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27)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27화(127/482)
당일 촬영이 모두 끝나고, 밤이 왔다.
“하….”
이유주는 불쑥 치밀어 오르는 화를 이겨내지 못한 채 술을 마시러 호텔 내부에 Bar로 향했다.
타-앙!
술잔을 거칠게 툭 내려놓은 이유주는 제 아랫입술을 안주 삼아 잘근잘근 씹어 댔다.
“왜, 맨날 걔만….”
자신은 대선배인 김광진과 원진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의견을 표출해 보기는커녕 입술이 마르도록 리액션만 해 대는 통에 목이 쉴 정도였다.
그에 반해….
윤제이는 어떤가?
이영아가 대놓고 편애하고 감싸 도는 바람에, 선곡 자체가 윤제이 중심으로 돌아갔으며, 최고의 작곡가라는 제이블의 서포트까지 받지 않았는가?
K-싱어스타 때부터 그랬다.
윤제이는 예선전부터 HS의 슈퍼패스를 받아 살아남고, 불우한 가정환경과 소심한 성격으로 모든 이들의 동정을 받고 격려 속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뿐이랴?
곧장 LS 엔터라는 대형 엔터를 계약하고, 또다시 HS의 도움과 동정표를 앞세워 데뷔하자마자 음원차트를 무섭게 뚫고 올라오는 것도 모자라….
10위 안쪽으로 알박기 중인 ‘아프로디’의 데뷔 타이틀곡마저, 윤제이 곡이 위협하고 있으니, 제 눈에 윤제이가 곱게 보일 리가 없지 않겠나?
‘열 받아….’
이제는 윤제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애가 뭐가 좋다고.”
연신 불만을 토로하며 술을 들이켜다 보니….
어느새.
붉어진 얼굴로 딸꾹질을 해 댔고.
뚜르르르르-
이내 눈이 다 풀린 채로 윤제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딸칵.
“제이야, 나 지그음 호텔 안에 있는 Bar인데에 좀 취해서 나 좀 데리러 와라아-.”
* * *
이유주의 연락을 받은 윤제이는 한달음에 데리러 가기 위해 Bar로 향했다.
“유주야!”
그리고는 스탠딩 바에 엎드려 있는 그녀를 향해 다가가 흔들어 깨웠다.
“괜찮아? 걸을 수 있어?”
“어, 윤제이….”
“내가 매니저 불러 줄게.”
“아냐, 불렀어.”
매니저를 불렀다는 말에, 그럼 올 때까지 기다려 주겠다며 옆자리에 앉으려던 찰나였다.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옆으로 비스듬히 기대앉은 이유주는 이미 잔뜩 술에 취해 풀린 눈으로 되물었다.
“내가 봤을 때는 일부러야.”
“응? 뭐가?”
“이러는 거 말이야.”
“무슨 소리야?”
“착한 척하는 거.”
윤제이는 당황스러웠다. 대뜸 착한 척이라니, 착해 보려고 노력한 적도 일부러 의도해 본 적도 없다. 오히려 답답하다며 짜증을 더 많이 듣고 자란 그녀였다.
“나 그런 적 없는데….”
“사람들이 그러면 너 동정하고 불쌍해하고, 관심 가져 주니까 일부러 더 착한 척하는 거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이번에 발매한 곡도, 결국 동정을 앞세워서 팔고 있는 거 아니야? 세일즈 전략이 딱 그렇던데?”
그 물음에 자신을 위해 곡을 만들어 준 HS가 떠올라 울컥하기도 잠시.
“그런 거 아니야….”
이내 침착하게 대답을 이어 나간 윤제이는 얼른 매니저가 와 주기를 바랐다.
쾅!
하나, 이유주는 제 손으로 테이블을 내려치며 더욱 위압감을 조성해 왔고.
“제이야, 너는 네가 민폐라는 생각 안 해 봤어?”
술주정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맨날 그렇게 남의 이름이나 빌려 편승하면서 살 거야?”
구태여 따지고 보자면, 이유주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제아무리 순해 빠진 윤제이라도 제 노력마저 무시하는 건 듣기가 힘들었다.
“유주야, 넌 내가 그렇게 싫어?”
“그럼 좋겠어?”
“왜 그렇게 싫은 건데?”
“그걸 모르는 게 더 열받는 거야.”
윤제이는 제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참아 냈다. 그래, 술 취한 사람과 대화해 봤자 감정이 소비되는 건 자신뿐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유주야, 그만하자. 너 많이 취했어.”
“뭘 그만해? 어? 네가 그만하자면 그만해야 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오늘도 이영아 선배님한테 껌딱지처럼 붙어서는….”
이유주는 남은 술마저 툭 털어 마시고는 덧붙였다.
“이영아 선배님이 네가 정말 예뻐서 오구오구 해 주는 줄 아니? 그거 다 HS 때문이야, 알아? 그게 아니면 너같이 우중충한 애한테 관심이나 가져 줄 것 같아? 착각 좀 하지 마.”
이유주의 독설을 잠자코 듣고 있노라니 독한 술을 들이켠 것마냥 속이 쓰렸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툭 까놓고 얘기하면 틀린 말도 없었다. HS 님의 도움을 받고, 그로 인해 유명해졌고, LS 엔터라는 명성 깊은 엔터에 들어갈 수 있었고, 감사하게도 데뷔곡을 선물 받았으니까.
하물며….
자신의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 하나로 경솔하게 행동했다가, 그 잘못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LS 엔터와 HS에게 돌아갈까 아무 말도 쉽사리 꺼낼 수가 없었다.
“가난, 동정, HS, 부모님, 그 다음은 뭐야?”
“어…?
“도대체 다음은 뭐 팔아먹을 거냐니까?”
이유주의 도발은, 기어코 선을 넘어 윤제이의 턱을 우악스럽게 잡아냈다.
“제이야, 대답을 해 보라니까? 다음은 이영아야?”
언성 높은 다그침에도….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지-?!”
윤제이는 제발 매니저가 얼른 와 주길 바라며 입매를 꾹 닫아 버렸다.
* * *
“시차 적응이 안 되나?”
현승은 잠이 통 오지 않는 탓에, 술 한잔을 하기 위해 호텔 내부에 있는 bar로 걸음을 옮겼다.
“음?”
입구에서부터 뭔가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현승은 미간을 좁혔다.
“이영아……아니? 그거 다 HS…… 알아?”
뭔가 제 이름이 들린 것 같은데.
“그게 아니면 너같이 우중충한 애한테 관심이나 가져 줄 것 같아? 착각 좀 하지 마.”
안으로 들어서자, 까랑까랑한 여성의 목소리가 정확히 귀에 꽂혀 왔다.
“쟤는….”
낯익은 얼굴에 골몰히 생각하기도 잠시.
“뭐야? 쟤는 왜 저기….”
그 여성의 옆자리에 앉은 상대가 윤제이라는 걸 보고는 떠올랐다.
“이유주…?”
K-싱어스타 참가자였고, 준결승전에서 떨어졌던가? 여하튼, 뇌리에 남을 만한 참가자는 아니었다. 윤제이와 사이가 썩 좋지 않다는 건 찌라시를 통해 보긴 했는데.
‘정말 안 좋나 보네.’
현승은 개인적인 싸움인데, 자신이 껴들 일은 아니라 판단하고 자리에 앉았다.
대신.
김 실장에게 문자를 한 통 보냈다.
[ 호텔 바에서 윤제이랑 이유주랑 한 판 붙는 거 직관중. ]뭐, 이 정도쯤 보냈으면 알아서 하시겠지.
‘나는 그럼….’
근처에 자리를 잡은 현승이 여유롭게 맥주 한 잔을 주문했고.
“HS랑 동정 다음은 뭐야?”
“어…?
“다음은 뭐 팔아먹을 거야?”
여유로운 이 야심한 시각,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애 입에서 제 이름이 오르락거리는 대화가 차츰 거슬리기 시작한 찰나였다.
“제이야, 대답을 해 보라니까? 지금 무시하는 거야?”
현승은 제 눈을 의심했다.
‘미친…?’
이유주의 손이 윤제이의 턱을 우악스럽게 부여잡았기 때문이다.
“나, 똑바로 봐! 대답하라고!”
거의 패악질에 가까운 이유주의 행동에,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저 바보는 왜 아무 저항도 안 하는 거야.’
결국.
현승은 탄산이 톡톡 튀어 오르는 생맥주 한 잔을 눈으로만 담은 채, 곧장 둘의 곁으로 다가갔다.
“야.”
그리고는 서늘함이 내려앉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만 좀 하지?”
이유주는 별안간 옆에서 들려온 낯선 음성에 휙 하고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뭐야, 매니저 아니잖아….”
윤제이의 턱을 잡은 손아귀를 놓지 않은 채로.
“야, 손 놔.”
“당신, 누군데?”
“손 놓으라고.”
“왜 껴 드냐고!”
때마침 극적으로 이유주의 매니저가 “유주야!”하고 다급히 달려왔지만….
“유주야 이, 이러면 안 돼….”
정작 이유주의 몸에는 손 하나 까딱 대지 못한 채 옆에서 쩔쩔매고 있었다.
“하?”
현승은 그 모습에 황당하다는 양 헛웃음을 흘려 보이고는 싸늘한 어투로 물었다.
“안 말리냐?”
“그게….”
“됐다, 하-.”
그를 통해 말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빠르게 판단한 현승은 답답한 상황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
자신이 여자를 상대로 힘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나?
‘김 실장님은 왜 안 와….’
현승은 계속해서 으름장을 놓듯, 이유주를 나무라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좋은 말로 할 때 이거 손 놔.”
이유주는 흐릿해지는 시야 속에 처음 보는 남성마저 윤제이를 감싸고 편을 들어서는 이 상황이, 피해자인 양 울먹거리는 윤제이도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르륵.
이유주가 손아귀에 힘을 풀어 보이기도 잠시.
“너 대체 뭐냐고, 뭔데 껴 드냐고!”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친 그녀는, 돌연 손을 뻗어 현승의 다부진 어깨를 밀쳐 세웠다.
파악-!
스산한 마찰음이 바 안에 울려 퍼졌다.
* * *
한편.
잠자리에 들려던 김 실장은 현승의 문자를 받고는 잠옷 차림으로 방에서 뛰쳐나왔다.
[ 호텔 바에서 윤제이랑 이유주랑 한 판 붙는 거 직관 중. ]이런 문자를 보고 어떻게 잠자리에 들 수 있겠는가?
하여간.
사람 놀라게 하는 데는 선수다.
띠링-!
Bar를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으려던 찰나.
“하아, 하아….”
엘리베이터 안에 자신과 똑같이 흐트러진 행색을 한 김우석이 숨을 고르며 서 있었다.
‘음….’
둘밖에 없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도 잠시.
“너도 연락받은 모양이지?”
김우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예, 이사님도요?”
“어, 왜 싸우는지도 알아?”
“저야, 모르죠.”
“윤제이가 우리 애 심기를 건드린 거 아냐?”
그 말에 김 실장은 미간을 좁히며 맞받아쳤다.
“에이, 이유주가 어깃장 부리는 거, 우리 제이가 착해서 다 받아 주고 있을걸요?”
“뭐? 너, 우리 유주가 얼마나 말도 잘 듣고, 착하고, 순수한 애인지 알아-?”
“저기요, 우리 제이는요, 큰소리 한번 치지도 못 할 만큼 마음이 여린 애예요.”
유치한 말다툼이 오가기를 잠시.
띠링-!
김 실장이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쏜살같이 빠져나오며 비아냥거리는 어투로 첨언했다.
“정말 앞으로 인성 검사는 필수로 해야겠어.”
뒤에서 뭐라고 소리치는 김우석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가뿐히 무시하고는 얼른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나무 문으로 이뤄진 바의 문을 활짝 열고 들어섰다.
하나.
김 실장은 걸음을 우뚝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야, 김우현.”
곧장 뒤따라온 김우석이 불러세운 탓은 아니었다.
“너 대체 뭐냐고, 뭔데 껴 드냐고!”
바락바락 소리를 지른 이유주의 목소리 때문도 아니다.
팍-!
이유주의 손이 현승의 어깨를 가격한 까닭이었다.
“저, 저게-?!”
일순간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진 김 실장과 상황을 뒤늦게 파악한 김우석이 황급히 소란스러운 장내로 뛰어 들어가던 찰나였다.
“야-!”
소리를 지른 주인공은, 이유주도 현승도 아닌 윤제이였다.
“이유주-!!!”
김 실장은 윤제이의 쩌렁쩌렁한 외침에 일순간 조금 전 엘리베이터에서 떵떵거렸던 말이 떠올랐다.
“저기요, 우리 제이는요, 큰소리 한번 치지도 못 할 만큼 마음이 여린 애예요.”
고작 2분 전에 했던 말이었다.
그리고는….
단숨에 이유주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헉-!”
김 실장은 살벌한 윤제이의 모습에 몸이 얼어붙었다.
‘쟤가 저럴 리가 없는데….’
이내.
윤제이는 남은 한 손으로 테이블 위에 나초 찍어 먹으라고 올려져 있던 칠리소스를 한 움큼 쥐어 보이더니….
파악-!
그대로 이유주의 얼굴에 문대 버렸다.
정말….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