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50)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50화(150/482)
현승이 뮤직중심에 특별 게스트로 출연해야겠노라 마음먹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오토바이 헬멧 특수 제작.
여태껏 쓰고 다닌 헬멧은 급하게 배달원에게 구매했던 것이기에, 많이 해지고 낡았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좀 심심하달까?
결국 직접 디자인하여 제작 요청을 넣었고, 다행히 늦지 않게 뉴헬멧을 넣을 수 있었다.
우선.
가장 불편했던 내부 통풍을 개선하여, 땀을 잘 흡수하고 증발시켜 주는 부드러운 내피를 장착했으며.
외부 디자인은 핸드페인팅으로 고급스러운 블랙 컬러를 깔고, 그러데이션이 들어간 불꽃 데칼을 멋스럽게 새겨 놓았다.
그중 제일 포인트는….
레인보우로 짙게 선팅된 쉴드였다.
“마음에 쏙 드는걸?”
현승이 만족스럽다는 양 헬멧을 뒤집어쓰고 거울 앞에 선 찰나였다.
“누, 누구야-!”
가벼운 노크 소리에 이어 안으로 들어온 김 실장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고.
“실장님, 뭐 하세요?”
“현승이야?”
“그럼 누구겠어요.”
이내 경계 어린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그, 그 헬멧은 뭐야?”
“새로 샀어요. 멋지죠?”
그 말에 김 실장이 팔짱을 끼우고는, 마치 매서운 심사위원처럼 현승을 살피며 말했다.
“너 지금 그거 쓰고 있으니까 마치 SF 영화에 나오는 미친 과학자 빌런 같아.”
“그게 무슨 말이에요?”
“과거 실험 실패로 얼굴에 화상 심하게 입고, 고글 쓰고 다니는데, 매일 혼자 어두운 지하실에 틀어박힌 채 세상에 대한 불만 토하면서 위험한 독가스 실험하는 빌런 있잖아.”
“그 정도로 이상하다고요? 나름 고심해서 제가 직접 디자인한 헬멧인데….”
김 실장은 싸해진 분위기에 “아차.”하고는 곧장 박수까지 쳐 가며 감탄사를 연발해 댔고.
“어쩐지, 너무 멋지다고 했지. 요즘 영화 보면 오히려 빌런이 더 멋진 거 알지?”
“됐어요, 애써 포장 안 해도 돼요.”
거울 쪽으로 몸을 돌려세운 현승이 애꿎은 헬멧의 쉴드를 여닫으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별로인가? 멋진 것 같은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김 실장은 아주 잠시 신은 공평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 사실 예전부터 느꼈던 건데….
‘확실해.’
현승은 자신을 꾸미는 미적 감각이 영 부족해 보일 따름이었다.
* * *
어느덧 음방 촬영 날이 다가왔다.
“나왔겠지….”
현승은 사옥 대신 근처에 있는 커스텀 테일러 매장으로 향했다. 헬멧 제작 요청을 하면서 함께 맞춤 제작 요청을 해 놓은 정장을 찾기 위함이었다.
헬멧에 맞춰 정장도 화려하게 맞춰 볼까 했으나….
방송에서 입을 옷이기도 하고, 현아가 상견례를(?) 하게 될 상황까지 고려하여 겸사겸사 맞춘 옷이었기에, 깔끔한 올블랙 세미 정장으로 맞췄다.
딸랑-.
명쾌한 종소리와 함께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깔끔한 정장 차림의 직원이 버선발로 뛰어나왔다.
다만.
머지않아 직원은 섣불리 제 곁에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어, 어서 오십쇼.”
왜 저러지?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린 순간, 전신 거울 앞에 선 자신이 보였다.
아무래도 헬멧 때문인가-?
그렇게 이상한가?
아무리 봐도 괜찮은 것 같은데.
“주문한 정장 찾으러 왔습니다만.”
“아, 혹시 주문자 성함이….”
“이름 대신 LS 엔터로 해 놨습니다.”
직원은 두 손을 “짝”하고 한 번 맞부딪히고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황급히 창고로 들어갔다.
현승이 배치된 의자에 앉아 기다리기도 잠시.
“음?”
백인 남성이 셔츠 깃을 가다듬으며 탈의실에서 나오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다. 깔끔하게 포마드로 넘긴 백발 머리칼과 아래로 각진 뿔테안경.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짙은 눈매에서는 왠지 모를 위압감이 풍겨 왔다.
나이도 제법 있어 보이고….
아무래도 예사롭지 않은 남자가 분명해 보였다.
“대표님 괜찮으신가요?”
아니나 다를까, 탈의실 앞에 비서처럼 보이는 스마트한 인상의 젊은 남성이 그를 대표라 칭하며 말을 이었다.
“원래 새 옷 사도 바로 안 입으시잖아요.”
“뭐, 여벌도 안 챙겨 왔으니 별수 있나?”
대표라 불리는 남성은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제 셔츠 깃을 다듬으며 덧붙였다.
“중요한 자리에 커피로 얼룩진 셔츠를 입고 갈 수는 없으니.”
현승은 주문한 정장을 기다리는 동안 영어로 나누는 둘의 대화를 아닌 척 엿듣고 있었다. 뭐, 거물급 바이어와 미팅이라도 하러 온 건가?
그때.
젊은 남성이 제 옆구리에 끼고 있던 패드를 확인하더니 말문을 열었다.
“대표님, 사라가 긴급 컨펌 요청해 왔습니다.”
“지금?”
“네, 더 이상 컴백 일자를 미룰 수 없어서 오늘 안으로 넘겨야 한다고 한 번만 확인해 달라고 파일을 보냈네요.”
“그럼 넥타이 고를 동안 들어 보도록 하지.”
그 말에 곧장 비서로 보이는 남성은 매장 내 다른 사람이 있는지 눈으로 훑다가 현승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랐지만, 이내 괜찮을 것 같다는 양 고개를 돌려 버렸다.
‘레이블 사람들인가?’
현승은 더욱 흥미가 생겼는지 귀를 쫑긋거렸다. 아마도 자신이 헬멧을 쓰고 있는 터라, 잘 안 들리거라 생각하고 방심했겠지. 외부 소리도 잘 들리게끔 특수제작된 헬멧인 줄도 모르고.
─ ♬ ♬ ♬
이내.
두 백인 남성은 별안간 넥타이 매대 앞에서 노래 감상을 이어 나갔다.
“음-.”
아닌 척 함께 감상을 이어 나가던 현승은 자신도 모르게 침음을 흘렸다.
‘곡이 좀….’
때마침 대표가 입을 열었다.
“뭔가 아쉬운데, 정확히 뭐라고 피드백을 줘야 할지 감이 안 잡히네.”
“별로이십니까?”
“아니, 괜찮아. 다만 인트로가 귀를 확 사로잡았으면 좋겠단 말이지.”
대화를 듣고 있던 현승이 놀란 듯 눈썹을 들썩거렸다. 자신 또한 인트로가 전체적인 흐름에 비하면 너무 힘이 빠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인트로만 수정을 본다면 제법 히트할 만한 곡이 나올 것 같은데 말이지.
‘이걸 말해, 말아.’
현승이 고민을 이어 나가던 찰나.
“고객님, 오래 기다리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아까 전, 사라졌던 직원이 다가왔다.
“바로 피팅해 보시겠어요?”
“네, 그러죠.”
현승은 대표란 사람을 지나쳐 피팅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제 몸에 딱 맞는 정장으로 환복을 마친 뒤, 헬멧을 뒤집어쓰며 결심했다.
‘그래, 말자.’
괜히 말을 꺼냈다가 귀찮게 굴 수도 있으니까.
끼이이익-.
피팅룸 문을 열고 나오자, 직원이 쏜살같이 다가와 물었다.
“괜찮으신가요? 혹 더 잡아 드릴 곳이 있을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바로 입고 가실 건가요?”
“그렇게 하죠.”
“챙겨 입고 오신 옷들 주시면, 쇼핑백에 담아 드릴게요.”
“예, 부탁드립니다.”
이내 현승은 아직도 그 넥타이 매대 앞에 서서 고민하고 있는 두 남성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하나.
대표라는 남성은 고민이 끝났는지, 차분히 입술을 열었다.
“오늘은 유난히 별수 없는 일이 많군.”
그리고는 넥타이 하나를 골라 집으며 말을 이었다.
“사라한테 인트로가 다소 아쉽다고만 전해 주겠나? 넥타이는 이걸로 계산 좀 해 주고.”
간략한 지시만 남긴 채 새로 넥타이를 매고 있는 남성의 얼굴이, 현승의 눈에는 이상하게 무기력해 보였다. 제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해서 스트레스라도 받은 양 일순간 확 피곤해 보이기까지 했다.
완벽주의자 성향이 주로 보이는 특징이었다.
“하아-.”
현승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는 이내.
“팀파니로 인트로를 시작해 보시죠.”
간결하게 그 말만 남긴 채 방향을 틀어 매장을 빠져나왔다. 이미 머릿속에 팀파니를 어떻게 배열할지 악상이 떠올랐지만, 구태여 말하지 않았다.
이제.
자신이 넌지시 던진 말을 반영할지 안 할지, 어떻게 연주할지는 알아서 할 일이다.
터벅, 터벅-.
현승은 다음 일정을 위해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한편.
매장에 남아 있던 대표는 줄곧 벙 찐 채로 서 있었다. 갑자기 헬멧을 뒤집어쓴 남성이 자신을 향해 돌진해서 남긴 한마디 때문이었다.
“팀파니로 인트로를 시작해 보시죠.”
자신들의 이야기부터 사라가 보낸 음악까지 전부 다 듣고 있던 건가?
아니, 그보다….
그 남자는 정말 한 번 엿듣고 피드백을 내놓은 건가? 그냥 자신이 인트로가 아쉽다고 한 말을 듣고, 아무 말이나 그냥 내뱉은 거겠지?
그래.
딱 봐도 뮤지션과는 거리가 먼 비주얼이었지 않나? 요란한 헬멧에 정장 차림이라니, 괴짜 과학자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때.
계산을 끝마치고 온 젊은 남성이 그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대표님, 어디 안 좋으십니까?”
“아니, 괜찮네.”
“일정상 시간이 부족해서, 이제 이동하실까요?”
대표는 이동하려는 남성을 다시금 불러세웠다.
“앤드류, 혹시 사라한테 피드백 보냈나?”
“이제 막 보내려던 참입니다. 덧붙이실 말씀이 있는가요?”
“응, 그럼 인트로 시작을….”
이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반신반의한 얼굴로 툭 내뱉듯 지시를 내렸다.
“팀파니로 구성해 보라고 하겠나?”
밑져야 본전일 테니까.
* * *
현승은 그길로 청담에 위치한 ‘차롬’을 방문했다.
‘여기를 와 볼 줄이야.’
이곳은 청담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샵이다. 그만큼 값비싼 비용을 지불 해야 하기에 웬만한 일반인들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곳이지만.
LS 엔터 및 여타 많은 엔터사 또한 협력을 맺고 사용하고 있을 만큼, 수많은 연예인과 공인들의 ‘시크릿샵’ 같은 공간이랄 수 있었다.
그래.
그들이 다른 곳들보다 두 배 이상은 비싼 여기를 찾는 건 ‘비밀 함구 및 유지’라는 값비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오늘의 자신도 마찬가지고.
“어, 어서 오세요-?”
헬멧에 정장 차림을 한 현승이 컨시어지에 들어와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수상해 보인 탓에 직원은 선뜻 나서지 못했고, 결국 막내 직원이 등 떠밀리듯 다가와 물었다.
“혹시 미리 예약해 주신 고객님이실까요?”
“예, ‘민현’으로 예약했습니다.”
“아, 네! 예약자 명단 확인되셨습니다.”
이내 명단을 통해 가장 비싸다는 ‘원장님 코스’를 예약한 고객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황급히 제 두 손을 내밀며 친절하게 덧붙였다.
“고객님, 락커에 짐이랑 겉옷 보관해 드릴게요. 벗어서 저한테 주시겠어요?”
그 말에 현승이 정장 마이를 벗어 건네고는, 이내 애착하는 헬멧마저 가볍게 벗어 보였다.
“헉.”
이윽고.
막내 직원은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입을 틀어막았다. 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근처에 서 있던 다른 여직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기요.”
“예?”
“헬멧은 안 받아 주시나요?”
현승은 자신을 앞에 두고 멍하니 서 있는 그녀를 채근하듯 헬멧을 흔들어 보였다.
“아, 아니요. 주세요! 그리고 이거 가운 챙겨 입으신 다음에, 같이 샴푸실로 이동할게요.”
그녀는 락커에 헬멧과 마이를 보관한 뒤, 다른 여직원의 부러운 시선을 만끽하며 샴푸실로 향했다.
.
.
현승이 룸 안에 앉아 있으니, 머지않아 고운 외모를 가진 중년의 여성이 웃으며 들어섰다.
“차롬 원장, 현지영입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녀와 거울을 통해 시선이 마주친 현승은 억지로 입꼬리만 올려 보였다. 그래, 혹시나 미래에 사돈이 될지도 모르니, 최대한 예우를 갖춰야겠지.
“처음 뵙는 얼굴인데, 혹시 LS 엔터 소속 연습생이신가요?”
“아닙니다.”
“혹시 그럼 어디 엔터 소속이신가요?”
“그냥 직장인입니다.”
제 대답에 현지영의 얼굴은 급격하게 냉각되어 갔다. 환하게 빛나던 미소가 사라지고, 성의 없는 어투로 되물었다.
“그럼 그냥 가볍게 데일리로 해 드리면 되죠?”
“예, 그러시죠.”
아마.
직장인이라는 말에 계속 샵을 찾을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 내린 탓이겠지. 엔터 소속 연습생이나 연예인, 그리고 고위직의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고급 샵을 정기적으로 다닐 일은 없을 테니까.
뭐….
이해는 한다. 이해는 하는데, 저렇게 바로 본색을 드러내는 사람이 시어머니 자리라니.
“저기요.”
성의 없이 베이스 화장품을 짜던 그녀가, 제 부름에 “네?”하고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정말이지.
제 성격 같아선, 당장 이 여자한테 서비스가 왜 이 모양이냐며 따져 묻고, 현아한테도 헤어지라고 연락하고 싶었다.
하나.
연락 하나에도 실실 웃으며 행복해하던 현아의 얼굴이 떠올라,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 둘만 좋다면야.
“오늘 프리미엄 회원권 결제할게요.”
“어머, 고객님 잘 생각하셨어요. 딱 붓만 닿아도 여기구나 싶으시죠?”
“예, 뭐.”
“그럼 우선 세팅 끝내고, 간단하게 상담한 다음에 결제 도와 드릴게요.”
다시금 환한 미소를 되찾은 현지영은 손수 서비스 커피까지 손에 쥐여 주었다.
“혹 메이크업 받으시다 불편하신 점 있으시면 편히 말씀해 주세요.”
아아.
인간의 추악한 본질을 마주한 기분이다.
그래도-.
‘현아만 행복하다면야….’
현승은 대답 대신 눈을 감은 채, 본격적으로 메이크업을 받기 시작했다.
마이에 넣어 둔 제 휴대폰이 연신 울리고 있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는 채.
지잉-.
지잉-.
지잉-.
[ 김아빠 부재중 24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