억지로 강행하려는 것을 보니, 의원들이 이 실장의 ‘개’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게 나라냐? 공무원이 일반 직장 사원도 아니고, 어떻게 성과를 평가할 것이며, 그에 따른 비리나 부작용은 생각도 하지 않는가?
-국회의원들, 이상한 특별법 강행할 시 전국적인 파업도 불사하겠다. 마탑 독재, 좌시하지 않겠다.
.
.
.
이미 이런 식으로 수차례 경고를 하고, 각을 세워왔기 때문에 이미 예상한 결과였다.
삑.
그래서 나는 곧바로 마탑 전자 사장, 정남룡을 소환했다.
“부르셨습니까, 실장님?”
정남룡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삐 달려와서,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공무원들의 대규모 파업이 시작됐습니다.”
“예상하신 대로군요.”
“그렇죠. 이미 한두 번이 아니잖아요?”
사업할 때도 그랬고, 내가 추진하려는 법안을 상정할 때도 늘 반대가 있어왔다.
하지만.
“반대한다고 우리가 물러나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닙니까?”
“하하하. 맞습니다. 오히려, 적들이 더 반대할수록 더 밀어붙이고 싶어지는데요?”
본래 온순한 성격이던 정남룡 또한, 마탑의 변태 같은 습성을 닮아가는지 유쾌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과연 적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두고 봅시다.”
정규직 공무원만 해도 120만 명이 넘는다.
게다가, 비정규직 공무원들까지 합친다면 2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그들이 모두 다 파업한다면?
‘비정규직은 아마 다른 노선을 걸을지도 모르겠군.’
나와 정남룡은 1000만 영화를 감상하는 기분으로, TV를 쳐다보며 앞으로 일어날 사태를 예의주시했다.
*
“마탑 이 개X끼들, 물러가라! 물러가라!”
“박정이·전도완보다 더한, JH독재 물러가라, 물러가라!”
“공무원 특별법이 웬말이냐? 한 번 더 탄핵당해 봐야 정신 차리겠느냐?”
“정신 차리겠느냐?”
국회의원들의 특별법 발의 기자회견 후.
전국의 25개 본부, 231개 지부에서 20만 명의 공무원 노조원들은 자신의 업무를 내팽개치고 서울로 올라왔다.
첫날부터 정규직 공무원이 1/5 이상 올라온, 역대급 규모의 파업이었다.
그들은 이번 공무원 성과연봉제·퇴직자 연금에 대한 적절한 조정·공기업에 대한 혁신 등등의 법안에 대해, 반발해 버스까지 대절했다.
노조들은 일단 뭉쳐야 산다고 느꼈던지, 서울의 온 도심을 마비시켜버리겠다는 각오로 올라오고, 계속해서 꾸역꾸역 올라왔다.
국민들뿐만 아니라, 네티즌들 또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열심히 팝콘을 뜯었다.
-X발 이제 마탑이 공무원들까지 건드네? 200만 공무원들··· 아니, 70만 공시생들까지 합하면 적이 300만 명 정도 되나?
-마탑 진짜 이번에 칼 빼 들었다. 전선연 때야 고작 7만 명 밖에 안 모여서 쉽게 물리쳤다지만, 이번엔 황색노조 다 동원해도 쪽수에서 밀리잖아.
-마탑이 언제 쪽수로 애들 박살 냈나? 슬슬 분위기 무르익을 때 이 실장 한 번 등판해주면 겜 셋임.
-그러게. 최종보스는 언제 등장하려나? 아직 마탑도 이 실장 출격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거 같은데?
-국개들만 꽉 잡고 있으면 공무원들이 아무리 설쳐도 문제없지.
-아니, 근데 그동안 국가 행정이 마비되잖아?
ㄴ맞네, 그건 어떻게 해결하는 거지?
사람들의 궁금증 속에 대규모 파업에 합류하는 공무원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