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61
61
36.마법 아티펙트(2)
“정말 올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꼭 옵니다.”
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몸을 살짝 떠는 아리의 손을 부여잡고 안심시켰다.
우리 두 사람은 늘 그렇듯, 아리 주얼리 샵에 도착해 하얀 방에서 의자를 하나씩 꿰차고 앉은 상태였다.
‘백억 투자받은 돈으로 공장 하나를 매입해서, 마법 아티팩트를 찍어 내야겠다.’
나는 유필준이 오기 전, 팔짱을 끼고선 투자받은 돈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물건을 만들지 고심했다.
‘팔찌, 목걸이, 반지 같은 악세사리부터 시작해야지.’
디자인은 물론 아리가 하고, 캐드를 떠서 주물을 만든 다음에 찍어내기만 하면 된다.
찍기 전에, 내 마법이 새겨진 수정탑과 주물 기계에 링크만 시키면 찍어 낼 때마다 마법 아티팩트들이 생산되는 것이다.
‘직원을 뽑을 땐, 일자리가 없는 많은 장애인들을 고용해서 회사를 운영하면 좋겠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공장들이 부도가 나고 있었다. 늘 경기가 어렵고, 좋은 적이 없다지만 최근 들어선 그 기세가 더욱 심했다.
아마 정치 여파가, 민생 경제에도 파급효과를 미치는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확실히 정치가 개판이긴 해.’
나는 의대에 진학하는 것과, 개인 사업을 펼쳐가는 것과 별개로 정치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따로 정치기사를 일일이 찾아보는 건 아니고, 경제신문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치 관련 주요 기사도 짤막하게 나왔다.
‘한국 경제가 밑바닥으로 치달으면서, 야당이나 여당이나 서로 저들 잘못이라고 떠넘기기나 하지······’
누구 하나 나서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똥을 싸질러놓고 죄다 대통령보고 치우라고 하니, 대통령은 몸이 열 개라도 바빴다. 그런데, 같은 편인 여당에서도 대통령은 편들지 않고 벌써부터 차기 대권주자인 당 대표에게 꼬리를 흔들며 딸랑이 짓을 하고 있었다.
‘나라가 개판이야.’
최종환 대통령도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부푼 꿈을 안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텐데, 벌써 그런 야망이 푹 꺼져버린 것처럼 힘이 없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방해만 하니 좋은 정책을 밀어보려 해도 힘들었다.
서민들을 위한 정치, 그리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기 위한 정치를 하려 해도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를 남발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쳤다.
-그렇게 무턱대고 복지 예산을 늘리면, 나라 빚은 누가 책임집니까? 벌써 나라 빚이 1500조를 돌파했습니다. 전체 부채의 절반 이상인 845조8,000억원은 공무원ㆍ군인연금 충당부채였고요. 도대체 대통령이 나라 운영을 어떻게 하면 나라가 이리 개판이 됩니까?
그럼 공무원-군인 연금을 삭감하겠다고 하니,
-다음부턴 우리 가족은 선진국민당 안 뽑겠습니다. 공무원들을 먼저 지켜줘도 시원찮을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연금을 삭제하겠다니요?
-나 공시생인데 최종환 괜히 뽑았다. 나라를 일으켜 살릴 줄 알았는데 내 밥줄을 끊어 놓을 줄이야? 그럴 거면 국개들 연금부터 삭제해! 무슨 이상한 명분 만들어서 활동비 몇억씩 타 먹더만, 그건 왜 삭감 안 하냐?
한쪽을 위해서 법을 만들면, 다른 쪽이 피해 보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정치가 어렵고, 정책 하나 통과하기가 어려웠다.
국회의원들은, 그런 국민들의 개돼지 민심을 이용해 열심히 최종환 대통령을 깎아내렸고, 더불어 선진중립당도 싸잡아서 비판했다.
-무능한 대통령을 커버하지 못하고, 마음껏 날뛰게 만드는 너희들도 똑같다!
-선진중립당이 중립은 안 지키고,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하는 박쥐처럼 행동하니, 선진박쥐당이라 불러야 옳소!
-국민들은 탄핵을 원한다. 어서 대통령을 파면시키자!
-은퇴한 이정미는 다시 재판복 입고 나와라!
야당의 몰이 비판에 여당은 대통령과 선을 긋고 야당과 손을 잡았다. 그 후 최종환 대통령의 레임덕이 찾아왔다.
남들은 임기 말이나, 임기를 2년 정도 앞두고 찾아온다는 레임덕. 하지만, 최종환에게는 예외였다.
고작 2년 정도 정국을 운영하다가, 이제는 청와대의 뒷방 늙은이, 허수아비 대통령으로 전락해버렸다.
국회의원들이 전심전력으로 돕지 않는 이상, 그에 대한 신뢰를 바꾸기 어려웠다.
‘좋다, 이놈들. 어디 마음껏 날뛰어봐라. 그럴수록 너희들이 피똥 쌀 일이 더욱더 늘어날 테니까.’
나는 때를 기다렸다.
아직은 그때가 아니다. 지금은 폭풍전야의 고요한 순간일 뿐이었다. 진짜 일을 벌일 때, 한 번에 다 쓸어내기 위해선 때를 기다려야 했다.
나는 그때가 언제인지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끼익.
내가 상념에 빠져 있을 때, 문을 열고 누군가가 하얀 방으로 들어왔다.
“어?”
아리도 나와 함께 상념에 빠져 있다가 들어온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오랜만입니다, 아리 씨.”
“······네.”
평소엔 아리에게 반말로 추파를 던지며 치근덕거리던, 매번 매장을 찾아와 더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몸매를 햝짝이고 가던 자가 공손하게 존댓말을 붙이며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빨리 오셨네요.”
나는 그런 유필준을 향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론 예의바른 척 하지만, 속은 전혀 다르군.’
유필준의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나는, 녀석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
-씨X, 내가 오기 전에 두 년놈이 뭘 하고 있었을까? 신음 죽이던데. 설마, 그단새에 벌써 한 X 뺀 건가?
-하아, 아리 씨X년. 몸매 죽인다. 하아······
유필준은 겉으론 매너남인 척 허공으로 시선처리를 하면서, 아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속으로는 벌써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역으로 유필준을 관음하며 방그레 미소를 지었다.
“계약서는 가져오셨습니까?”
“예, 여기.”
유필준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서류가방에서 a4용지를 꺼내 나에게 건넸다. 그 모습이 마치 처음 면접을 보는 신입사원처럼 다소곳했다.
‘이런 한심한 녀석이 한 그룹을 이끄는 그룹의 총수라니. 말세로다······’
그렇게 책임감 높은 직위라면, 최소한 인성 테스트라도 해야 피해를 입는 사람이 적어질 거다.
그 전에 유필준이 저지른 행동들을 보면, 정말 눈 뜨고 보기 힘든 악행들이었다. 특히나 여자들에게 저지른 성범죄자들은, 아랫도리를 열 번 잘라도 모자를 그런 죄였다.
‘어차피 지옥에 떨어지면, 알아서 심판을 받겠지······’
그런 죄는 굳이 내가 단죄하지 않아도, 지옥에 있는 하데스가 알아서 다 처리해준다.
나는 하데스 위에 있는 초월자였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일처리까지 시시콜콜하게 따질 필요가 없었다.
저번에 우리 엄마에게 모욕을 줬던 그 미친년은 내가 직접 처벌 수위까지 정해줬지만, 웬만하면 끼어들지 않는 게 맞았다.
나는 내 영역에서, 하데스는 또 그의 영역에서 하는 일이 있는 거다. 내가 일일이 매번 그의 권한을 간섭한다면 그가 언짢아할 수도 있다. 그가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강제로 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는 싫었다.
“계약서에 싸인이 끝나면, 지금 당장 아리 씨의 통장에 100억을 입금시키세요.”
“그렇게 하면 세금은······”
유필준의 말에, 나는 아차해서 아리를 돌아보았다. 이런 식으로 투자를 하면, 또 중간에 세금이 빠져나가는 걸 예상하지 못했다.
“그냥 유필준 씨 이름으로 사업을 진행할까요?”
내가 아리에게 넌지시 묻자.
“네, 전 아무래도 좋아요.”
아리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 일은 내가 처음부터 도맡아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리는 최대한 내 의견에 따라줬다.
그리고, 그녀의 입장에서 이 사업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그런 소일거리였다.
그저 내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억지로 따라주는 것이리라. 나는 그녀가 고맙기도 하고, 또 사랑스럽기도 했다.
“그럼 유필준 씨. 우리가 원하는 공장을 하나 매입해주세요.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니어도 됩니다. 한 100평 정도?”
“무슨 용도로 쓰실 생각입니까?”
“아리 주얼리샵에 투자를 하셨으니, 당연히 악세사리 사업이죠. 수능 대비 특별 아이템을 만들어서 수험생들에게 팔아볼까 합니다.”
“.······.”
유필준의 인상이 순간 험악하게 굳었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순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다가 간신히 수습한 모양새였다.
“큭큭.”
아리는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입을 가리고 몰래 쿡쿡 웃었다.
역시나, 아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내가 개발한 아이템을 아무런 가치가 없는 쓰레기 같은 사업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나는 유필준의 머리에 심어진 기생충을 통해 그의 상념을 읽어나갔다.
-미친 새끼, 이런 정신 나간 일에 내 피같은 100억을….. 개 씨발놈!
유필준은 아직도 대동그룹이 자신의 그룹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대단한 착각인데······
물론 바지사장이 회사에 애사심을 가지고, 열심히 회사를 경영해주면 나야 좋지만 거기까지.
더 욕심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지는 수가 있었다.
“수능 공부에 지친 학생들을 위한 좋은 아이템이 될 겁니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라도, 재능이 없는 아이라도 이 아이템만 착용하면 모두 똑똑해질 수 있거든요.”
“······”
“큭큭큭. 그만해요, 준혁 씨!”
아리는 내 팔을 툭, 치며 눈을 흘겼다. 아마 내가 유필준을 아리 면전으로 데려와서, 그를 마구 놀려대며 소심한 복수라도 하는 줄 아나 보다.
물론, 그것도 없잖아 있긴 한데 나는 정말 진지했다.
‘마법 아티펙트는 정말 위대한 거니까······’
사실 이 세계에 나와도 되는 물건일까? 싶을 정도로 밸런스를 약간이나마 무너뜨릴 가능성도 없잖아 있었다.
‘적절히 그 밸런스를 조절하면 되겠지······’
세상을 파괴하는 용도가 아닌, 모두에게 이로운 아이템이라면 조금은 밸런스를 어그러뜨려도 좋지 않을까?
수능이란 게 인생에서 사실상 딱 한 번밖에 없는 기회인데, 그 기회를 날리면 성적에 맞춰 억지로 대학을 가야 하고, 그 대학은 곧 자신의 간판으로 굳어져 평생 족쇄처럼 따라다니게 된다.
그런 막대하고 중요한 사업에 참여하는 건데, 이렇게 진중하지 못해서야… 쯧쯧쯧.
“아무튼, 올 10월 중순까지 물건을 찍어낼 수 있도록 최대한 스퍼트를 올려 보세요. 디테일한 사항은 아리 씨와 상의하시고요.”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이익을 챙기는 것만이 아닙니다.”
“그럼?”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는 장애인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해서,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겁니다.”
“······”
“아······”
내 말에 유필준은 입을 다물었고, 아리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탄성을 내뱉었다.
그제야, 장난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아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세를 고쳐잡은 후, 미리 준비해온 사업 아이템에 대한 구체적인 도안을 우리에게 내밀었다.
“우리가 만들 아이템은 학생들의 공부 효율을 높여줄 아이템이에요. 하지만, 워낙 유행에 민감한 아이들이니 패션 감각이 너무 떨어져서도 안 돼요.”
샤라락, 샤락.
일단 개요를 먼저 설명한 아리가, 그 다음엔 팔찌형의 아이템이 있는 페이지를 펼쳐 보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집중력 만능 팔찌에요. 우리가 첫 번째로 만들어 볼 아이템인데, 제가 디자인했어요.”
“예쁩니다.”
유필준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은색으로 도금한 아기자기한 나뭇잎 모양에, 분홍색 큐빅이 박힌 브레이슬릿은 여학생들이 아주 좋아할 만큼 예뻤다.
남성용으로는 시계처럼 네모난 백금 팬던트에 체인처럼 연결된 은색 체인이 아주 멋진 하나의 패션아이템 같았다.
‘굳이 공부 효과가 아니더라도, 하나 가지고 싶긴 하네.’
역시나 세계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실력이라더니, 명불허전이었다.
아리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감추고, 사업에 임하는 진지하고 깐깐한 모습으로 하나하나 빠짐없이 새로 만들 아이템들을 설명했다.
그리고, 유필준이 생산 공장을 알아보기로 하고 얼마후 우리는 본격적인 아이템을 양산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