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7
7
4.을(乙)의 인생 청산
“흐엉엉······.”
15년 만에 해후한 여동생은 서럽게 울음을 터트렸다. 풍성한 단발머리가 내 가슴에 폭 안겼다.
“아무리 남매간이라지만, 다 큰 처자가 스스럼없이 안기다니···.”
나는 농담조로 피식 웃으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 오랜만에 봤으니 그럴 수도 있지.
객관적으로 보면, 내 동생은 그리 예쁜 편은 아니었다.
어릴 땐, 몰랐는데 그동안 많이 역변했다.
밋밋한 눈매에, 넙더대한 얼굴···.
약간 두툼한 입술은 남자들에게 그리 큰 인기를 얻을 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눈에 귀엽고 예쁘면 되는 거지······.’
솔직히 얼굴이 무에 중요한가?
마음씨가 중요하지.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 예쁜 여자는 수백, 수천 명을 봐왔다. 힘을 얻고, 높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미녀가 달라붙었다.
하지만 개중에 진짜 마음속까지 깨끗한 여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거의 다 예쁜 얼굴 안에 흉악한 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밥이나 먹자.”
“응.”
내 말에 여동생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곧 커다란 양푼에다 밥을 푸짐하게 퍼 올리는 동생.
“너 그거 다 먹을 수 있니?”
“그럼~”
내 걱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동생은 씨익 웃었다.
철푸덕.
의자에 앉아서 다 같이 숟가락을 떴다.
엄마는 밥을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도 모른 채 나만 쳐다봤고 여동생은······.
“우걱, 우걱, 우걱.”
“좀 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할라.”
“을뢈람람···.”
“······.”
뭐라 대답한 거 같은데, 뭔 말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보기에 나쁘진 않았다. 참 복스럽게 먹는구나, 하는 생각뿐. 잘 먹으니 귀엽고 좋네.
아무튼 나도 밥숟갈을 뜨면서 엄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근데 아빠는요?”
저녁 7시쯤 되면 퇴근할 즈음이라, 나는 아빠가 언제 오나 궁금했다. 차 안에서도 아빠 얘기는 일절 하지 않던 엄마였다.
“아, 저 그게······.”
나를 쳐다보던 엄마의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
왜 그러지?
“오빠······. 흐엉엉.”
얘는 또 밥 먹다 말고 왜 이래?
밥이 입에 양껏 담긴 채로 여동생은 울음을 터트렸다. 부풀어 있던 볼에서 밥알이 튀어나왔다.
“야, 다 먹고 울어.”
나는 여동생의 등을 두드려주며 그렇게 달랬다. 너무 삭막하게 살아와서 그런가?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모르겠다.
“흐엉엉······.”
여동생은 더 서럽게 울고, 엄마도 당황한 듯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봐요. 아빠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나는 작심하고 엄마를 추궁했다. 이런 건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내가 걱정할까 봐 일부러 안 알린 것 같은데,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내가 나서야 한다.
‘이제 내가 가장이니까······.’
엄마, 아빠는 이제 너무 나이가 드셨다.
더 이상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나이다. 이제는 내가 나서야 한다.
“네 아빠가 얼마 전에 병이 드셨어. 그렇게 큰 병은 아니고······.”
“무슨 병인데요?”
내 질문에 엄마가 대답하지 못하자, 여동생이 거들었다.
“암이래.”
“뭐???”
나는 들고 있던 밥숟갈을 떨어뜨렸다.
*
후······.
진정하자 진정해.
나는 일단 집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옥상으로 이동했다.
지금 상태에선 엄마와 동생 앞에서 멀쩡한 표정을 짓지 못하겠다.
‘아빠는 암에다가, 아직 빚도 원금이 그대로에 이자까지 합해서 2억이라고······?’
정말 서민들은 쎄가 빠지도록 일을 해도, 빚을 져야 하고 그 빚도 언제 갚을지 기약이 없다.
그래서 대다수의 서민들이 하루 벌어 하루 살이 인생을 산다.
이자가 늘어나든 줄어나든, 신경 쓸 필요 없이 병나발만 불다가 끔찍하게 자살하는 것이다.
‘그렇게 살순 없어······.’
예전이라면 몰라도.
예전 같았으면, 정말 반쯤은 인생을 포기한 채 막살았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벌어봤자, 최저시급도 제대로 받기 힘든 세상이다.
딱 봐도 모든 가게가 거의 폐업 직전이다.
집으로 오면서 그냥 멍청히 걸어온 게 아니었다. 오면서 가게의 간판이나 내부 상황까지 모조리 스캔하고, 경청하면서 왔다.
10서클에 이른 내 마법적 능력을 피해갈 곳은 지구상 아무 곳도 없었다.
‘그래. 나에겐 능력이 있다. 더이상 비루하게 살지 않아도 될 만큼 뛰어난 능력이.’
마법적 재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데모스 행성에서 가져온 보물들을 팔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
‘그래. 보물이 있었지.’
금부터 시작해서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루비, 사파이어 등등······.
정말 컬렉션처럼 모은 수십, 수백 종의 보석들이 내 아공간 포켓에 쌓여있었다.
‘마신 토벌전에서 얻은 전리품들도 모두 내가 다 독식했으니까···.’
이계로 넘어간 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욕심을 많이 버렸었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오기 직전엔 욕심을 부렸다.
다 지구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였다.
‘어떤 방식으로 팔지가 고민이다.’
일단 금은 금괴 형식으로 만들어놨고, 보석은 수십, 수백 캐럿짜리 원석과 세공된 보석이 있었다.
모두 최고의 드워프 장인과 하이엘프 장인들이 세공했다.
모두가 나를 위해 수십 년에 걸쳐, 엄청난 작품들을 만들었다.
‘그러니 더이상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당장 현금화가 되지 않았다 뿐이지, 저것들을 팔기 시작하면 돈 걱정은 사라지리라.
그리고.
‘내겐 엄청난 힘도 있으니까······.’
지금 당장 UFC나 헤비급 권투 시합에 나가도 다 이길 자신이 있었다. 마법으로 마나로드 머슬을 증폭시키면, 무협에서 일컬어지는 극한의 내공고수들처럼 초월적인 무위를 펼쳐 보일 수도 있었다.
그것뿐이랴?
굳이 손발을 휘두르지 않아도, 이 세상 모든 적들은 내게 위해(危害)를 가할 수 없었다.
모든 현대화 화기들도 내게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총알부터 시작해, 대포나 미사일, 심지어 핵도 나를 죽일 수 없다. 10서클까지 갈 필요도 없이, 7서클 선에서 저런 것들은 모두 컷트 된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을 잿더미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아······.’
평화.
법과 질서의 아래에서, 편의와 안정을 누리며 살고 싶었다.
그동안 정신병에 걸린 것처럼 싸움만 해왔으니까.
매일 불면증에 시달리며, 언제 마신의 군대가 쳐들어올까 전전긍긍했다. 7군단의 마왕들이 언제나 내 목을 노렸다.
강해지기 위해서 잠도 줄여야 했고, 인간적으로 누려야 할 모든 것들을 포기했다.
그렇게 해서 살아남았다.
아무리 특수부대에서 칼같이 수련한 사람도, 내 앞에선 번데기 주름잡기밖에 되지 않았다.
‘좋아. 보석을 처분하자. 일단 금괴부터······.’
금의 시세가 얼만지는 잘 모르겠는데, 10킬로짜리로 만든 금괴가 나에겐 수천 개가 넘게 있었다.
드워프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드느라 진땀을 빼긴 했다.
인증도 없는 밋밋한 금괴였다.
하지만 순도 99.9% 24K 금이다. 오직 금으로만 99.9%를 채웠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엄마, 혜은아. 잠깐만 나와봐요.”
시름에 잠긴 가족들을 불러모았다.
“오빠······.”
“준혁아······.”
둘 다 방에서 울다 나왔는지, 눈두덩이가 퉁퉁 불어 있었다.
나는 그런 모녀를 향해.
스윽.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