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23)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23화(123/482)
현승네 가족은 유럽 여행을 떠나기 위해 자정이 넘은 야심한 시각, 인천공항을 찾았다.
“현아야, 다이어트는 좀 했어?”
그 물음에 현아는 눈을 쭉 찢으며 째려보고는 “흥!”하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얼마 전….
그녀는 제 오빠로부터 퍼스트는 무게별로 비행기 탑승 금액이 다르다는 소리를 듣고, 일말의 절약을 위해 풀때기만 먹다가 거짓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 또 속았구나!
현승은 그런 여동생을 보며 현승은 재밌다는 양 웃음기 서린 얼굴로 재차 물었다.
“볼살 빠진 거 보니까, 하긴 한 모양인데?”
“진짜 오빠는 뻥쟁이야!”
“그래도 덕분에 사진빨은 잘 받을 거 아냐.”
아버지는 그런 남매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맘 같아선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제 자식들 자랑을 한 보따리 늘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쩜 저리 우애가 깊을까?’
그가 바라본 남매는 참 예쁘게도 투덕거리고 있었다. 실제로는 현승이 신랄하게 여동생을 놀려 먹는 중이었지만.
아무렴 어떠하리?
가족들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고, 구김살 하나 없이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래.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지만, 누군가의 삶은 조금씩 바뀌고 있을 터였다.
우선.
현승네 가족의 삶이 그랬고, 현승을 만난 아티스트들의 삶도 조금씩 바뀌고 있겠지.
“오빠, 대박-!”
그래.
지금처럼 말이다.
“윤제이랑 더문 차트인 했어!”
현아는 제 일이라도 되는 양 펄쩍 뛰며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 TOP 100 ]화면 속에는 새로 갱신된 음원차트가 띄워져 있었고.
1위 윤슬 – 강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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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Dear my Beethoven – HS (Feat. 문범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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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위 나밖에 없던 그대에게 – 윤제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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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위 le seul – The Moon
현승의 개인 앨범 타이틀 곡이라든가, 이번 연도 들어 연달아 곡을 준 강하준과 윤제이 그리고 더문까지 모두 차트인을 한 상태였다.
물론, 서지니나 정아린까지도.
모두.
현승으로 비롯하여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이들이었다.
“오빠, 차트에 오빠 곡으로 기차놀이 해도 되겠어.”
“가능하지.”
“진짜 이대로면 차트 다 씹어 먹고도 남겠다.”
“엉, 맛있다.”
“근데 오빠가 만든 곡이 나왔는데 여행가도 돼?”
“안 될 건 뭐람?”
현아가 의아하다는 양 바라보며 되물었다.
“아니, 뭐 모니터링 이런 거 안 해? 반응 안 살펴봐도 돼?”
“차트인 된 거 봤잖아.”
“이런 거 말고도, 나라면 진짜 계속 반응 체크할 것 같은데.”
“바라보고 있는다고 뭐 달라지냐.”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잘 되면 좋으니까….”
현승은 말끝을 흐리는 현아의 머리통을 마구 헤집어 놓으며 등을 두들겼다.
“이제 비행기 시간 거의 다 됐다.”
현아의 말대로 잘되면야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날, 천날 모니터링한다고 차트가 오르는 것도 아니고, 음반이 더 많이 팔리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자신은 홍보팀도, 마케팅팀도 아니니까.
현재로선….
자신이 텃밭에 하나씩 뿌려 둔 씨앗이 점차 싹을 틔우고 있는 거 확인했으니 됐다. 이 싹이 무럭무럭 자라나 꽃까지 피울 수 있을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지만….
자신은 종자가 좋은 씨앗을 개량하여 텃밭에 뿌려 둔 걸로 할 몫을 다 해낸 거다. 토양, 햇빛, 습도와 물의 양 같은 외부적인 요인은 자신의 영역 밖이니까.
그건 이제 각자의 회사가 알아서 할 일이지.
그래.
우선 지금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먼저다.
“오빠, 나 퍼스트 탈 생각에 떨려.”
“그럼 비즈니스 탈래?”
“아니, 그냥 그렇다고. 하여간, 진짜-!”
이윽고.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두 번째 가족 여행이 시작되었다.
* * *
윤제이와 김 실장 그리고 그의 어머니도 날이 밝는 대로 인천 공항을 찾았다. ‘스트리트 어게인’의 촬영지인 파리로 향하기 위함이었다.
“저 신경 쓰지 마시고, 어머님 모시고 편하게 관광하고 그러셔야 해요.”
“아무리 그래도 촬영할 때는 지켜봐야지. 그러려고 따라나선 건데.”
“저는, 정말 혼자 잘할 수 있어요!”
김 실장이 “얼씨구?” 하며 피식 웃어 보이고는, 그녀의 안색을 살피다 물었다.
“컨디션은 좀 괜찮아?”
“완전 좋아요, 정말.”
괜찮다고 말을 했지만, 사실 윤제이는 밤새 차트창과 팬카페를 들락거리는 통에 한숨도 자지 못한 채였다. 하지만 정말 잠을 안 자도 졸리지 않았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기분이었다.
그만큼 행복했다.
아직 비행기 시간까지는 조금 남았으니….
‘한 번만 더 볼까?’
윤제이는 곧장 음원 플랫폼을 실행하여 음원차트를 켰다. 아직도 19위라는 숫자 옆으로 ‘나밖에 없던 그대에게 – 윤제이 ’라는 글자가 보였다.
절로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물론 K-싱어스타를 통해 자신이 부른 노래가 음원으로 발매되고 차트인을 했던 적이 있다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격이 파도마냥 밀려왔다.
동시에….
HS에게 아주 자그마한 보답이라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일말의 안도감을 느꼈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히죽거려?”
그때 김 실장이 윤제이의 얼굴을 살피다, 휴대폰 화면을 슬쩍 보고는 덧붙였다.
“차트인한 게 그렇게나 좋아?”
“네에….”
“K-싱어스타 음원도 차트인 했었잖아?”
“체감상 아예 다르게 느껴져요.”
그 대답에 김 실장은 “흠.”하고 침음을 흘리며 주억거렸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동의에 의미였다.
더불어 윤제이에게 자신들이 향할 파리에 현승이 먼저 가 있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차트인을 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들떠 있는데, 현승이 거기 있다는 걸 알면 얼마나 더 들뜰지….
그래.
혹여 촬영에 지장이 갈 수도 있으니 아무쪼록 비밀에 부치기로 다짐했다.
그때.
윤제이가 심각해 보이는 김 실장의 표정을 살피며 되물었다.
“실장님은 안 기쁘세요?”
“나야, 이제 너무 익숙해서.”
그리고는 짐짓 귀찮다는 표정으로 덧붙였다.
“이제 현승이 곡이 차트인 했다는 보고서 올리는 것도 번거로울 정도야. 당연한 걸 뭣 하러 적고 있나 싶어.”
“하기야, 지금도 차트인 안에 작곡가님이 만드신 곡이 5곡 이상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그렇지. 기존 발매한 곡들도 마찬가지지만, 너랑 더문 봐 봐, 지금 현승이는 자기 자신과 싸우는 꼴이라니까?”
김 실장은 다시 한번 차트인을 살펴보더니 헛웃음을 터트리며 부연했다.
“진짜 이러다가 음원차트가 다 현승이 곡으로 도배되는 거 아닌가 하는 웃긴 상상도 해 본다니까?”
“정말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겠어요.”
“그랬다간 독식한다고 욕 바가지로 먹을까? 뭐, 그런 거 신경 쓸 녀석도 아니긴 하지만.”
현승의 이야기가 나오자 김 실장의 입가에는 웃음기가 떠나질 않았다. 마치 흉이라도 보는 양 빈정거리는 어투였지만, 눈빛에는 애정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마치 아닌 척 제 자식 자랑하는 아버지 같달까?
“우현아, 엄마 비행기 타기 전에 화장실 한번 다녀올게.”
어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웠고.
“제이야.”
김 실장은 돌연 표정을 굳히며 완강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뭐가 되었건 더문한테만큼은 지면 안 된다.”
윤제이는 얼떨결에 “예….”하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은, 윤제이도 마찬가지였다.
뭐랄까.
후궁의 자식이 왕이 되는 꼴은 차마 보기 힘들 것 같다고 해야 할까….
하여튼.
지금, 이 순간 김 실장과 윤제이는 더문에게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통일된 채였다.
* * *
현승과 가족은 비행기 안에서 약 14시간가량 동안 사육당하고 나서야 겨우 프랑스 파리에 있는 샤를드골 공항 (*Charles de Gaulle Airport)에 도착할 수 있었다.
딱.
수속을 밟고 나오자, 현아가 제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앓는 소리를 냈다.
“몸이 너무 찌뿌둥해. 퍼스트 아니었으면 진짜 도착하자마자 골병 나겠다.”
“그러고 보니 비즈니스면 된다고 하지 않았어? 돌아갈 때는 혼자 비즈니스로 갈래?”
“이 오라버니가 야박하게 왜 이러실까나? 오빠 덕분에 편하게 왔다는 말이지-.”
현아는 캐리어가 실린 카트를 끌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영어 쓸 일이 많겠지? 나만 믿어!”
“근데 프랑스니까 불어를 쓰지 않을까?”
“헉, 어쩌지-? 나 불어는 아직 잘 모르는데….”
일순간 예상치 못한 난관이라도 부닥친 양 절망으로 물든 현아의 얼굴을 바라보던 현승이 나지막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리고는 태평하게 덧붙였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래, 말 그대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공부와 담쌓고 살아온 현승이었지만, 지난 삶에서 세계적인 작곡가로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의사소통이 되어야 했고.
유명 원어민 강사들에게 일대일로 일어, 중국어, 영어, 불어를 배웠고, 덕분에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오빠만 믿어.”
그 말에 현아가 과장스럽게 토하는 시늉을 해 보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우웩.”
“우웩?”
현승이 일부러 “아, 맞다.”하고 무언가 떠오른 척하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하준이가 도착하면 영상통화 좀 하자 했는데-.”
“어? 하준이 오빠가-?!”
“얘 봐라? 강하준은 오빠고, 난 오빠도 아니다?”
“아니이, 오빠는 내 오라버니죠.”
“됐어, 그냥 민현아 없을 때 따로 걸어야겠다.”
그 말을 끝으로 현승이 앞서 걸어 나갔고, 현아는 그런 오빠의 옷자락을 잡고 늘어지며 애걸복걸하면서도 재차 아버지가 잘 오고 계신지 확인했다.
“오빠아-.”
“쓰읍.”
“제바알-.”
“쉿.”
현승이 귀찮다는 양 여동생의 팔을 치우며, 택시를 잡아 가족들을 태워 잡아 둔 호텔로 향했다.
.
.
.
현승네 가족은 호텔에 짐을 푼 뒤 개선문을 향했다가, 배를 채우기 위해 브런치 카페를 찾았다.
“와-.”
탁 트인 테라스에서 샹젤리제 거리를 내려다보던 현아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진짜 건물 하나하나가 다 너무 예쁘다.”
아버지는 그런 딸의 시선을 따라 거리를 내다보며 화사하게 웃어 보였다.
문득.
현승은 자신이 이 모습을 보려고 파리까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행복하네.’
전생에서는 몰랐던, 보지 못했던 가족들의 얼굴을 알게 되는 요즘이 너무 행복할 따름이었다.
지이이이이잉-!
현승의 상념에 잠겨 있던 그때 손에 쥐고 있던 진동벨이 울렸다.
“커피 받아올게.”
현승은 짤막하게 말을 남긴 뒤 픽업대를 향했다.
“땡큐.”
짧은 인사와 함께 커피를 받아 들고 자리로 돌아가려던 그때.
“음?”
현승의 시선은 픽업대 근처에 앉아 있던 여성에게 꽂혔다.
‘요즘도 오선지에 곡을 쓰는 사람이 있네?’
그 여자는 하얀색에 가까운 금발의 머리칼을 질끈 묶은 채 뿔테 안경을 끼우고는 연필 끝을 잘근잘근 씹어 가며 잔뜩 고심하고 있는 양 보였다.
‘클래식 작곡가인가?’
궁금증이 앞선 현승은 그녀의 옆을 지나치는 척 오선지를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클래식은 아닌 것 같은데….’
이내 발걸음까지 멈춰 서서는 악보를 눈으로 담았다.
‘저게 뭐야?’
현승은 미간을 좁히며 악보 한 군데를 뚫어져라 살폈다. 너무 시선이 뜨거웠던 탓일까? 여성이 고개를 들어 현승과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저기요, 무슨 일이시죠?”
“이상합니다.”
“예? 작업이라면 사절이에요.”
“아니, 이상하다니까요?”
“저 유부녀예요. 돌아가 주세요.”
여성은 현승을 단순히 작업 거는 사람이라 여기며 다시 오선지 위로 음표를 그려 나갔다.
“하?”
현승은 황당했지만, 꼭 이것만큼은 말해 줘야겠노라 다짐하며 다시금 그녀를 불러세웠다.
“저기요.”
“저 애도 있어요.”
끝내.
인내심이 다다른 현승은 제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유부녀든, 애 엄마든 간에….”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오선지 한 군데를 정확히 가리키며 단호하게 덧붙였다.
“여기서 갑자기 장조로 가면 곡이 이상해진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