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3
3
2.귀환
“안녕하세요. 진태희입니다. 자, 오늘의 미션. 노숙자 쫓아내기 미션을 시작하겠습니다.”
하얀 런닝을 입은 20대 남자가 쓰레빠를 질질 끌며 외쳤다.
“자, 빨리 200개 쏘세요.”
진태희.
그는 며칠 동안 감지 않은 푸석푸석한 머리를 벅벅 긁으며 중얼거렸다.
진태희는 유명한 인터넷방송 BJ였다.
2000년도 후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인터넷방송.
그것이 2010년도 즈음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인 1대의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손바닥만한 컴퓨터를 들고 다녔다.
스마트폰으로 불가능한 건 없었다.
길을 걸어가면서 채팅이 가능했고, 캠코더 없이 영상송출을 하며 방송 진행도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수많은 1인 방송 BJ들이 등장했다.
진태희는 그런 인터넷방송인들 중 자극적인 방송으로 유명한 BJ였다.
“크크크만 치지 말고 좀 쏴 새끼들아.”
그의 옆에는 진태희를 촬영해주는 동료 BJ가 따라다녔다. 그는 막장 엔터테이먼트라는 크루에서 활동하는 추상준이다.
막장 엔터는 진태희를 주축으로, 막장 방송을 하는 BJ들이 만든 크루였다.
“아놔 진짜 아직도 200개 안 쐈어?”
진태희가 카메라를 향해 삿대질을하며 성질을 냈다.
그가 말한 200개는 인터넷 방송에서 BJ에게 후원하는 별풍선을 의미했다.
진태희는 그동안 여러 플랫폼에서 방송했다.
10년 동안 그를 거쳐 간 플랫폼만 10개가 넘었다. 페이드북부터 시작해 파프리카TV, 무튜브, 펩콘TV, 린스타그램 등등······.
수많은 플랫폼을 전전했지만 모두 다 영구정지를 당했다.
그동안 방송에서 자동차 바퀴에 깔리거나, 오줌 먹방을 하면서 5억 원의 돈을 벌었다.
하지만 몇 년 전 비트코인 대란 때, 5억 원의 돈과 슈퍼카를 모두 탕진하면서 빈털터리가 됐다.
그는 자신을 받아준 뿔티비에서 새롭게 방송을 시작했다. 아직 시청자 수가 적은 플랫폼이었지만, 진태희의 방은 언제나 풀(full)방이었다.
“방금 ‘스웨거’형님이 200개 쐈어.”
촬영을 보조하던 추상준이 채팅창을 주시하다 그렇게 말했다.
“와우, 200개. 스웨거 형님, 딸근딸근 따랑해연. 그럼 바로 미션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진태희와 추상준은 서울역이 지척인 서울 스퀘어 앞에서 방방뛰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깄네요. 노숙자 그지 새끼.”
진태희는 손가락을 들어 4호선 방향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완전 올블랙으로 감싼 그지 새끼죠? 저 새끼. 저 새끼를 제가 한 번 쫓아 내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태희는 추상준을 이끌고 포부도 당당하게 거지를 향해 걸어갔다.
“어이, 아저씨. 여기 누워서 자는 데 아니야. 아저씨. 빨리 일어나.”
진태희는 쓰레빠를 신은 발로 노숙자를 툭툭 건들며 소리쳤다.
“끄으응······.”
진태희가 건든 사람은 롱코트처럼 생긴, 검은색 옷을 뒤집어 쓴 사람이었다. 롱코트라고 보기엔 품이 너무 넓고, 디자인이 이상했다.
“이 아저씨 입 돌아가려고 그러나······?”
진태희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만약 아픈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간 방송 정지를 당할 수도 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당한 영구정지의 촉이 지금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여긴······.”
쓰러져 있던 흑의(黑衣)의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바닥을 집은 그의 손이 덜덜 떨렸다.
길게 늘어진 흑발이 치렁치렁하게 얼굴을 덮었다.
“아저씨. 여기 자는데 아니라니까아아악!!!!”
진태희는 익살스럽게 고함을 내지르며 노숙자를 꼬나봤다.
“뭐냐 너희는?”
진태희의 고함에 흑의의 남자는 더더욱 표정을 찌푸렸다.
그리고.
“카메라?”
그의 눈에 들어온 스마트폰 한 대.
남자의 눈살이 더더욱 찌푸려졌다.
“뭐요 아저씨? 이거 인방(인터넷방송)인데 뭐 어쩌라고요?”
진태희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갔다. ‘지금 내가 인터넷방송 촬영중이니 당신이 이해해라’라는 듯한 말투였다.
그 말을 들은 흑의의 남자, 이준혁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
‘어이가 없네······.’
낯설면서도 익숙한 풍경.
지구로 귀환 후 내가 겪은 첫 번째 감정이 그러했다.
예전에 살던 서울은 그동안 너무나도 바뀌어 있었다. 예전에 걸어 다니던 서울역 거리가 아니었다.
건물과 간판도 모두 바뀌어 있었고, 사람들의 패션 또한 이상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너희들이 나를 촬영 중이라고?”
눈앞에 이상한 청년 두 명이 손바닥만 한 휴대폰으로 나를 촬영하고 있었다.
예전에 보던 폴더식, 슬라이더식 핸드폰이 아니었다.
거울처럼 네모반듯한 핸드폰에는 손톱만 한 소형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그래요, 아저씨. 왜, 띠꺼워요? 촬영비 드릴게요. 얼마면 돼요? 노숙자니까 이 정도면 되겠네.”
늘어진 런닝을 입은, 키가 160cm 정도 되어 보이는 난쟁이가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몇 장을 꺼냈다.
“자, 이거 먹고 빨리 여기서 끄지세요.”
퇴계이황이 그려진 천 원짜리 네 장이 내 얼굴에 흩뿌려졌다.
촬영에 한창인 두 사람이 ‘오늘 방송 레전드다. 개씨발 조회수 터지겠다.’라고 중얼거리며 키득거렸다.
“후······.”
나는 힘이 빠져 늘어진 손을 간신히 추스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공간을 워프하면서 생긴 충격에 아직도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할 일은 해야 했다.
처억ㅡ!
자리에서 일어난 후.
“으아악, 아저씨! 지금 뭐하는······.”
나는 흰색 런닝을 입고 쫑알대던 난쟁이 녀석의 면상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퍼억!!!
“으악ㅡ!”
녀석의 몸이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세 바퀴 돌았다.
특별한 이능을 쓰지 않고, 오직 분노만을 담아서 후려친 일격이었다.
부들부들······.
녀석은 쓰러진 채 몸을 덜덜 떨었다.
물론 죽지 않을 만큼 힘 조절을 했다.
나는 곧바로 걸음을 옮겨 뚱땡이 놈에게로 다가갔다.
촤악ㅡ!
그리고 찍고 있던 핸드폰을 낚아챘다.
-우와 씨발 소리 실화냐?
-주작인 줄 알았는데 소리 들어보니 진짜로 쳤네.
-카메라 뺏어버림 ㅎㄷㄷ
-아자씨 안녕하세요(배꼽인사)
-진태희 오늘 임자 제대로 만났네 ㅋㅋㅋ
-노숙자 아재 존나 화끈한 듯···
화면에 비친 내 모습과, 하단에 있는 채팅창을 쳐다봤다. 화난 건 화난 거고··· 이건 좀 새로웠다.
캠코더가 아닌 핸드폰으로 방송을 촬영한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방송 송출까지?
항상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던 나는 이 신선한 문화충격에 잠시 멈칫했다.
“아··· 아저씨······.”
나에게 핸드폰을 뺏긴 뚱돼지 녀석이 나에게 손을 뻗었다. 자신의 핸드폰을 달라는 시위 같았다.
퍼석!
“······!!!”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녀석의 핸드폰을 내동댕이쳤다. 녀석은 감히 화도 내지 못하고 뒤뚱뒤뚱 뒷걸음질 쳤다.
화아악ㅡ!
도망치려던 녀석에게 스턴(Stun) 마법을 걸었다. 순식간에 녀석의 동작이 돌처럼 딱딱히 굳었다.
“······.”
녀석은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그저 눈만 크게 떴다. 지금 녀석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금제를 풀기 전까지는.
저벅저벅.
녀석에게로 걸어갔다. 지진이 난 것처럼 동공을 흔들어대던 녀석이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너 누구 마음대로 촬영하냐?”
“······.”
나는 녀석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곧바로.
퍼억.
녀석의 복부에 주먹을 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