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79
79
43.견제(3)
”불은 다 질렀어? 확실히 전부 다 태운 거 맞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안비제약 본사, 회장실.
그곳에서 배석호는 화색이 만연한 얼굴로 연신 흥분하며 목청을 높였다.
”그래. 꼬리 안 붙잡히게 뒤처리 잘하라고. 절대 우리가 불을 질렀다는 걸 남들이 알게 하면 안 돼. 그래, 불지를 때 직접 동참한 녀석들은 어디 동남아 오지로 1년간 잠수시켜. 어. 자금은 내가 다 준비해놨으니까.“
뚝.
배석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씨익 웃으며, 입이 귀에 걸려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으하하하. 마탑 제약. 네까짓 것들이, 고작 영양제나 팔 수준밖에 안 되면 분수를 알아야지 감히, 내 인수 제안을 거절해?“
꼴 좋다, 마탑 제약. 정말 꼴 좋아. 하하하하.
배석호는 정말 고소하다는 듯이, 배를 부여잡고 연신 폭소를 금치 못했다.
자신이 은밀히 데리고 쓰던 조직원들 20명 정도를 동원해서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마탑 제약 공장을 죄다 불 질러 버렸다.
화려하고, 잔인하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죽든 말든, 그런 건 자신에게 별로 상관이 없었다.
지금쯤 공장 내부와 외부는 온통 불바다가 되어 있을 테니까. 이미 공장 내부 사람들도 몇 명 포섭해서 웃돈을 줘놨다.
인당 1억씩 쥐어주니, 망설이다가 곧 기름통을 들고 몰래 출근해서 내부에다 불을 질렀다.
결국 돈 앞에선 모든 사람들이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돈에 미친 배석호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았다.
돈 앞에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어 하는 모습을 보며, 제일 쾌락을 느끼는 배석호.
그는 눈엣가시 같던 마탑 제약도 폭망하고, 자신의 돈으로 녀석들을 시원하게 짓밟아준 거 같아서 정말로 후련하고 기분이 좋았다.
참교육··· 아니, 정의구현이랄까?
배석호와 기존에 제약 카르텔을 공고히 굳히고 있던 타 제약사들까지 내색은 안 하겠지만, 속으로는 대환영할 게 분명했다.
‘비록 이걸로 마탑 제약이 완전 폭망하진 않겠지만, 공장에 불이 난 틈을 이용해 언론플레이를 계속한다면 개돼지들도 좋다고 마탑제약을 물어뜯겠지. 흐흐흐······.’
배석호는 이미 이런 이력이 많이 있었다. 90년도 중반부터 대한민국에 불어온 바이오 바람을 타고, 배석호도 안비제약을 창업했다.
과거 해외 제약의 지부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던 배석호. 그는 중졸에 변변찮은 학벌밖엔 없었지만, 눈칫밥이나 얍삽한 꼼수는 매우 능수능란했다.
어린 시절부터, 잔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사기 쳐서 목돈도 많이 있었다.
머리에 든 건 없었지만, 꼴랑 몇 개 든 지식으로 아는 척하는 건 매우 잘했다.
야부리를 잘 털었고, 그래서 영업 실력이 매우 뛰어났다. 그 실력으로 인재들을 모아 제약회사를 불려 나갔다.
그러면서 경쟁업체도 많이 만났다.
일류대를 나와, 엘리트 코스만 밟아오며 오직 기술과 능력만을 믿고 제약 회사를 차린 범생이들. 배석호는 그런 범생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학창시절 싸움은 좆도 못 했지만, 일진들 틈에 꼽사리 껴서 약하고 범생이인 녀석들을 많이 괴롭혀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생이들이 어떻게 하면 철저하게 무너지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런 놈들은 변칙적인 수에 취약하지······.’
정석대로 하면 배석호가 녀석들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학벌부터 시작해서, 원천 기술, 인재풀, 그리고 자본 규모까지······.
배석호가 그들보다 앞서는 건 물불 안 가리는 야비함과, 말빨 밖에는 없었다.
-네가 거기서 정보만 빼내 와 주면 거기서 받는 연봉의 3배를 줄게. 그리고 성공 상여금으로 10억 준다.
그렇게 해서 원천 기술과 인재를 야금야금 빼낸 다음엔, 곧바로 붕괴 작업에 들어갔다.
-공장 부지 주변에 기름 붓고, 밤에 경비원들 술 먹이고 쥐도새도 모르게 불 질러버려. 그래, 시원하게 지르라고! 그래야 우리 회사가 경쟁에서 이기지. 너 이제 우리 회사 직원인 거 알지?
배석호는 본 회사를 배신하고 탈주한 타사 직원들에게 추가로 등에 칼을 꽂을 것을 종용했다.
-어차피 우리는 한배를 탄 거야.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반협박 조로 말하는 배석호의 위협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은 불을 질렀다.
물론 단순한 사고로 위장해서.
이런 세상의 야비한 수법에 무지한 모범생 회장은 결국 공장이 불타버리자 목을 매달고 자살했다.
배석호는, 자신이 망가뜨린 제약회사 회장의 자살 소식을 경제 뉴스로 확인하고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잠깐일 뿐이었다.
‘이거 완전 우리가 먹어치울 기회잖아?’
그동안 경쟁업체가 쌓아온 R&D(기술개발) 성과들, 그리고 거의 새것 그대로 남아 있는 각종 부자재들, 기계들.
그 과실들을 모조리 싹쓸이 할 수 있을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서 배석호는 양심의 가책을 금세 털어버리곤, 그것들을 헐값에 인수했다.
내부의 간자들을 통해 주주들을 선동했고, 안비제약에 붙으면 앞으로 주식 가치를 떡상시켜 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조폭들을 이용해 강제로 그들의 주식을 빼앗았다.
언론에 찌르거나 하면, 곧바로 기자들을 매수해서 연예 스캔들 기사로 덮어버리고 조폭들을 시켜서 찌른 놈들을 모조리 여의도 앞바다에 매장했다.
배석호가 창업한 안비제약은 그렇게 성장했다.
남의 것이 탐나면 뺏고, 그 새끼가 죽으면 남은 유품들도 추가로 다 뺏어버리는.
그리고 밟았는데 반항하는 녀석이 있으면, 곧바로 조폭들을 시켜서 더 큰 보복으로 응징했다.
그래서, 감히 제약업계에서 자신에게 덤비는 업체는 별로 없었다. 다들 배석호가 물불 안 가리고, 배짱장사를 하는 걸 알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배석호에겐 한국을 휘어잡는 든든한 조직이 있었다.
바로 ‘흑천파’
현 대한민국에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흑천파의 뒷배는 감히 판검사나 대통령 빽 보다도 더 위대했다.
그렇게 배석호는 중졸의 학벌로 제약 업계를 꽉 틀어쥐고, 마구 흔들어댔다.
흔들어서 나올 수 있는 과실 중, 대부분은 흑천파의 아가리로 들어갔지만 상관없었다.
자신은 그 밑에 떨어진 콩고물만 주워 먹어도 달달했으니까.
어차피 배석호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는 데에는 흑천파의 힘이 가장 컸다.
”흐흐흐. 이놈들, 어디 한 번 쓴맛을 봤으니 서서히 정리작업에 들어가 볼까······.“
배석호는 여기에서 그칠 생각이 없었다.
배후에 있는 흑천파를 충동질하면, 어쩌면 대동그룹이 가진 마탑제약도 자신이 틀어쥘 수 있을지 몰랐다.
흑천파 세력을 이용해서 박태진인지 뭔지, 어디 지방 병원에서 퇴사한지 얼마 안 된 녀석들을 협박해서 일단 인재를 빼낸다.
그리고, 조폭들이 수시로 마탑 제약 주요 간부진들을 밤에 몰래 뒤통수를 까버리면 쥐도새도 모르게 처치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하나씩 수족들을 싹둑싹둑 잘라버리면, 대동그룹은 무서워서라도 제약업계에서 얼른 손을 떼버릴 게 분명했다.
”여보세요. 예, 형님. 오랜만입니다. 실은 말입니다. 마탑 제약이라고 아시죠? 아 왜, 영양제 파는 다단계 회사 있잖습니까? 최근에 감웨이 보다 더 핫한. 예, 그놈들 맞습니다. 그런데 그놈들이 말입죠······.“
*
화르륵, 화륵.
”존나 어이가 없네······.“
나는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마탑 제약 생산 공장에 도착했다. 점심 먹을 참에, 갑자기 공장의 화제 소식을 들은 것이다.
아리가 도시락까지 싸서 내 사무실에 찾아왔지만, 같이 먹어줄 여유가 없었다.
”어떤 개새끼가······.“
순간이동 마법으로 양주에 도착해, 곧바로 공장의 상태를 점검했다. 싸다고, 박태진이 너무 외진 곳에다 공장을 얻어서 그곳에 보초 서는 경비 말고는 화제 소식을 알려줄 만한 인력이 매우 적었다.
‘주변 공장과 너무 동떨어진 데 있어······.’
솔직히 경쟁 업체에서 마음먹고 불을 지르고 튀면, 잡기 어려울 만큼. 거의 고의적으로 화제 뺑소니를 치고 도망가도 잡을 방법이 없었다.
”아, CCTV를 찾아보면 되겠구나.“
나는 곧바로 공장 상황실을 찾아들어갔다. 이미 대동그룹에선 내 직책을 대동그룹 총괄 실장 겸 마탑그룹 총괄 부장으로 정해놨다.
그래서 내가 마탑 제약 공장을 들락날락거리며 사람들에게 참견해도, 다들 친절하게 알려줬다.
”죄송합니다, 총괄 부장님.“
”무슨 일······. 눈이 왜 그래요?“
나는 상황실 근처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경비를 발견했다.
그는 눈탱이와 얼굴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나는 경비를 쳐다보며, 할 말을 잃었다.
”흑흑······. 어젯밤, 각목을 들고 온 조폭들이···.“
내 아버지뻘인 60대 초반의 경비는 눈물을 짜내며, 어젯밤 있었던 일을 상세히 설명했다.
어젯밤, 마탑 제약 공장의 업무시간이 모두 끝난 후.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자 경비는 평소처럼 점검업무를 끝마치고 보초를 섰다.
사실, 외진 공장이었기 때문에 퇴근 시간 후에는 오며 가며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거의 밤마다 테블릿으로 예능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평범한 근무를 스든 중, 갑자기 각목을 든 20명의 조폭이 찾아왔다.
퍽, 퍽, 쨍그랑!
”어, 어억!“
각목을 무차별적으로 휘둘러 상황실의 유리를 모두 박살낸 조폭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각목으로 경비병의 육신을 내리쳤다.
퍽, 퍽!
”으아아악!“
마치 매타작이라도 하는 것마냥, 멍석말이 같은 내리침이 끝난 후.
”여기 열쇠 어딨냐?“
”······.“
조폭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부하를 시켜서 경비가 쥐고 있던 열쇠를 갈취했다.
그 후엔 일사천리였다.
상황실에서 얼마 떨어진 공장으로 차를 몰아간 그들은, 이미 배신자 직원들이 낮에 기름을 뿌려둔 장소로 나아가, 속전속결로 내부부터 태워 나가기 시작했다.
외부의 불을 진압해도, 고가의 공장 기계까지 태워버려 영원히 복구하기 힘들 정도로 망가뜨리는 게 오늘 그들의 목표였다.
조폭 대장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여유롭게 담배까지 펴가며 부하들의 행동을 차근차근 지시했다.
그 모습을 엎어져서 죽은 척 지켜보던 경비는 속으로 눈물을 짓씹으며, 이 사실을 윗선에 꼭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한다.
”이 새끼는 어쩔까요?“
그런데, 거대한 공장이 잿더미로 변하는 걸 구경하는 대장에게 부하 녀석이 물었다.
유일한 목격자인 경비를 어떻게 처리할지 묻는 물음이었다. 보통 입에 시멘트를 채워서 서해 앞바다에 던져버리거나, 아니면 토막내서 강에 담궜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디 폐공장 밀실에 가둬놓고 쓸모가 다할 때까지 가둬놓다가 쓸모가 다하면 죽여버렸다.
”그냥 죽여버려.“
”예!“
대장의 냉정한 말에 부하녀석이 각목을 치켜들고 경비에게로 향했다. 그대로 골통을 내리쳐 부숴버리겠다는 심보였다.
쐐액, 퍼억!
”으악!“
하지만, 그 순간 대장에게 휘둘러지던 각목이 경비의 몸 위 허공에서 뚝하고 멈춰버리고 말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반탄력으로 부하 녀석의 각목이 뒤로 날아가고, 손아귀가 찢어졌다.
”뭐야, 대체 왜 그래?“
대장은 담배를 피다 말고 부하 녀석에게 물었다.
”이놈, 이상합니다. 무언가 보호막이라도 쳐진 것마냥······.“
”뭐???“
대장은 무슨 미친 소리냐며, 녀석의 부러진 각목을 뺏어 들곤 담배를 문 채 그대로 내리쳤다.
한데,
퍼억, 퍼석!
”으악!“
방금 부하 녀석이 했던 것처럼, 각목이 튕겨져 나오며 부서졌다. 손아귀도 역시 찢어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그들은 몰랐다.
과거 이준혁이 혹시 몰라 경비에게 걸어뒀던 비상보호마법이 발동한 것을.
이준혁은 과거 제조 공장에 들러, 기계에다 마법을 걸어주다가 혼자 자신을 따라다니며 친근하게 구는 경비에게 혹시 몰라 마법 하나를 걸어주었다.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죽음의 위기가 찾아오면 절대영역의 실드가 발동되게끔.
이준혁은 그렇게 스쳐 지나가듯, 간단히 생각한 후 곧바로 경비에게 걸어줬다.
이 공장을 지키는 유일한 사람에게 한 사소한 자비였는데, 그게 그 경비의 목숨을 살리는 결정적인 한 수가 됐다.
조폭들은 쓰러진 경비에게 손을 뻗지도, 강목으로 내리치지도 못했다. 돌을 던져도 그대로 던진 사람에게 2배의 반탄력으로 되돌아와 상해를 입혔다.
그래서 조폭들은 어쩔 수 없이 인사불성이 된 경비병을 놔두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