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85
85
46.국개(2)
“역시나 국개들은 우리나라에 도움이 안 되네······.”
“맞아요.”
어처구니가 없어 한숨을 내쉬며 하는 말에, 옆에서 이지연이 맞장구쳤다.
그녀 또한 뉴스에서 나오는 국회의원들의 보이콧 사태에 어이가 없어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제2의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사태인 약국키(약 안 쓰고 국민 키우기) 사태입니다!
-말도 안 되는 법안입니다. 법안 검토 할 것도 없이, 지금 당장 폐기해야 하는 쓰레기 법안입니다.
-국민들이여 촛불을 들고 일어납시다.
나는 뉴스를 보다가, 문득 국민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네이브 뉴스를 켰다.
역시나 대형 포털 사이트 답게 최근 핫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퍼올리며 어그로를 끌고 있었다.
-최 대통령, 제2의 안아키 사태 만드나?
-식약처에서 임상도 제대로 안 거친 영양제를 건보로 지원··· 국회 대참사!
-대통령의 월권 시작? 최종환 대통령 마탑 영양제 건보 지원하기로 강행하고, 오늘 여-야당 대표 소집.
-여-야당 대표, 대통령의 소집 불응할 예정. ‘들어 볼 가치도 없다’
각 기사들이 정말 주옥같이 어그로를 끄는 제목이었지만, 나는 첫 번째 기사인 안아키 기사를 클릭했다.
건보로 영양제를 지원했다고, 기레기들이 단체로 뿔이나서 나라의 대표이자, 얼굴인 대통령을 옆집 개 욕하듯 비꼬고 있었다.
댓글‘4984’
-씨발 기레기 새끼들 미쳤나? 느금마가 정신과 약 안 먹이고 키워서 너 기레기 된 거임?
-아니, 국민들이 원한다는데 국개들이랑 기레기들이 왜 설침? 기레기는 부산 앞바다에서 새우깡이나 처드셈.
-제발 이런 어그로 기사좀 내지 마라. 내려면 팩트만 적어야지, 고글 어드레스 광고비 땡기려고 일부러 이러나? 마탑 제약에서 만든 영양제는 전국민이 임상시험 했다.
ㄴPlease add foreigners. He lives in England and is 17 years old. I am currently suffering from the Highlander syndrome, where bones and skin do not grow. However, the Nidol Pharmaceuticals ‘Nazolak Key Growth Nutrient’ was eaten and the bottle was clean. Because it is a rare disease, I have waited for the time limit impression because the medically proper study has not been carried out yet. By the way······.(외국인도 추가해주세요. 영국에 사는 17살 에이린이라 합니다. 저는 현재 뼈나 피부가 성장하지 않는 하이랜더 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탑 제약에서 출시한 ‘나 졸라 키 커져 영양제’를 먹고 그 병이 깨끗이 다 나았습니다. 워낙 희귀한 병인지라 아직 의학적으로 제대로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서 시한부 인상만 기다려 왔습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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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 제약을 까는 모든 기사엔 비추 폭탄과 함께 사람들의 반발 댓글이 올라왔고 거기에 더해 각 커뮤니티마다 국회를 해산해 달라는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다. 물론 기레기들에 대한 신상 정보들도 네티즌 사이에서 파다하게 퍼져나갔다.
저번 투데이시스 사태 때처럼, 기레기들이 뇌물을 처먹고 또 마탑 제약을 공격하는 허위 기사나 싸질러댄다고, 이참에 기자들도 수능처럼 시험을 쳐서 자격증을 발급해야 된다는 여론이 국민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참으로 나라 꼴이 개판이야······.”
이게 사실 내가 일으킨 나비 효과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는 죄가 없었다.
다 국민들이 원하는,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그동안 기득권 세력들이 틀어쥐고 있던, 본래 사람으로서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을 내가 조금 풀어줬을 뿐이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 고치지 못하는 질병을 고치고 싶어 하는 마음······.
그런 게 다 내가 생각하는 사람들의 기본권이다. 나는 내 나라를 위해 약간의 밸붕을 각오하고서라도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내가 사는 세상이니, 더욱 애착이 갔다.
어쩌면, 나는 신으로 다가가는 그 과도기에 있는 것을지도 몰랐다.
과거 데모스 행성 시절 때, 나는 주신 우르메와 자주 독대하면서 신이 되려면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많이 보고 듣고 배웠다.
어쩌면 우르메는 자신의 후계자로 나를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장난식으로 ‘너 진짜 신 돼볼 생각 없냐?’라고 주야장천 물어봤었으니까. 그러면 난 ‘응, 안 해.’라고 단호하게 거절했었고.
무언가 자동반사처럼 주고받는 말이었다.
나는 그런 귀찮은 일을 떠맡는 게 싫었고, 어서 빨리 지구로 돌아가서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게 지구로 돌아와 자유를 만끽하려고 했다. 아니, 했었다. 하지만 세상은 나를 편하게 살게 놔두지 않았다.
그래서 세상의 일에 조금씩 개입하다 보니, 어느새 깊은 곳까지 발을 들이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안 해서 우리나라가 망하고, 이 세상이 썩어들어 간다면?
과연 나 혼자 잘 먹고 잘산다고 과연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물론 가족들과 내 주변 지인들까지 모두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굶어 죽어가는 동족들을 보며, 나는 무슨 감정을 느낄까? 희열? 자만심? 오만함?
그런 건 이미 이계에서 지겹도록 느껴왔다. 그렇게 나는 미성숙한 내 자아를 날카롭게 깎아나갔다.
아니 깎여나갔다.
커다란 바위가, 부드러운 모래바람에 서서히 풍화되는 것처럼. 나는 세월의 흐름에 조금씩 풍화되어 갔다.
그래서 나중에는 이계에서 내 존재조차 드러내지 않고, 어두컴컴한 곳에 밀실 속에 숨어 홀로 고독한 시간을 보냈다.
고독이 좋았다. 그 어두운 공간이 나의 모든 감각이 날카롭게 벼려주었고, 무수하게 떠돌던 머릿속의 상념이 깨끗해주었다.
마치 방 청소를 깨끗이 하는 것처럼, 머릿속이 깔끔하게 정화되는 것이다.
아무튼, 나는 고독 속에서 오래 살았다. 그래서 지구에 복귀하자마자 인간관계의 서투름으로 인해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터졌다.
마치 내가 지나가는 곳마다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폭탄 같은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사실 별다른 위기는 없었지만, 결국엔 일반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반인으로서는 절대 걷기 어려운 길만 걸어왔다.
나는 아무런 감흥 없이, 여상하게 걸어왔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다르리라.
우리 가족에겐 아직 별다른 일이 없었지만······.
아니, 우리 가족들도 내가 이 세계에 없는 동안 많은 고생을 했구나. 나를 찾기 위한 고생, 그리고 나 때문에 상심한 고생.
그것도 물론 평생 죽을 때까지 보상해야 될 일이다.
아리와 최진우, 그리고 제임스 박.
사업 초반부부터 나 하나만 믿고 따라와 준 든든한 우군이자, 가족 말고 내가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그리고 적이자 우군으로 변한 유진광, 박태진, 치타 대부 조폭들도 있다.
어느새 복귀한 지 세 달 차에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들과 사귀었고, 많은 동료들이 생겼다.
그러면서 나는 어깨가 무거워졌다. 많은 책임감들이 생겼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진심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물론 내가 해낼 자신이 있으니까 한 생각이다.
나는 그것들을 이미 하나하나씩 실현해가고 있었다. 일단 우리 가족들에겐 지금까지 하고 싶었던 일을 마음껏 실현시켜 주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겐 원하는 차와 집, 그리고 월 억 단위의 무지막지한 용돈과 해외여행.
부모님은 그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계시다. 지난 15년간 나 때문에 고통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멀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만족하실 수 있게끔 계속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아리에게는 그녀가 그동안 염원하고 꿈꿔왔던 명품 주얼리 브랜드를 창설해주었다.
그녀가 설계한 모든 주얼리 제품은 내가 설치한 마법진에 의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명품 마법 브랜드로 재탄생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겉모양만 따지지 않고, 그 안에 깃든 신비한 효능과 마력에 푹 빠져들고 있었다.
그것도 전 세계 사람들이!
물론 의심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공장에 직접 찾아와서 공정 과정을 공개해달라고 땡깡을 부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전 세계인들은 이 비상식적인 상황에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
각국의 모든 언론사들은 추측성 내용을 쏟아내고 있고, 아이템을 과학적, 물리적으로 검토해도 별다른 특이사항을 찾아낼 수 없기에 더 곤란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세상에 진짜 ‘마법’이 있는지······. 아니, 마탑 그룹에게 진짜 ‘마법사’가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아무튼 아리는 이제 구띠, 헤르메스, 타파니, 꽈르띠에 등을 제치고 전 세계 1등 명품 주얼리 브랜드로 올라서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였다.
앞으로 남은 1달 남짓한 기간까지 합하면, 올해 4분기 동안 아리 주얼리샵이 거두는 매출액이 9천억 원에 육박할 예정이었다.
이것도 공장에서 생산하는 양이 턱없이 부족해서 축소된 매출액이고, 밀려 있는 예약까지 합하면 조 단위를 훌쩍 뛰어넘는 매출이었다.
게다가, 마탑 제약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시장은 이제 전 세계 제약업계를 파멸로 몰아갈 게 분명했다.
앞으로 ‘마탑 제약’에서 만든 약이 아니면 사람들이 사 먹지 않을 테니까.
나는 전방위적으로 시중에 나온 모든 제약을 대체할 약들을 쏟아낼 예정이었다.
전 세계에 무의미한 지표만 있는, 소수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까지도 모두 포용해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아니, 손해 날 일은 절대 없었다. 오히려 기업 이미지가 더 높아져서 우리 약이 더 불티나게 팔릴 게 분명했으니까.
게다가 나에게 사로잡혀 모든 것을 뺏겼던 대동그룹 유진광과 치타대부 석창익 등등.
이들은 내 덕분에 전보다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쥐게 되었다. 그룹의 회장 자리에 오른 유진광은 말할 것도 없고, 나를 위해 뛰는 치타 대부 녀석들을 위해 나는 원래 그들이 가지고 있던 건물과 재산을 대부분 돌려줬다.
녀석들은 거기서 나오는 월세만 받아먹어도 평생 죽을 때까지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내가 여러 가지 일을 지시할 때마다 수억 단위의 보수까지 지급했다.
그들은 더 이상 양아치처럼 서민들에게 무리한 채무를 떠넘겨, 이자를 삥 뜯어먹지 않아도 전보다 더 부유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티비에서 시선을 돌려 멍하니 창밖을 보며 상념에 빠져 있던 그때.
-속보입니다. 지금 광화문 광장 앞에서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
새로운 속보가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