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5
5
3.나에게 소중한 사람(2)
“희망 교회에서 나왔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니, 40대 여자가 문 앞에 서 있었다. 150정도 되어 보이는 키에, 갈색 단발머리를 한 여자였다.
“저 교회 안 다녀요. 앞으로도 안 다닐 거고요.”
나는 초장부터 매몰차게 거절했다. 어차피 안 다닐 거면 이렇게 하는 게 맞았으니까.
괜히 갈 마음도 없으면서 이랬다저랬다 하면, 서로 피곤했다.
“그래도 한 번만 주일 예배에 참가해보세요. 분명 하나님께서······.”
그녀가 둥근 안경테를 스윽 올리며 간청했다. 마치 물건이라도 파는 것마냥 절실해 보였다.
“하나님 안 믿습니다. 제가 하느님입니다.”
쾅!
나는 결단력 있게 대화를 단절시킨 후, 문을 세게 닫았다. 사실 좋게 말할 수도 있지만, 교회에 별로 좋은 감정이 없었다.
예전에 엄마가 친목을 쌓기 위해 교회를 다녔지만, 옷도 후줄근하고 가난하다고 사람들이 무시했다.
목사 또한 십일조를 적게 내는 엄마를 대놓고 무시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그런 광경을 쭈욱 봐왔고, 철이 들어서는 뉴스를 통해 목사 놈들의 만행을 많이 지켜봤다.
-교회입니까, 장사하는 집입니까?
-“하나님 계시받아 주식투자” 수백억 사기 강남 목사 구속 기소.
-현직 목사가 20대 여성들 수년간 상습 성추행.
이런 더러운 기사와 뉴스가 헤드라인을 매번 장식했다. 교회는 더이상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물론 괜찮은 교회도 있겠지만, 나는 교회가 싫었다.
아무리 하느님에게 기도하고, 헌금을 내도 다 시간 낭비, 돈 낭비일 뿐이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내 여유시간을 가지는 게 더 이득이었다. 소설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아무튼 방금 전 전도사에게 내가 ‘하느님’이라고 한 말도 빈말은 아니었다.
앞으로 누구한테 맞고 다니거나, 억울한 일이 생겼다고 참고 넘어가지 않아도 된다.
지금 당장은 돈이 없지만, 돈이야 벌면 되는 거고.
나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단 1%도 고민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 당장 고민되는 건, 가족과의 상면이었다. 오랜 세월 떨어져 있었으니, 처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부터 고민이 됐다.
분명 가족들이 이것저것 캐물을 텐데, 있는 그대로 말하면 귀환하자마자 정신병원행이 될 수도 있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실 집으로 들어오기 전에 몇 가지 생각해둔 바는 있었다.
1.배를 탔다고 한다.
-가족들의 생계비를 벌기 위해 15년간 배를 탔다고 둘러댄 후, 가족들을 설득한다.
2.중국에 끌려갔다고 한다.
-가끔 뉴스에서 중국이 사람을 납치해 어디다 감금해놓고 앵벌이를 시킨다는 기사가 있었다. 게임 작업장이나 각종 작업장 등에 악용되는 경우를 말한다.
3.사실대로 말하고 가족들이 믿어주기를 바란다.
-이건 사실상 배제했다.
결국 나는 1번과 2번의 선택지 중에서 깊게 고민했다. 작업장이 현실적이긴 한데, 그럼 왜 연락을 안 했냐고 따질 수도 있었다.
1번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아무래도 바다에 오래 머물면 통신이 거의 불가능하니 어찌어찌 우길 수 있었다.
‘그래, 1번으로 하자.’
배를 탄 것으로 결정하고, 여러 가지 변명거리를 생각했다. 집에 쌓인 수억 원의 빚을 갚기 위해 그랬다고 하면, 이해해 주시겠지.
사실 우리 집은 금수저까진 아니어도, 아주 어린 시절엔 부유했다. 먹고 싶은 건 다 사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IMF가 터지면서 반도체 파운드리 제작업체를 운영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났다.
결국 빚더미에 앉은 아버지는 휴짓조각이 된 어음 쪼가리를 들고 문 닫힌 회사들을 전전했다.
그러다가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밑바닥부터 일을 시작했다. 새벽 일찍부터 신문 배달, 식당 청소부, 학원 차량 운행, 야간 대리운전까지······.
다섯 사람이 해도 모자랄 일을 아버지는 혼자서 소화해냈다.
‘늘 피곤해하셨지······.’
늘어난 빚 때문에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나는 일찍 철이 들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학교 잘 다니고, 집안일 대신해주고······.
그게 끝이었다. 경제적으로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이계로 넘어간 후, 처음 든 생각이 ‘우리 집 밥숟갈 하나 줄어들었네······.’하는 생각이었다.
‘일단 어머니부터 만나러 가자.’
여기서 기다리고 있기엔 마음이 조급했다. 집으로 오면 당연히 만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맞벌이를 하시나 보다.
집 상태도 15년 전 그대로고.
‘우리 집은 여전히 나아진 게 없나 보구나···.’
제자리걸음.
아니면 더 퇴보했을 수도 있다.
한국사회에서 밑바닥 빈민층이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으니까.
돈이 되는 지식은 모조리 상류층들이 쥐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네들끼리 그 정보를 공유하며, 사회적 부(富)를 독점했다.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 층에서 포식자로 군림하며, 법과 경제력으로 빈민들을 압박했다.
여러 가지 복지 정책이 있었지만, 그런 것도 다 인맥빨로 공무원과 줄 있는 사람만 혜택을 받았다.
우리 같은 서민들은 ‘이거 때문에 안 되고, 저거 때문에 안되고’를 남발하며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았다.
‘이젠 달라질 거다······.’
나는 이를 악물며 결심했다.
더 이상 밑바닥 인생을 살지 않겠다고.
*
치렁치렁했던 머리를 마법으로 정리했다.
요즘 스타일을 잘 몰라서 그냥, 예전에 깎던 방식으로 스포츠머리를 했다. 그리고 마땅히 입을 옷이 없어, 고등학교 때 입었던 무지 청바지와 반팔 티셔츠를 입고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칙칙한 로브보단 낫겠지······.’
그건 정우성이나 원빈이 입어도 소화하지 못할 옷이다. 현대사회에서 그런 옷을 입고 다니면 ‘오타쿠’나 ‘코스프레충’으로 취급받을 게 뻔했다.
그래서 나이에 맞진 않지만, 평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사이즈가 좀 작긴 했지만, 크게 걸리적거리진 않았다.
나는 인적이 드물고, 숲이 우거진 한얼 공원으로 텔레포트 했다.
그리고.
“후······.”
심호흡을 하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떨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벌써 저 먼 곳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으니까.
‘엄마······.’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기운이 정말 엄마의 기운인지 확신하진 못했다. 하지만, 왠지 내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색한 걸음걸이로 20분쯤 걸어가니 문화예술회관사거리가 나왔다.
이곳은 군포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였다.
많은 점포들과 노점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골목 한켠에.
‘있네······.’
50대 중반의 한 여인이 있었다.
고도의 마법을 활용해 눈의 시야를 조절했다.
안구에 정밀하게 스며든 마력이 수정체의 초점을 정교하게 조절했다. 이러면 수천 미터가 떨어진 곳에서도, 바로 앞에서 보는 것처럼 시야가 선명했다.
검게 염색한 머리 사이로, 흰머리가 삐죽삐죽 보인다. 얼굴은 50대가 아닌 60대처럼 삭아 보였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걸 얼굴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나 때문인가······.’
그저 숟가락 하나 없어졌으니, 더 나아졌으리라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나보다.
-떡볶이, 순대, 오뎅, 호떡······.
1.5톤 차량을 개조해 노점 형식으로 만든 트럭에 걸린 현수막.
20여 년이 지났음에도 메뉴엔 전혀 변화가 없어 보였다.
“휴······.”
멀리서 들리는 어머니의 한숨 소리가 마치 천둥처럼 귓전을 울렸다.
거리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지만, 아무도 들러서 사 먹는 사람이 없었다.
물가가 올랐나? 경기가 어려워졌나?
많은 상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엄마의 이마에 서린 깊은 주름살이 가슴속을 아리게 했다.
나는 걸음을 옮겨 노점상 트럭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옆면에 걸린 메뉴 현수막 외에, 정면에도 네모난 현수막이 하나 걸려 있었다.
-아들을 찾습니다.
이름 : 이준혁
나이 : 33살
성별 : 남자
특징 : 180이 넘는 큰 키에, 짙은 눈썹······.
내 신상이 적힌 현수막이었다.
“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눈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소매로 눈물을 벅벅 닦았다.
이런 모습으로 엄마를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아무렇지 않은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렇게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위이이이잉.
-주차단속 시작합니다. 차량 이동하세요. 위이이이잉.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차량 이동하세요. 주차단속 시작합니다.
저 멀리서 천장에 카메라가 달린 파란색 승용차가 등장했다. 그 차량은 카메라를 회전시키며 길가에 세워 놓은 차량들을 무작위로 찍어댔다.
“큰일이네. 오늘 얼마 벌지도 못했는데 단속까지 맞으면······.”
걱정스럽게 중얼거리던 엄마의 표정이 더욱더 찌푸려졌다. 벌금 8만 원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인생.
변변한 자리도 없어 계속 이동해야 하는 노점상 인생이 내 눈앞에 그려졌다.
저벅저벅.
나는 단속 차량에 쫓기는 트럭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잠깐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