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93
93
49.반텍 인수
“얼마······ 라니요?”
정남룡 회장은 멍한 얼굴로 유진광을 쳐다보았다. 체면치레로 기타부타 말을 하기도 전에, 다짜고짜 인수금액부터 부르라니?
“말 그대로입니다. 원하는 금액을 말씀해주십시오. 어차피 매각이 결정된 회사 아닙니까?”
“······.”
말 그대로 반텍은 지금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있었다. 반텍 지분 30%는 정남룡 회장이, 그리고 2대 주주로 있는 IB은행이 25%를 쥐고 있었다.
나머진 기타 회사들이 10% 이하로 자잘하고 쥐고 있었고.
하지만, 정남룡과 IB은행의 지분을 흡수한다면 사실상 반텍의 회장 자리와 경영권 전체를 쥐는 셈이었다.
“1500억 어떻습니까?”
“음······.”
정남룡 회장은 잠시 침음을 삼켰다. 몇 년 전에만 해도 2조 원 이상의 매출액을 내던 건실한 회사를 1500억에 넘기라니?
IB은행이 지분을 안 팔아도, 정남룡 회장의 지분만 가져가도 반텍은 마탑 그룹의 소유가 된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특허권과 함께 회사의 모든 것이 고작 1500억이라는 돈에······.
“대신 정남룡 회장님이 오너로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도록 CEO자리를 양보하겠습니다.”
“네???”
유진광의 제안에 정남룡은 눈을 번쩍떴다. 사실상 1500억에 회사를 강탈당하는 느낌이었는데, 유진광의 제안은 그게 아니었다.
“그럼 회사 경영은······.”
“정남룡 회장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새로운 신규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 이 회사를 매입하는 것입니다.”
“저도 반텍이 신규 제품군을 생산해서 다시 한번 재기하기를······.”
“그렇죠. 같이 합심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자 이거죠.”
유진광은 마탑 그룹이 가지고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에 대해 설명했다.
마탑 파운드리에서 생산하고 설계한 반도체를 반텍 스마트폰에 집어넣는 것.
“그렇게 하면 현재 에가(EGA)폰의 성능이 지금보다 수백 배 더 올라갈 겁니다.”
“네???”
황당한 소리였다.
사실 최근 잘 나가고 있는 마탑 그룹이 다 망해가고 있는 반텍에 투자하겠다는 것도 황당한 소리이긴 했다.
한데, 스마트폰 성능을 기존의 성능보다 수백 배 끌어 올려준다니? 그건 진성그룹··· 아니, 진성그룹이 숨겨둔 외계인이 와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황당해도 믿어야 해······.’
정남룡에겐 뒤가 없었다. 이대로 지분을 넘기고 도망쳐야 하는 상황에서, 거의 투자 형식으로 마탑그룹에게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다면?
마탑 그룹도 1500억 이상 투자한 이상, 반텍이 망해가는 걸 손놓고 두고 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 허황되지 않은가?
“하하하······.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겠네요.”
정남룡은 어색하게 미소를 간신히 맞장구쳤다. 솔직히 믿는 얼굴은 아니었다. 하지만 의욕적인 투자자는 적극 환영이었다.
당장 생각이 어떻게 됐든, 결국 가는 방향만 같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유진광은 그런 정남룡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혀 믿지 못하겠다는 저 표정이.
“저희 그룹이 만든 계열사 중에 망한 곳이 단 한 곳이라도 있습니까?”
“······.”
그동안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느라 소문만 들었지, 마탑 그룹이 어떤 식으로 대박이 났는지는 그도 잘 몰랐다.
그저, 이상한 효능이 담긴 장신구나 영양제를 판다는 것밖에는······.
‘하지만, 대박이긴 했지.’
소문으로 접한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지 몸소 체험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아무리 마탑 그룹이 그동안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제품군에서 승승장구 했다지만······.
이건 21세기 모든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폰 사업이었다. 단순히 장신구나 의약을 만드는 수준이 아니었다.
의약도 물론 복잡한 연구개발과 실험 과정이 필요하지만, 전자기술과는 전혀 다른 길이다.
같이 어렵되, 서로 양극단에 있는 길.
하지만, 유진광은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앞으로 손해날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투자 제의를 받아들일 건지 말지 그것만 말씀해주세요.”
유진광은 설명하기 답답하다는 듯이 그렇게 못을 박았다. 어차피 어렵고 복잡한 일은 전부 이준혁과 아이비리그를 나온 직원들이 할 것이므로.
자신은 그저 통 크게 말빨로 가능한 일들만 빨리 해치우고 나오면 그만이었다.
진짜 업무는 다른 사람이 할 것이다.
“어이, 김 비서.”
“네, 회장님.”
“김 상무 불러와.”
“알겠습니다.”
유진광은 자신이 데리고 다니는 비서에게 거드름을 피우며, 밖에 대기하고 있던 따까리를 불렀다.
귀찮고 복잡한 일을 모두 처리해주는, 하버드 출신 부하 직원이었다. 본래 신입사원 존 킴(John Kim)이었는데, 유진광이 눈여겨 봐뒀다가 어디 출장갈 때 옆에 항상 끼고 다니는 직원이었다.
유진광은 일 처리 능력은 부족해도, 인재를 가리는 능력은 타고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고.
사업도 안정적인 궤도 내에서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이준혁과의 만남 이후로 그는 실패를 모르는 남자가 됐다.
물론 악연으로 만났지만, 중요한 건 끝이 어떻느냐다.
악연으로 만났어도,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고, 끝까지 안 좋으면 그게 진짜 안 좋은 거였다.
“1500억에 지분 30%를 넘기는 거로. 뭐 지금 시세 굳이 따지지 말고.”
사시 1500억도 1-2년 전 시세였다. 하지만, 유진광은 조금 더 얹어줘서 손해를 보더라도 한 번에 계약을 끝마치고 싶었다.
괜히 몇억 깎아보겠다고,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통 큰 이미지를 버리기가 싫었다.
그리고, 솔직히 1500억 정도는 자신이 재량껏 융통해도 될 만큼 부담 없는 금액이었다.
현재 마탑 그룹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수익은 이준혁의 해외 자금 도피 컴퍼니에 대부분 가고 있었지만, 나머지 콩고물만 주워먹어도 월 수백억이 넘었다.
그래서 유진광은 이제 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이준혁이 무슨무슨 사업을 하고 싶다, 라고 얘기하면 그것만 열심히 보조해줘도 돈을 갈퀴로 쓸어 담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작은 것에 탐내기보단, 앞으로 큰 그림을 그리며 일을 진행했다.
“회사 실적에 따라 성과금도 매출액에서 1%이상 지급하는 거도 추가해.”
“순이익이 아니라 매출에서 1%말입니까?”
“그래. 그래야 우리 정 회장님이 애사심을 가지고 더 열심히 일하실 거 아니야?”
“알겠습니다.”
사실 유진광으로서는 새로운 IT인재를 뽑고, 다시 밑바닥부터 정상까지 끌어올릴 자신이 없었다.
그저 아버지가 하던 대로, 괜찮은 회사를 돈으로 인수해서 뒤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제일 편하다는 걸 경험으로 알았다.
그래서, 이렇게 투자자 형식으로 후원자 형식으로 지분은 일단 다 챙겨가고, 일은 그 적합자에게 떠넘기는 방식이었다.
‘정남룡이라는 사람도 나쁘진 않지······.’
이 사람은 사업가이긴 하지만, 또한 기술 하나로 밑바닥에서 올라온 장인이기도 했다. 대신 사업에서 권모술수가 모자라서 진성그룹이나 헬디전자에 밀려 만년 3등을 했을 뿐.
본래 기술력으로만 따지면 1등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진성과 헬디에서 반텍이 키워 놓은 인재를 야금야금 훔쳐갔다.
결국 돈.
돈 때문에 인재들을 다 털리고, 거기다 회사 기밀과 기술까지 전부 유출 당했다.
정남룡은 거기에 소송으로 대응했으나, 진성공화국이라는 이름답게 소송으로는 택도 없었다.
오히려 덤태기로 무고죄에 씌여서 회사가 차츰차츰 무너졌다.
‘의욕만으로는 안 돼······.’
그래서 정남룡은 힘을 원했다. 돈도 힘이 될 수 있겠지만, 유진광의 뒤에는 ‘그’가 있지 않은가?
‘현재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대통령, 그리고 선진중립당이 뒤에서 밀어주기만 한다면······.’
그동안 땅에 떨어졌던 회사에 대한 신뢰와 매출액도 단번에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유진광의 뒤에서 실질적으로 마탑 그룹을 이끄는 사람······. 그 사람을 알아내야 한다.’
바보가 아닌 이상, 유진광이 혼자서 이런 일을 성공했다고 믿는 사람은······ 꽤나 많았지만, 아무튼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다.
마탑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사람은 유진광이 아니라고.
‘마법사라고 했었나?’
지금 이 알 수 없는 마탑그룹의 신드롬을 일으키고 다니는 남자··· 아니,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잘 몰랐다.
그냥 그런 사람이 있는데, 아무튼 그 사람이 지금 마법을 부려서 나라를, 세계를 그냥 뒤집어 놓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그래, 허황되든 현실적이든 간에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대세지.’
대세만 타면, 아무리 망작이라도 역대 최고 판매량을 갱신하기도 하고, 최고의 명작이라도 시대를 잘못 타고나면 그냥 흥행도 못 하고 묻힌다.
그런데 지금 확실히 대세는 마탑이었다. 마탑이 반텍에 투자한다는 소문만 퍼져도, 사람들은 다시 반텍을 주시할 것이다.
‘그럼 우리에게도 다시 기회가 올 수도 있다.’
정남룡은 그렇게 생각하며, 유진광이 내놓은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비록 자신이 가진 지분을 다 넘기고, 회사의 사명도 바뀌겠지만 상관없었다.
지금껏 키워온 회사가 갈가리 찢기지 않고 다시 재기할 수만 있다면, 겉옷이 조금 바뀌는 것쯤은 참고 인내할 수 있었다.
그에겐 아직 열정이 남아 있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1등을 차지하겠다는 열정이.
‘기술적으로는 진성그룹과 맥플이 1, 2등을 하고 있고, 중국 IT기업들이 맹렬히 추격하고 있지만, 마탑이라면······. 마탑이라면 또 모른다······.’
정남룡은 그렇게 생각하며, 싸인한 서류를 유진광에게 넘겼다. 유진광은 그것을 받아들어서 대충 훑어보다, 따까리 상무에게 넘긴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약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 회장님.”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더 고맙죠.”
“당분간은 그동안 하던 대로 회사 운영을 해주세요. 나가겠다는 사람 붙잡지도 말고, 되도록이면 참신하고 새로운 인재를 뽑아보세요. 총알은 부족하지 않게 넉넉히 채워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상 회사의 지분을 모두 넘기는 셈이었지만, 정남룡은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회장 자리도 지켰고 지분 가치도 본전도 못 건질 판에 이득도 충분히 챙겼다.
정남룡이 바라는 건 이제 자신이 일군 회사가 진성 스마트폰을 뛰어넘어 세계에서 1등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돈보다 그것을 실현할 가능성이 생겨서 더 기뻤다.
*
“음······.”
나는 반텍으로 출장간 유진광과 통화 끝마쳤다. 들어보니, 반텍 그룹을 인수할 생각인 듯싶었다. 마탑 파운드리에서 생산한 모바일용 AP를 반텍 스마트폰과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그것도 뭐 나쁜 선택은 아니지······.’
맥플처럼 아예 스마트폰과 운영체제도 같이 만들어서 팔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마땅한 운용체제가 없어서 진성그룹처럼 하드웨어부분이라도 자급자족하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괜찮았다.
‘역시 유진광이 큼지막한 부분에선 흐름을 보는 역량이 있어······.’
디테일한 부분에선 그 역량이 많이 떨어졌지만, 뭐 사람마다 잘 하는 분야가 있는 법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퇴근 준비를 하는데······.
뚜, 뚜······.
“누구지?”
02로 찍힌 전화번호가 내 스마트폰을 진동시켰다.
“여보세요?”
“네, 이준혁 씨 핸드폰 맞으십니까?”
“네, 그런데요.”
“여기 교육부입니다. 이번 수능 관련해서 잠시 통화 좀 괜찮으십습니까?”
“무슨 일인데요?”
“수능 성적 발표 관련해서 따로 안내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그거 원래 성적표 발부해서 통보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요······. 이준혁 씨는 이번에 조금 특별한 케이스라 제가 직접······.”
“무슨 특별한 케이스인데요?”
나는 질문하며 핸드폰을 어깨와 볼 사이에 끼우며 양복 마이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