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51)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51화(151/482)
옥상 테라스는 삼삼오오 모여 담배 연기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로 늘 북적였다.
그런 가운데.
홀로 앉아 담배를 태우던 남성이 있었다.
“후우….”
바로, 매니지먼트 1팀의 오영훈 실장.
─ 경기도민 여러분, 항상 건강하고 웃을 일 많으실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그는 경기도지사의 ‘A.N.P 챌린지’ 영상을 보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엣치스!
─ 엣치스!
─ 엣치스!
그놈의 엣치스, 엣치스, 엣치스-!
온갖 가수들부터 일반인 그리고 경기도지사까지 참여한 챌린지는 급속도로 유행하기 시작했고, 틱토크, 릴스, 숏츠까지 안 보이는 곳이 없었다.
이 챌린지는 “엣치스!”하고 작곡가 HS의 이름을 구호처럼 외치며 시작되어, 어렵지 않은 동작 몇 가지만 반복되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번외로….
“갓치스!”라고 구호를 외치는 사람도 생겨나기 시작했다던가?
여하튼.
가만 보면 운이 참 좋은 녀석이다.
사실….
곡이 좋은 것도 물론 사실이다.
‘젠장.’
챌린지 영상 몇 번 봤다고, 계속 귓속에 멜로디가 맴돌 정도였으니까.
하물며.
음원차트마저 빠르게 유행을 적용하여 뒤바뀌기 시작했다.
[ TOP 100 ]1위 푸른 봄 – 최지현 (feat. 김광진)
2위 out to sea – 최지현 (With. NY Phil & 이가희) 3위 A.N.P – 서지니
4위 I wish – 최지현 (feat. 문범재)
5위 단잠 – 최지현 (feat. 강하준)
6위 폴라로이드 – 최지현 (feat. 이영아)
7위 나밖에 없던 그대에게 – 윤제이
8위 윤슬 – 강하준
9위 Dear my Beethoven – HS (Feat. 문범재) 10위 le seul – The Moon
.
.
13위 cute babe – 아프로디
최지현의 곡들이 상단에 나열된 지금, A.N.P는 급격히 치고 올라와 3위를 차지한 채였다.
오 실장은 자신들이 뱉었던 말들이 조각처럼 흩어져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우현아, 너는 주사위를 무한정으로 던져서 6 눈금만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HS는 여태껏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말을 하는 거야. 이번에 굴린 주사위 숫자는 3정도 되려나?”
정말이지,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질 따름이었다.
“지금 고작 신인 작곡가 티저 반응에 서지니의 컴백곡이 밀리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냐?”
이후로도 몇 번씩이나 HS가 1위를 못 하는 날이 다 있다며, 비아냥거린 제 입이 원망스러웠다.
김 실장답지 않게 잠자코 듣고 있길래, 신나서 조롱을 일삼았거늘, 이렇게 상황이 뒤집힐 줄이야.
“이러다가 A.N.P가 1위까지 올라오는 거 아니야?”
분명 최지현도 2팀 전속 작곡가였지만, 이제 오 실장은 제발 최지현이 1위를 굳건하게 지켜 주기를 마음 다하여 진심으로 기도하게 되었다.
그때.
“요즘 모로 가도 LS 엔터 발매 시기만 피해 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더라?”
근처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던 직원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만하지, 지금 차트 상태를 봐라.”
“맞아, 완전 그들만의 리그야.”
“다른 엔터사에선 요즘 곡소리가 흘러나온다잖아.”
그들의 대화 소리에 오 실장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렸다.
그래, 들리는 말에 의하면-.
요즘 유통사들 사이에서는 LS 엔터 전속 작곡가의 발매 시기에 대한 정보가 이슈라지?
그도 그럴 것이….
HS와 최지현의 음원차트 전쟁으로 웬만한 가수나 작곡가의 신곡들은 기도 못 펴 본 채로 수면 아래로 사라졌으니.
만약 자신 또한 다른 엔터 소속 직원이었더라면, LS 엔터에서 나오는 모든 곡과 발매 시기를 피해 가고 싶어질 터였다.
터벅, 터벅-.
오 실장은 줄줄이 피워 대던 담배꽁초를 잡생각과 함께 쓰레기통에 툭 털어 버리고는, 사무실로 향했다.
그래.
1팀이 들으면 무슨 말 하는 거냐고 따져 물을 수 있지만, 지금 당장은 자신이 뱉은 말은 말이 있으니, 최지현이 부디 HS를 뭉개 버려 주길 바랄 뿐이었다.
이내 오 실장이 사무실 문을 열려던 찰나.
지이이이잉-!
썩 달갑지 않은 이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 김우현 ]이런 타이밍에 김 실장으로부터 전화가 오다니, 오 실장은 잔뜩 빈정거리는 어투로 전화를 받았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웬일이야?”
─ 내 욕하고 있었냐?
“당연히 하고 있었겠지.”
─ 됐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1팀 사무실에 우리 애 있냐?
오 실장은 “우리 애?”하고 되물으며, 황급히 사무실 문을 열어 내부를 확인했다.
─ HS 말이야.
늘 보던 풍경과 인물들뿐인 사무실 내부 모습에, 오 실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전에 1팀 내 직원이 벌인 표절 사건으로 인해 1팀 사무실이 한바탕 떠들썩했던 일이 떠오른 까닭이었다.
“걔가 여기를 왜 와? 뭐 또 따지러 올 거 있대?”
─ 아니, 없으면 됐다.
“무슨 일인데 그래?”
─ 유니스 뮤직 그룹에서 찾아와서.
“내가 아는 그 유니스?”
─ 혹시라도 보면 연락 좀 부탁한다.
“아니, 잠깐만 거기서 걔를 왜…!”
뚝-.
다 묻지도 못한 채 끊긴 전화에 짜증이 날 만도 했지만, 그보다 김 실장이 언급한 ‘유니스 뮤직 그룹’이라는 게 자신이 아는 세계적인 유통사이자 레이블 그룹인 유니스를 말하는 게 맞는지, 거기서 왜 HS를 찾는지가 더 궁금했다.
“설마….”
하지만 HS는 3대 유통사인 맨 레코즈에서도 찾던 인물이 아니던가?
그래.
설마가 사람을 잡을지도 모르지.
‘제발….’
오 실장은 지금 당장 물이라도 떠 놓고, 부디 최지현이 HS를 이기게 해 달라고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
* * *
현재 LS 엔터 사옥 내 대표실 내부로는 팽배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숨쉬기도 힘드네.’
김 실장은 현재 목구멍이 사막처럼 바싹 마른 탓에 침을 삼키기조차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게….
상석 자리에 앉은 전남일 대표를 중심으로. 오른편에는 최 이사와 박 전무 그리고 자신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고.
왼편에는….
유니스 뮤직 그룹의 CEO인 오스틴과 실장직을 맡은 앤드류가 자리를 꿰차고 앉은 채, 교환한 명함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유니스에서 공문 한 장 없이 돌연 LS 엔터를 찾아왔고, 전속 작곡가인 HS와 최지현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한 탓에 이 그림이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원래 같았으면 추후 미팅 날짜를 조율하고 오라며 쫓아냈을 테지만, 세계적인 기업인 만큼 쉽게 내치지 못하고 대표실 의자까지 내어 주게 되었다.
‘설마 현승이한테 스카우트 제안하러 온 건가?’
김 실장은 경계심 서린 눈으로 맞은편에 앉은 두 사람을 살펴 댔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비단 자신만이 아닌 듯, 다른 이들도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로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유니스 뮤직 그룹은 세계적인 유통사이기도 하지만, 자체 레이블 그룹으로서 전속 작곡가와 엔지니어들을 데리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니, 어쩌다 HS와 최지현(*둘 다 현승)이 만든 곡을 듣게 되었고, 스카우트 제안을 하고자 한국을 찾아왔을 수도 있다는 김 실장의 생각은 충분히 그럴싸한 추측이었다.
‘우리 금쪽이를 탐내다니….’
하나, 적대심을 드러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잘하면 협력관계를 맺어, 빌보드까지 가는 레드카펫을 수월하게 깔아 볼 수 있을 테니까.
다만.
현재 유니스가 애타게 찾는 HS와 최지현… 그러니까, 현승이 별안간 행방불명(?) 상태였다.
오스틴은 당사자와 직접 말하겠다며 방문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던 탓에, 별도로 기업 간 이익에 도움이 될 만한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었다.
─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
김 실장은 전남일과 눈이 마주치자,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내 저었다.
“이런-.”
전남일이 가볍게 혀를 차고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말문을 열었다.
“유니스 뮤직 그룹에서 우리 전속 작곡가를 만나고자 먼 길을 와 주셨는데, 유감이네요.”
그 말에 오스틴은 각진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흠, HS도 최지현도 연락이 안 되는 겁니까?”
“예, 아무래도 오늘 방송 스케줄이 있어서, 이동 중인 것 같으니 다음으로 날짜를 잡아 보는 건 어떻습니까?
“그럼 우리가 방송국으로 직접 찾아가서 잠시 얘기를 나눠도 될까요? 여기서 많이 멉니까?”
오스틴이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기세로 묻자, 옆에 앉아 있던 앤드류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조용히 부연했다.
“대표님, 비행시간이 촉박해서 당장 방송국까지 찾아가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 그렇지….”
“우선 오늘은 이만 돌아가서 일정 확인 후 추후 미팅을 다시 잡아 보는 걸로 하죠.”
앤드류의 제안에, 오스틴이 침음을 흘리기도 잠시.
“그래야겠군.”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첨언했다.
“조만간 다시 만나러 올 테니, 일정은 LS에서 최대한 맞춰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LS 엔터 측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고.
“예, 언제든 찾아 주시죠.”
전남일이 가볍게 악수를 청하며 말을 덧붙였다. 아주 차분하고, 공손하면서도, 일련의 위압감이 느껴지는 어투로.
“다만 그 작곡가도 워낙 바쁜 몸이다 보니, 일정이 어렵다거나 만나길 거부한다면 강제로 미팅을 잡을 수 없다는 점,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장내의 공기는 무겁게 내려앉았다.
“개인적으로 손을 맞잡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럼 이만.”
오스틴은 전남일의 손을 빤히 바라보다 말고, 앤드류와 함께 장내를 빠져나갔다.
“하아….”
김 실장이 닫힌 문을 바라보며 참았던 숨을 몰아쉬던 찰나.
“김 실장님.”
다시 자리에 앉은 전남일이 턱을 괸 채로 김 실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러다가 조만간 HS 씨 보겠다고 포니 뮤직에서도 찾아오겠습니다.”
그 말에 김 실장은 다시금 나오는 숨을 삼켜 냈다. 웃자고 한 소리가 아니다.
그래.
한낱 농담 따위가 아니라, 울타리를 허물고 들어오려는 사람들로부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잘 지켜야 하는 게 네 역할이지 않냐는 무언의 경고였다.
“다들 이만 나가 보시죠.”
그 말에 김 실장은 거의 용수철마냥 대표실을 빠져나와, 현승에게 재차 전화를 걸었다.
─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
그러나 여전히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 뭘 하고 다니고 있는 건지.
“휴-.”
김 실장은 진심으로 도화살을 걷어 내는 부적이라도 하나 써야 하나 싶은 마음이었다.
.
.
.
한편.
오스틴은 못내 아쉬움이 남았는지, 택시를 앞에 두고 멍하니 서 있었다.
“이제 가셔야 해요. 이러다가 비행기 놓치면 중요한 미팅 펑크납니다.”
앤드류의 재촉에 결국 오스틴은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사실.
오스틴은 한 해 일정이 미리 다 잡혀 있을 만큼 시간을 내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하나, 마음먹은 건 실행에 옮겨야 하는 인물인 만큼 무리해서라도 급히 찾은 길이었다.
결국.
미리 연락하지 못한 탓에,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게 되었지만….
“대표님, 사라가 음원 관련하여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는데 통화 연결해 드려도 될까요?”
오스틴은 그 물음에 무기력하게 주억거렸다.
이내.
스피커를 통해 사라의 잔뜩 들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오스틴, 난 당신이 유니스의 대표가 됐는지 오늘에서야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음?”
─ 완전 곡의 분위기 자체가 달라지리라는 것도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거죠?
“난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만.”
─ 아까 피드백 주신 내용 말이에요! 인트로 시작을 팀파니로 시작해 보라고!
“아, 그랬지. 그렇게 수정해 본 건가?”
─ 파일은 앤드류한테 보냈으니, 들어 보세요. 저 드디어 컴백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스틴은 우선 알겠다며 황급히 통화를 종료했고, 앤드류에게 얼른 들어 보자며 재촉했다.
이윽고.
아까와는 아예 다른 곡이 흘러나왔다.
─ ♬ ♬ ♬
오스틴은 놀란 나머지 흘러내린 안경을 추스르지도 못하고 눈만 끔뻑거렸다. 이게 무슨 일이지? 고작 팀파니 하나를 추가했다고, 이어지는 첫 벌스가, 더욱 폭발적인 느낌으로 아예 뒤바뀌다니 가능한 일인 건가?
그때.
“와, 이건 잘 모르는 제가 들어도 훨씬 좋아진 걸 알겠는데요?”
앤드류가 감탄을 남발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그러니까, 훨씬 좋아졌군.”
오스틴은 다른 의미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 헬멧남은 곡을 단 한 번 흘려듣고도 정확한 솔루션을 내놓았다는 건가? 천재적인 작곡가도 넘치고, 행인마저 천재라는 건가?
정말이지.
한국이라는 나라는 참 흥미로울 따름이었다.
“꼭 다시 와야겠어.”
오스틴은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서울의 풍경을 눈으로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