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28)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28화(128/482)
김 실장은 살벌(?)하고, 다소 충격(?)적인 장면 앞에서 몸이 굳어 버렸다.
‘제, 제이가….’
이유주 얼굴에 칠리소스를 문대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손님이 남기고 간 토마토 파스타까지 집어다가 이유주의 얼굴을 뭉개 버렸으니까.
“유, 유주야-!”
매니저가 황급히 몸으로 막아 봤지만, 윤제이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야, 김우현 안 말리고 뭐 해?”
김 실장은 김우석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간 이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제이야, 너 왜 그래? 진정 좀 해 봐.”
왠지 이 상황이 꿈처럼 느껴졌다.
아니, 아니.
정말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파악-!
파악-!
파악-!
자기 의견 한번 내세우지 못하고, 소심한 탓에 답답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는데….
그런 애가 온갖 소스를 맨손으로 움켜쥐고 문대는 모습을 보니, 위화감이 들었다.
“내가 그만하라고 했잖아, 그만하라고….”
윤제이는 아무런 표정 없이 계속 이 말만을 중얼거렸다.
대체.
이 바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윤제이, 그만해.”
보다 못한 현승이 막아서며 제지하자, 윤제이는 손을 스르륵 내려놓았다.
“저, 미, 미친-!”
이유주가 제 얼굴에 묻은 온갖 소스를 닦아 내며 악에 받쳐 소리쳤지만, 김우석이 제지하며 매니저에게 데리고 올라가라고 지시하며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하….”
김우석은 난장판이 된 테이블 위를 눈으로 한 번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너희 제이가 너무 착해서 망정이라며?”
“…….”
“캐스팅할 때는 인성을 봐야 한다며?”
“…….”
“우현아, 너 말 잘하잖아. 말 좀 해 봐.”
김 실장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술을 꾹 깨물었다. 비록 때린 건 아니라지만, 거의 폭력에 가까운 소스 테러(?)였다.
하물며.
내일 방송 출연을 해야 하는 아이돌 얼굴에 소스 테러라니….
‘망했다….’
김 실장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죄송하다고 말하려던 찰나였다.
“실장님, 윤제이 턱에 멍든 것 같은데요?”
“뭐-?”
“아까 이유주한테 턱을 잡혔었거든요.”
이내 현승이 제 어깻죽지를 돌리며 조용히 덧붙였다.
“그리고 저도 어깨가 좀 아픈 것 같은데….”
그 말에 김 실장은 손뼉을 “짝!” 쳐 보였다.
맞다.
아까 이유주가 현승이 어깨를 밀쳤었지.
“괜찮아? 어깨 탈골된 거 아니야? 귀중한 몸인데….”
“그 정도는 아니고….”
“김 이사님, 유주가 우리 애들을 먼저 폭행했다는데요?”
김 실장이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들며 묻자, 김우석은 아차 하는 표정이었다.
그래, 이유주가 현승의 어깨를 밀치는 건 함께 봤으니, 부정할 수 없겠지.
“그래도 폭, 폭행까지는 아니지….”
“신체적인 터치가 있었으니, 폭행이죠.”
“근데 저 친구는 누구인가? 처음 보는데?”
그 물음에 당황한 김 실장이 현승과 김우석을 번갈아 살펴 댔고.
“예? 아, 그게…….”
이내 현승의 눈치를 살피며 덧붙였다.
“제이 매니저입니다.”
그 대답에 김우석은 의심쩍다는 양 현승의 얼굴을 살폈지만, 여기서 더 일을 키워 봤자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말을 삼켰다.
“저기, 우현아.”
“왜요!”
“진정 좀 하고.”
그리고는 김 실장의 어깨를 가볍게 주무르며 친근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서로 일 키워서, 좋을 거 없다는 건 잘 알잖아.”
“그래서요?”
“그러니까, 우선 여기서 조용히 덮고 넘어가자.”
김 실장이 고민하는 시늉을 해 보이기도 잠시.
“예, 그러죠. 그럼 저는 애들 데리고 이만 가 보겠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는, 바를 나서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아 참.”
이내 김 실장은 무언가 떠오른 양 몸을 돌려 보였고.
“여기 변상이나 계산은 이사님이 좀 부탁드립니다. 지갑을 방에 두고 와서요.”
싱긋 웃으며 마지막 말을 남긴 뒤 유유히 바를 빠져나갔다.
* * *
김 실장은 그길로 윤제이와 현승을 데리고 작은 벤치로 향했다.
“제이야, 왜 그랬어?”
정확히 이 물음을 건넨 지 5분이 경과 되었지만, 윤제이는 제 손에 묻은 소스만 묵묵히 닦아 낼 뿐이었다.
“내가 정황을 알고 있어야, 나중에 혹여라도 문제가 됐을 때 대변해 줄 수 있어.”
“…….”
“아니면 정말 턱 잡혀서 화난 거야?”
“…….”
“제이야,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중들은 너도 과잉 대응했다고 욕할 거야.”
김 실장은 윤제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래.
바보같이 착한 애가, 화를 낼 정도면 분명 이유주가 잘못했겠지. 하나, 맞서 대응한 것만으로도 함께 욕을 먹는 게 바로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숙명이다.
참, 더럽지만 별수 있나.
김 실장은 매니지먼트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아직 이 바닥에 대해 잘 모르는 윤제이에게 다시 한번 알려 줘야 했다. 조금 쓰라리게 들릴지라도 어쩔 수 없다.
누구보다….
윤제이가 오래, 오래 대중들 앞에서 노래하며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라니까.
“제이야,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너를 해하려 들거나, 밑바닥으로 끌어당기려 하는 일은 앞으로 비일비재할 거야. 그런 상황에서 의연해져야만 해. 휩쓸리는 순간,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건 한순간이야.”
그 말에 현승이 동의한다는 양 주억거렸다. 하나같이 지독할 만큼 다 맞는 말이다.
결국….
‘전생에선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구렁텅이로 굴러떨어졌지만.’
이번만큼은, 그리고 제 손을 거쳐 간 사람만큼은 그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이내.
현승이 윤제이를 향해 시선을 옮기며 말문을 열었다.
“윤제이, 너 바보처럼 참는 거 잘하잖아.”
“네, 늘 참고 살았으니 잘하죠.”
“그럼 잘해 왔듯이 계속 참지, 왜 그랬는데.”
날카로운 물음에, 윤제이는 다시금 입매를 꾹 다물었다.
“하….”
김 실장은 그런 윤제이를 바라보다, 이내 손사래를 치며 “됐어, 그만.”하고는 말을 이었다.
“자초지종은 모르지만, 제이가 온갖 소스를 얼굴에 퍼부을 정도면 하나님이나 부처님도 특수폭행했을 거야. 하물며, 제이는 사람인데 턱 잡히고도 참으면 화병 나.”
말을 끝낸 순간, 이유주가 현승의 어깨를 밀치던 장면이 떠오른 탓에 돌연 언성을 높이며 덧붙였다.
“아니, 만약 제이가 안 그랬잖아? 지금 내가 제이처럼 손에 묻은 소스나 닦으면서 시말서 쓸 생각에 잠 못 이뤘을 거야. 오히려 잘 됐어.”
잔뜩 화가 나 씩씩거리는 김 실장을 바라보던 현승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오, 김 실장님이 대신 소스 테러해 주려고 했어요?”
“그럼! 혹시 넌 내가 맞으면 가만히 있을 거야?”
“글쎄요? 우선 김 실장님이 어디 가서 맞진 않을 것 같은데.”
“하여간, 죽어도 빈말 한마디를 안 해 주지-?”
현승이 삐졌냐며 이죽거리기도 잠시.
“여하튼, 그런 애들은 알아서 다 때 되면 사라지기 마련이니까 그냥 지켜보죠.”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김 실장이 한숨을 폭 내쉬고는 답했다.
“그렇기도 한데, 이 바닥이 꼭 다 그렇지도 않더라고. 오히려 저런 애들이 더 잘 먹고 잘사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서….”
현승은 그 말에 “맞긴 하죠.”하고 답하면서도 의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유주에 대한 전생의 기억이 떠오른 까닭이었다.
‘아프로디라면 알지.’
그래, 제 기억이 맞는다면 이유주가 소속된 ‘아프로디’는 데뷔부터 신드롬이라고 불릴 만큼 승승장구하며 이후 내는 곡마저 잘 되면서 대한민국에서 ‘대체 불가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을 얻어 낸다.
하나.
길어 봐야, 딱 2년이다.
‘아주 폭망했지.’
‘아프로디’는 멤버들 간 불화도 심하고, 심지어 이유주는 갑질 폭로 글까지 연달아 터지면서 소속사로부터 어마어마한 위약금과 함께 계약 해지를 요구당했다는 기사를 봤다.
뭐.
자연스럽게 ‘아프로디’도 해체되어 버렸고.
‘아까 상황만 보더라도….’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봐야겠지.
머지않아.
이유주는 구렁텅이로 굴러떨어질 운명이다.
“야.”
이윽고.
현승이 윤제이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너 참는 거 잘하니까 꾹 참고 기다려 봐. 원수의 시체가 강물에 떠내려올걸.”
잠자코 듣고 있던 김 실장이 “엉?”하고 당황한 기색을 띠며 되물었다.
“뭐야, 왜 갑자기 기원전부터 살아온 노자처럼 말해?”
“제가 관상을 조금 보거든요?”
“뜬금없이 웬 관상 타령이야?”
“이유주는 얼마 못 가 물살에 떠내려갈 상이거든요.”
김 실장은 “음.” 하며 침음을 흘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른 사람이라면 또 모를까, 현승이 꺼낸 말이었기에 허투루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왠지 신뢰가 간달까?
그러고 보면, 아무도 인정하지 않던 가수만 쏙쏙 골라 전부 성공시키지 않았던가?
물론.
곡 자체가 좋아, 잘 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운이 잘 따라 줬던 것도 사실이니까.
‘정말 신기라도 있나…?’
이내 김 실장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되물었다.
“그럼 난? 나는 어떤 관상인데-?”
“솔직하게 말씀드려요?”
“응, 최대한 솔직하고, 담백하게!”
“음, 김 실장님은….”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장가는 못 가실 관상이네요.”
“뭐, 인마?”
“괜찮아요. 저랑 놀면 되죠.”
그리고는 현승이 재차 부연했다.
“저도 아직 비혼주의거든요.”
현승이 김 실장을 향해 싱긋 웃어 보이던 찰나.
“아주 바람직한 생각입니다-!”
별안간 잠자코 앉아 있던 윤제이가 별안간 소리치는 통에, 둘의 시선이 윤제이에게 꽂혔다.
“갑자기 뭐가?”
“비혼주의요!”
“너 뭔데.”
“아닙니다….”
현승이 “실없긴.” 하며 혀를 한번 차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저는 이만 가 볼게요.”
“현승아, 어디 가.”
“방으로 돌아가야죠.”
“나랑 좀 더 있자.”
“저 휴가 중이거든요?”
가지 말라며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김 실장을 억지로 떼어 내고는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저는 오늘 사건에서 빠질 테니, 추후에 문제 생기면 김 실장님이 윤제이 책임지고 수습해 주시는 겁니다.”
그리고는 “그럼 이만.”하고 유유히 걸음을 옮겨 호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이내.
혼자 남게 된 현승은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음….’
오늘 일이야, 별문제 없이 유야무야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연예계라는 게 항시 뒤통수를 조심해야 하는 법이기 때문에 마냥 방심할 수는 없었다.
연예계에 김 실장도 있고, LS 엔터도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니 크게 걱정은 안 된다지만, 이러나저러나 오늘 일이 공개된다면 타격이 있을 테니까.
‘윤제이….’
현승은 별안간 손에 닿는 대로 소스를 움켜쥐고는 이유주의 얼굴에 문대 버리던 윤제이의 살벌한 모습이 떠올라 몸을 부르르 떨어 보였다.
‘역시 이래서 조용한 애들이 더 무서워.’
사실 현승은 윤제이가 왜 갑자기 눈이 돌았는지 어슴푸레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
턱을 우악스럽게 붙잡힌 것도 모자라, 모욕적인 말을 퍼붓는데도 입술을 깨문 채 참고 있을 만큼 바보인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갑자기 그런 돌발 행동을 한 건….
아마도.
자신이 이유주에게 어깨를 맞은 탓이겠지.
아아.
전생에서는 가족 말고, 누구 한 명이라도 나를 위해 진심으로 화를 내 주던 사람이 있었던가?
아니.
진심으로 화를 내 주던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다들 자신에게 무언가 얻어 낼 요량으로 눈치만 살펴 대고, 비위만 맞춰 줬지. 제 일처럼 열을 내 주고, 기뻐해 준 이는 없었다.
하나.
지금은 나를 진심으로 위해 줄 사람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면면이 있다.
‘나름 나쁘지 않게 살고 있나 보네.’
현승은 낯간지럽고 낯선 기분에 휩싸여 방문 앞에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하여튼.
여유롭게 맥주나 한잔하려던 계획도 어그러졌고, 뜬금없이 어깨도 맞고, 윤제이가 난데없이 대형 사고를 치는 바람에 시끄러운 밤이 되었지만….
어째서인지 썩 나쁘지만은 않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