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24)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24화(124/482)
사라 스튜어트는 잠시 어안이 벙벙하다 못해 현기증을 느꼈다.
방금 저 남자가 뭐라고 했더라?
제 곡이 어디가 이상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아무리 봐도 처음 본다. 흑발과 대조되는 새하얀 피부에 또렷하다 못해 날카로운 이목구비를 가진 동양인의 낯선 남성, 혹시 자신을 알아본 걸까?
그래, 아까부터 좀 이상하더라니….
‘말 한마디 붙여 보려고 이상한 수를 다 쓰네’
그녀는 사실 싱어송라이터였다. 물론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신인가수에 괴짜 같은 성격과 거침없는 언행으로 소속사에서 TV 출연을 못 하게 하다 보니, 거의 얼굴 없는 가수랄 수 있었지만….
그녀의 데뷔곡만큼은 빌보드 차트에 두 달 이상 자리를 지켜 낼 만큼 유명했다.
그래.
그런 그녀가 보기엔 지금 장조가 아니라, 저 사람이 이상했다. 대뜸 사람의 창작물을 보고 이상하다니? 이게 수작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제야 상황 파악이 완료된 그녀가 따져 물으려던 찰나였다.
“혹시 일부러 망치려고 한 건데 내가 방해한 건가?”
남성은 더욱 황당한 물음을 내놓았다.
“뭐-?”
그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 채 눈을 끔뻑거리고 있기도 잠시.
“자신의 곡을 일부러 망치려는 사람이 어딨겠어?”
눈매를 치켜들며 반박했다.
하나.
남성은 태연한 얼굴로 어깨를 들썩거렸다.
“난 또,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지.”
그리고는 그녀의 손을 떠나 떼구루루 굴러가던 연필을 집어 들며 덧붙였다.
“아니라면 방향을 다시 잡아 줘야 할 것 같은데.”
“뭐 하는 거야?”
“일부러 망치려는 게 아니라, 제대로 만들고 싶은 곡 아닌가?”
사라 스튜어트는 남성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되물었다.
“그쪽이 작곡가라도 돼?”
“뭐, 그렇지.”
“그럼 당신이라면 여기서 어떻게 할 건데?”
그리고는 조금 전 남성이 지적했던 구간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고.
“한번 해 봐.”
이내 오선지를 내밀어 보였다.
사실….
사라 스튜어트는 남성이 지적한 구간에서 막힌 채 꼬박 밤을 새워 가며 골몰하는 중이었다. 스스로 음표를 적어 내려가면서도 탐탁지 않기는 했다만….
별안간 이상한(?) 사람에게 지적받을 줄이야.
얼굴로 보아 하이틴 스타가 더 어울려 보이는데 작곡가라니, 그녀는 어디 한번 얼마나 기가 막히는 음표를 그려 내는지 보자는 심보로 팔짱을 끼워 보였다.
이윽고.
남성은 자신이 들고 있던 트레이를 잠시 내려놓고는 펜을 고쳐 잡았다.
“흠….”
그러나, 남성은 조금 전 기세 당당했던 태도와는 달리, 무언가 골몰하는 양 펜 끝으로 제 볼을 톡톡 내리칠 뿐, 수정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방향을 다시 잡아 줘야 할 것 같다면서요?”
그 모습에 여성은 조소를 흘리며 이죽거리는 듯 말을 덧붙였다.
“이상하다고 큰소리치더니만….”
남성이 조롱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잠자코 있기도 잠시.
“혹시 이 곡 그쪽이 부를 곡인가?”
“그런 건 알아서 뭐 하게?”
“그쪽이 부를 거라고 하면 목소리에 맞춰서 바꾸려고 했지.”
사라 스튜어트는 눈매를 좁히며 심드렁한 투로 답했다.
“대충 그런 걸로 치고 한번 해 봐.”
수작이 아니라면, 어디 한번 증명해 보라는 듯한 태도였다.
사락, 사락-.
제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남성은 자신이 고뇌하며 적어 내려간 음표를 싹 지우고는 위에 새롭게 덧입히듯 그려 나갔다. 그 모습이 제법 작곡가의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아냐, 그래 봤자 악보나 조금 볼 줄 아는 정도겠지.’
사라 스튜어트는 제 맞은편에 앉아 악보 위로 음표를 휘갈기는 남성의 얼굴을 흘끔 바라봤다. 어딘가 모르게 신난 듯 올라간 입꼬리가 즐거워 보였다.
어느덧.
남성은 쓰던 연필을 툭 내려놓고는 오선지를 내밀어 보였다.
“뭐,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 같은데-.”
사라는 제법 진지하고 근엄한 얼굴로 오선지를 살폈다. 확실히 달라지긴 했다. 아니, 아예 곡의 분위기를 바꾼 셈이다.
장조를 주어 요즘 유행하는 틴에이저스러운 곡을 만들어 보려 했는데, 극저음을 풍성하게 덧입혀 곡을 바꿔 놓았다.
‘음….’
하나, 실제로 들었을 때 어떨지 감이 오지 않는 음표들이었다.
“뭐, 아예 반대로 그려 놓기는 했네. 직접 연주했을 때는 엉망진창일 수도 있겠지만.”
사라는 대충 탐탁지 않다는 어투로 오선지를 파일에 잘 끼워 넣었다. 남성이 악보를 그려 내는 과정에서 어설퍼 보이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으니, 작곡가라는 말이 거짓은 아닐 테니 나중에 확인해 볼 요량이었다.
“연주는 그쪽이 나중에 알아서 해 보고….”
남성은 악보를 그릴 때와는 상반되게 아무런 표정 하나 없이 말을 이었다.
“혹시 남는 오선지 하나만 줄 수 있나?”
그 말에 사라가 침음을 흘리기도 잠시.
“낙서장으로 이용하지는 말고.”
여분의 오선지가 많았기에 흔쾌히 내어 주었다. 물론 비아냥도 빼먹지 않았다.
스윽-.
남성은 오선지를 받아서 들고는 그 뒤로 아무런 말 없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정말.
목적이 단순히 제 곡을 지적하고 오선지를 받기 위함이었던 걸까?
‘이상해….’
사라는 고개를 내젓고는 속을 달래 줄 아이스커피 한 잔을 더 주문한 뒤 자리로 돌아와 기다렸다.
그런데….
그녀의 시선이 자꾸만 그 이상한 남성에게로 향했다. 남성은 가족처럼 보이는 일행들과 테라스에 앉아, 오선지를 붙들고 작곡에 몰두한 것마냥 보였다.
“하여간 폼은 그럴듯하다니까….”
사라는 주문한 커피를 받으러 가고, 오는 길에도 흘깃흘깃 몰래 남성을 살폈다.
“어?”
그때 남성이 돌연 잘 그려 나가던 오선지를 와그작 구기며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양 미간을 좁혀 보였다.
그리고는.
오선지를 휴지통에 툭 버리고는 가족들과 함께 카페를 나섰다.
“그럼 그렇지, 낙서장으로 쓸 줄 알았어.”
사라 스튜어트는 작게 혀를 차며, 카페를 나가는 남성의 뒷모습을 집요하게 바라봤다.
그리기도 잠시.
그녀는 남자가 버리고 간 오선지가 계속 신경에 거슬렸다.
‘그냥 보기만 해 볼까?’
쓸데없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시작이 그녀의 몸을 움직이게 했다. 카페 내부에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슬쩍 휴지통 맨 위에 구겨진 채 버려진 오선지를 마치 훔치듯 가져왔다.
바스락-.
그리고는 구겨진 오선지를 빳빳하게 다시 펴 나갔다.
“뭐, 뭐야….”
남성은 그 짧은 사이에 자신이 건네준 오선지 세 장에 빼곡하게 음표를 채워 놓은 채였다.
심지어.
아주 복잡해 보이는 구조를 띤 곡을 말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왠지 연주했을 때 꽤나 좋은 멜로디를 지닌 곡일 것 같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차츰 잠식해 나갔다.
‘이게 가능하기는 해?’
이윽고.
오선지를 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려 왔다.
* * *
그 길로 사라 스튜어트는 자신이 소속된 유니스 뮤직 그룹의 사옥으로 뛰어들어 와 개인 작업실을 찾았다.
“그냥 속는 셈 치고 연주 한번 해 보는 거야.”
마치 자기 자신에게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린 그녀는 제일 먼저 남성이 수정해 준 오선지를 꺼내 들었다.
피아노로 구현이 어려울 정도로 마이너한 단조들의 행렬에 그녀는 곧장 미디 프로그램을 키웠다.
그리고는 악보를 고스란히 섹션 위로 찍어 나갔다.
작업실에 있는 음향 장비들이 최고 성능을 자랑하지 않았다면 아마 구현해 내기도 어려울 만큼 집착스러운 극저음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녀는 왠지 코드를 찍어 나갈수록 음침하고, 괴기스러운 곡이 나올 것만 같은 느낌에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정말.
악보로 봐도, 모니터로 봐도 감이 안 잡히는 흐름이었다.
“후-우.”
머지않아 사라 스튜어트는 완성된 트랙을 바라보며 참아 왔던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독특한 버릇 중 하나였다. 작업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고는 했다.
탁-.
이내 그녀는 스페이스 바를 눌러 완성된 트랙을 재생시켰다. 초반부는 자신이 작성한 것이니, 너무나도 익숙하고, 음울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머지않아.
머리에 번개가 내려치듯 “쿵.” 하는 마이너한 단조가 곡을 더욱 음침하며 스산한 분위기로 전환시켰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했다.
원래 자신이 장조로 변조를 준 건, 과거 어두웠던 마음을 털어 내 보자는 이유에서 시작된 발상이었다. 요즘은 밝고 쾌활한 노래가 유행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이 곡은 정말 제 과거에 깊게 뿌리 깊이 잡힌 부정적 메시지를 담아내듯 음산하여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 남자가 마치 제 마음을 꿰뚫어 본 것도 모자라, 속에 담긴 것들을 음표로 고스란히 가져다 놓은 것처럼.
태어나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형태의 변조….
하나 이상하게 자꾸만 이 구간만 잘라서 듣고, 불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목구멍을 치고 올라왔다.
마치 아까 마주쳤던 이름 모를 이상한 남자처럼 말이다.
“음, 음-.”
어느덧 사라 스튜어트는 그 마이너한 저음에 맞춰 허밍을 더해 나갔다.
툭-.
아쉽게 트랙은 거기서 끝이 났다. 사라 스튜어트는 입술을 달싹이며 남성이 버린 오선지로 고개를 돌렸다.
꿀꺽.
마른침을 한번 삼키며 그 오선지를 조심스레 꺼내 들었다.
그래.
한번 들어라도 보는 거야.
* * *
데이비드 오스틴은 오늘도 어김없이 오후 1시에 정확히 사옥을 찾았다. 로비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Unice Music Group’이라는 로고를 보며 흡족하게 웃어 보이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그의 정해진 루틴 중 하나였다.
그리고는 다음 루틴이랄 수 있는 사라 스튜어트를 만나기 위해, 개인 작업실로 걸음을 옮겼다.
새하얀 백발에 볼륨을 주어 한껏 쓸어 넘긴 머리칼과 나이와는 맞지 않는 트렌디한 와인 컬러의 정장 그리고 매일 같이 소독하여서 다니는 손수건을 안주머니에 넣은 채로….
“안녕하십니까.”
지나가는 모든 인사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래.
그가 바로 유니스 뮤직 그룹을 이끄는 대표이사인 까닭이었다.
“예.”
심플한 대답과 함께 사라 스튜어트의 개인 작업실 앞을 찾은 그는 손수건을 꺼내 제 손을 감싼 뒤 작업실 문을 가볍게 두들겼다.
“…….”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아직 안 나왔나.”
그는 괜히 불안함이 감돌았다. 대표이사씩이나 되는 데이비드 오스틴이 그녀의 작업실을 습관처럼 들리는 이유는 일종의 감시이기도 했다.
회사 내 사라 스튜어트의 별명은 애물단지 혹은 대표의 아픈 손가락이라던가?
맞는 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길거리에서 우연히 버스킹을 하는 모습을 보고 반하여 캐스팅해 온 천재였다. 음악 천재.
하나.
보통 천재들은 어딘가 미쳐 있다고 하던가? 딱 그녀가 그랬다. 언행은 거침없었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프링 같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음악에 있어서는 완벽한 사람이었으니 아무렴 상관없었다. 되레 그런 모습이 더욱 끌리고, 탐스럽게 느껴졌다.
‘방송은 절대 내보내선 안 되겠지만.’
요 며칠 신곡을 만들겠다며 앓고 있던 것 같은데 혹여나 잠을 못 자서 쓰러진 건 아닐까? 작업할 때면 광적으로 몰두하던 그녀를 보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끼이익-.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데이비드 오스틴은 곧장 작업실 문을 손수건으로 감싸 열었다.
“음?”
두꺼운 방음문이 열리자, 음악 소리가 심장을 강타하듯 쿵, 쿵, 쿵 거리며 들려왔다. 이 곡은 뭐지? 처음 듣는 곡인데?
그는 작업실 내부를 살피다 콘솔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사라 스튜어트를 발견하고는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이런 명곡을 만드느라고, 응답이 없었군’
빌보드 차트는 떼놓은 당상이라는 생각에 그녀의 뒤통수마저 대견해 보일 따름이었다.
“이렇게 잘 해낼 거면서 안 풀린다고 앓는 소리를 냈어?”
사라 스튜어트는 음악에 완전히 매료된 듯 그가 한 발치 앞까지 다가와 말을 걸었음에도 듣지 못했다. 이내 구두 굽으로 바닥을 툭툭 내려치자, 몸을 흠칫 떨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 언제 오셨어요?”
“방금.”
“아, 잠시만요.”
“아냐, 왜, 왜?”
데이비드 오스틴은 곡을 멈추려는 그녀의 손을 제지하며 말을 이었다.
“계속 듣자. 너무 좋은데?”
“그쵸, 좋죠?”
“이번에 만든다던 신곡인 거지?”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그는 사뭇 실망한 기색을 띠며 “아니야?”하고 되물었다.
몇십 년을 음악에 몸담고 살아오며, 유니스 뮤직 그룹이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통사이자 레이블을 운영해 오며 숫자로 표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곡을 들어온 그였다.
이제는 대충 들어도 잘될 곡인지, 안 될 곡인지 어느 정도 판가름은 가능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는데….
방금 곡은 얼핏 들어도 잘될 곡이었다.
아니.
그냥 잘될 정도가 아니라, 대박이라는 감이 미친 듯이 솟구쳐 오를 만한 곡이었다.
“그. 그럼 이거 누가 만든 곡인데?”
“저도 몰라요….”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라와 있던 곡이야?”
“아니요….”
“그러면? 아는 작곡가 곡인가?”
“아니요….”
데이비드 오스틴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제 감이 발동하는 곡을 앞에 두고, 그녀는 무어라 설명하지 못한 채 고개만 푹 숙이고 있으니 미치지 않고 배기겠는가?
“그럼 이 곡의 원작자를 모른다는 얘기야?”
“네….”
데이비드 오스틴은 별안간 구두굽으로 바닥을 내려치며 상념에 빠져들었다.
가만 있어 보자….
이렇게나 좋은 곡이 발매만 된 채 무덤에 묻혔을 리는 없고. 그렇다는 건, 아직 발매가 되지 않은 곡이라는 건데….
“이 곡 어디서 발견했어?”
“카페에서 우연히….”
“우연히 곡을 주워 왔다는 거야?”
“그건 아니고, 한 남자가 버리고 갔어요.”
그는 이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재차 “버리고?”하며 되물었다.
“제 오선지를 빌려 간 남자가 적다가 버리고 간 걸 주워 와서 제가 코드로 찍어 본 거예요.”
“그럼 그 남자 연락처나 이런 거 받아 둔 거 있어?”
“아니요.”
그리고는 깊은 침음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흥건히 젖은 손을 닦아냈다.
“흐음-.”
제아무리 버린 곡이고, 그 곡이 희대의 명곡이 될 수도 있을 만한 곡이라고 한들 아무렇게나 가져와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 유니스 뮤직 그룹이 몇십 년간 전 세계 1위 유통사라는 타이틀을 지켜 낼 수 있었던 건 저작권이나 표절 이슈가 전무후무할 정도로 칼같이 지켜 온 덕택이니까.
이윽고.
데이비드 오스틴은 결심이 선 듯 손수건을 다시 곱게 접어 넣으며 물었다.
“그 남자, 어디서 마주쳤다고?”
“예?”
“찾아서 데려와야지.”
사라 스튜어트는 별안간 희번덕거리는 그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노라니, 자신을 캐스팅하던 그날이 떠올랐다.
‘저 눈빛은….’
그가 미치도록 가지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만 보이던 광기 어린 눈이었다.
* * *
현승은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가족들을 데리고 유명한 식당을 찾았다.
띠링, 띠링, 띠링-!
그때 주머니 속에서 연신 문자 알림이 들려왔다.
“뭐야.”
문자 내용을 확인한 현승은 인상을 찌푸렸다.
[ 자니..? ] [ 자냐..? ] [ 잘 자라.. ] [ 아니 근데 거긴 아직 낮 시간대 아니니? ] [ 현승아 어디서 뭐 하니.. 행복하니..?]이 집착적인 문자들은 뭐란 말인가?
[ 왜 이렇게 전 여자친구처럼 보내요? ]현승은 질색하는 표정으로 문자에 답장을 보냈다.
머지않아.
띠링-!
기다렸다는 양 바로 답장이 왔다.
[ 몰라, 이 요망한 녀석아…. ]오늘 진짜 왜 이러시지?
‘뭘 잘못 드셨나….’
현승이 고개를 내저으며 휴대폰을 다시 집어넣으려던 찰나였다.
띠링-!
집착의 문자가 다시금 도착했다.
[ 너 혹시 또 끼 부리고 다니는 거 아니지? ] [ 이상한 소리하시면 답장 안 합니다. ] [ 아니, 내가 악몽을 꿔서 그래… ] [ 무슨 악몽이요? ] [ 꿈에서 너한테 재계약해 달라고 무릎 꿇고 빌었거든? ] [ 예지몽 같은데요? ] [ 그런 무서운 말 하지마.. ] [ 아무튼 그래서요? ]잠시 텀을 두고 답장이 연달아 도착했다.
[ 네가 넙죽 엎드려 있는 내 손을 밟고 지나간 거 있지..? ] [ 꿈인데도 무척 아프더라 ] [ 손도, 내 마음도…. ]“뭐야, 개꿈이잖아.”
낮게 중얼거린 현승이 답장하지 않고 휴대폰을 무음 모드로 전환해 뒷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음, 맛있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던 양 가족들과 식사를 이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