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28
28
15.치타 대부
달그락, 달그락.
샤랴락, 샤락.
“하아암······.”
나는 엄마의 아침 짓는 소리와 함께, 아버지의 종이 부딪히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직 이사 가기 전이라, 혜은이 방과 부모님이 쓰시는 안방을 제외하고 나는 거실에서 잤다.
“여보, 웬 신문이예요?”
“응. 어제 준혁이가 나 보라고 경제 신문을 구독해줬지 뭐야. 하하하.”
“아하.”
아버지는 식탁 의자에 앉아 정자세로 신문을 읽고 계셨다. 과거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운영하셨던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경제에 관심이 많으셨다.
그래서 사업할 땐 항상 여러 종의 한국 경제 신문과, 해외 경제 신문, 경제 주간지 등을 꾸준히 구독하셨다.
하지만, 사업이 어려워지고 결국 회사가 부도나 빚더미에 오르게 되자 모든 신문을 끊어버렸다.
신문 볼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문사에서는 집요하게 신문을 집어넣어서, 나도 새벽에 배달부가 오길 기다리다가 면전에다 대고 안 본다고 한 적도 있었다.
결국 아버지는 유일한 취미셨던 신문을 끊고, 독한 마음으로 여러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셨다.
그래서 결국 암에 걸리실 수밖에 없으셨던 거고.
‘지금부터라도 마음 편하게 신문 보세요, 아버지.’
나는 엄마와 아버지가 예전 풍요롭던 시절의 웃음을 되찾으신 거 같아서 많이 행복했다.
행복이 뭐 별거냐?
결국 돈이 많아지면서 행복해진 것도 있지만, 우리 가족이 본래 심성이 착해서 어려움 속에서도 늘 화목했다.
그것은 가족이 찢어지지 않는 원동력이 됐고, 다시 이렇게 행복을 되찾았다.
이제 아버지와 어머니는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 신분이 복구되는 대로, 여권을 만들고 보석을 팔아 수천억을 쥐게 될 테니까.
그렇게 되면 엄마와 아버지의 통장에 다달이 300만 원씩 입금해드릴 예정이다.
지금도 목돈으로 5천만 원씩 드렸다.
그리고 금괴와 각종 보석도 보여드려서, 앞으로 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직접 확인시켜드렸다.
“아침 먹고 저랑 서울 올라가요, 아버지.”
“오늘이 예약일이니?”
“예.”
나는 아버지의 병세를 정확히 진단받기 위해 한국대 병원에 건강검진 풀세트를 신청했다.
이름하여 초호화 프리미엄 건강검진.
암 정밀일반 + 미세단백뇨, 혈액형검사, 헬리코박터균검사, 노화 및 심뇌혈관 질환 혈액검사, 경동맥 초음파, 전립선초음파, 삼차원 심장 혈관CT, MRI/MRA, 운동평가 및 처방, 프리미엄 건강진단 의학상담까지.
이 모든 걸 392만원에 다 받을 수 있었다.
보통 제일 싼 건 65만 원이었는데, 이제 더 이상 돈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상 당연히 제일 비싼 거로 선택했다.
‘마법으로 아버지의 몸이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했지만, 그래도 부모님의 마음 한구석에 있는 불안을 떨쳐내려면 확실히 하는 게 좋겠지.’
내가 다 안다고,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나도 이제 사회에 동화된 이상 거기에 한 발자국씩 맞춰가려고 노력해야 했다.
“우리 아들 효자네.”
엄마는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를 식탁에 내려놓으며 환한 웃음을 내지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 내가 제일 먼저 한 게 엄마의 다리를 주물러 드리는 것이었다.
엄마는 결혼 후, 30년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매일매일 일해왔다. 그래서 매일 다리와 팔이 아프셨다.
아마 내가 엄마의 안마를 해드린 게 3살 때라고 했다. 그때부터 안마의 재능이 있어서, 엄마가 신기해했다고 자주 그러셨다.
물론, 이제는 안마만 해드리는 게 아니다.
안마를 하면서 몰래 마법을 펼쳐, 뒤틀리고 노화한 근육세포들을 모조리 바꾸고, 피부도 서서히 20대 시절의 탱탱한 피부로 돌아가도록 마법을 걸어놓았다.
엄마도 아버지처럼 몸에 새겨진 마력회로에 의해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젊음을 유지하시게 될 것이다.
“아아ㅡ. 배고파.”
“세수하고 먹어.”
잠옷 채로 배를 벅벅 긁으며 혜은이가 식탁에 앉았다. 그러니 엄마가 등짝 스매시를 갈기며 화장실로 몰아넣었다.
“아빠랑 단둘이 갈 거니?”
“네.”
엄마의 물음에 나는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부자끼리 드라이브도 할 겸.
아직 재산 관련해서 준비가 덜 끝났기 때문에, 차를 구매해드리진 못했지만 렌트카를 빌렸다.
벤츠 S500 4M.
아버지가 평소 타고 싶었던 차였고, 동네 렌트카 회사에서 렌트할 수 있는 가장 비싼 차였다.
넉넉히 한 달 대여해서 24,360,000원을 현금으로 지불했다.
어차피 새로 살 동안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해서 아버지가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거의 소형차 한 대값이 나왔지만, 나는 별로 아까워하지 않았다.
돈이야 앞으로 넘치도록 벌 텐데, 그깟 렌트비가 아까워서 외제차를 못 타겠는가?
아버지는 혹여나 운전하다 차에 기스라도 날까 봐 걱정하셨지만, 내가 식탁에 무수히 많은 금괴를 쌓아서 보여드리자 걱정을 없애셨다.
“아버지. 그만 나가요.”
“그래.”
나는 아버지와 함께 식사를 다 마치고 벤츠 S500에 탑승했다. 물론 운전은 아버지가 했다.
“오오······. 벤츠.”
아버지는 그동안 타고 싶었던 드림카에 탑승하자 기쁜 얼굴로 탄성을 내질렀다.
그야말로 중년 남자들의 로망. 벤츠 S클래스 시리즈.
벤츠를 상징하는 원 속의 삼각별 엠블럼이 엔진 차체 위에 우뚝 솟아 있는 그 광경.
아버지는 흥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엑셀을 밟았다.
부우우웅ㅡ!
차는 흔들림 없이 여유로운 동작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해갔다.
*
“이강수 이 새끼가 요즘에 돈복이 터졌다고?”
군포시 만안구에 위치한 치타대부는 수리천 약수터 옆에 자리한 허름한 3층짜리 상가의 꼭대기 층에 자리한 대부업체였다.
“예, 형님. 예전에 근무하던 808대리운전에 놀러 와서 밥도 쏘고 그랬답니다.”
“뭐? 밥을 쐈어?”
쾅쾅쾅!
부하 직원의 대답에 사장인 석창익은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
그는 빡빡 깎은 머리에, 구레나룻이 거뭇한 체격 좋은 남자였다. 석창익의 분노에 부하 깍두기가 머리를 깊게 숙였다.
“한 번 조져 버릴 깝쇼?”
“전 직장동료한테 밥 쏠 돈 있으면 당장 튀어와서 우리 돈부터 갚아야 될 것 아니야?”
쾅쾅쾅!
성착익은 열이 뻗쳤던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실 안을 서성거렸다. 50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에는 10명 가량의 조폭들이 벽에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다들 석창익처럼 등치가 우람하고, 인상이 사나운 사내들이었다.
“어휴, 이 씨발 이 좆같은 채무자 새끼들은 하여튼 남의 돈 소중한 줄을 몰라요.”
칙, 칙.
석창익이 사장석에서 일어나 중앙 쇼파로 이동하자 부하 녀석들이 달려와 담배를 입에 물려주고, 불을 붙였다.
“후······. 요즘 경기도 어려워서 수금도 잘 안 되는데, 어디 한 번 뒤지게 쪼아봐야겠군.”
“예, 그렇습니다. 그동안 잘 갚아오긴 했지만, 원금은커녕 이자도 제대로 못 깎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총 얼마 정도 밀렸지?”
“2억입니다요.”
“5천 더 올려. 열 받아서 안 되겠어.”
“예?”
“씨발 좆같은 새끼. 과연 그 새끼가 2억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냐? 2억이 아니라 2억5천이래두 그 새끼는 그게 그거 일걸?”
부하는 사장이 농담한다는 걸 알아듣고 맞장구를 쳤다.
“그렇습니다요, 형님. 그 빚쟁이 놈들이 그깟 5천만 원 더 오른다고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어차피 자기 돈 아니라고 더 신나게 쓰겠죠.”
“한 번 찔러나 봐. 그놈 같이 꼬박꼬박 월 200씩 갖다 바치는 호구 놈들도 별로 없으니까.”
“예. 한 2천 정도 더 빌려주고, 선이자로 500땡긴 다음에 한 몇 달 지켜보면 이자가 산더미처럼 쌓이겠죠.”
“그래. 그런 새끼들은 영원히 우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일개미처럼 뒤질 때까지 일만 하는 놈들이 바로 우리를 먹여 살리는 밥줄이야. 알겠어?”
“예, 형님.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옭아매 놓도록 하겠슴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한국대학교병원.
대학병원 중에서 TOP을 달리는 최고의 대학병원이 바로 한국대학교병원이었다.
학교도 TOP, 병원도 TOP.
나는 아버지를 위해 최고의 의료시설이 완비된 한국대병원에 도착했다.
“어서오세요, 손님.”
“예약했었는데요. 성함은 이강수고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나와 아버지는 번호표를 뽑고 10분쯤 대기 순서를 기다리다가 겨우 접수를 끝마쳤다.
“아버지. 편하게 마음먹고 진료받고 오세요. 저는 대기실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래.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
아버지는 기쁜 마음으로 안내에 맞춰 여러 검사들을 차례차례 받기 시작했다.
X-RAY, CT, MRI, 각종 피검사, 초음파 검사 등등······.
여태껏 돈이 부담돼서 받지 못했던 검사들을 모조리, 원 없이 싹 다 받기 시작했다.
물론 회복마법으로 다 치유해서 별다른 이상 소견이 나올 건덕지는 없었다.
그렇게 오전, 오후까지 검사는 이어졌다. 장장 8시간이 지나서 우리는 각 분야의 의사들에게 정상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암은 전혀 발견되지 않는데요? 오히려 60대 나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건강하십니다. 한 20대 정도로 돼 보이네요.”
“역시 박태진 그놈은 돌팔이었네요.”
“예? 돌팔이요?”
나의 뜬금없는 말에 진찰하던 의사가 동그랗게 눈을 떴다. 안경을 쓴 선한 인상의 50대 의사였다.
그는 박태진처럼 오만한 표정이 아닌,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눈빛이 절절히 느껴졌다.
“네. 그놈이 아버지한테 암말기라고 하면서 오진을 남발하더라고요. 역시 한국대병원에 와서 진단받으니 정확하네요.”
“암 말기요? 으하하. 그 의사 진짜 돌팔이 소리 들어도 싸네요. 싸.”
그는 직접 핵의학 검사 자료를 프리젠테이션에 띄워주며 암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걸 재확인시켜줬다.
“암은커녕 오히려 젊은이들보다 더 건강하시니, 부디 걱정 마시고 남은 인생 재밌게 즐기며 사세요.”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감사합니다.”
나와 아버지는 의사 선생님께 고개를 꾸벅 숙인 후, 진료실에서 나왔다.
“와, 이제 정말 후련하네요.”
“고맙다, 준혁아.”
“고맙긴 뭘요. 자식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인 걸요. 아버지는 이제 걱정 말고 지금껏 못 누렸던 자유를 마음껏 만끽하세요.”
“내가 이 나이에 무슨 자유를 누려?”
아버지가 허탈하게 웃으며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나는 그런 아버지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걸었다.
“엄마랑 같이 여행도 좀 다니세요. 하와이나 괌, 보라카이 이런 곳 좋잖아요?”
“허허허.”
아버지는 나의 권유에 싫지 않은 듯, 혼자 너털웃음을 지었다. 비록 한 번에 수백만 원이 깨지겠지만, 부모님만 행복하시다면 그깟 돈 별로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부자가 주차장에 도착해 막 문을 여는데.
드르르르륵.
아버지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누구지?”
아버지는 차 문을 열다 말고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음······.”
아버지의 표정이 급격하게 찌푸려졌다.
“왜요, 아버지?”
나는 아버지에게 다가가 핸드폰에 뜬 연락처를 확인했다.
“치타 대부업체? 이 새끼들 누군데요?”
“내가 빚낸 곳이다. 지금껏 꼬박꼬박 갚아 왔으니까 넌 신경 쓸 거 없어.”
전화도 받지 않고 다시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집어넣으려 하자, 내가 뺏었다.
“잠깐만 이리 줘보세요.”
“어허. 내가 다 알아서 한다니까.”
“그런 말 마시고 일단 줘보세요.”
나는 아직도 진동이 울리는 아버지의 스마트폰의 잠금화면을 해제했다.
“여보세요?”
“어이, 이강수씨. 할로우~”
“······.”
“할로우~? 왜 대답을 안해, 이강수!”
“용건이나 말하세요.”
“어? 이강수 목소리가 아닌데? 너 누구야?”
“나, 이강수씨 아들 되는 사람이다.”
“그래에~?”
놈은 수화기 너머로 의외라는 듯 잠시 침묵하다가 용건을 말했다.
“아들이면 아버지를 위해 빚을 갚아야지. 2억 원 밀린 거 도대체 언제 갚을 거야?”
“너 거기 어디냐?”
“뭐?”
“지금 돈 들고 당장 찾아갈 테니까, 주소나 불러라.”
“이 건방진 새끼가 언제 봤다고 찍찍 반말이야? 당장 돈 갚는다고? 오냐, 너 이 새끼 구라였다간 봐라. 다리 몽둥이를 아주 분질러 놓을라니까.”
“야부리 그만 털고 주소나 문자로 찍어서 보내.”
띡.
나는 전화를 끊고, 곧바로 아리의 동생인 최진우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진우야. 갑자기 볼 일이 생겼거든? 너네 집 앞으로 갈 테니까 잠깐만 나와라.”
-형님, 무슨 볼일인데요?
“어, 대부업체 놈들이 이자를 바가지를 씌우길래 한 번 조질려고. 니가 와서 법정 이자로 이놈들 좀 따져줄 수 있겠냐?”
-형님, 대부업체면 조폭 놈들 아니에요?
“힘쓰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넌 그냥 양복이나 쫙 빼입고 집 앞에 나와 있어. 그럼 끊는다.”
내가 갑자기 대부업체를 찾아간다고 하자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내게 말했다.
“준혁아. 갑자기 왜 이러냐? 지금껏 잘 갚아 왔는데 갑작스럽게 이자율은 따져서 뭐하게?”
아버지는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아버지. 이런 일은 제게 맡기세요. 그동안 아버지가 억울하게 당해오신 거, 제가 다 갚아드릴게요.”
“······.”
척.
나는 아버지의 어깨에 양손을 올리며 얼른 차에 태웠다.
“걱정 마세요. 저한테 그럴 능력이 있으니깐요.”
요놈 새끼들, 어디 한 번 두꺼운 낯짝 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