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21)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21화(121/482)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된 더문의 컴백 쇼케이스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대표님, 그럼 오늘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효섭이 오늘만큼은 자신이 대신 운전대를 잡겠노라 아득바득 나선 탓에, 안지호는 불편한 마음을 떠안은 채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후우-.”
불편했던 마음과 달리 몸은 아늑함을 느끼며, 동시에 쌓여 왔던 피로가 몰려왔다.
“다들 너무 고생했고, 좀 자. 도착하면 깨워 줄게.”
김효섭의 말에 아무도 대답은 하지 못했다. 대표님이 핸들을 잡았는데, 자는 건 예의가 아닌 까닭이었다. 대신 멤버들은 하나같이 주머니에 잠들어 있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아직 너무 이르기는 하다만, 혹여나 자신들의 팬카페에 당일 쇼케이스 후기가 올라오진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품은 채로 말이다.
툭.
안지호도 조수석 창문에 머리통을 기대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사실 인간관계가 아주 좁은 편이라, 연락이 올 만한 곳은 딱히 없었다. 끽해 봐야 광고 문자 정도….
‘어-?’
안지호는 별안간 현승에게 와 있는 문자 메시지에 잠시 놀란 기색을 보였다. 이내 궁금함이 앞선 그의 손가락이 빠르게 문자를 클릭했고.
[ 야, 우냐?ㅋ ]정말 이 내용이 다였다. 추가로 온 문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허-?”
자신을 놀리고 싶어 안달 난 그의 마음이 다분하게 드러나는 문자 앞에서 안지호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제 손을 떠난 곡에 관해선 관심을 두지 않는다던 분이다.
마냥 관심이 없다고 치부하기엔, 서프라이즈로 단문의 편지를 써 줬으며, 이 문자도 아마 자신이 우는 모습을 생중계 영상으로 확인하고 전송한 거일 터였다.
“참….”
안지호가 재차 문자를 확인해 보기도 잠시.
“일말의 관심도 없는 척하시더니, 왜 보셨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채, 퉁명스러운 핀잔을 중얼거렸다.
“응? 지호야, 방금 뭐라고?”
김효섭은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퉁명스러운 어투가 신경 쓰여 곁눈질로 안지호를 살피며 재차 물었다.
“혹시 무슨 일 있어?”
“아, 아니에요.”
그때 뒷좌석에서 둘의 대화를 엿듣던 주우민도 말을 거들었다.
“형, 아닌 게 아닌데?”
“아니라니까.”
“지금 귀 엄청 빨개.”
“어? 내 귀?”
“응, 열나는 거 아냐?”
그 말에 안지호가 당황하며 제 귀에 손을 가져다 대 보니, 불한증막에라도 들어온 양 뜨겁게 달아오른 채였다.
“어? 진짜, 약간 볼도 상기된 것 같은데?”
“지호 형, 무리해서 병나는 거 아니야?”
최정혁과 이찬영까지 상체를 기울여 걱정 어린 눈으로 안지호를 살폈다.
“이, 이건….”
본의 아니게 멤버들을 걱정시키게 되어 마음이 불편했지만, 차마 달리 변명할 거리도 없었다.
그래.
편지를 읽다가 운 것도 모자라, 써준 당사자에게 ‘야, 우냐?ㅋ’라는 문자를 받아 몹시 창피하다는 말은 차마 입이 찢어지더라도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감기 기운이 좀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안지호는 대충 제 이마에 손을 짚으며 얼버무렸다.
“컨디션 관리 잘해야 해. 이제부터 시작이잖아.”
김효섭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으니, 걱정스럽기만 할 뿐이었다. 몇 년간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튼튼하던 놈이 별안간 감기에 걸리다니….
‘요 근래 무리하게 연습하기는 했지.’
김효섭이 면역력에 좋은 영양제라도 하나 챙겨 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근데 정말 오늘 쇼케이스에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와 줘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안지호가 재빨리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말을 돌렸다.
그 효과는….
상당했다.
비좁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멤버들은 잔뜩 들뜬 목소리로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맞아, 우리 오늘 쇼케이스 준비된 좌석 다 찬 거 아니에요?”
“아까 인사하다 말고 눈물 나려는 거 참는다고 애먹었어.”
“진짜 꿈만 같더라. 근데 설마 대표님이 알바 쓰신 건 아니죠?”
김효섭은 그런 멤버들을 백미러로 살피며 반박했다.
“그럴 돈 있으면 너희 맛있는 거 한 번 더 사 주고 말지!”
그리고는 기분 좋은 웃음을 머금은 채 부연했다.
“사전 홍보가 잘 된 덕분인지, 음반 사전 예약 자체가 500장 이상이었거든. 추첨 통해서 쇼케이스 초대장을 500명한테 보냈으니, 초대장을 받은 사람은 다 와 줬다고 봐야 할 거야.”
그 말을 들은 최정혁은 별안간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있잖아.”
“어.”
“우리 이러다가….”
이내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씩 올리며 덧붙였다.
“벼락스타 되는 거 아니야?”
모두 직접적으로 말은 안 했다지만, 정말 그의 말처럼 되기를 바랐다. 차 안에 타 있는 모든 이들이 수년에 걸쳐 간절히 꿈꿔 온 일이니까.
“진짜 그렇게 될 수도 있지?”
주우민이 최정혁을 따라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는 피식 웃어 보였다. 덩달아 다른 멤버들도 상상만으로 즐거운지 피식거렸다.
그래.
안지호도 잘게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정말….
그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 *
다음 날 아침이 밝았고.
안지호는 철옹성처럼 굳게 닫힌 눈을 억지로 떠냈다. 당장 내일 컴백 후 첫 음방 촬영이 있는 날이니, 오늘 마지막으로 불태워 연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 음원 발매만 했다고 끝이 아니니까.
“하-아.”
하품과 동시에,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에 올려 둔 휴대폰을 낚아챘다.
[ 새 메시지 +34 ]안지호는 제 눈을 비비고는 다시금 안내창을 확인했다. 별안간 제 휴대폰과 어울리지도 않게, 너무 많은 메시지 알림이 떠올라 있던 까닭이다.
“이게 뭐야….”
사이가 멀어진 친구로부터, 옛 연습생 동기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온 연락들이었다.
하나같이 축하한다, 잘 봤다라는 말들과 함께 ‘응헌한다’라는 생전 처음 듣는 단어들로 이뤄진 연락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작곡가님으로부터 온 문자였다.
[ 야, 우냐?ㅋ ] [ 우냐고ㅋㅋ ] [ 엌ㅋ운다ㅋ ]이내 안지호는 창피함이 밀려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가만 보면….
작곡가 HS는 은근히 집착스러운 면모가 엿보이는 사람이다.
“뭘, 이렇게 확인 사살까지 하냐고….”
왠지 어디론가 숨고 싶어진 안지호는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끌어 덮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지이이잉-!
별안간 전화가 걸려 왔다.
[ 정혁이 ]멤버 중 가장 잠도 많은 녀석이, 아침 댓바람부터 무슨 바람이 분 거지?
“어, 이 시간부터 무슨 일이야?”
의아함에 곧장 전화를 받자, 최정혁의 활기찬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들려왔다.
─ 응헌이 형! 잘 잤어?
“전화 잘못한 거 아니야? 난 응헌이 형이 아닌….”
문득.
조금 전 확인했던 문자 내용 대부분에 들어있던 ‘응헌’이라는 이질적인 단어가 떠올랐다.
─ 전화 제대로 한 거 맞는데! 우리 응헌이 형!
“아니, 그러니까 왜 내가 응헌이 형이냐니까?”
─ 형, 내가 문자 하나 보내 줄 테니까 얼른 봐 봐!
최정혁은 그 말을 남기고는 전화를 툭 끊어 버렸다.
“뭐야….”
머지않아 링크가 첨부된 문자가 도착했고.
[ 더문 쇼케 레전드 영상 ㄷㄷ ]좋아요. 3만 댓글. 1.8천
클릭해 보니, 어제 쇼케이스 마지막에 선보였던 신곡 발표 무대 숏츠 영상이었다.
“좋아요가 왜 이렇게 많아…?”
안지호는 스프링이 튕겨 오르듯 상체를 일으키며 곧장 댓글 창을 클릭했다.
⤷ 더문 입덕? 이 영상 하나면 ㄹㅇ쌉가능,, 웅 지금 내가 그렇거든,, ⤷ 더문한테 어떻게 안 반할 수 있는데? 대체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 라이브 맞아? 진짜 호흡 한번도 안 흔들리는 거 실화야? 폼 미쳤다ㄷㄷ
⤷ 이게 멋있어? 참나~ 지금 182373번 정도 보고 있는데 뭐 별거 없는데?
⤷ 어라? 이상하다.. 영상이 멈추질 않아요,, 그만 보고 싶은데 계속 보게 돼,,, ⤷ ㅈㄴㄱㄷ 그냥 너튜브를 끄시면 됩니다,,
지이이잉-!
한참 댓글 창을 구경하고 있노라니, 최정혁으로부터 문자가 도착했다.
[ 응헌이형, 어제 우리가 했던 말 기억나? ] [ 벼락스타 되는 거 아니냐고 했잖아. ] [ 정말 하루 아침에 벼락스타가 된 걸 축하해. ] [ https://www.newtube.com/ ]안지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새로 도착한 링크를 클릭했다.
[ 전설로 남을 안지호 “응헌”영상 ]좋아요 4만 댓글 2.1천
이내 떠오른 영상 속에는 제 얼굴이 클로즈업된 채였고.
─ 뭐, 아무튼 응, 응, 으응헌…한다.
울먹거리며 꾸역꾸역 말을 이어 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뭐야, 이 찐따는?’
안지호는 제 입을 틀어막은 채, 댓글 창을 모니터링 하기 시작했다.
⤷ 헤메도 최곤데, 울먹이는 목소리로 “으,응헌”까지 다 완벽했다. 응헌지호야 으,응헌 한다!
⤷ 야; 저렇게 넓은 어깨와 남자다운 얼굴로 애기마냥 똑똑 우는 거 ㄹㅇ 반칙임; ⤷ 아니 근데 나는 얘네 잘 몰라서 그러는데 얘 갑자기 왜 우는건데? 몬 상황임?
⤷ 컴백 쇼케에서 팬이 써준 편지 읽다가 오열함 아마 무명 길고 그래서 더 벅찼나봄
⤷ 윗댓아! 보다 구체적으로 정확히 알려줘야지! “으,으응헌”하면서 오열 했다구!
⤷ 우리 지호! 으,응헌,,한다! 응헌지호!
이래서 다들 ‘응헌’거린 거구나….
⤷ 근데 내가 저 편지 써준 팬이었으면 같이 울었다,, 지호 진짜 앞으로는 꽃길만 걷자,, ⤷ 아니 근데 팬이 써준 편지라기엔 내용이 좀 그렇지 않았음? 매니저나 대표 아님?
⤷ ㅇㅇ 나 쇼케 갔다 온 사람인데 누구인지 말은 안 해줬는데 확실히 친한 관계자가 쓴듯!
⤷ 헐,헐,헐 얘더라 혹시 작곡가 HS가 써준 편지 아닐까? 이번에 그 사람 곡으로 컴백했자나
⤷ 진짜 그런 거면 좀 리얼 서윗한데? HS 원래 4가지 업다구 유명하지 않아?,, 츤데레엿냐구,,
안지호는 댓글을 읽다 말고 “서윗?”하며 반문했다. 편지를 써 준 건 몹시 고마운 일이라고는 하나….
집착스러우리라 만큼 자신이 운 사실을 놀리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에게 스윗하다라….
‘말에 어폐가 너무 심한 거 아닌가….’
물론.
현승이 제법 따듯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다. 조건 없이, 더문을 도와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데, 진심 어린 조언과 함께 편지까지….
비록 처음 생긴 별명이 ‘응헌지호’라는 창피한 별명이라지만, 처음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 만으로 감격스러웠다.
그래.
어젯밤, 차에서 꿨던 ‘벼락스타’라는 꿈에 한 발자국 다가온 기분이었다.
아마, 이건 작곡가 HS의 도움 덕분이겠지.
이 생각까지 미치자, 안지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빨리 나가서 한 번이라도 더 연습해 보기 위함이었다. 감사한 만큼 더 열심히 잘해서 얼른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에게 보답하려면 그만큼 확실한 일도 없을 테니까.
아 참….
‘생각난 김에 문자도 답장해 드려야겠다.’
이윽고.
안지호가 문자를 보내기 위해 보던 댓글 창을 끄려던 찰나.
“응?”
베스트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 야야, 얘 우는 거야? 우는데? 헐 운다ㅋ(좋아요 4,394개)
안지호는 돌연 붉게 달아오른 제 귀를 만지작거리며 다짐했다.
정말이지.
다신 울지 않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