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37
37
23.IS
“크흐흐흐······.”
윈저성에서 3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헤치 로드.
오늘 그곳에, AK-47을 어깨에 둘러멘 80명의 무장 단체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5대의 트럭 위에 걸터앉은 그들은, 검은색 천으로 얼굴을 돌돌 둘러만 채 눈만 드러내고 있었다.
“오늘 드디어 블랙 마켓의 꼬리를 잡았군······.”
검은색 복면 위에 불꽃무늬가 아로새겨진 터번을 쓴 자.
그가 바로 IS의 지도자, 압둘 바쿠르 알 바그다디였다. 줄여서 ‘압둘 바쿠르’.
압둘 바쿠르는 차에서 뛰어내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미 우리는 유럽 곳곳에서 일으킨 수차례의 테러를 모두 성공했다. 이번 습격으로 많은 부호들을 인질로 잡고, 경매에 나온 보물들을 약탈하면 온전한 우리 이슬람제국을 세우는데 큰 기반이 되리라.’
IS는 2003년부터 등장해, 유일신과 성전이라는 구호로 세계 최대 규모의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성장했다.
시리아 내전과 이라크 내전에 참여했으며, 2014년 6월 29일에는 칼리파 국가 수립을 선포한 후 본격적인 IS의 깃발을 폈다.
압둘 바쿠르는 테러 집단이자 사이비 종교 집단을 이끄는 수장(칼리파)이었다.
IS는 911테러를 일으킨 탈레반이 미국에 의해 몰락하면서, 급작스럽게 성장했다.
전 세계 곳곳에 퍼진 IS세력은 유럽, 아프리카, 중동, 동아시아를 가릴 것 없이 모조리 테러를 일으키면서, 전 세계를 공포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게다가, 10년 전부터 난민 무제가 대두되면서 EU가 난민 수용정책을 밝히자 그 틈새를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IS는 난민으로 위장한 무장세력들을 투입해, 민간인들을 향해 폭탄 테러를 일으키거나, 총기 난사를 일으켰다.
‘그 어떤 테러보다도, 지금 이 테러가 가장 중요하다······.’
이번 블랙마켓에 참가한 자들은 음지에서 전 세계를 움직이는 대부호들. 양지로 드러난 부자들보다 작게는 두 배, 많게는 10배 이상 재산이 많은 엄청난 갑부들이었다.
그래서 이들을 인질로 잡고 몸값을 요구하면, IS는 금방이라도 자금난을 해소하고 통일된 이슬람 제국을 세울 수 있었다.
“알라후 아크바르(الله أكبر)!!!”
압둘 바쿠르의 외침에 병사들이 총을 들고 두 손을 번쩍들었다. 그리고, 다 같이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총기와 폭탄을 소지하고 이동을 시작했다.
*
나와 아리의 경우처럼, 블랙마켓에서 특별히 에스코트한 경매 참석자들이 속속 성안으로 들어왔다.
성안엔 벽돌로 쌓아 올린 중세 유럽풍의 뾰족한 성탑들이 즐비했고, 드넓은 공원엔 잔디가 빼곡히 깔려있었다.
본래는 유명한 관광지였으나, 오늘은 블랙마켓에서 비밀 경매를 위해 통째로 전세를 냈다.
이미 일반인들은 출입이 금지되어 입구컷을 당한 채, 발길을 돌렸다.
오직 들어올 수 있는 자들은 리무진을 타고 들어오는 차량들 뿐이었다.
나와 아리는 경매가 시작되기 전, 레이바와 함께 윈저성 곳곳을 관광했다. 레이바는 이미 여러 번 와본 적이 있던지, 능숙하게 우리를 가이드해줬다.
우리는 1시간가량 그의 안내를 받고선, 유럽 경매의 지부장인 마크 체이스와 대면하게 되었다.
마크 체이스는 윈저성 내부에 임시로 마련된, 경매장 베이스 캠프에 머물고 있었다.
그곳에서 여러 직원들과 함께 오늘 출품할 경매 목록들을 정리하고, 가끔 신규로 유입된 회원들과 면담하는 자리도 가졌다.
“마크 체이스, 저번에 제가 말씀드린 미스 최, 미스터 리입니다.”
“반갑습니다, 미스 최. 미스터 리.”
마크 체이스는 나와 아리에게 반갑게 악수를 건넸다. 이곳 진행자인 그도 참가자들처럼 가면을 썼는데, 사자가면이었다.
마크 체이스는 간략하게 블랙마켓에 대해 설명하며 운을 뗐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온갖 대부호들이 이곳에 모여서 경매에 입찰합니다. 보석이나 유물, 그리고 가치가 있는 건 무엇이든 참가할 수 있고, 경매에 입찰 될 수 있습니다. 최소 수백만 달러에서 수십억 달러까지 거래가 다양합니다.”
“그렇군요.”
“수십억 달러라니······.”
무덤덤한 나와는 달리, 아리는 수조 원에 이르는 경매 스케일에 많이 놀란 듯 입을 쩍 벌렸다.
“미스 최. 가면으로 미처 다 가리지 못한 미모(美貌)가 언뜻언뜻 보입니다.”
마크 체이스는 놀라는 아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렇게 립서비스를 했다. 진담 같기도 한 립서비스. 아리를 쳐다보며 미모 어쩌고 할 때, 그의 양복바지 중앙이 살짝 불룩해졌다 가라앉았다.
“아무튼 두 분께서 이번 경매에 입찰하실 물품이 레인보우 다이아몬드라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나는 과연 내 보석이 얼마나 팔릴지 슬슬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공식 경매에서 6천억 원이 나왔으니, 최소 그 이상은 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이번 경매의 최상등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간 이상의 물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최상등급이 아니라고요?”
아리가 놀란 기색을 지우지 못하고, 그렇게 되물었다. 마치 나보다 더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마크 체이스는 그런 아리를 쳐다보며, 귀엽다는 듯 다시 푸근한 아빠 미소를 짓고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번 크레스티 경매에서 나온 금액보다는 더 높은 금액으로 입찰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오오······. 그럼 우리야 좋죠.”
아리는 놀란 얼굴을 금세 지우며, 다시 헤헤 웃는 얼굴로 돌아갔다. 남자들의 마음을 홀리게 만드는 그 웃음이었다.
“두 분께 경매 진행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은 다 드렸으니, 아쉽지만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설명해야 할 분들이 많이 밀려있어서요.”
“그렇군요. 설명 감사드립니다.”
아리가 꾸벅 고개를 숙이자, 마크 체이스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쩍쩍 다셨다. 타이트한 정장치마 아래로 드러나는, 아리의 육감적인 허벅지를 시선으로나마 맛보는 듯했다.
“나중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이쪽으로 연락 주십시오.”
“네.”
아리는 아무런 의심없이 마크 체이스의 명함을 받았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레이바는 놀라 눈을 크게 떴지만, 곧 포커페이스를 되찾았다.
마크 체이스가 자리를 뜬 후, 레이바가 아리를 향해 작게 소곤거렸다.
“마켓의 지점장께서 직접 명함을 주는 일은 거의 없는데···. 지점장께서 아리 씨께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허허허.”
“호호···. 그런가요? 그냥 초입자들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고요?”
아리가 의심의 눈초리로 묻자, 레이바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절대 아닙니다. 특히나 초입자들에겐 더더욱 냉랭하게 대하는 지점장이거든요. 결국 최상위권 대부호들이 아니면, 지점장을 직접 대면하는 일도 드물고, 명함을 받는 일은 더더욱 없죠. 이곳에선.”
“아······.”
아리는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적인 비공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매.
그리고 그곳의 지점장이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면서(물론 차명 번호겠지만) 아리에게 신경 쓴다는 것은 확실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었다.
*
경매는 원형으로 쌓은 건축물인 원프리홀에서 진행되었다. 실내엔 크레스티 경매에서처럼 핀 조명과 함께, 경매를 진행하는 지점장이 출품작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경매를 진행해 나갔다.
이번 경매는 크레스티와는 다르게, 보석 외에도 각종 유물들이 대거 출품되어 경매자들에게 입찰되어 나갔다.
경매의 판매 대금은, 그 자리에서 일시불로 즉각 입금이 되었다. 다들 이날만을 위해 총알을 단단히 준비해뒀던지, 블랙마켓에서 중개하지 않고 먼저 선불로 쏘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그 자리에서 물품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모두 가능한 일이었다.
물품들의 진품 여부는 블랙 마켓에서 자체적으로 심사해 엄격하게 진위여 부를 가렸으며, 만약 위작으로 판명될 시 블랙마켓에서 전액 환불해 주는 조약이 있었다.
그런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부호들은 마음 놓고 원하는 물품들을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결재했다.
“와우, 7억6000만 달러에 레인보우 다이아가 낙찰됐어요!”
우리 순서는 마크 체이스가 말한 대로, 중간 지점이었는데 그렇게 큰 관심을 끌진 못 했지만 구매자가 여럿 있어서 크레스티 때보다 경매가가 더 올랐다.
아리는 7600억 이상 낙찰된 금액을 보며 자신의 일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크레스티 경매 때보다 1600억 이상 더 책정된 금액이었다. 그녀가 흥분해서 몸을 들썩일 때마다, 상체의 풍만한 출렁임이 뭇 남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게 했다.
검은색 정장 사이로, C컵 가슴을 타이트하게 조이고 있는 하얀 셔츠. 셔츠는 단추가 2개 정도 풀려 있었고, 거기엔 그녀의 하얗고 풍만한 가슴골이 보였다. 허리는 잘록했고, 허리 아래로 내려오는 골반의 둥근 곡선이 남정네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가면을 썼다고 대놓고 쳐다보는 놈들도 있네······.’
서로가 누가 누군지 모르니까, 이 자리에선 체면 따윈 없었다. 마음에 들고, 몸매 좋은 여자가 있으면 대놓고 쳐다봤다.
게다가 목소리도 예쁘고, 가면에 가려진 아리의 얼굴 라인 또한 그녀의 미모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아까 전, 마크 체이스처럼 안목이 좋은 사람이라면 금방 미녀인 걸 알아챌 것이었다.
“레인보우 다이아몬드! 7억6천만 달러에 낙찰되었습니다!”
마크 체이스가 흥분된 목소리로 외치자 마자,
“입금 한 번 확인해보세요.”
아리가 조르듯 내 팔을 흔들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스위스 비밀 계좌에 접속해 즉석에서 팔린 보석 대금을 확인했다.
“정확히 통장 잔고가 6억8400만 달러네요.”
“수수료 10% 떼서 그래요.”
아리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녀의 작고 아름다운 얼굴이 홍조로 물들어서, 보는 사람들을 아찔하게 했다. 나는 손을 올려 조심스럽게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고마워요, 아리 씨.”
“준혁 씨 물건인데 저한테 고마워할 필요가 뭐 있나요? 그런 말을 들어야 될 당사자는 ‘보물섬’인데?”
보물섬.
농담으로 시작된 보물섬의 인연이 이렇게 기나긴 인연으로 이어졌다.
아리가 장난스럽게 그렇게 말하자, 나 또한 심술궂은 생각이 나서 그녀의 말에 동조했다.
“맞네요, 그러고 보니 보물섬이······.”
쾅!
“꺄아아악ㅡ!”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원프리홀의 한쪽 벽면이 터져나가며 사람들이 고함을 내질렀다.
“뭐야, 대체?”
“폭탄······?”
사람들은 혼비백산한 얼굴로 중얼거리며 서로를 돌아보았다. 가면 안에 드러난 두려운 눈빛이 그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테러입니다! 이슬람 무장단체 IS가 이곳을 습격했습니다. 모든 인원은 경호원의 지시해 따라 신속히 안전 장소로 대피해주십시오.”
마크 체이스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크게 외쳤다. 그 또한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했던지, 얼굴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IS가 최근 들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물불 안 가리고 여기저기 달려든다지만, 감히 음지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거물들이 모인 이곳을 습격하다니?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IS 이놈들 참 재밌네요.”
“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양복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덧붙였다.
“귀엽기도 하고.”
“….!”
내 중얼거림에 아리가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았지만, 곧 그녀는 의식을 잃고 내 품안으로 쓰러졌다.
“이런 개새끼들 뒤질라고···.”
나는 단박에 표정을 바꾸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어째, 이렇게 큰돈이 굴러들어오는데 조용히 넘어가나 했다.
슈웅!
아리의 주변에 무너지지 않을 절대 영역의 방어 마법진을 펼치고, 나는 곧바로 하이 블링크를 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