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47)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47화(147/482)
서지니는 요즘 일본과 한국에 오가며 바쁜 삶을 사는 중이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일과는….
[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 작곡가 최지현! ]눈 뜨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연예 기사와 음원차트를 확인하는 거였다.
─ 지난 30일, 신인 작곡가 최지현이 발매한 개인 앨범 ‘out to sea’는 연일 놀라울 정도의 기록을 내고 있다. 더블 타이틀곡이자, 앨범명인 ‘out to sea’를 포함하여 총 5곡이 수록된 이번 개인 앨범은… (중략)
드르륵, 드르륵-.
타이틀곡 ‘푸른 봄’은 가요계의 거장이랄 수 있는 김광진이 수십 년 만에 마이크를 잡아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뮤직비디오에 더욱 높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었다. 뉴튜브로 퍼져나간 ‘푸른 봄’의 뮤비는 해외 각지에서도 반응이…(중략)
드르륵, 드르륵-.
이렇게 신인 작곡가의 개인 앨범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판매량이 올라가는 건, 뛰어난 음악성이나 화려한 피처링과 세션 라인업, LS 엔터라는 간판도 중요한 몫…(중략)
서지니의 손은 점차 입으로 향했고.
그러나, 현재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가장 화제가 되는 건 ‘이것’이다. 바로, 개인 앨범에 기재된 문구인 ‘I just want a lot of people to hear and feel sad as much as they want.’…(중략)
불안한 눈알을 굴리며, 연신 손톱을 깨물었다.
직역하자면, ‘그저 많은 이들이 듣고 맘껏 슬퍼하기를 바랍니다.’로 많은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가 아닌 같이 슬퍼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많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중략)
딱, 딱-.
현재 LS 엔터테인먼트의 전속 작곡가인 ‘최지현’은, 당대 최고 작곡가 ‘HS’의 뒤를 이어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 외에 따로 밝혀진 정보가 없어 대중들의 궁금증을…(중략)
딱, 딱-.
많은 음악 평론가와 예술인들은 최지현의 이번 개인 앨범 수록곡, 그중 ‘out to sea’는 가요계를 뒤엎을 만한 희대의 명곡이라고 입을 모아 극찬… (중략)
“아야-.”
결국 손톱 끝에 붉은 피가 맺히고서야 기사 읽기가 끝이 났다.
이내.
그녀는 다시 피를 대충 닦아내고는, 손을 움직여 실시간 음원차트를 확인했다.
[ TOP 100 ]1위 나밖에 없던 그대에게 – 윤제이
.
.
4위 윤슬 – 강하준
5위 cute babe – 아프로디
6위 le seul – The Moon
.
.
8위 Dear my Beethoven – HS (Feat. 문범재)
그래, 여기까진 대부분 HS의 곡이었다.
스르륵, 스르륵-.
하나, 어느 순간부터 다른 이름이 차트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15위 푸른 봄 – 최지현 (feat. 김광진) .
.
18위 out to sea – 최지현 (With. NY Phil & 이가희) .
.
25위 I wish – 최지현 (feat. 문범재) .
.
28위 단잠 – 최지현 (feat. 강하준)
.
.
32위 폴라로이드 – 최지현 (feat. 이영아)
‘최지현’이라는 이름을 확인할수록 서지니의 봉긋한 이마는 점점 구겨졌다.
그 와중에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려면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했고….
89위 A.N.P – 서지니(original ver)
끄트머리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는 제 곡… 아니, HS의 곡을 발견했다.
“하아….”
서지니는 참담한 결과에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뱉었다.
사실.
A.N.P의 성적 또한 그렇게 나쁜 건 아니었다. 하나, 너무 분했다. 자신이 지는 게 분한가? 아니, 그건 아니다. HS가 최지현에게 지고 있다는 사실이 분했다.
이 모든 게 자신의 역량 부족이라 여겨졌다.
어떤 수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최지현이 대동한 가수들은 하나같이 유명한 뮤지션이었다. 하물며 후배인 강하준마저 요즘 자신보다 일본에서 더욱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다.
분명.
HS의 곡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 자신이었지만, 일본에서 오래 활동을 이어 나가면서 한국에서는 도태된 기분이었다. 왠지 다시 한물간 가수가 된 기분이랄까?
썩 좋지 않은 기분이다.
서지니는 피가 송골송골하게 맺힌 손끝을,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깨물었다.
딱, 딱-.
HS의 곡으로 이런 성과밖에 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 쓸모없게 느껴진 탓이었다.
그래.
이대로 절대 가볍게 묻힐 곡이 아니다.
‘뭐라도 해 봐야 해.’
머지않아 그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긴 신호음이 이어지기도 잠시.
딸칵-.
하는 소리와 동시에 “무슨 일 있어?”라고 묻는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물음에….
서지니는 무언가 큰 결심이라도 한 양, 깊게 심호흡한 뒤 입을 열었다.
“혹시 강하준 번호 좀 알아봐 줄 수 있을까?”
그래, 자신의 힘만으로 안 된다면, 다른 이의 힘을 빌리면 될 일이다.
* * *
한편.
같은 시각, 기사를 보고 있는 건 서지니뿐만 아니었다.
‘최지현….’
제이블 또한 연일 최지현과 관련된 기사나 칼럼을 찾아보고 있었다. 사실 예전 같으면 신경도 안 썼을 일이다. 하나, 그냥 무시할 수가 없었다.
HS를 라이벌로 인식한 순간부터, 제이블은 달라졌다.
계속해서 자신을 채찍질하며, 발전을 거듭하고자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제 한계가 어디인지 궁금해졌으며, 그에 따른 산물이 탄생했을 때 다시금 HS와 음원으로 승부를 겨뤄보겠노라고 다짐했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불어온 바람, 아니지, 태풍은 제이블에게 한 번 더 경각심을 안겨 주었다.
“out to sea, out to sea. out to sea….”
그가 입으로 연신 중얼거린 곡명은, 최지현의 개인 앨범에 수록된 더블 타이틀곡이었다.
─ ♬ ♬ ♬
제이블은 그 곡을 반복 재생으로 틀어놓은 채, 머릿속으로 코드를 찍어 내려갔다.
말이 안 되는 곡의 형식 구조였다.
애초에.
시작부터 이렇게 음울한 초저음을 깔고 들어오는 것부터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다양한 악기가 불규칙성을 띠면서도, 하나의 곡으로 모여드는 구성에 헛웃음이 지어질 정도였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주를 주어 분위기를 단박에 전환하며 열린 결말로 끝내는 마무리까지.
가사 한 줄 없는 뉴에이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심심하다고 여겨지는 포인트가 없었다.
정신 차리면 곡이 끝나 있었고….
제이블은 거듭하여 묘한 여운에 휩싸여야 했다.
다만.
이 행위를 몇 번이나 반복하다 보니, 의구심 하나가 입 밖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이상하단 말이지….”
머릿속으로 그려 나간 코드 형식을 하나씩 곱씹어 뜯어 봤을 때, 자신을 패배하게 만든 ‘Dear my Beethoven’과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던 까닭이었다.
분명.
변박을 주는 형식도, 곡의 구성도 다 다르다.
마지막에 변조를 준 것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그것보단 이런 천재가 연이어 LS 엔터 전속 작곡가로 데뷔한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아니, 정말로 둘이 동일 인물이라면 구태여 HS로 곡을 동시 발매할 이유가 없지 않나?
‘대체 뭘까….’
계속해서 이어진 의문에, 제이블은 담배 필터를 잘근잘근 씹어 댔다.
자신만 느낀 건 아닌 듯, 예리한 음악 평론가로 유명한 이들은 HS의 장난이라며 둘이 동일 인물일 거라는 개인 칼럼을 집필하기도 했다.
주로 Dear my Beethoven과 out to sea를 비교 분석한 글이 대부분이었다.
하나.
둘 사이에 동일시 나타나는 습관성 코드나, 확실한 개연성을 찾아낸 이는 없었다.
그래, 전부 추측뿐이다.
직접 물어볼 수도 없으니, 미궁으로 빠져든 의문을 뒤로한 채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
입안에 가득 머금었던 연기를 내뿜자, 모니터 화면이 뿌옇게 가려진다.
마치.
지금의 제 작업 상태를 나타내듯.
‘이대로면 안 되겠어.’
제이블은 곧장 만들다 만 트랙을 삭제해 버렸다. 이 정도의 트랙으로는 HS와 최지현이 동일 인물이든, 아니든 그 사실과는 상관없이 아무에게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까닭이었다.
아아.
제이블은 원래 이 나이쯤 되면 은퇴하고 화려하고 여유롭게 살겠노라고 계획했었다.
“젠장.”
하나, 은퇴라는 단어는 잊은 채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었다.
* * *
차트를 확인하는 김 실장의 얼굴 위로는 희비가 교차했다.
“잘한다, 금쪽이!”
아직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HS의 다양한 곡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음 짓기도 잠시.
“옳지, 뉴 금쪽이-!”
금세 중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고 있는 최지현의 곡들을 보며 짜릿함에 몸을 떨었다.
“이걸 어쩐담, 우리 금쪽이….”
마지막으로.
어렵사리 턱걸이 중인 HS의 새로운 곡 ‘A.N.P’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영 불편했다.
“흐음….”
사실 HS도, 최지현도 현승이다. 그 말인즉슨, 현승이 만든 곡 대부분이 차트인이 되었다는 거지만.
이미 정이 붙은 ‘HS’의 곡이 ‘최지현’에 밀려 허우적거리고 있는 걸 보면, 묘하게 찝찝해져 왔다.
아니나 다를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HS가 최지현한테 발리고 있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대는 통에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묘한 짜증을 느껴야 했다.
‘하, 갱년기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기분이 들락날락하는 거야.’
최지현에 대한 찬사의 글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가, 최지현이 HS보다 낫다는 글을 보면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 동일 인물임을 알고 있음에도 이러니, 이거 원….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HS의 곡도 잘돼서, 누가 더 천재이느니 마느니 말이 안 나오게끔 하면 될 일이다.
“어, 곽 팀장-!”
김 실장은 홍보실에 조금 더 푸쉬하기 위해, 곽 팀장을 찾았다.
“홍보실 커피 수혈 필요했지?”
셔츠 소매를 전부 걷어붙인 채, 분주하게 뛰어다니던 곽 팀장은, 양손 가득 커피를 사 들고 온 김 실장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늘어트렸다.
“김 실장님의 다정한 목소리와 커피를 보고 있노라니, 어쩐지 불안한데요.”
“자네는 눈치가 너무 빨라서 문제야.”
곽 팀장은 제 손에 들려있던 두꺼운 서류 자료를 내려놓고는 앓는 소리를 냈다.
“혹시 제이 방송 홍보자료 푸쉬하려고 오신 건 아니죠? 안 그래도 열심히 뿌리고 있으니 너무 보채지 말아 주세요.”
“아니, 그것 때문은 아니야. 어련히 잘하고 있겠지.”
“그럼요?”
“그, 지니 컴백곡 말이야….”
“아, HS 씨가 만든 곡 말이죠?”
“응, 영 힘을 못 쓰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
“저희도 최대한 푸쉬하고는 있는데, 지금 네티즌들의 포커스가 최지현에게 맞춰져 있는 채라서요.”
김 실장은 곽 팀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잘 아는데, 그래도 조금만 더 힘써 줄 수 있나 하는 거지-.”
“HS 곡이라서 더 신경 쓰이시는 거죠?”
“어, 그렇지 뭐….”
곽 팀장은 피식 웃어 보였다. 동일 인물임을 제일 잘 알면서도, 저렇게 못내 아쉬워하는 김 실장의 모습을 보니 참 기묘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아, 맞다.”
이내 곽 팀장은 뭔가 떠올랐는지 제 손뼉을 치며 말을 이었다.
“오전에 하준이한테 연락이 왔는데, 혹시 실장님하고 얘기된 건가요?”
“하준이? 무슨 연락이었는데?”
“자신이 곧 영상 하나를 보낼 건데, 공식 SNS에 올리고 홍보 기사 좀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말이죠.”
“그래서? 영상 왔어?”
“아직이요.”
“아니, 나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야.”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찰나였다.
띠리링-.
곽 팀장의 휴대폰 액정 위로 이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떠올랐고.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하준이가 메일 보냈는데요?”
“확인해 봐.”
둘은 곧장, 곽 팀장의 자리로 향해 메일에 첨부된 영상을 확인했다.
“얘, 뭐 하고 있는 거야?”
“정지화면 아니죠?”
연습실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강하준이 근엄한 자세로 서 있는 채였고.
강하준이 천천히 고개를 치켜들자….
─ Yes, A.N.P
익숙한 곡이 흘러나왔고.
─ 엣치스!
이상한 기합과 함께 그의 율동 같은 춤사위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