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92
92
48.갑 of 갑(3)
마탑 쥬얼리, 마탑 제약. 그리고 추가로 준비 중인 마탑 반도체까지.
마탑, 마탑, 마탑······.
온 세상은 마탑으로 난리였다.
심지어 마탑이 우주산업까지 진출하면, 공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태양계 진출도 꿈만은 아니라고들 떠들어댔다.
그만큼 마탑 그룹이 한 일은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것을 넘어, 인류의 역사를 완벽히 뒤바꾸어 놓는 일과 비슷했다.
“그동안 올린 주얼리 회사 매출이 2조 4천억 원, 마탑 제약은 4천900억 원인가······.”
수능 아이템만 팔던 주얼리 매출이 저렇게 급성장 한 것은, 중저가 브랜드에서 초호화브랜드로 거듭나면서 이룬 효과였다.
게다가, 정책을 바꿔 대량 생산에 그렇게 열을 올리지 않았다. 생산해놓은 것도 그저 찔끔찔끔 경매에 풀 뿐.
“경매 때문에 엄청나게 벌었지······.”
진짜 말도 안 되게 벌었다.
나는 이지연이 가지고 온 매출 보고서를 읽으며,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제약 쪽 매출도 만만치가 않아······.”
한 달 조금 넘는 시간 만에 4900억.
한국 최고 제약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팔아치웠다.
입소문과 마탑이라는 신드롬 덕분이긴 했지만, 결국 그 알맹이가 좋으니까 사람들이 알아서 구매한 것이다.
’다른 약은 먹어도 마탑처럼 밍밍해서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지······.‘
무언가 내가 만든 약들 때문에, 다른 제약사에서 만든 약들이 전부 저평가(?)를 받고 있는 듯했다.
사실 약이라는 건 만들 때부터 부작용을 먼저 생각하고 만들기 때문에 극적인 효능보다는 일단 먹었을 때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따져야 했다.
그래야 임상이 통과되고, 판매허가가 떨어지니까.
특히나 FDA는 고사하고, 우리나라 식약처에서 승인나는 것도 4번 이상의 임상을 거쳐야 했다.
그러니 내가 영양제 형식으로 약을 낼 수밖에 없었고.
’이놈의 나라는 예나 지금이나 법이나 규제 때문에 될 것도 안 돼······.‘
물론 안전성 검사를 철저히 검사하는 것도 좋지만, 그걸 악용하는 놈들이 있어서 문제였다.
멀쩡히 이상 없고 통과되어야 할 약도, 식약처에 리베이트를 안 했다고 빠꾸시키고, 또 빠꾸시키고······.
제약회사 입장에선 식약처 직원들이 받들어 모셔야 할 상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리베이트 때문에 통과되지 말아야 할 약도 통과되어서 문제가 터지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러니, 국민들이 미치고 팔짝 뛸 수밖에 없다.
먹어서 탈 나는 책임은 오롯이 국민들이 진다. 잘못은 중간에서 해 처먹은 놈들이 했는데, 결과는 오롯이 소비자들이 뒤집어쓰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마탑 제약에 열광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마탑 제약에서 만든 약은 부작용이 있을 시, 전액 환불 처리를 해주고 피해보상까지 확실히 해주도록 못을 박아놨다.
하지만, 아직 먹고 부작용이 생긴 사람들은 없었다.
왜냐하면 평소 사람들이 먹는 음식 원료에서 추출한 것들로만 만들어서 그렇다.
매일 먹는 밥을 한끼 더 먹었다고, 갑자기 탈 나는 일이 없듯이 우리가 만든 약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약에 링크된 마법의 힘이 사람의 몸을 조금 바꾸어 놓긴 한다. 나쁘게가 아닌, 좋은 방향으로.
’약이 모자라서 문제지, 먹어서 이상이 생긴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어······.‘
지금 인터넷과 전국 마탑 약국에선 지금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약을 구하기 위해 안달이었다.
이건 국민 정서상 경매로 팔 수도 없는 일이라, 정해진 가격에 정해진 양만큼 정직하게 팔고 있었다.
대신 사재기를 하거나, 값을 무분별하게 올려받는 사람은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다.
가령, 사재기를 한 자는 앞으로 약을 구매하지 못하게 꾸준히 블랙리스트를 올리고 있고, 또 지금 현재는 마탑 병원에서 의사가 내려준 처방전이 없으면 구매도 못했다.
영양제인데 처방을 받아서 사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하지만, 아무도 거기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당연한 거 아니냐? 시중에 떠도는 비싼 약보다 효능도 훨씬 더 좋고, 완벽한데 당연히 의사 처방을 받아서 사야지.
ㄴ그래도 영양제인 건 생각 안 하냐? 그냥 더 찍어서 더 많이 풀면 해결되는 거잖아.
ㄴ공장이 모자라서 못 찍는 다잖아, 이 머저리야. 그럼 니가 마탑 그룹에 공장 증설에 돈 보태주던가.
ㄴ영양제 몇 개 사 먹어줬으니 조금이나마 매출에 보탠 거 아님?
ㄴ그건 니가 이득 본 거지, 마탑 약은 너 같은 놈에게 안 팔아도 살사 람 널렸음.
이런 자질구레한 키보드 배틀도 인터넷상에서 벌어졌다.
아무튼 나는 사람들이 사람들의 질병을 이용해서 매점매석으로 갈퀴로 돈을 쓸어담는 광경을 좌시하지 않았다.
앞으로 그런 짓을 벌이는 인간은 블랙리스트에 등록해서 약도 못 사게 할 거고, 마탑에서 생산되는 그 무엇도 못 구매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지금 이미 사재기한 사람은 어쩔 수 없겠지만, 앞으로는 단단히 단속을 펼칠 예정이었고 이미 공지도 띄어 놨다.
’아무튼 이번에 공모전에서 가려 뽑은 신약 118종을 새롭게 출시한다지.‘
118.
꽤나 의미 있는 숫자였다. 아렌 파핏이 우리 마탑 제약에 제시한 투자금액이 118조였다나 뭐라나.
’박태진이 그때의 상황을 재연하면서 엄청 좋아했었지······.‘
내가 박태진을 사람 만든다고 열심히 갈궜으나, 역시나 그 밑바닥엔 본성이 숨어 있었다. 박태진은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본성을 끄집어내며 마구 인성질을 했다고 했다.
’3500원짜리 제육 덮밥이라.‘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 사람하고 밥 한 끼 먹으려고 10억씩 주고 먹는다는데.
그렇게 주고 먹는 것도 대기자가 엄청 많아서 줄 섰다던데. 그런 사람이 박태진에게 개무시를 당했으니, 여간 빡돈 게 아닐 것이다.
아마 자존심에 스크래치······, 아니 도끼 자국이 찍혔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이젠 박태진과 밥한 끼 먹으려고 20억을 부를 날이 올지도 몰랐다.‘
아무튼 내 대신 얼굴마담 짓 하는 박태진은 나름 어그로를 잘 끌며 선방하고 있는 거 같았다. 성형 쪽에서도 나름 두각을 나타내어, 사람 여럿 구제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사실 그의 기술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다 물건빨, 템빨이지······.‘
박태진은 그저 마법이 새겨진 룰러를 들고 시험자의 얼굴에 들이밀면 그만이었다.
그럼 박태진이 사진을 보고 머릿속에 그린 형상대로 얼굴이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박태진은 지금 자신의 기술이 좋아서 엄청 잘 되는 줄 착각하고 있지만. 나는 굳이 그 착각을 고쳐주지 않았다.
환자들에게 큰 위해가 되지 않는 이상, 그 정도 착각병 정도는 가볍게 눈감아줄 수 있었다.
’아무튼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감개가 무량하네······.‘
맨 처음 지구로 귀환해서, 웬 인방 비제이들한테 굴욕당하고, 금괴 팔다가 조폭들에게 협박당하고, 아버지의 의료사고에, IS테러 사건, 대동그룹 납치사건, 국세청 소환, 경쟁 업체의 공장 불지르기 등등······.
정말 다사다난했다.
3개월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벌어졌다고는 믿기 힘든 대사건들. 남들이라면 평생 1번 겪을까 말까한 일들을 나는 몇 달 동안 모두 겪어버렸다.
’앞으로는 어떻게 되려나······.‘
나는 대동타운 14층, 회장실 바로 아래의 사무실에서 창가를 바라보았다. 저 멀리 뱀처럼 기다란 한강이 보이고, 크고 멋진 빌딩 숲들도 보인다.
과거라면 상상도 못했을 것들.
이런 고급스럽고 큰 빌딩을 내 것처럼 여기며, 수조 원을 벌어들이는 사업가의 인생을 내가 과연 상상이나 해봤을까?
이계로 넘어가기 전에도 그렇고, 복귀하고 나서도 이렇게 큰돈을 벌 줄은 사실 몰랐다.
그냥 가지고 온 보석들을 조금 팔아서 가족들과 함께 돈 걱정없이 살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상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았고, 사회에 널린 문제들도 산적했다.
’국회의원들이 그런 식으로 나올 줄은 진짜 상상도 못 했다······.‘
국민들이 일 잘하라고 뽑아놨더니, 되려 국민들을 억압하기 위해 나를 견제할 줄이야.
정확히는 마탑 그룹의 행보를 제약한 것이었지만, 결국 마탑을 이끄는 주인이 나니, 나를 견제했다고 보면 됐다.
하지만, 나에게 공권력이 먹히지 않는다는 건 몰랐을 거다. 만약 그걸 알았으면 애초에 시도조차 안 했겠지만.
’이제는 슬슬 반도체도 신경 써야겠군.‘
그동안 유진광이 발로 뛰며 기술자들을 모집하고 있다곤 하는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
“안녕하십니까, 정 회장님.”
“유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유진광은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거의 산소호흡기만 달고 있는 반텍(Bantech)을 찾았다.
반텍은 1997년도부터 핸드폰 시장에 뛰어든 IT기업이었다. 피쳐폰,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브랜드를 연달아 히트시킨 유명회사였으나.
-반텍, 통신사업부 매각 결정.
-반텍그룹, 회생절차 개시 결정(법정관리)
-반텍, 자금난에 빠져 1차 워크아웃. 이로 인해 반텍은 전체인력의 35%를, 임원의 60%를 감원. 구조조정 피바람.
.
.
.
지금은 고작 가지고 있는 통신 기술 저작권 몇 개로 다른 회사들과 매매 협상을 벌이는 신세로 전락했다.
“사무실에 무슨 일 있었습니까?”
“······.”
유진광의 질문에 반텍그룹 회장 정남룡은 고개를 떨구었다. 유진광이 고개를 돌려 둘러보니, 사무실 상황이 엉망이었다.
각종 서류를 비롯한 업무 자료들이 낱장으로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사내 전화기는 아예 코드조차 뽑아놨다.
거기다, 누가 밀치고 엎고 갔던지 책상과 의자가 아무렇게나 바닥에 널브러진 것도 있었다.
“빚쟁이라도 왔다 간 겁니까?”
“네······. 유 회장님이 오시기 전에, 급작스럽게 채무자들이 들이닥쳐서······.”
“하, 참네······.”
유진광은 어이가 없어 혀를 찼다
그동안 새롭게 출시한 에가(EGA)시리즈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나름 투톱까진 아니어도, 3번째 정도는 하던 반텍이 아니던가?
한데, 지금은 에가 시리즈가 몰락하고, 회사는 나날이 쌓여가는 부채와 이자를 갚지 못해 이모양 이꼴이 되어 버렸다.
“누추하긴 한데, 일단 앉으시죠. 제가 잠시 치워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치우죠. 그런데 비서나 다른 직원은 없습니까?”
“다들······.”
정남룡은 말을 잊지 못했다.
다들 미래가 없어진 반텍에 출근하지도 않고, 밖에서 밀린 월급을 달라고 데모를 하거나 아니면 경력을 살려 다른 회사에 이직하기 위해 한창 이력서를 넣고 있었다.
유진광은 말 안 해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월급은커녕, 퇴직금도 못 챙겨주는 회사에 무슨 미련이 남아서 일하고 있겠냐? 나라도 탈주하겠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회장이 사원들에게 가족같이 내 회사같이 일해야 한다곤 하지만, 그것도 월급이 제때제때 들어왔을 때 하는 소리였다.
월급이 언제 나올 줄 알고 계속 회사에 존버할 순 없었으니까.
유진광은 정 회장과 함께 대충 쇼파 위에 널브러진 서류가지들을 치운 후에 그와 마주 앉았다.
정남룡은 유진광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금 동앗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매불망 그를 기다렸다.
대동그룹에서 분가한 마탑그룹. 아니, 실질적으로 대동그룹까지 하드캐리하고 있는 마탑그룹의 회장이 바로 유진광이었다.
이제 대동그룹은 껍데기일 뿐.
그런 사람이 먼저 반텍에 인수제안을 건네며 자신을 찾아오다니?
그런 정남룡을 향해 유진광이 팔짱을 끼며 물었다.
“이 회사, 제게 얼마에 파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