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22)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22화(122/482)
현승은 오랜만에 김 실장과 구내식당을 찾았다.
“현승아, 오늘 새벽에 출발한다고?”
“네, 네-.”
“그럼 집에서 좀 쉬다가 가야 하는 거 아냐?”
돈까스를 입안으로 욱여넣던 현승이 황당하다는 양 김 실장을 빤히 바라봤다.
“실장님이 아침부터 문자 폭탄 보내셨잖아요.”
“내가 그랬나?”
“예, 기억 안 나세요? 보여 드릴까요?”
현승이 문자창을 키워 쭉 내밀어 보였다.
[ 오늘 구내식당 메뉴 네가 좋아하는 돈까스더라 ] [ 이제 한동안 구내식당도 혼자 다녀야겠네!] [ 오늘 더문 음방 모니터링도 혼자 해야겠다 ] [ 아, 오늘 제이 음원 발매인 거 알고는 있지? ]그리고 아련함이 듬뿍 묻어나는 마지막 문자까지.
[ 그냥 그렇다고.. 잘 놀고 오렴 ]김 실장이 멋쩍게 웃어 보이고는 돈까스 한 조각을 현승의 식판 위에 올려 놀았다.
“많이 먹어! 더 가져다줄까?”
현승이 고개를 내젓고는 무심하게 밥 한 숟갈을 떠먹으며 되물었다.
“김 실장님, 저한테 할 말 있으신 거죠?”
“그냥 같이 밥이나 먹고 모니터링이나….”
“더문이니, 윤제이니 그런 거 다 핑계잖아요.”
김 실장은 공중에서 현승의 깊은 눈동자를 마주하자 피식 웃어 보였다. 하여간 눈치가 너무 빠르다니까.
“별건 아니고, 어머니가 많이 좋아지셔서 퇴원하게 되셨어.”
“그것참 잘된 일이네요, 진심으로.”
“응, 그래서 얼굴 보고 제대로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었어.”
현승이 작게 “음.”하고 침음을 흘려 보이고는 물었다.
“구내식당 먹이면서요?”
“네가 구내식당을 좋아하니까.”
“이거 제 식권이잖아요.”
“음, 돈까스 더 가져다줄까?”
정적이 돌기도 잠시.
“아무튼 정말 잘됐네요.”
현승이 진심을 담아 나지막이 덧붙였다.
“더 늦기 전에 어머님이랑 여행은 꼭 다녀오세요.”
김 실장은 뭔가 더 할 말이 있는지 입술을 달싹이다가 이내 입술을 열었다.
“원래는 비밀로 하려 했는데, 이번에 제이가 해외 촬영이 잡혔거든?”
“윤제이가 벌써 해외로 진출해요?”
“그런 건 아니고 스트리트 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왔어.”
“아, 한국 가수들이 외국 길거리에서 버스킹하는 프로그램 말하는 거죠?”
“응, 맞아. 근데 제이 매니저가 신입 로드라서 내가 함께 가게 됐거든.”
“윤제이 덕분에 해외여행 하시겠네요.”
김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답했다.
“그래서 이번에 나가는 김에 어머니를 함께 모시고 다녀올까 생각 중이야.”
“좋은 생각이네요.”
“비록 많이 둘러보고 오지는 못하겠지만, 네 말대로 늦기 전에 많이 다니려고.”
현승이 좋다며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되물었다.
“근데 이걸 왜 말을 안 하려 하셨어요?”
“우리는 내일 낮에 출발하거든.”
“그런데요?”
“너 제일 먼저 파리로 간다며.”
“그랬죠?”
“우리도 파리 촬영이거든.”
그 말에 현승은 절망스러운 탄식을 내뱉음과 동시에 중얼거렸다.
“아, 해외에서까지 보고 싶지는 않은데….”
“뭐, 인마? 나도 거기서까지 만날 생각은 없었거든!”
“근데 왜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요?”
“그냥 혹여나 마주치면 서프라이즈로 짠!하려고….”
이내 김 실장은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삐졌어요?”
“아닌데?”
“맞구만, 뭘.”
현승은 시계를 한번 체크하고는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벌써 가게?”
“이제 곧 애들 모니터링할 시간이에요.”
김 실장은 먹던 숟가락을 툭 떨어트리며 물었다.
“애들 모니터링 같이하려고?”
“문자로 그렇게 핀잔을 주시니까 해야죠, 뭐.”
그리고는 유유히 식판 반납을 위해 걸음을 옮겼다.
“식후 커피는 실장님이 고마운 마음 듬뿍 담아 사 주시는 거죠?”
“어어, 당연하지!”
김 실장이 헐레벌떡 현승의 뒤를 쫓으며 덧붙였다.
“고마운 마음 듬뿍 담아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사 줄게.”
“예? 톨이요?”
제 말을 못 들은 척 앞서 나가는 김 실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현승이 작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한 톨만큼 고마운 것 같은데…?”
* * *
개인 작업실로 돌아온 현승의 손에는 벤티 사이즈 커피가 들려 있었다.
“벤티만큼 고마우셨군요.”
김 실장은 흡족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 현승의 얼굴을 보며 흡족하다는 양 웃어 보였다.
“맞아, 내 마음은 벤티야.”
돌연 정색해 보인 현승이 말을 돌렸다.
“음방 언제 시작해요?”
“지금 4시니까 이미 시작은 했지. 근데 순서가 중후반부라고 했으니까 이제 슬슬 하겠다.”
“윤제이 음원 발매는 6시죠?”
“아니야, 제이는 이미 1시에 발매 완료했어. 아직 차트 갱신 전이라 진입까진 모르겠다.”
“음? 왜 1시에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대표님이 직접 1시 발매로 해 보자고 지시하셨거든.”
현승이 의아함이 가득 밴 어투로 “1시라….”하고 중얼거렸다.
뭐….
전남일 대표가 직접 1시로 지시한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그래, 그 사람이라면 아무런 의도 없이 지시를 내리진 않았을 테니까.
그때.
김 실장이 챙겨온 패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너무 작네. TV를 하나 사 놓든가 해야지.”
“제 개인 작업실입니다만?”
“벽걸이가 자리 차지 안 하고 좋겠지?”
“아니, 제 작업실이라니까요?”
“큰 화면으로 모니터링 하는 게 확실히 좋더라.”
제 말을 듣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은 현승은 반박하기를 포기한 채 패드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 ♬♬♬
아기자기하게 생긴 남자 아이돌이 나와서 동요 같은 노래에 맞춰 율동을 추고 있었다. 그래, 전생에서는 저런 애들한테도 곡을 주고는 했지.
돈이 되니까.
악기로서 효용 가치가 없더라도,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면 곡을 주고는 했지.
‘이번 생에서는 재밌는 작업만 해야지.’
때마침 장면이 전환되고, 더문이 무대에 올랐다.
“야, 현승아 이제 애들 나온다.”
강렬한 비트가 곡의 시작을 알리고, 더문은 빠르게 동선을 맞춰 움직이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렇게 보니까 더문 애들이 새삼 잘생기긴 했다.”
“솔직히 잘생긴 건 제가 더 잘생기지 않았어요?”
“하여간, 재수 없어. 근데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네.”
현승이 다시금 패드로 시선을 옮기자, 무대를 찢어발기겠다는 양, 날이 선 눈과 마주했다.
‘무명이라지만, 3년 차 아이돌은 아이돌이다. 이건가?’
카메라를 딱, 딱, 딱 잡아내며 씹어 먹을 기세로 덤벼드는 안지호를 보고 있노라니, 알 수 없는 희열이 차올랐다. 안정적인 라이브로 보아 연습도 많이 한 모양이고.
현승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녹음할 때보다 더 소리가 좋은데?’
제일 뺀질거리던 최정혁도, 너무 말랑해 보이던 주우민도, 불안해 보이던 이찬영까지….
자신이 곡을 만들며 머릿속으로 계속하여 그렸던 그림이 실체화되고 있었다.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아주 조금은 속죄를 위한 마음도 있었으니까, 오래 묵혀 둔 맘속의 짐을 덜어 낸 기분이랄까?
무엇보다.
방송국 대기실에서 안지호랑 눈이 마주친 순간, 자신이 느꼈던 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기어코. 사고를 치네.’
무대를 제집처럼 뛰어다니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분명.
이 무대는 사고라고.
“현승아, 아무래도 얘네 사고 친 것 같지?”
“그런 것 같네요.”
그의 반증으로….
무대 영상 옆으로 띄워진 라이브 챗은 이미 눈으로 살펴보기도 어려울 만큼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 이 형들 돌판 기강 잡으러 온 듯;
─ 얘네 HS가 키웠다는 걔네 아니냐?
─ 이 정도는 돼야 HS한테 픽을 받는 거구나
─ 야야; 애들아 살살해; 무대 찢어져;
─ 라이브 맞지? 진짜 더문 폼 미쳤다
─ 우리 응헌지호,, 으,, 응헌,, 한다!
─ 응헌이 오늘도 우나?ㅋ 안우낰?
* * *
어둠이 내려앉은 밤.
LS 엔터 사옥 내 소회의실은 불이 환하게 켜진 채였다. 곽 팀장과 김 실장 그리고 윤제이와 그녀의 매니저가 한데 모여 모니터링을 하며 음원차트가 갱신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이, 너는 내일 해외 촬영 나가야 하니까 집에 들어가 있으면 연락한다니까.”
“어차피 낮 비행기니까, 괜찮아요. 제 곡이니까, 저도 당연히 같이 체크해야죠.”
각자 노트북과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는 통에 소회의실 내부는 적막이 감돌았다.
톡, 토독.
윤제이는 어딘가 어두운 표정으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 K-싱어스타 우승자 윤제이, 당일 ‘나밖에 없던 그대에게’ 디지털 싱글 음원 발매! ] [ HS 픽, 윤제이 정식 데뷔, 오후 1시 ‘나밖에 없던 그대에게’ 음원 발표…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매니저가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요. K-싱어스타 우승자라는 타이틀도 있고 HS 님이 픽한 가수라는 타이틀까지 있으니까 금방 반응 올라올걸요?”
윤제이는 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번 굳은 표정은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 점이 제일 걸렸다.
K-싱어스타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HS가 픽한 가수라는 타이틀이 윤제이를 압박했다.
그런 타이틀을 지니고, 극적으로 구제받고, 크나큰 도움을 받고도 성공하지 못하면 어쩌지?
거대한 성공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렇게 욕심이 있는 편도 아니고, 원하는 노래만 할 수 있다면, 제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나.
HS라는 작곡가의 명성에 걸맞은 성공은 해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압박감이 어느새 그녀를 잠식해 나갔다.
서지니는 일본에 진출해서 한류 열풍을 일으켰고, 정아린은 성공하여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활발한 예능 활동을 이어 나갔으며.
문범재는 말하자며 입 아플 지경이고, 강하준은 워낙 거대한 팬덤으로 한국에서 일찍 성공을 거둔 뒤 단번에 일본 진출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더문도….
[ 매일 레전드 갱신하는 폼 미친 듯한 더문 ]좋아요 5만 댓글 3.1천
⤷ 얘네 진짜 폼 미친 것 같은 게 근래 봐온 아이돌 중 라이브 춤선 무대장악력 다 탑인 듯; ⤷ 야; 우냐?ㅋ 우냐고ㅋㅋㅋ
⤷ 아니 응헌지호 보다가 여기까지 알고리즘 타고 왔는데,, 여기 사장님들 얼굴 맛집이었네;;
성공적인 컴백을 이룬 듯 보였다.
“진짜 잘한다….”
윤제이는 더문의 영상을 보며 노래만 잘 부른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떨지 않고 잘 부르는 건 필수고.
가사에 따라 시시각각 가면을 바꿔 쓰듯 변하는 표정과 무대를 휩쓸어 버릴 듯한 장악력은 무대에 서야 하는 가수가 갖춰야 할 디폴트값이라는 걸.
그에 비해.
자신은 사람들 앞에서 안 떨고 노래할 수 있게 된 정도가 전부였다.
물론.
요즘 자신이 SNS에서 반응이 좋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 모든 게 자신의 불행에서 비롯된 동정표이지 않나? 본래 동정이라는 감정은 제일 쉽게 생기기도 하고, 제일 쉽게 사라지기도 하는 감정이다.
‘내가 이 가요계에서 오래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윤제이의 깊은 상념이 점차 꼬리를 물고 늘어지던 찰나.
“이제 곧 자정이다.”
시간을 체크하고 있던 곽 팀장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사실 여기서 긴장하고 있는 건….
윤제이와 그녀의 매니저뿐이었다.
김 실장과 곽 팀장은 얼른 갱신된 차트에 몇 위인지만 체크 후 보고서를 작성할 생각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HS가 만든 곡이었으니까.
‘제발….’
윤제이는 두 손을 꼬옥 모은 채 눈을 감았다.
띵-!
때마침 자정을 알리는 알람 소리가 들려오고.
“음…?”
윤제이가 슬그머니 눈을 떴을 땐, 자정 전과 동일하게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저, 저기 혹시 지금 차트 갱신됐나요?”
“응.”
“저 혹시 차트 안에는 들어왔나요?”
그 물음에 지독하리라 차분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던 곽 팀장은 노트북 너머로 윤제이를 이상하다는 양 바라보며 답했다.
“왜 그렇게 당연한 걸 물어?”
더불어 김 실장까지.
“그러게, 설마 현승이 곡이 차트인도 못 했을까.”
그렇게 당연한 차트인이 완료되었다.
[ TOP 100 ]1위 윤슬 – 강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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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Dear my Beethoven – HS (Feat. 문범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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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위 나밖에 없던 그대에게 – 윤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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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위 le seul – The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