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74
74
42.마탑제약
후루룩, 쫩쫩.
나는 아리가 끓여준 신라면을 궁물과 함께 얼큰하게 들이켰다. 배가 정말 많이 고팠다.
이계에선 몇 년을 굶어도 끄떡없었는데, 지구로 귀환 후에는 그런 권능을 다 풀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음식을 먹을 필요도 없는, 초월체(超越體)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맛있어요?”
“네.”
나는 앞치마를 입은 아리를 푸근하게 바라보다가, 그녀가 만들어준 각종 음식들을 맛있게 집어 먹었다.
과거 수능시험 때도 한 번 맛봤었지만, 그녀의 음식 솜씨는 정말 일품이었다.
방금 막 튀겨낸 새우튀김과 소고기 김치볶음밥, 그리고 계란말이 등등이 실시간으로 상에 올라왔다.
“뭘 이렇게나 많이 해요? 그만해도 돼요.”
“에이, 준혁 씨 배 많이 고프시잖아요.”
“그렇긴 한데, 이 정도면 충분해요.”
나는 중공군처럼 끝도 없이 쏟아져나오는 음식의 행렬을 쳐다보다가, 그녀를 만류했다.
어차피 단둘이서 먹을 건데, 무슨 집들이 하는 것도 아니고 많이도 차려놨다.
아리는 주방에서 손을 씻고, 계면쩍은 얼굴로 볼을 긁더니 맞은편에 살포시 주저앉았다.
“사실 걱정이 돼서 음식 재료들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어요. 미안해요.”
“와, 이게 급조해서 만들어 낸 거라니. 더 대단하네요.”
“지금 저 놀리는 거죠?”
“아뇨, 칭찬한 건데.”
나는 어느새 아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꿀꿀했던 기분을 털어냈다. 사실 앙금처럼 남았던, 국세청 일이 이렇게 시원하게 해결되어서 둘 다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국세청에서 왜 그렇게 오래 있었어요? 6시쯤 만나기로 했다면서요?”
“아, 그게······.”
나는 대충 뭐라고 둘러댈지 고심했다.
일단 처음엔 강도 있게 조사를 했고, 내가 오기 전에 이미 조사가 90%이상 끝난 상태였다.
국세청에선 그저, 마지막 쐐기를 박는 심정으로 나를 소환한 것뿐이었다. 나에게 ‘이렇게 증거가 뺴박인데, 네가 어쩔 거냐?’ 하는 심정이었을 거다.
하지만 나에게 증거 따윈 필요가 없었다.
법 보다는 주먹···, 아니 마법.
나한테 힘으로 이길 수 있다면, 법으로 제제해도 되는데 만약 그럴 자신이 없다면 나한테 깝치면 안 됐다.
그게 누가 됐던 간에.
“그냥 제가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니까, 알았다고 하던데요.”
“에에~? 그런데 뭘 그리 오래 있었냐구요. 그렇게 간단하게 끝났는데.”
“제가 왜 생사람 잡냐고 따지니까, 미안하다고 직원들 다 불러서 저한테 사과시키느라고 늦었어요.”
“에이, 거짓말. 또 마법 썼으면서~”
“······.”
“히히히. 농담이에요, 농담.”
아리는 나를 놀리는 게 재밌던지, 입을 가리고 박장대소를 했다.
“허허허······.”
나도 예쁜 여자가 나를 놀리니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솔직히 다른 여자였으면 바로 주먹이 날아갔겠지만, 아리는 달랐다.
아무튼 우리 두 사람은 맛있게 저녁 겸 야식을 먹고 슬슬 자리를 치웠다.
“이만 가봐야겠어요.”
“네,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시겠어요~”
“······.”
아리는 마치 나를 철없는 고등학생 보듯이 그렇게 타일렀다. 나는 왠지 반항심이 들어서 ‘오늘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돼요?’라고 말할 뻔했다.
“제가 무슨 애인가요?”
“부모님이랑 같이 사니까 아직 애기죠~”
“그게 다 효도하려고······.”
“혼자 밥 차려 먹기 힘드니까 그런 건 아니고~?”
“······.”
솔직히 다 맞는 말이라 변명할 말이 없었다. 엄마가 요리해주고, 요즘엔 아빠가 엄마의 집안일을 많이 돕는다.
가정부도 한 명 고용했지만, 역시나 음식은 엄마가 했다.
‘나도 이제 슬슬 독립해야 되나?’
아리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너무 부모님께 의지하고 산 거 같아서 약간 씁쓸함이 컸다.
이제 부모님의 돈 문제도 해결해드렸고, 집도 사 드렸으니 나는 내 인생을 살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저도 그럼 독립해야겠어요.”
“에이, 농담인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세요? 그냥 부모님이랑 함께 사는 게 가족들에겐 서로서로 좋은 거죠.”
“사실 저도 혼자 있는 거 좋아해요. 지금은 처리해야 될 일이 많아서 가족들하고 함께 사는 거지.”
저 말은 변명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였다. 나는 원래 혼자 있는 걸 좋아했다.
집에서도 부모님을 자주 여행 보내는 게, 부모님을 위한 것도 있지만 나를 위한 것도 있었다.
혜은이까지 밖으로 나가면, 나는 집안에서 홀로 고독을 씹으며 잡생각을 하는 게 좋았다.
혼자 있을 땐 컴퓨터도 더 재밌고, tv는 말할 것도 없었다.
가족이랑 오래 헤어져 있을 때는, 가족들이 미친 듯이 보고 싶었는데도 말이다.
“아무튼, 오늘 저녁 고마웠어요. 늘 느끼는 거지만, 아리 씨 요리가 제일 맛있어요.”
“호호호, 고마워요. 나중에 자주 해 드릴게요.”
“네, 그럼 다음에······.”
나는 어색하게 밖으로 나가며, 마중 나오는 아리에게 인사를 건네곤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닫힌 문을 멍하니 3초 정도 바라봤다.
‘라면······.’
오늘 그녀가 라면까지 끓여줬는데, 뭐랄까 그냥······.
그냥 말 그대로 라면만 먹고 나왔다.
똥 싸다 중간에 끊고 나온 느낌이랄까?
“후···.”
나는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새벽 식후땡을 했다. 생각해보니, 국세청에다 자랑할 심보로 차를 가져온 게 이번엔 독이 되었다.
“차 끌고 다니기 되게 귀찮네.”
갈 때도 차, 올 때도 차, 돌아갈 때도 차.
차차차.
지금 솔직한 내 심정은 바로 텔레포트해서 집으로 돌아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고 싶었다.
“아, 차랑 같이 텔레포트 해버리면 되겠구나?”
왜 꼭 같이 운전해서 돌아갈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같이 동승하는 사람도 없는데.
나는 곧바로 마력을 운용해 차의 위치를 확인한 다음, 우리집 주차장으로 좌표를 찍고 순간이동을 했다.
*
다음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는 대동그룹에 출근했다.
“반갑습니다, 실장님.”
“반가워요, 지연 씨.”
사무실 한 귀퉁이에 마련된 비서 전용 책상에서 벌떡 일어난 이지연.
나는 한 송이 꽃 같은 그녀의 화사한 인사를 받으며, 곧 실장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늘 많이 피곤해 보이세요, 실장님.”
“그래요? 휴······.”
“어머, 왜 그러세요?”
내가 한숨을 푹 내쉬자, 보고서를 들고 오던 이지연이 흠칫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냥요.”
“혹시 무슨 걱정이라도···?”
“암것두 아니에요.”
나는 이지연의 보고서를 받아서, 책상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후 하품을 했다.
이지연은 그런 나를 옆에서 힐끔거리다가, 툭 던지듯.
“실장님 근데 어제 새벽에 어디 갔다 오신 거예요?”
“네?”
얘가 언제 나를 봤지?
나는 그런 표정으로 이지연을 바라보았다.
“어제 제가 세종시에 있었거든요. 거기 부모님이 살아서. 근데 어제 실장님을 봤었어요. 국세청······.”
“아, 어제 일이 있어서 잠깐 들렸어요.”
“그렇구나······.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제가 장부 잘 정리하고 있으니까요.”
“······.”
사실 대동그룹 세무는 전담 세무회사가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었다. 그녀가 하는 일이라곤, 내가 벌여놓은 마탑 관련 사업에 대한 숫자 몇 개만 정리하는 거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의욕을 북돋아 줄 겸 고맙다고 한 후 돌려보냈다.
-마탑제약 신약 허가 판매 및 시판 보고
실장님께서 말씀하신 8개 의약품이 식약처에서 시행한 건강기능식품 품목제조신고 관리 기준을 통과하여 보고드립니다.
통과된 신약(영양제) 목록
1.나 졸라 키 커져 영양제
2.이거 먹으면 오늘부터 영재
3.아토피 학살 영양제
5.관절 튼튼 실화냐? 영양제
6.자라나라 머리 머리 발모제
7.부작용 없는 피임약
8.남자들이여 벌떡벌떡 일어나자!
“음······.”
괜찮군.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내가 개발한 마력 신약이 착착 생산, 판매준비가 완료되어 있었다. 이제 대망의 출격만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이름도 내가 짓고, 제품 설계도 전부 내가 했다.
이제 내가 손가락만 까딱하면, 시중에 저것들이 퍼질 것이다.
‘다행히 의약품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으로 신청해서 허가가 빨리 난 모양이로군······’
우리 회사 직원들끼리는 의약품이라고 우기지만, 정작 허가는 편법을 썼다.
하지만, 효능만큼은 웬만한 의약들을 압살하는 마법 신약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신, 안에 든 알맹이는 식약처에서 기준한 88가지 원료들 중에서 대충 스까국밥했다.
솔직히 원료는 뭐가 들어가든 큰 상관이 없었다. 솔직히 저런 거 많이 먹어봐야, 밥 잘 먹는 거랑 별로 차이도 없었다.
그저 기분만 좋아질 뿐.
하지만, 나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영양제들은 전부 특별한 공정라인에서 생산된다.
바로 우리집에 있는 수정탑과 링크되어 있는 공정라인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각 알마다 마력을 품고 있었다.
‘효능은 이름 그대로야. 절대 뻥튀기하지 않았어.’
리미트를 걸어놔서, 각 개인마다 적용되는 효과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만족할 만큼 마법을 걸어놨다.
예를들어, 키가 150인 남자는 최소 170이상 클 수 있게.
170인 남자는 180~185까지 클 수 있게.
딱 그 정도로 리미트를 걸었다.
그리고, 효능별로 가격차이를 둬서 생산단가 대비 막대한 금액을 벌 수 있었다.
‘아마 신체 부위 때문에 콤플렉스가 생기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지겠지.’
신체 부위뿐 아니라, 선천적으로 뇌에 기형이 있어서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도 ‘이거 먹으면 오늘부터 영재’를 꾸준히 먹으면 일반인 수준까지 지능을 올릴 수 있었다.
나는 특히나, 평균보다 못한 사람들이 큰 효과를 보도록 마법을 조정했다.
원래 잘난 사람들은, 그런 효과가 없어도 사는데 큰 지장이 없지만 못난 사람들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무언가 보조해줄 만한 것이 절실히 필요했다. 안 그럼 삶이 너무 불편하고, 괴로워졌다.
콤플렉스가 심해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자살하는 사람도 많을 정도로.
‘우울증 약도 만들어야 했네, 그러고 보니까······’
요즘 전 세계에서 자살률 제일 높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란다. 옛날 일제 강점기나 6.25 시대 때에 비하면 사는 게 나아졌지만, 오히려 빈부격차는 더 늘어났다고 한다.
상대적 박탈감.
나는 아무리 열심히 일 해도, 월 200만 원도 벌기 힘든데 누구는 한 달에 몇억을 벌었다더라, 몇백억을 벌었다더라 등등······.
이미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따라잡을 수 없는 빈부격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또 자살했다.
‘그렇게 돼선 안 되지······’
그래서 내가 나서야 한다. 빈부격차의 최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 국민 전체가 행복하면, 내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거니까.
‘우리나라만이라도 산업 전반의 체계를 바꿔서, 미국 중국 일본에 치여 사는 나라가 아니라, 세계 제 1위의 강대국으로 만들어보자.’
권력 욕심은 없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내 나라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은 나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신약 결재 요청 보고서에 사인을 한 후, 비서인 이지연을 불렀다.
“지연씨, 이거 유진광 부회장께 전달해주세요.”
“네, 실장님.”
이지연은 내 결재서류를 받아들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실장실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