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1)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1화(11/482)
흡입력 있는 첫 구절을 시작으로….
하이라이트 구간에 치닫자 귀로 쏟아지는 서지니의 목소리에 한차례 소름이 돋았다.
‘지니가 이 정도로 노래를 잘했나?’
김 실장은 고개를 돌려 죽은 듯이 자는 그녀를 멀끔히 바라봤다.
“허, 허.”
곡을 들을수록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당 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질 않는가?
연예계 바닥을 수년 차 겪어 온 김 서당 개의 귀로 듣기에 충분히 히트 반열에 오를 만한 곡이었다.
‘여기서 더 수정할 게 있다고…?’
어떻게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거지? 지금도 충분히 촘촘히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었고.
그로 인해 그녀의 목소리가 더욱 탄탄하고 힘있게 중심을 지키며 나아가고 있었다.
“뭐 하나 아쉽다 느껴지는 점이 없는데.”
김 실장이 헤드셋을 벗으며 흡족하게 웃어 보였다.
“단순히 아쉬운 점이 없는 걸로는 안 돼요.”
이내 현승이 헤드셋을 집어 들며 다시 작업할 태세를 갖추었다.
“완벽해질 때까지 가공해 봐야죠.”
대표의 제안대로 해 보는 건 어떤지 다시 설득해 보려 했지만.
저런 독종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는가?
김 실장은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리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래, 마저 작업해. 여기는 내가 치울게!”
이내 천천히 시선을 옮겨, 어지럽혀진 장내를 훑었다.
‘어휴, 꽤 오래 걸리겠어.’
이내 방금 들은 곡을 흥얼거리며 더럽혀진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했다.
* * *
홍보실은 오늘도 어김없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공효주 관련 추가 기사 데스크에 넘겼죠?”
“네, 지금 넘기고 오는 길입니다.”
곽 팀장은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안경을 치켜세웠다.
“자, 일하자. 미리미리 가족들한테 얼굴 까먹을 무렵에 들어간다고 연락 남겨 놓고.”
팀원들이 볼멘소리로 “네.”하고 나지막이 답했다.
다들 땀까지 흘려 가며 고생하고 있단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어쩌겠는가?
공효주의 신곡이 발표됐고, 연달아 서지니의 신곡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언론사 측 데스크에 제출해야 할 수정본 기사와 송출해야 할 기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하릴없이 전력을 다하는 수밖에.
더불어 지금 타 대형 기획사인 ON 엔터 소속, 아이돌 그룹 ‘블루즈’의 컴백과 MK 엔터 소속, 신인 아이돌 그룹 ‘나인스타’가 데뷔를 앞둔 상황이다.
아무리 국민 싱어송라이터라 불리는 공효주라도 바싹 긴장 태세를 갖춰야 할 때였다.
국내에서 팬덤이 가장 크고 견고하다는 남자 아이돌 그룹과 활동 시기가 겹치니 말이다.
팬덤의 단합력은 간혹 홍보실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였기에, 가수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노래가 제아무리 별로여도 이미 차트 윗자리는 떼 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겠나.
‘후발자인 서지니는 낄 틈도 없겠군….’
듣자 하니 주지태가 서지니를 안 맡겠다고 해서 중도에 신인 작곡가에게 떠넘겨졌다고 하던데.
‘그야말로 나가라고 등을 떠미는구나.’
그렇다고 서지니가 안쓰러운 것은 아니었다. 안쓰러운 걸로 치면 하필 서지니를 떠맡게 된 신인 작곡가가 더 안쓰럽지.
‘제대로 빛도 못 보고 이 바닥에서 휩쓸려 내려가겠네.’
정글짐 같은 연예계 바닥 안에서 서지니도, 신인 작곡가도 그저 재수가 없었다고 치부하는 수밖에 없다.
“팀장님, 확실히 포털에서는 블루즈가 압도적이긴 하네요.”
그때 홍보실 대리가 태블릿을 하나 들고 가까이 다가섰다.
“나인스타도 좀 언급이 되고는 있는 것 같은데.”
스윽, 스윽-.
대리는 손가락으로 태블릿 화면을 내리면서 덧붙였다.
“공효주 씨 기사는 최대한 저희도 송출해서 노출 중인데, 커뮤 글은 압도적으로 적어요.”
“남자 아이돌이랑 붙는데, 이길 리가 있나.”
스윽, 스윽-.
[ 블루즈, 미니7집 선주문량 200만 장 넘어 ‘더블밀리엄’예고 ] [ [컴백] 블루즈, 24일 ‘뮤직중심’ 출격..타이틀 ‘Kunst’ 공개! ] [ 블루즈, 전국 투어 발표로 들썩! 티켓팅 ‘1초 매진’ 예상.. ]스윽, 스윽-.
[ 나인스타, 오늘 데뷔 티저 영상 나오자.. ‘핫’클립 등급 ] [ [공식] 신예 아이돌, 나인스타 오는 23일 데뷔 쇼케이스! ] [ 나인스타, 한·일 동시 활동, 오리콘 차트까지 공략…. ]블루즈와 나인스타의 기사는 지금도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고.
[ 공효주, 싱글 발표! “팬들에게 받은 사랑 보답하고자”….]
[ [공식] 싱어송라이터 ‘공효주’ 오는 19일 싱글 기습 발표! ]
[ 공효주, 이번 싱글 ‘Flipped’ 티저 공개.. “작사·작곡 참여” ]
뒤를 쫓아 LS 엔터에서 송출한 공효주의 기사들도 올라왔지만.
[ 이번 블루즈 진짜 컨셉 지린 듯 ㅇㅇ. ]↳ 더블밀리엄 오졌다. 블루즈가 블루즈했네.
↳ 진짜 재킷 사진 미친 거 아냐? ㅠㅠ
↳ 블루즈 이번에 진짜 칼 갈고 나온 것 같더라 ㅋ
↳ 앨범 언제 나오냐 얼른 나와줬으면….
↳ 나인스타 데뷔도 비슷하던데 ㅋㅋ
↳ 타이밍 어떡하냐? 하필 블루즈랑 겹치고;
↳ 나인스타가 더 나은데;;
↳ 솔직히 가창력에서는 효주 미만잡;
↳ 웅 그래봤자 아무도 블루즈 음원순위 못 재끼죠.
여타 다른 아이돌 팬들의 기세에 밀려나고 있었다.
“어차피 공효주는 음악으로 승부 보는 애니까 이런 거에 연연할 필요 없어.”
곽 팀장이 태블릿을 슬쩍 밀어내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태블릿을 받아 든 대리의 표정이 몹시 불안정하다.
그럴 만도 하지.
상황이 불리한 조건인 건 맞으니까.
하지만.
공효주는 아이돌처럼 압도적인 앨범판매량을 기록하진 못 하더라도 음원 차트는 부동의 1위를 매번 기록해 온 가수였다.
사실, 문제는….
서지니가 과연 이번 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였다. 이번에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터.
‘조만간 서지니 계약 해지 기사를 송출하는 날이 오는 건가.’
곽 팀장이 상념이 길어질 무렵, 대리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근데 서지니 관련 기사 송출은 거의 안 하는 것 같은데….”
“지금은 공효주한테 집중해야 할 타이밍이니까.”
“서지니 발표 시즌이 와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쓸데없는 소리는, 지금은 우리 걱정이나 하자.”
비단 서지니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곽 팀장뿐만이 아니다.
하지만….
사실상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지시에 맞춰 일하는 월급쟁이들이 아니던가.
“휴-.”
곽 팀장은 자신의 자리에 올려져 있는 종이 뭉텅이를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금은 내가 서지니보다 더 안쓰러운 것 같은데?’
책상 한쪽에 높이 쌓아 올린 종이들은 빽빽하게 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최상단부에 있는 건 공효주 관련 자료.
그리고.
맨 하단부에 있는 건 서지니 관련 자료.
연예계라는 피라미드 속 맨 하단부, 그것이 현재 서지니의 위치였다.
* * *
예상대로였다.
공효주의 싱글은 안정적으로 손익분기점을 채워 가고 있었다.
다만, 일부 음악평론가들에게는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 이번 공효주의 곡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알차게 준비한 샐러드에 안 어울리는 드레싱을 곁들였다.’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좋았지만, 미묘하게 뒤틀린 음악의 틀은 듣는 이로 하여금 불편감을 준다. 직설적인 표현을 섞자면, 고급 인력의 트랙 메이커가 트랙을 정성스레 깔고 만들어 놨는데 신인 탑 라이너가 멜로디를 그 위에 덧칠하여 망쳐놓은 것 같달까? 」
하지만….
대중들은 지루한 평론가의 글 따위에는 관심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이거나, 자신이 듣기 좋으면 장땡 아니던가?
평론가들의 부정적인 멘트 따위는 공효주의 고공행진에 어떠한 타격도 가져와 주지 못했다.
“흠.”
그러나 김 실장의 생각은 좀 달라 보였다.
“확실히….”
공효주가 심혈을 기울여 발매한 이번 싱글.
그 속에서는 현승이가 보내 준 샘플곡을 들었을 때 느낀 충격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발견한 신비로운 원석을 보석으로 가공하였더니 오히려 아름다움이 반감되었다고 해야 할까.
김 실장은 지금 미묘한 찝찝함을 느끼고 있었다.
현승의 곡은 내로라하는 프로 엔지니어들이 인정할 만큼 짜임새가 탄탄한 라인들이 교차하여 만들어 낸 보석이었다.
그만큼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금의 삐끗거림도 보석의 값어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혹시 그러면….’
김 실장의 머리 위로 번뜩 스쳐 지나간 기대감 하나.
‘현승이 원석을 캐고, 직접 가공하여 만들어 낸 곡이라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서지니 싱글이 잘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일순간.
지나가는 길에 주워들었던 엔지니어들의 대화가 떠올랐다.
“이번 서지니 싱글 말이야, 왠지 잘될 것 같아.”
“에이,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해.”
“내가 마지막으로 모니터링해서 유통사 넘기고 왔잖아?”
엔지니어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려 냈다.
“그 뒤로 계속 그 노래가 귀에 맴돌아.”
엔지니어의 표정이 김 실장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날카로운 엔지니어로서의 평가가 아닌.
대중의 입장으로 곡을 듣고 행복해하던 그 표정.
물론 김 실장 귀에도 곡은 더할 나위 없이 정말 좋았다.
다만.
서지니라는 인물을 앞세웠을 때, 덕을 보기보단 흉이 될 가능성이 더욱 컸으니 노파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만에 하나라도 서지니 곡이 잘 되면….’
정말 그렇게 된다면 현승이 사내에 입지를 쌓는 것에 있어서 분명 엄청난 역할이 되어 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김 실장의 머릿속에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던 기대감이 “펑!” 소리를 내며 터진다.
그간의 통계가 이후의 결과물을 예상케 한다. 서지니는 브랜딩에 실패한 상품이다.
“쩝.”
결코 이 바닥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 * *
서지니의 싱글 발표날.
작은 회의실에는 서지니와 매니저, 김 실장과 현승이, 그리고 홍보실 말단 직원 하나만이 듬성듬성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장내는 이상하리라 만큼 조용한 적막이 감돌았고.
탁, 탁-.
서지니의 손톱 물어뜯는 소리만 들려온다.
“지니야, 손톱 그만.”
매니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손톱 끝의 살점이 떨어지고 나서야 행위를 멈춘다.
스윽, 스윽-.
[ 블루즈 이번 미니 앨범 다신 없을 레전드야, ]↳ 그걸 이제 알았어?
↳ 인정ㅜㅜㅜ 특히 타이틀곡 진짜 조아
↳ 그냥 띵반… 가사부터 완벽하다 진짜
↳ 300만 장 가즈아.
↳ 솔직히 이번 앨범 좋은지 잘 모르겠어.
↳ 윗댓 나인스타 팬이네ㅋㅋㅋ;
↳ 인정할 건 인정해; 그냥 팬심으로 해주는 거면서.
블루즈나 나인스타가 잘 될 거라는 건 그녀도 예상했던바.
[ 나인스타, 흥해라! ]↳ 솔직히 비주얼로는 갑인듯;
↳ 얘네 노래도 개 잘함. mr 제거 영상 ㄱㄱ
↳ 그래도 역시 얼굴 잘생긴게 최고아녀?
↳ 누가 좌표 좀 줘라!
↳ 아이돌한테 가창력은 무슨;
↳ 지는 노래 못하면서 남 지적질은ㅋㅋ
↳ 오늘도 얼굴보고 운다울어
서지니의 눈길을 붙잡은 대목은 바로….
[ 공효주는 진짜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ㅇㅈ? ]↳ 노래만 잘해? 작곡도 잘하잖아.
↳ 이번 곡도 직접 참여해서 작업했다는데?
↳ 아 진짜? 작곡까지 한거야??
↳ 근데 솔직히 곡은 좀 별로지 않아..? 나만 그래..?
↳ 응; 너만 그런거같아;;
↳ 별로면 안 들으면 돼;
↳ 아니 팩트로 진짜 뭔가 묘하게 듣는 데 불편하긴 해.
↳ 뭔데 답댓반응이 이래? 악개들이야 아니면 안티들이야;;?
자신과 같은 소속사인 공효주와 관련된 반응들이다.
비록 좋은 댓글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 그녀로서는 그마저도 전부 부러울 따름이었다.
‘내 기사는 밀려서 찾아볼 수도 없어.’
숨겨 보려고 하지만 여과 없이 드러난 그녀의 초조한 표정이 적막에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발매한 지 꽤 되었는데도 공효주 얘기뿐이야….’
서지니가 습관적으로 아랫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뿅뿅!
별안간 적막을 깨고 효과음이 들렸다.
“이크!”
그 소리의 원인을 발견한 김 실장이 탄식했다.
“현승아.”
모두의 이목이 현승에게로 집중되었고.
“게임기 소리라도 끄고 해.”
이내 김 실장은 현승의 옆구리를 툭 찌르며 핀잔을 던졌다.
“제가 게임 소리를 끄면 음원 성적이 잘 나와요?”
“뭐?”
“게임 소리가 음원 성적에 영향을 주진 않잖아요.”
김 실장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네 손으로 만든 첫 싱글 발표인데 떨리지도 않냐?”
“이미 제 손 떠났는데 뭘 떨기까지 해요.”
현승이 손에 쥐고 있던 게임기를 내려놓으며 덧붙였다.
“저는 좋은 곡 열심히 만들었고.”
그리고는 서지니를 바라봤다.
“저쪽은 안 어울리게 밤까지 새워 가며 열심히 녹음했고.”
현승의 눈동자가 김 실장을 비롯한 사 측 사람들의 면면을 쭉 훑고 지나간다.
“그럼 나머지는 전부 회사 몫 아닌가?”
지나치도록 여유로운 현승의 태도에 힘이 빠진다.
“짜식, 맞는 말 하기는….”
그때 서지니가 잇새 사이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고.
“푸흐흐.”
금세 표정을 고쳐 지은 그녀가 물어뜯던 손을 내려놓았다.
그때.
침묵을 지키던 홍보실 직원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서지니 씨 싱글 음원 발매까지….”
일순간 모두의 시선이 직원에게로 던져졌고.
“1분 남았습니다.”
장내에는 타자 소리와 함께 묘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