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07)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07화(107/482)
K-싱어스타 음원이 아닌, 강하준의 첫 개인 음원 ‘윤슬’이 전격 발표되었다.
분명 미친 듯이 바빠야 할 때인데….
“한적하다, 한적해.”
“그러게나 말이다.”
홍보실 직원 몇몇은 오순도순 모여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손에는 커피믹스가 넘실거리는 종이컵을 쥔 채로.
“이렇게나 여유로운 음원 발표는 처음인 것 같네요.”
다른 직원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보탰다.
“와, 근데 진짜 케싱스의 화력이 대단하네요. 네티즌들이 알아서 홍보를 해 줘요.”
“박 전무님이 강하준을 케싱스에 투입한 건 다 이런 이해타산이 맞아서 아니겠냐.”
그들의 말처럼.
박 전무는 K-싱어스타의 성공을 예상했을 것이다. 강하준을 투입 시키고자 들인 투자 비용보다, 그로서 돌아올 이득이 더 크리라는 점도 예상했을 터였고.
실제로 강하준을 위해 사내에 보유한 홍보 채널을 많이 태우지 않았음에도 연예부 기자들은 신경을 모두 집중했고, 대중들은 열렬한 관심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기사, 커뮤, SNS는 온통 강하준이라는 이름으로 도배되어 갔다.
“이야, 진짜 근데 잘생기긴 진짜 잘생겼어요?”
홍보실 직원들은 각자 자신이 송출시킨 기사를 확인하며 한마디씩 보태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열광하겠지. 와, 댓글 올라오는 속도 봐라.”
“하물며 유명 기업 아들이라며? 그 기업 이미지 되게 좋던데.”
“얘는 무슨 애가 얼굴, 집안, 인성, 실력 뭐 하나 빠지질 않냐.”
그래.
“이렇게 보니까 아주 다 가진 녀석이었잖아?”
강하준이 처음부터 잘나가는 탄탄대로인 이유는 오롯이 K-싱어스타 덕분만은 아니었다. 이미 완성형 비주얼과 탄탄한 실력, 반짝이는 스타성은 기본이고.
대외적으로 평판 좋기로 유명한 모 기업에 아들이라는 점과 학창 시절부터 흔히 말하는 ‘엄친아’로서 뭐 하나 흠잡을 것 없는 인성을 갖춘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HS 곡으로 데뷔? 진짜 완벽 코스 아니냐?”
“그러니까, 출발선부터 다르네.”
“벌써 팬덤이 웬만한 아이돌 그룹이랑 비등하던데.”
이들의 말속에는 아주 작은 부러움이 섞여 있었다.
그때.
곽 팀장이 서류 판으로 책상을 가볍게 “탁탁” 내려치며 말했다.
“혹시 우리 회사 소속 연예인이 강하준밖에 없는 거야?”
“아닙니다-!”
“그럼 강하준 음원 발표했으면 우리 일은 다 끝난 거야?”
“아닙니다-!”
팀원들은 그의 말에 누구보다 빨리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본 곽 팀장은 피식 웃어 보이고는 읽고 있던 서류를 다음 장으로 넘겼다.
사락-.
그의 손에 들린 서류 뭉치는 오늘 일자 기준으로 작성된 강하준 움원 성과 보고서였다.
‘대단하긴 하네….’
음원이 정식 발매가 이루어진 지 고작 이틀 차였다. 그런데도 벌써 오늘 오전 기준 TOP100 차트인에 성공했다,
아직 음악방송 한번 출연하지 않았다는 점과 더불어 들어간 투자 비용을 생각해 보면 엄청난 결과물이랄 수 있었다.
물론.
강하준의 ‘윤슬’이라는 곡을 작곡한 사람이, HS라는 사실 또한 지금 이 결과물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터였다.
원래도 신예라든가 루키라든가 하는 수식어가 따라붙던 작곡가 HS는 K-싱어스타 출연 이후 천재 작곡가의 탄생이라며, ‘대한민국 투톱 작곡가’라는 칭호를 얻었다.
모쪼록….
대중들이 ‘HS’라는 작곡가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모양이었다.
아니지.
대중들뿐만이 아니다. 자신부터 그를 신뢰하고 있었으니까.
그래.
곽 팀장은 HS가 만든 ‘윤슬’이 유통사에 넘어간 시점부터….
“김 대리, 보고서 좀 상부에 전달하고 와 줄래?”
“그럼요!”
“읽기 전에 놀라지 말라고 전해 주고.”
“넵-!”
이미.
오늘의 결과물을 예상했던 바였다.
* * *
“오빠 최고! 짱이야! 젤 멋져!”
현승은 제 팔에 매달려 총총거리는 현아의 이마를 콱 쥐어박고 싶었다.
제 여동생이 이토록 신나서 날뛰는 이유는….
강하준의 정식 데뷔 무대이자, 첫 음악방송을 보러 방송국에 와서였다.
“진짜 울 오빠밖에 없어!”
이번만 꼭 보게 해 달라고 통 사정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데려오긴 했다만….
“네가 말하는 울 오빠는 강하준 아니고?”
“아니지!”
현아는 완강히 고개를 내 젓더니 익살스러운 투로 덧붙였다.
“울 오빠는 우리 민!현!승! 하나밖에 없지!”
현승이 황급히 “쉿, 쉿.”하면서 덧붙였다.
“야, 너 내 이름을 그렇게 크게 소리치면 어떡해.”
“응? 왜?”
“그럼 내가 답답하게 헬멧 쓰고 온 보람이 없잖아.”
현아가 작게 “아.”하며 주억거렸다. 그러나 아직 의문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되물었다.
“근데 오빠, 우리가 관객석에서 보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백스테이지에서 보는데 왜 헬멧까지 쓴 거야? 방송 관계자들한테까지 얼굴을 숨길 필요가 있나?”
현승은 대답 대신 “에휴.”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며 ‘STAFF’라고 적힌 명찰을 건넸다.
“됐고, 이거나 매.”
“웅….”
방송 관계자들한테까지 얼굴을 숨길 필요가 있냐고?
있다.
아니, 있는 정도가 아니라….
가장 조심해야 할 게 이 업계 사람들이다. 이 바닥을 깊게 잘 알고 있는 만큼 사람들만큼 위험한 사람들이 없다. 전생에 자신을 추락시킨 건 비단 대중들의 비난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자부터 방송 업계 및 동종 업계 사람들, 하물며 자신의 소속사까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내 추락에 일조했다.
‘더욱 조심해야지.’
요즘 헬멧만 믿고, 너무 안일했다. 그래, 일전에는 이영아에게 맨얼굴을 보여 주고야 말았다.
안 그래도 팬카페에 자신이 클로즈업된 방송 장면을 캡처한 사진들이 왕왕 올라오고 있다는데….
심지어.
밝기 조정 같은 보정을 거쳐 어렴풋이 눈매가 드러난 캡처본도 더러 올라오고 있다니 골치였다.
‘왜 다들 그런 재능을 쓸데없는 곳에 활용하는 거야….’
현승의 상념이 길어지던 찰나.
“헐, 오빠! 저기, 연예인, 연예인!”
여동생의 호들갑 떠는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복도 저편에 서 있는 남자 무리가 보였다.
아이돌인지, 다 비슷한 복장을 갖춰 입은 남자들은 하나같이 다 수려한 외모를 자랑했다.
“나 기사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
“쟤네를?”
“응, ‘The Moon’이라고 3년 차 아이돌이라던데?”
현승이 그룹명을 작게 중얼거리다가 덧붙였다.
“쟤네구나.”
“응?”
“아니야.”
작게 고개를 내저은 현승이 그 남자들의 면면을 살폈다. 매일 같이 받던 협박장(?)의 주인공들을 직접 맞닥뜨리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비주얼들은 다 나쁘지 않네.’
근데 왜 3년 동안이나 뜨지 못했을까? 김 실장도 처음 듣는다고 할 정도면 아주 무명이라는 건데.
실력이 별로인가?
그럼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을 텐데 왜 전 멤버가 알바를 하면서까지 활동을 이어 나가는 거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기도 잠시.
“음?”
현승은 고글 너머로 한 남자의 시선이 느껴졌다.
‘뭐지?’
집요하리라 만큼 진득한 시선.
탁.
현승은 정확히 확인하고자 짙게 선팅된 고글을 올려 보였다.
“나 보는 거 맞네?”
그 남자 무리 중 한 명과 시선이 정확히 마주했다.
“왜 보는 거지?”
“오빠 헬멧 때문에 신기해서 보는 거 아니야?”
“신기할 게 있나?”
“헬멧 때문에 HS인 거 알아봤을 수도 있잖아.”
현승이 작게 “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방송을 통해 헬멧 쓴 모습이 노출되었으니, 여동생의 말대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근데 어린놈이 눈빛 한 번 장난 아니네.’
그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칠흑처럼 새까만 눈동자 속에는 성공에 대한 열망인지, 살아남겠다는 발악인지 모를 독기가 넘실거렸다.
그렇게 한참 동안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맞물렸다.
저런 눈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연예계라는 콘크리트 정글에서 꽤 오래도록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은 이들의 눈이다. 이 바닥의 밑바닥을 다 본 이들의 눈.
저런 눈을 한 이들은 대개 둘 중 하나다.
도무지 굽힐 줄을 몰라 부러지고, 한순간에 연예계에서 밀려나 사라져 버린다.
혹은-.
‘사고를 치기도 하지.’
예를 들어….
어마어마한 신드롬을 일으키며 메인 스트림 마켓의 중심에 서고야 마는 사고.
경험상 대개 그래 왔다.
현승이 그 남자의 노골적인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마주하고 있기도 잠시.
“지호야! 애들 데리고 얼른 와!”
그 남자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먼저 시선을 거두었다.
어쩐지….
저 남자와 조만간 또 마주칠 것 같다는 예감이 스쳤다.
‘왜 쳐다봤는지 궁금하긴 한데.’
저대로 돌판에서 도태되어 못 마주치면 할 수 없고.
그때.
현아가 제 옷자락을 이끌며 말했다.
“우리도 얼른 강하준 보러 가면 안 돼?”
“그래, 얼른 네 울 오빠나 보러 가자.”
이윽고.
현승도 반대편 복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현승이 강하준이라고 적힌 문을 두들기려던 찰나.
“어, 오빠! 잠시만, 잠시만!”
돌연 현아가 노크하려던 손을 제지하더니, 제 가슴팍을 쓸어내렸다.
“나 너무 떨려서 심호흡 좀….”
그런 현아를 내려다보고 있던 현승이 “허?”하고 작게 콧방귀를 뀌었고,
쿵, 쿵, 쿵!
보란 듯이 더욱 우렁차게 문을 두들겼다.
“아잇, 저 오빠가 진짜-!”
“HS입니다-.”
둘이 실랑이를 이어 나가기도 잠시.
끼이이익-.
강하준의 매니저가 방문을 활짝 열며 반갑게 맞이했다.
“아이고, 잘 오셨습니다. 이리 들어오시죠.”
그의 안내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니 제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기실 내부가 한눈에 들어왔다. 보통 신인 가수의 경우 쪽방 같은 대기실을 쓰거나 다른 가수와 같은 대기실을 사용한다고 알고 있는데….
LS 엔터의 파워가 대단하긴 한가 보다.
“이게 누구야?”
그때 안쪽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던 박 전무와 강하준도 현승을 보자 반가운 내색을 보이며 인사했다.
“바쁘신 양반이 진짜로 왔네.”
“작곡가님, 오셨어요-?”
“진짜 정말 오기 귀찮았는데….”
현승이 제 뒤에 딱 붙어 있던 제 여동생을 향해 고갯짓하며 덧붙였다.
“얘가 하도 데려가 달라고 해서요.”
박 전무가 현아를 흘끔 바라보더니 알겠다는 양 손뼉을 치며 말했다.
“여동생이구나? 아주 똑같이 생겼네.”
“예, 맞아요. 민현아, 인사드려. LS 엔터 전무님이야.”
제 오빠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현아는 쭈뼛거리며 고개를 푹 숙여 보였다.
“아, 안녕하세요. 민현아라고 합니다.”
“이야, 얼굴이 딱 배우상이네.”
“그런 소리 마십쇼. 진짠 줄 압니다.”
박 전무는 현승의 단호한 대답에도, 진심으로 하는 소리라며 능글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진짜 생각 있으면 1팀으로 보내. 1팀에 배우 많은 거 알지?”
“아니요, 지금 여동생은 학업에 전념해야 할 때라서요.”
“여동생 좀 키워 달라고 부탁하러 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예, 그런 게 아니고 여동생이 강하준의 광팬이거든요.”
그 말에 현아가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아니, 오빠! 그걸 말하면 어떡해!”
“왜, 맞잖아. 울 오빠라며?”
“아, 진짜 민현승! 그걸 왜 말해!”
투덕거리는 남매를 지그시 지켜보고 있던 강하준이 먼저 펜을 들고 나섰다.
“제 팬이시라고요? 감사해요. 사인해 드릴까요?”
“아, 감사합니다! 그럼, 여기다가….”
다시금 쑥스럽다는 양 뺨이 발갛게 달아오른 현아는 황급히 제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여기다가 사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거 제 슬로건이에요?”
“네, 오늘을 위해 주문 제작했어요-.”
“와, 너무 멋있는데요?”
현승은 그런 현아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 가서 기죽지 말라고 넉넉히 용돈을 줬더니만, 그걸로 외간 남자(?) 얼굴이 박힌 슬로건이나 만들다니.
그것도 주문 제작으로….
이런 착잡한 현승의 마음을 절대 알 리가 없을 현아는 그저 지금 반짝이는 두 눈으로 강하준의 얼굴만을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었다.
“성함이 민현아, 맞죠?”
“네에, 맞아요….”
“이름도 되게 예쁘시네요.”
“고, 고맙습니다….”
“사진은 괜찮으세요?”
“찍, 찍어 주세요-!”
곧장 제 휴대폰을 내밀어 보인 현아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붉게 달아오른 채였다.
그 모습이 딱-.
‘볼 빨간 시골 쥐 같네.’
하나.
둘.
셋.
“치-즈.”
찰칵-!
현승은 딱 붙어있는 둘을 바라보며 이죽거리듯 말을 건넸다.
“얼씨구? 민현아, 헤벌쭉거리는 것 좀 봐-.”
“내가 또 언제 헤벌쭉거렸다고?”
“네 울 오빠랑 사진 찍어서 그렇게나 좋냐?”
이윽고.
다시금 두 남매의 말다툼이 시작되었고.
“남매끼리 사이가 좋나 봐요. 저는 외동이라, 저런 모습 보면 괜히 부럽고 그렇더라고요.”
“그러게나 말이다. 마냥 무뚝뚝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여동생 부탁도 잘 들어주고, 의외네.”
박 전무와 강하준은 의외라는 양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매번 무뚝뚝하고 날이 서 있던 현승이 경계심 하나 없이 장난기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인 까닭이었다.
‘나도 저런 형이 있으면 좋으련만….’
강하준이 솟구쳐 오르는 부러움을 속으로 삼켜 내던 찰나.
쿡, 쿡.
박 전무가 옆구리를 찌르며 능글스럽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그건 그렇고, 우리 하준이 인기가 이리 좋으니 얼른 팬 미팅 한번 열어야겠다.”
“에이, 팬 미팅은 제가 아니라 작곡가님이 먼저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강하준이 휴대폰을 슬쩍 내밀며 부연했다.
“요즘 작곡가님 팬카페 회원 수가 거의 저랑 비슷해요. 하물며 작곡가님 심사평 하는 장면만 편집한 영상의 조회수가 벌써 천만 뷰가 넘어가고 있다니까요?”
물론, 그 조회수 중 최소 100번은 강하준이 채운 거였지만….
“흠.”
그러나 박 전무는 영 탐탁지 않다는 듯 혀를 한번 차고는 반문했다.
“방송도 헬멧 쓰고 하는 애가 팬미팅을 하겠어?”
“하기야, 그것도 그렇네요.”
“만약 팬 미팅을 하더라도, 헬멧 쓰고 나갈 것 같은데?”
박 전무는 농담을 주고받고 있노라니, 돌연 떠오른 기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자신이 현승에게 회사 앞에 팬들이 죽치고 있다며 팬 미팅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비아냥거렸을 때도 정말 헬멧을 쓰고 나갔었더라지.
‘정말 헬멧을 쓰고 할지도 모르겠군.’
박 전무가 현승의 ‘헬멧 팬 미팅’을 상상하며 실없이 피식거리던 찰나였다.
“아, 박 전무님.”
여동생과 실랑이를 마친 현승이 대뜸 물어왔다.
“강하준은 몇 번째 순서로 올라갑니까?”
“응?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라뇨, 강하준 무대 말입니다.”
박 전무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한탄스럽다는 양 말을 이었다.
“지가 만든 곡인데 이렇게 무심할 수가 있는 거냐, 정말?”
“예?”
“오늘 하준이 데뷔 무대잖아! 이미 사녹으로 다 따 놨지.”
“그럼….”
“본방 1위 발표 때 얼굴이라도 비추려고 대기 중이었지.”
뒤통수에 따가운 시선이 닿는 게 느껴진 현승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어, 현아야, 내가 요즘 통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다.”
“오빠….”
이내 현아의 서늘한 부름에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어쩌지….’
현승은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고안하고자 머리를 굴렸다. 이 사태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 강하준을 보고는 뭔가 떠오른 양 되물었다.
“아, 그럼 아쉬운 대로 방송 끝나고, 같이 밥이라도 먹을까?”
“가, 같이? 정말 그, 그래도 되나?”
“그럼, 가능하지. 가능할걸? 전무님, 하준이 일정 가능하죠?”
슬쩍 곁눈질로 박 전무와 강하준 쪽을 바라보던 현승이 SOS 신호를 보냈다.
이렇게나 눈치를 보는 이유는….
제 여동생이 제대로 삐지게 되면, 뒤끝이 한 달가량은 지속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기대를 많이 한 만큼, 최소 석 달은 갈 것 같은데.
그럼 현승의 마음을 알아챈 건지 강하준은 박 전무의 눈치를 한번 살피고는 화색을 띄운 채 답했다.
“꼭 한번 작곡가님한테 식사를 대접해 드리고 싶었는데 마침 잘됐네요. 제가 잘 아는 곳으로 예약해 둘게요.”
그리고는 허리를 숙여 현아와 눈을 맞추며 덧붙였다.
“현아 씨도 꼭 같이 가요.”
“네-! 물론이죠! 완전 좋아요!”
이윽고.
현승은 여동생의 얼굴 위로 화색이 도는 걸 확인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