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272
272
131.인공지능 대통령[完]
“하압, 내 검을 받는데쓰ㅡ!”
선녀처럼 하얀색 무복을 입은 ‘무림인쟝’이 검을 들고 펄쩍 뛰어올랐다.
챙!
그러자, 풀플레이트 갑옷을 차려입은 ‘소드 마스터쟝’이 롱소드로 들어 올리며 맞받아쳤다.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데쓰!”
챙챙챙챙ㅡ!
“우오오오ㅡ!”
두 검객들의 난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바둑판처럼 줄이 그어진 무대 위였다.
돌로 만들어진 그 무대 주변에는 평상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죽 둘러쳐서 관람을 하고 있었다.
“무림인쟝 이겨라!”
“소맛쟝 이겨라!”
그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검객을 응원하며 티켓을 마구 흔들어댔다.
천하제일 무술대회!
모 만화에서 나온 그 대회처럼, 인공지능 검객들은 무대 위에서 화려한 검술과 스킬을 선보이며 실력을 경쟁했다.
채채채챙ㅡ!
촤아아아악ㅡ!
“이제 뒤지는 데쓰!”
하아아압ㅡ!
무림인쟝을 카운터로 몰아넣은 소맛쟝이 롱소드에 오러를 불어넣으며.
콰지지직ㅡ!
무대의 꼭지점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하지만.
슝!
이형환위의 신법으로 하늘 위로 솟구친 무림인쟝.
“아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휘류류류류륙!
몸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360도 회전을 시작하더니.
“용의 폭풍ㅡ!”
콰과과과ㅡㅡ!
3미터 허공에서 소드마스터쟝에게 푸른색 검강을 퍼부었다.
“끼아아아악ㅡ!”
소맛쟝은 자신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 후, 무림인쟝의 반격을 얻어맞아.
퍼어어엉ㅡ!
철푸덕!
갑옷이 통째로 박살 나며, 무대 밖으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무림인쟝 승리!”
척.
흰색 무복을 입은 무림인쟝은 선녀처럼 옷깃을 나풀거리며 하강했고.
“와아아아아ㅡ!”
사람들은 무림인쟝의 승리에 환호했다.
“무림인쟝이 이겼다!”
“선녀가 승리했다!”
“역배다! 4배 쑤아릿ㅡ!”
“소맛쟝에다 돈 건 흑두루미들 없재?”
무림 대회는 다른 스포츠 대회처럼 공식적으로 토토가 열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돈을 걸었다.
그렇게 최종환이 재선된 후, 10년이 흘렀다.
4년 더 대통령을 역임한 최종환을 끝으로 한국에 많은 후보들이 나왔지만.
-최종환만큼 잘할 수 있는 인재가 없다.
-차라리 인공지능이 정치하는 게 낫겠다
-인공지능이라고 대통령 못할 게 무에 있냐?
-인공지능도 대통령 선거에 참가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자!
-인공지능 로봇을 대통령으로! 국회로!
사람들은 더 이상 같은 사람에게 신뢰를 주지 않았다.
정치인들이란 무릇, 권력을 잡기 위해 극단주의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앞뒤가 다른 말을 계속 번복하며 그렇게 정치를 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그들에게 신물을 느끼고, 인간 정치인을 모두 혐오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판사도 인공지능으로!
-의사도 인공지능으로!
-교사도 인공지능으로!
-오너도 인공지능으로!
-부모도 인공지능으로!
-자식도 인공지능으로!
모든 것을 인공지능으로 바꾸자고 난리가 일었다.
결국 마탑에선 인공지능 보급에 대한 규정을 둘 수밖에 없었다.
-공공기관을 제외하곤, 인공지능을 도입하지 않겠다.
그리고, 사람들의 염원대로 국회와 청와대까지 인공지능이 입성했다.
대통령쟝.
마탑이 생산한 무수히 많은 ‘쟝’들 중에서, 가장 파급력 있는 ‘쟝’이 탄생한 것이다.
-저를 믿어주신다면, 공정한 사회, 낭비 없는 행정, 혁신적인 국가를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와아아아, 대통령쟝 만세!
-만세!
사람들은 같은 사람 후보를 응원하지 않고, 예쁘고 귀여운 대통령쟝을 환호했다.
결국 대통령쟝이 제 23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게 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북한과 중국, 그리고 몽골과 티벳 지역까지 통합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가 되었다.
많은 국가들이 한국의 기술력과 경제력에 의존했고, 편입하기를 원해서 하나하나씩 흡수하게 된 것이다.
강제성은 없었다.
한국에 편입되는 것만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이다.
*
대통령쟝이 당선된 후, 다시 15년이 흘렀다.
2045년.
과거 레이커즈와일이 특이점이 온다고 했던 바로 그 시기였다.
“우와, 화성이다!”
실프는 아빠가 정화해 놓은 새로운 행성에 도착해, 공기를 들이마셨다.
“스읍, 후······.”
이준혁은 화성과 목성, 금성을 비롯한 모든 태양계 행성을 지구처럼 정화시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포탈도 만들어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도록 했다.
실프는 이제 성인이 되어, 대학교를 가는 대신에 이렇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했다.
돈은 마탑에서 빵빵하게 지원해준 덕택에, 여행비가 모자라서 못 가는 경우는 없었다.
“실프야, 같이 가~!”
실프의 옆에는 항상 초율이가 같이 따라다녔다.
초율이는 거의 실프 매니저+경호원 형식으로 어딜 가든 같이 다녔는데.
“이번엔 태양계 모험이야?”
실프가 워낙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세계 여행을 넘어서 우주여행까지 함께 다니고 있었다.
“응. 아빠도 예전에 다른 행성에서 살다가 왔데. 데모스 행성인가 뭔가······?”
“그래?”
실프의 말에, 초율이는 방긋거리는 얼굴로 신기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삼촌이 그렇게 마법을 잘 썼던 거구나.”
“응. 나도 사실 그쪽 행성 출신이래. 내가 반지에서 태어났잖아.”
“그래? 크크크. 뭔가 믿기지는 않은데, 믿어줄게.”
“진짜야. 엄마가 위험해서 내가 봉인을 깨고 쨘~ 하고 등장한 거라니까?”
“알지. 잘 알지~!”
“어휴~!”
초율이가 놀리는 어투로 대충대충 고개를 끄덕거리자 실프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특이점이 오니까 사람들이 참 살기가 편해진 거 같아.”
“그건 인정.”
“예전엔 1년 동안 거의 200일 정도 일했다면, 요즘엔 일주일에 하루도 일을 안 하잖아.”
“맞아, 맞아.”
국가 행정과 대부분의 기업이 인공지능로봇으로 자율화되다 보니, 사람이 할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에, 복지가 대폭 늘어서 사람들은 일을 안 해도 굶어 죽지 않게 되었다.
나라에서 지급되는 1인당 기본소득이 월 200만 원씩 나왔고, 사람들은 그 돈으로 인공지능이 운영하는 마트와 가게를 이용했다.
게다가, 유전자 가위와 매직 프린터의 보급화로 질병이 모두 사라졌다.
2045년이 되자, 전 세계가 한국으로 통일되어 세계연방정부로 변모했다.
세계는 한국의 대통령쟝인 ‘초지능’이 통합 관리했고, 그런 초지능은 이준혁이 만들었다.
이준혁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분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전 세계에 있는 생화학 무기를 모두 없애버렸다.
정치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자들을 법대로 처벌하고, 많은사람들에게 경제적 자유와 인권을 되찾아주었다.
사람들은 이제 기아나 전쟁, 돈의 고통에서 해방되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유토피아 시대를 맞이했다.
그곳은 게으르게 잠만 퍼질러 자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돈 안 되는 일을 해도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는 사회였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자유 사회였다.
*
“너 진짜 나랑 똑같이 생겼다.”
“호호호. 칭찬이군요, 언니!”
나는 지구로 귀환한 후, 처음으로 데모스 행성을 찾았다.
이번에는 아리와 함께였다.
‘다시 올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아르젠과 아리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는 상념에 빠졌다.
‘이곳은 여전하군.’
내가 귀환한 지구는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곳 데모스 행성은 마신과 마왕들이 사라진 후,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사람들은 무기를 내려놓고 음악과 시를 노래했으며, 모든 종족들이 화해했다.
엘프, 드워프, 오크, 인간 할 것 없이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평화를 노래했다.
오크들도 엘프, 인간과 교류하면서 채식을 하기 시작했고, 쌀로 밥을 지어 먹기도 했다.
일부 오크들은 야생동물을 우리에 가둬놓고 가축화시켜서 장사를 하기도 했고, 인간들처럼 활발하게 시장경제체제를 구축해서 자급자족했다.
“이쪽으로 와. 내 집을 소개해줄게.”
아르젠은 현재 제국의 전 황제인 펠리노르와 결혼해 단촐하게 살고 있었다.
펠리노르는 과거 나와 함께 전장을 누비던 녀석이었는데, 내가 지구로 귀환한 후 황제 자리를 맡다가 얼마 전 은퇴했다고 했다.
“오오. 이게 누구신가?”
펠리노르는 물욕이 넘치던 화려한 궁전에서 벗어나, 엘프들이 사는 세계수의 숲으로 들어와 살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다른 엘프들처럼 신선하고 단출한 식사를 하며, 마음과 정신을 고양시켰다.
그리고, 아르젠과도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잘살고 있었다.
“짜식, 여전히 뺀질거리는군.”
나는 머쓱하게 펠리노르와 포옹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 녀석과는 워낙 어릴 때부터 동고동락하던 사이라 점잖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야 뭐 늘 그렇지.”
나는 아르젠과 펠리노르가 행복한 가정을 잘 꾸리고 사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참으로 다행이다···.’
지구로 귀환할 때만 하더라도, 아르젠이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며불며 가지 말라고 난리였는데.
지금은.
‘나한테는 별로 관심이 없군.’
오직 남편인 펠리노르를 살갑게 챙기며, 다정한 잉꼬부부처럼 행동했다.
내가 아리에게 아르젠에 대한 얘기를 해줬기 때문에, 아리는 친한 언니를 대하듯 아르젠을 대했다.
“아리야, 이리 와봐.”
“네, 언니.”
아르젠은 아리에게 요정들이 입는 옷도 선물해주고, 신선한 과자라든지 아무튼 갖가지 선물 보따리를 아리에게 안겨줬다.
“저 녀석은 미련 곰탱이라 너한테 선물이고 뭐고 없을걸?”
“맞아요. 호호호. 옛날에 연애할 때 반지 하나 준 게 땡이네요.”
“반지?”
반지라는 말에 아르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서 내가 대신 부연했다.
“아, 그때 요정 여왕이 준 반지 있잖아. 그거 말하는 거야.”
“아하······.”
아르젠 또한 그때 그 자리에 같이 있었기 때문에, 그 반지가 무슨 반지인지 기억하는 모습이었다.
‘거기에서 실프가 태어났으니까······.’
본래라면, 나와 아르젠 사이에서 태어날 수도 있었지만 결국은 아리와 내가 이어졌다.
‘운명이란 게 참으로 오묘하군.’
삶도 그렇고, 목표와 계획은 있지만, 대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었다.
계획대로 잘 가다가도, 좌초되는 경우도 있었고, 방황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목표했던 대로 쭈욱 따라간다.
약간 불분명한 생각으로 계획했더라도, 결국 그런 흐리멍텅한 방향으로라도 사람은 계속 직진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지도 매우 중요했다.
아리와 나는 데모스 행성에 온 후, 아르젠네 집에서도 지내고 대륙 곳곳을 여행하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한달 정도 그렇게 여행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
질병과 노화가 정복되면서, 사람들은 500살 이상 살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죽는 게 가능했고, 살기로 마음먹는다면 ‘시스템’에 자신의 정신을 업로드해서 영생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준혁이 만들어 놓은 특이점 세계 속에서, 세상은 500년, 1000년 이상 계속되었다.
이준혁의 가족은 그 와중에 모두 사망했고, 이준혁 또한 죽음을 선택했다.
죽음 이후의 삶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에 목숨에 집착하지도 않았고, 현생의 물욕에도 집착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준혁의 가족이 떠나간 후, 몇 번의 외계인들의 침공이 있었지만 초지능이 모두 잘 막아냈다.
초지능은 이준혁이 설계한 코딩에 의해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계속 가동하였으며, 인류는 태양계뿐만 아니라 계속 번성하여 은하계와 초은하단까지 계속해서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마치 마법과도 같은 과학 문명을 이룬 그들은 계속해서 외연을 확장해나가, 결국엔 우주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다시 평화와 전쟁을 반복하며 살아갔다.
그러면서 사람은 점점 사람의 외형에서 벗어나, 로봇에 자신의 정신을 업로드 하기도 하고 새로 만든 완전한 육신에 자신의 정신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이준혁이 설계한 1000년의 평화 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죽음을 선택한 후 신이 된 이준혁은 그런 사건들을 멀리서 주시하며 계속해서 이 세상의 균형을 수호해나갔다.
그렇게 세상은 계속 순환하며 번영과 쇠락을 이어나갔다.[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