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33)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33화(133/482)
현승은 요즘 부쩍 원치 않게, 남자들로부터 문자를 자주 받았다.
“다들 왜 이러는 거야.”
이두석과 문범재는 잊을만하면 세대가 느껴지는 안부 문자를 보내와, 뭐라 답장해야 할지 난처하게 만들었고.
강하준은….
[ 오늘은 무피클을 담아봤어요^^ 맛있게 숙성되면 좋겠네요. ]요즘 요리 프로그램을 나가는지, 틈만 나면 무 관련된 요리를 만들었다며 자랑해 왔다.
물론.
전혀 궁금하지 않은 소식이었다.
“뭐라는 거야….”
또한, 안지호는 자신의 문자창을 ‘내게 쓰기’ 정도로 알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예를 들어.
[ 현 시각 기준 음원 차트 7위 ] [ 스타의 라디오 ‘역주행 주인공 특집’ 섭외 ] [ 박하스 음료 광고 섭외 ]-와 같은, 음원 순위 변동사항이나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부터 섭외가 들어오면 간결하게 내용을 보내왔다.
그리고.
가장 하이라이트랄 수 있는 건….
[ 너 끼 부리고 다니지 말라고 했지? ] [ 하다 하다 이제 뉴욕에서까지 찾는다. ] [ 진짜 이러면 나 오늘 또 악몽 꾼다고. ]김 실장의 문자였다.
[뉴욕필하모닉에서 공문이 와서, 이거 보면 전화해 줘. ] [ 아, 그리고 한국에는 며칟날 들어오지? 마중 나갈까? ] [ 내가 한국 돌아오면 내 식권 다 너 줄게. ] [ 커피도 맨날 벤티로 사줄게. 아니다. 자이언티로 사줄게. ]자신이 유럽 여행을 떠나온 다음부터는 부쩍 불안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분리불안인가….’
문자를 다시 한번 훑어보던 현승은 ‘뉴욕필하모닉’이라는 글자에 눈매를 좁히며 바라봤다.
“음-?”
뜬금없이 뉴욕필하모닉에서 공문이 왔다는 말은 뭘까? LS 엔터에 협업이라도 요청한 건가? LS 엔터의 위상이 그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무슨 일인지 확인차 전화는 해 봐야겠지.’
현승은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상념에 젖어 들었으나,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끝이 났다.
“오빠아-!”
별안간 방에서 뛰쳐나온 현아가 부산스럽게 자신을 불러 세운 까닭이었다.
“뭔데, 요란법석이야?”
“이, 이거 봐봐-!”
잔뜩 흥분한 여동생이 휴대폰 창을 들이밀었고.
[ TOP 100 ]1위 나밖에 없던 그대에게 – 윤제이
2위 윤슬 – 강하준
.
.
.
5위 le seul – The Moon
6위 Dear my Beethoven – HS (Feat. 문범재)
새롭게 갱신된 한국 음원차트가 보였다.
“이게 뭐 어쨌다고.”
“지금 오빠 곡들끼리 엎치락뒤치락 싸우고 있다니까!”
그래, 현재 윤제이의 ‘나밖에 없던 그대에게’라는 곡은 인터넷상에서 ‘부모님과 관련된 일기 쓰기 챌린지’와 함께 연일 화제를 끌어냈고.
차트 안에서 무서운 속도로 솟구쳐 오르더니, 끝내 두 달 가까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강하준을 밀어내고 당당히 1위에 올라섰다.
확실히.
자신조차도 들으며, 기억에도 없는 어머니가 떠올라 눈물을 훔쳤을 만큼,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듣고 공감할 수 있을 만한 곡이었다.
제 오빠가 만든 곡들이 1, 2위 자리를 다투는 걸 보니….
아주 기쁘면서도-.
강하준의 팬인 입장으로서는 아주 조금 슬펐다.
‘아주, 아주, 아주 조금….’
사실 여기서 가장 놀라운 건, 더문이 ‘Dear my Beethoven’을 밀어내고 당당히 5위에 올라섰다는 거다. 팬덤도 점차 커지고, 커뮤 반응도 좋은 걸로 봐선, 아마 더문이 왕관을 차지하는 날도 오겠지.
요즘 안지호의 ‘응헌 영상’에 빠져 1293485번 정도 돌려본 현아는, 자신도 모르게 호며들고 있었기에 그건 그거대로 기분 좋은 일이라고 여겼다.
아니지, 아니지.
현아는 조금 전 자신이 한 생각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명색이 강하준의 팬카페 우수회원인데, 다른 남자를 응원하고 있다니.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더문이 아니라, 제 오빠가 만든 더문의 곡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 않나?
하나.
자기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법.
“으으.”
현아는 왠지 K-싱어스타 결승전 때 보다 더 힘든 난관에 부딪힌 것 같아, 심란해졌다.
“음원차트는 왜 공동 1위가 없는 거야.”
한편.
그런 여동생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현승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대체 저 작은 머리통으로 무슨 생각을 저렇게 해대는 걸까?
‘됐다.’
현승은 자아분열을 일으키는 듯한 여동생을 무시하곤, 얼른 나갈 채비를 하기로 했다.
어김없이 펜과 노트, 그리고 노트북을 챙겨 들었다.
혹시나.
갑작스럽게 떠오를 악상을 어떻게든 남겨놔야 하기 때문이다.
‘벌써 내일이면 스페인으로 넘어가네.’
그래.
그리고 나면 한국으로 되돌아가야겠지. 여행이란 자고로 되돌아가야 완성되는 거니까.
돌아가면….
올해 하반기는 개인 앨범 작업으로 정신없을 터였다. 하나, 이제 고를 수 있는 악기가 많아졌으니, 첫 번째 개인 앨범 보단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거란 확신이 들었다.
“민현아, 오버 그만 떨고 준비부터 해.”
“네-에!”
아무튼.
지금은 가족끼리 더 많은 추억을 만드는 게 먼저였다.
* * *
“커피 배달 왔다.”
엔지니어들은 김 실장이 양손 가득 들고 온 커피를 보고는, 며칠 물도 못 마신 사람인 양 뛰어들었다.
“수혈해 주시러 오셨군요.”
“잘 마시겠습니다-!”
“진짜 졸렸는데, 잘됐네요.”
김 실장은 그런 엔지니어들의 등 너머로 보이는 작업 화면을 흘깃 바라봤다. 한눈에 척 보기에도 복잡한 코드들이, 형용하기 어려운 미술 작품처럼 들쑥날쑥한 선을 그리며 이어졌다.
오늘.
그가 A&R 실을 찾은 이유도, 그들이 현승의 비밀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마스터링 작업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커피라도 수혈해 주기 위해 찾아온 거였다.
“현승이가 몇 곡이나 넘겨줬다고 했지?”
김 실장의 물음에 한 팀장이 답했다.
“지금까지 총 네 곡 입고 되었어요. 이 정도면 그냥 일하러 유럽 간 거 아닌가 싶은 정도라니까요.”
“그러게나 말이야. 이왕 여행 간 김에 좀 제대로 즐기고 와야 할 텐데, 하여간 걔를 누가 말리겠냐.”
김 실장과 한 팀장은 동시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이내.
한 자리를 차지한 김 실장이 작업 창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지금 현승이가 보내온 네 곡을 전부 다 마스터링 작업 중인 거야?”
“네, 기본적인 비트랑 멜로디만 잡아서 만든 거라면서 마스터링 작업을 아주 세밀하게 요청했더라고요.”
김 실장은 이마에 손을 짚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 까탈스러운 성격에 얼마나 디테일하게 요청해 왔을지, 내심 엔지니어들에게 미안해질 따름이었다.
“이런, 아주 악덕 작곡가네.”
“근데 사실 또 그렇지도 않아요.”
김 실장은 한 팀장의 애매한 답변에 “무슨 소리야?” 하며 되물었다.
“막상 들어보니까, 거의 바로 유통해도 될 정도의 곡들이더라고요. 물론 요청사항은 좀 많기야 했지만요. 워낙 완벽주의자니까, 그건 어쩔 수 없죠.”
“그러니, 악덕이라는 거지.”
그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 엔지니어가 커피를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근데 사실 저희도 HS 씨가 만든 곡 작업하는 건 재밌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사명감이 불타올라서 힘들기는 해도, 즐겁게 작업하고 있어요.”
다른 엔지니어들도 커피를 쪽쪽 마셔대며 “맞아.” 하면서 거들었다.
“곡 자체가 좋으니까, 듣는 맛이 있잖아요. 이런 곡을 제일 먼저 듣는다는 사실이 좀 짜릿하기도 하고.”
“어, 나도 가끔 그런 기분 느끼는데!”
“그리고 저희 마스터링 작업하면서 감탄만 하다가 아무것도 못 하고 시간 흘려보낸 적, 되게 많아요.”
김 실장은 왠지 자신이 다 뿌듯해져, 어깨가 솟아올랐다.
“그래?”
나중에 남들이 제 자식을 칭찬하는 걸 듣게 되면 이런 기분이려나?
‘역시, 우리 금쪽이….’
김 실장이 흐뭇한 미소를 띤 채 주억거리기도 잠시.
아니.
‘생각해 보니까 이 녀석은 왜 연락이 없어?’
불현듯.
요 며칠 현승으로부터 아무런 문자도, 전화도 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분명 뉴욕필하모닉 공문과 관련된 내용도 문자로 보냈는데, 깜깜무소식이라니….
‘설마, 벌써 따로 연락 닿아서 접촉했나?’
김 실장은 이미 머릿속으로 최악의 상황까지 전부 계산하고 있었다.
사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전부 당연한 일이었다. 현승이 지닌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은 어떤 누구라도 군침을 흘리며 탐낼 만한 능력이니까.
물론.
뉴욕필하모닉에서까지 연락이 온 건 정말 놀라웠지만, 왠지 현승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사실 지금으로서는….
현승이 여태 LS 엔터테인먼트에 귀속되어 있어 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겠지.
그래, 언젠가….
녀석을 더 넓은 세계로 보내줄 일도 분명 올 테고.
“김 실장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어? 아, 아냐.”
“따로 일정 없으시면, 오랜만에 구내식당이나 가실래요?”
“구내식당-?”
김 실장이 한 팀장의 제안에 고민하기도 잠시.
“아니야, 너희들끼리 먹고 와.”
왠지는 몰라도….
입맛이 사라진 까닭이었다.
* * *
오스틴은 오늘도 정해진 루틴에 맞춰, 사라의 작업실을 찾았다.
“휴-.”
둘은 요즘 얼굴만 마주하면 한숨을 내 쉬었다.
그도 그럴게….
버리고 간 악보의 주인을 찾기는커녕, 아주 작은 실마리조차 잡을 수 없이 일주일 넘게 흘려보낸 까닭이었다.
그 남성을 처음 마주했던 카페부터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까지, 틈만 나면 나가서 시간을 보내봤지만, 남성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돌아버리겠군.”
오스틴의 한숨 섞인 한마디에, 사라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버려진 악보 속의 곡도 마찬가지지만….
자신의 새로운 앨범에 수록할 곡 중 하나는, 그가 수정해 준 구간이 있었기에 발매하지 못한 채 무기한 대기 중이었다.
“진짜 용포 파기라도 그려서 뿌려야 하나.”
“그러실 계획이라면, 얼른 말씀해 주세요. 그 남자의 얼굴에 대한 기억이 흐려지고 있거든요.”
“아니면, 가짜 신고를 해 볼까? 경찰이 잘 찾아주지 않을까?”
“그건 너무 광기 어린 짓 같은데요?”
둘이 축 처진 채, 실현 가능성 없는 말들만 오가던 찰나였다.
“대표님, 역시 여기 계셨네요-!”
사내에서 제일 잘 나가는 캐스팅 매니저이자, 실장 직책을 맡은 ‘앤드류’가 작업실을 찾아왔다.
“무슨 일인가? 내가 지금 농담은 할 기분이 아닌데 말이야.”
“제가 설마 농담이나 하자고 대표님을 찾았겠어요.”
“그럼 용건만 간단히 하겠는가?”
“예, 제가 어마어마한 물건을 발견했는데 말하기 귀찮으시면 바로 영상으로 보여드릴까요?”
오스틴은 동의에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할 기분은 아니었지만, 앤드류가 어마어마한 물건이라고 표현하는 걸로 보아 제법 제 구미를 당길만한 인재를 찾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레오라는 유명 뉴튜버가 우연히 버스킹 영상을 찍어서 올렸는데 그제 지금 엄청 화제거든요. 한번 보시죠.”
설명을 끝낸 앤드류는 제 옆구리에 끼고 있던 패드를 꺼내, 영상을 재생시켰고.
─ ♬ ♬ ♬
이내 듣기 좋은 선율이 흘러나왔다.
머지않아….
영상에 잡힌 여성이 입술을 연 순간.
‘목소리가 왜 이래?’
오스틴의 심드렁했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그래, 너무 좋다는 표현을 뛰어넘어 충격적인 까닭이었다.
단 한 소절만에 손톱부터 전율이 타고 올라와 머리가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더 들어 볼 필요도 없었다.
앤드류가 발견한 건 어마어마한 물건이 아니라….
아무래도 폭발력이 미친 듯이 뛰어난 다이너마이트처럼 보일 따름이었다.
“앤드류, 이 사람 신원 파악됐지?”
다른 사람이 터트리기 전에 당장 제 품으로 가져와야만 한다.
“저, 대표님, 너무나 죄송하게도….”
“무슨 일이야?”
“아직 버스킹 속 여성에 대해 확인된 정보가 없습니다.”
그 말에 오스틴은 머리가 “핑”하고 돌며, 어지럼증을 느꼈다.
“젠장….”
안 그래도 신원불명의 작곡가를 찾는다고, 머리가 아팠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애타며 찾아 헤맬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난 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