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94
94
50.최장수 전국 1등
“음······.”
나는 교육부 직원에게서 걸려온 통화를 끝마치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예상대로 전국 1등이군······.’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인터뷰였다.
‘기자들 찾아오면 인터뷰 좀 잘 해달라고?’
무슨 인터뷰?
나는 자퇴하고 순수 독학으로 공부했고, 교과서 위주로 한 게 아니라 아예 이 세상 모든 지식으로 공부했다.
그렇게 솔직하게 얘기하니, 전화한 직원도 많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참 곤란하네······.’
어찌어찌 내기는 이겼는데, 결국 귀찮은 일이 하나 더 생겨버렸다.
‘학교······. 학교라······.’
내가 옷을 입다 말고, 멍하니 서 있자 이지연이 다가왔다.
“실장님. 퇴근 안 하시고 뭐 하세요?”
이지연은 어서 빨리 내가 퇴근해서, 자기도 같이 퇴근했으면 하는 표정이었다.
“갑자기 교육부에서 전화가 와서요.”
“교육부에서 왜요?”
“수능 성적 통지하려고 전화했나 봐요.”
“네?”
이지연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혹시 이번 2022년 수능 시험 치신 거예요?”
“네.”
“와, 대단하시네요.”
“뭘요, 누구나 다 한 번씩 치는 건데.”
“그래도, 실장님은 나이도 있고 직장인이시잖아요.”
“직장 다니면서 칠 수도 있는 거죠.”
“뭐, 그야 그렇지만······. 아무튼 교육부에서 수능 성적 알려주려고 전화했다고요? 나 때는 그런 거 없었는데.”
“성적이 좀 좋게 나와서, 기자들이 인터뷰 오면 얘기 좀 잘해달라고 하던데요?”
“네? 성적이 얼마나 좋게 나왔는데요?”
“전국 1등이요.”
“······.”
정확하게는 전국 1등에다, 전 과목 올백이었다.
수능 백분위 올 100%, 등급 올 1등급.
‘이번 시험은 어렵다고, 1등급 컷이 매우 내려갔다고 하던데······.’
최근 수능 관련 뉴스에선 각 과목당 시험문제의 80%만 맞춰도 1등급을 받을 정도로 역대급 헬난이도, 최악의 불수능이란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었다.
내가 만든 수능 아이템이 불러온 나비······, 지옥효과였다.
하지만.
‘그래도 수능 아이템 덕분에 시험을 잘 본 학생도 있다니깐······.’
이지수라고 했었나······?
마탑 주얼리에서 만든 1호 수능 아이템을 시험한 학생. 효능을 빨리 알리기 위해 밸붕급 아이템을 만들어 그 학생에게 쓰게 했다.
그리고, 그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이지수는 4-5등급 수준이었던 자신의 성적을 올 1등급까지 끌어올렸다고 했다.
모의고사에서도 그렇고, 이번 수능 시험 채점에서도 올 1등급이 예상된다며, 고맙다고 마탑 주얼리에 전화까지 했다.
그녀가 SNS를 통해 자신의 경험담을 상세하게 적어줬기 때문에, 마탑 주얼리가 기세를 타고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와, 정말 축하드려요. 실장님.”
“뭘요.”
“아리 언니는 부럽다~”
이지연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내가 나가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퇴근해버렸다.
나는 피식 웃으며, 이지연을 뒤따라 퇴근을 서둘렀다.
*
딸칵, 딸칵.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다시 학교 다닐 생각을 하니, 옛날 친구들이 생각나네······.’
사실 가족이나 다른 지인들에겐 내색하지 않았지만, 남들보다 짧은 고등학교 생활을 한 게 늘 아쉬움으로 남았던 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남들은 다 간다는 대학도 가지 못했다. 어찌 보면 나는, 마법적 능력을 제외하면 이 세상에서 별로 내세울 거 없는 사람이다.
마법이나 이계에서 가져온 보물이 없었다면, ‘중졸에 33살 무능력자’ 정도가 바로 내 위치일 것이다.
그럼 아리 같은 여자가 나를 거들떠나 보겠나?
물론 아리가 내 능력을 보고 나에게 접근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그녀는 내게 무슨 능력이 있는지 잘 모른다. 그저 막연하게,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만 느끼고 있을 뿐.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수컷을 원했다.
현대사회 이전에도, 가장 힘센 수컷이 가장 예쁘고 몸매 좋은 암컷을 가져갔듯이, 현대사회도 똑같았다.
대신 현대사회는 힘보다는 돈. 경제적인 능력이 수컷의 매력 포인트가 됐다.
딸칵, 딸칵.
사이월드는 이제 망하고, 전부 베이스북으로 넘어간 거 같았다. 그리고 거기서 또 린스타로 넘어가고.
‘베북이 린스타를 인수해서 두 개가 다 연동이 되네.’
나는 일단 대중성이 높은 베이스북부터 가입했다. 베북은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sns였다.
‘음···. 이동석, 장동규, 권기민, 최민혜, 권형락······.’
많은 친구추천 목록이 우수수 떴다.
나는 신중하게 친구 추가할 녀석들을 골라서 친구신청 버튼을 눌렀다.
‘학교는 일단 고등학교 중퇴로 해놨는데······.’
고등학교 올라간 후로, 중학교 친구들은 다 소원해진 상태였다.
원래 학교만 갈라져도 데면데면한 게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고등학교 친구들끼리는 아직 서로 연락하고 있는 얘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거 같았다.
딸칵, 딸칵, 딸칵.
나는 일단 과거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위주로 친추 신청을 마구 눌렀다.
“음······. 이동석 얘는 요새 뭐하나······.”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 내 짝궁인 녀석이었다. 하지만, 등치가 커서 싸움 좀 잘한다고 친구들을 많이 괴롭히던 녀석이었다.
“공무원 준비하네······.”
나는 이동석의 근황을 베북으로 확인하다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예전엔 자신의 아버지가 사업을 한다고 자랑했던 거 같은데, 낙하산 안 타고 공시를 준비 중인 거 같았다.
물론 공무원을 비하하려는 뜻이 아니라, 저놈이 뭐 대단한 일을 할 줄 알았는데, 요즘 유행하는 남들 다 하는 공무원을 한다는 게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우리 아빠가 나한테 회사 물려준다고 존나 귀찮게 해서 걍 공무원 준비함 ㅅㄱ
녀석의 베북 타임라인엔 그러한 글들이 있었다. 오늘 자신의 스터디에 예쁜 여자가 들어왔다느니, 여터디 성공이라느니 하는 말들.
‘한심하네······.’
할거면 똑바로 열심히나 하지, 공부도 비슷한 것들끼리 모여서 몇시간 시시닥거리다가 금방 해체되고 그런 것 같았다.
공부도 평소에 하던 사람이 해야 하는데, 안 하던 사람이 하면 집중이 안 된다.
그것도 습관이라서, 강한 집중력이나 동기가 없으면 성공해낼 수가 없었다.
자격증 공부 하나만 해도 그러했으니까.
아무튼 지방의 공고, 그러니까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온 애들의 테크트리가 이동석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공시생에다, 폰팔이, 다단계, 보험팔이, 호빠, 조폭······. 이런 거 말곤 별로 할 게 없지.’
머리에 든 게 없어서 그렇다. 세상을 지배하는 높은 자리는 전부 배운 사람들이 틀어쥐고, 아버지 잘 만난 이동석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동창들이 힘들고 단순반복적인 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단순반복 일에서도 효율을 높여서 돈을 잘 버는 몇몇 예외는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영역에서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들 말고, 뭐든지 대충대충 하는 사람들.
보통 사람의 지식은 부모로부터 되물림 된다고 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부모가 멍청해도, 바뀌려는 의지만 있으면 자식들도 변한다.
하지만, 부모도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서 자식들만 닦달하면 그게 바로 최악의 되물림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래도 그런 소굴에서 탈출해서 천만다행이다.’
처음엔 이계로 끌려간 걸 많이 원망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전혀 후회가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고생한 보람이 있었으니까.
누구도 쥐지 못한 큰 힘을 얻게 되었고, 그것을 통해 남들에게 안 꿇리는 삶을 살 수 있었다.
나는 문득 과거 짝궁이었던, 일진 이동석에게 페메를 보내 근황을 알아보았다.
-이준혁 : 야, 요새 뭐하냐? v읽음 18:40
-이동석 : ······
-이준혁 : 말을 해 v읽음 18: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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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씹 당했다.
‘원래 친하지도 않던 사이니 별로 아쉽지도 않네.’
그냥 말 그대로 심심해서 말을 걸어본 것뿐이었다. 절대 읽씹 당해서 화난 건 아니었다.
-이준혁 : 야 권민우! 요새 뭐하냐 v읽음 19:30
-권민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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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놈도 읽씹.
-야 요새 뭐하냐.
저놈도 읽씹.
‘이 새끼들이 오늘 단체로 짰나?’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개무시였다. 그동안 그룹 내에서건, 밖에서건 남들의 떠받듦만 받아오다가 오랜만에 이런 개무시를 받으니 조금 신선하기도 했다.
“뭐, 아쉬운 건 내가 아니니까.”
나는 대충 그렇게 생각하고 컴퓨터를 끄려고 했다.
그런데.
까톡!
pc카톡에서 톡이 하나 왔다.
-새로운 친구가 있습니다.
누가 내 번호를 통해 친구추가를 한 것 같았다.
“누구지?”
프로필 닉네임이 ‘ㅇ’으로 되어 있어서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이준혁 : 님 누구셈?
-ㅇ : 준혁아, 나 박찬규다. 기억해?
-이준혁 : 오, 찬규야. 너 요새 뭐하냐?
-ㅇ : 응. 나 요새 치킨 배달 다녀.
-이준혁 : ······.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공무원 아니면 치킨 배달 같은 노동을 하는 모양이다. 물론 그게 다 사회에 필요한 일이긴 한데, 중요한 건 보수도 적고 일도 고되다는 거다.
게다가 박찬규는 나랑 친하게 지내던 몇 안 되는 친구이기도 했다.
‘항상 찬규와는 소설 이야기 같은 걸 하곤 했었지······.’
우리가 학교다닐 때는 한창 대여점 소설이 유행할 때였다.
피뢰도, 흑향, 왕제의검, 갓궁 등등······.
나와 찬규는 매일 수업 시작하기 전에, 교실 구석에 가서 ‘누가 피뢰도 카페에 나유린 팬픽을 올렸다’느니, ‘흑향이랑 비뢰도 진짜 너무 안 나온다. 연재주기 개십망이다’라느니 하며 지겨운 학창시절을 꾸역꾸역 버텨냈다.
그 시기 우리에게 활력소가 되는 건 다 그런 유흥거리였다. 사실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재미도 없었다.
하지만, 소설 속 세상은 달랐다.
소설 속에선 주인공이 어려운 역경을 딛어내고, 강력한 인물로 성장하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줬다.
주인공이 무림에서 맹활약을 할 때나, 예쁜 미인들을 독차지할 때 학생들은 대리만족을 느꼈다.
물론 다 읽고 나면 허무해져서, 다시 빠른 속도로 대여점에서 다른 책들을 빌렸다.
그러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나도 이계나 무림으로 넘어가서 진짜 강해지고 싶다.
실제로 저런 생각도 해봤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을 땐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다.
내가 생각했던, 소설 속에서 봤던 세상과는 180도 다른 그런 세상에서 나는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정말 더럽고, 치졸하고, 살 떨리고, 목숨이 오고 가는 스릴 넘치는 경험이었다.
사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세상이 바로 데모스라는 세계였다.
-ㅇ : 준혁아, 너는 요새 뭐하냐?
-이준혁 : 나 다시 학교 다니려고.
-ㅇ : 학교? 너 설마 그때 자퇴하고 다시 고등학교 복학하는 거냐?
-이준혁 : 아니, 검정고시는 올해 땄어.
-ㅇ : 아, 그럼 대학교 가려는 거구나. 잘 생각했어. 아무리 블라인드 취업이라지만, 그거 다 뻥이야. 대학간판 여전히 본다.
-이준혁 : 그래? 역시나 헬조선답네.
-ㅇ : 근데 너 최근에 베북 가입했더라?
-이준혁 : 응, 오늘 가입했지.
-ㅇ : 그동안 도대체 뭐하다 이제 가입했냐? 연락도 안 되고.
-이준혁 : 돈 벌려고 배 타고 왔었지.
-ㅇ : 엥? 진짜냐? ㅎㄷㄷ. 정말 대단하네. 난 그런데 지원하면 동료 어부들이 바다로 들이밀까 봐 무서워서 못 가겠더라.
-이준혁 : 안 그래 ㅋㅋㅋ. 다들 착해.
-ㅇ : 아무튼 야, 내가 말할 게 있었는데 깜빡하고 있었네.
-이준혁 : 뭔데?
-ㅇ : 12월 15일날 동창회 있거덩. 마침 너랑 연락돼서 다행이다. 우리 군포 공고 동창회야. 너도 올 거지?
-이준혁 : 글쎄······.
사실상 고등학교 생활은 1학년 2학기까지만 하고, 그것도 하던 도중에 이계로 끌려갔다.
그래서 그렇게 친하게 지낸 친구는 많이 없었다. 그 와중에 짧은 시간 동안 악연을 쌓은 녀석들은 많았고.
-이준혁 : 한 번 생각해볼게.
-ㅇ : 생각은 무슨. 꼭 와라. 두 번 와라
-이준혁 :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