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52)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52화(152/482)
현승은 부재중 전화를 확인할 틈도 없이, 뮤직중심 촬영을 위해 방송국을 찾았다.
물론.
헬멧을 착용한 채로.
누군가는 그럴 거면 왜 샵까지 가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온 거냐고 할 테지만, 사돈 자리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기회비용이었으니 아깝지 않았다.
‘결혼은 반대할 테지만, 연애 정도야 해도 되겠지.’
현승은 대기실 안에서 촬영 준비를 마친 뒤에야 휴대폰을 확인했다.
[ 김아빠 부재중 33통 ]언제 이렇게 전화를 하신 거지?
뚜르르르르르-.
현승은 곧장 김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재중 33통 무슨 일이에요?”
─ 전화만 했겠어? 까톡에, 문자까지 했어.
“뭔 일 생겼어요?”
─ 우선 너 촬영장 간 거 아니야?
“네, 맞아요.”
─ 복귀해서 얘기하자. 혼자 괜찮겠어?
“애 아니라니까요.”
─ 알겠어, 잘하고 조심히 들어와.
그렇게 찝찝함을 남긴 채 전화를 끊던 찰나였다.
똑, 똑-!
대기실 문이 열리고 서지니가 들어왔다.
“자, 작곡가님?”
그녀는 문 앞에서 주춤거렸다. 아무래도 헬멧의 화려함 앞에서 압도당한 것이겠지.
탁-!
현승이 레인보우 쉴드를 손으로 올리며 답했다.
“응, 나 맞으니까 들어와.”
“그 헬멧은 뭐예요?”
“방송용 헬멧 제작했지.”
“김 실장님이 안 말렸어요?”
“멋지다던데?”
그 말에 서지니는 정말 의아하다는 양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 재계약 시즌이 다가왔나….”
“뭐라고?”
“그냥, 어쩐 일로 방송 출연할 생각을 다 하셨을까 싶다고요.”
현승이 “타로 때문에.”라며 중얼거리고는 다른 말로 화제를 전환 시켰다.
“여하튼, 유치한 율동이 어떻게 잘 먹힌 것 같더라?”
“원래 그렇게 단순한 안무가 잘 먹히거든요.”
“사실 이렇게 유행하게 된 건 강하준의 도움 덕분이에요.”
서지니는 자기 입으로 말을 하려니 부끄러운지, 다른 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 부연했다.
“제가 처음에 강하준한테 챌린지 좀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었거든요. 그 뒤로 마치 자기 곡마냥 직접 다른 가수들한테 연락을 돌렸다더라고요.”
어쩐지 각목 윤제이, 깡통로봇 정아린도 챌린지에 참여하더니, 뒤를 이어 더문까지 순식간에 챌린지 영상을 업로드했다.
심지어 이영아와 김광진은 보이는 라디오에서 함께 율동을 선보였으며, 문범재는 상상치도 못하게 A.N.P를 락버전으로 커버해서 부른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경기도지사 챌린지도 강하준이 자기 아버지한테 부탁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아, 맞다.
강하준 잘사는 집 아들내미라고 했지.
“경기도지사는 정말 상상치도 못했는데, 뭐, 그 덕분에 오늘 음원차트 3위까지 올라왔더라고요. 강하준한테 밥이라도 한 끼 사야겠어요.”
“그러게, 경기도지사까지 움직여 줬으니 비싼 걸로 사야겠다.”
“그런 의미로 제가 거하게 쏠 테니, 작곡가님도 챌린지 참여하시는 건 어때요?”
“미쳤냐?”
“결국 자기 곡 홍보하는 건데 미쳤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예요? 이 멋진 헬멧 쓰고 하면 되죠.”
“율동 같은 걸 내가 어떻게 춰.”
“어르신도 추고, 몸치도 추고, 경기도지사님도 췄는데 작곡가님이 못 출 건 뭐예요?”
“아무튼 안 해.”
“그럴 줄 알았어요.”
그 대화를 끝으로 장내는 다시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음….’
현승은 쉴드 너머로 서지니를 바라보다 상념에 잠겼다.
서지니에겐 미안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A.N.P라는 곡은 자신과의 싸움을 과열시키기 위해 발매한 것뿐이었다. 망해도 크게 상관없었다. 어차피 최지현의 개인 앨범은 히트하리란 확신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하니, 왠지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사실 윤제이 소스 사건 때도 느꼈던 감정이다. 순수하게 자신을 위해 도움을 내어 줄 사람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에 퍽 낯설고 간지러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따듯한 온기를 가진 이 감정.
그래.
전생에서는 느껴 보지 못했던 형태의 감정이었다.
똑, 똑, 똑-!
때마침 현승의 깊은 상념을 깨 버리듯 노크 소리와 함께 스태프가 스탠바이를 알렸고.
“HS 씨, 촬영 준비 부탁드립니다-!”
현승이 자리를 툭 털고 일어나 거울 앞에 똑바로 서 보였다.
툭, 툭-.
그리고는 정장 옷깃을 한번 털어 보이고는 헬멧을 바르게 고쳐 썼다.
“너 사녹 잘했냐?”
“네.”
“그래, 나도 잘하고 올게.”
그들의 도움을 받고,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으니….
나도.
무언가 해야겠지.
* * *
한차례 유니스 뮤직 그룹의 방문으로 정신이 쏙 빠져나가기도 잠시.
“다들 얼추 마무리했지?”
김 실장은 현승과 연락이 된 이후로 멘탈을 되찾고, 황급히 일을 끝마쳤다.
바로.
“오랜만에 단체 모니터링 좀 할까?”
현승의 음방 스페셜 게스트 출연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기 위함이었다. 아, 물론 한국에서 서지니의 첫 컴백 무대이기도 하니, 겸사겸사랄까?
이내 김 실장은 늘 그랬듯 라이브챗으로 채널을 맞췄고, 오늘은 2팀이 다 함께 보는 만큼 소회의실에 설치된 85인치 TV와 연결을 시켰다.
좋은 건, 크게 봐야지.
그때.
사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근데 HS 씨가 방송 출연을 다 하고 아무래도 최지현이 신경 쓰이긴 했나 봐요.”
그 말에 김 실장은 사레라도 걸린 양 연신 콜록거렸다.
“큼, 흠-!”
아무래도 주요 관계자가 아니면, 같은 2팀이어도 비밀에 부치고 있었기에 일반 사원의 눈에는 그렇게 비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친 까닭이었다.
그냥.
혼자만의 싸움이거늘.
“지금 광고 끝나면 바로 스페셜 코너 시간이에요.”
그때 한 팀장이 곧 시작임을 알렸고, 장내에 모든 이들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어느덧.
광고 타임이 끝나고, 화려하게 생긴 두 남녀 MC가 밝게 웃으며 “쇼! 뮤직중심!”하고 소리쳤다.
─ 오늘은 스페셜 코너를 함께 꾸며 주실 아주 특별한 게스트를 모셔 봤는데요!
─ 스페셜 게스트라뇨? 누군데요? 아민 씨, 얼른 알려 주세요!
─ 은우 씨도 궁금하시죠? 바로, 바로, 바로! 대한민국 탑 작곡가! HS 씨입니다!
MC 둘은 큐카드에 시선을 고정한 채 국어책 읽기를 시전했고.
↳ 잠ㅁㅁ깐만 방굼ㅁ모라고??
↳ 이거 꿈 아니지?
↳ HS가 음방에 나온다고…?
↳ 놀라지 말라는 말 자체가 기만 아님?
그들의 어색한 발연기는….
─ 안녕하십니까, 작곡가 HS입니다.
다행히도 현승의 등장으로 묻힌 듯 보였다.
↳ ???????????
↳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 저 헬멧은 또 뭐시여;
↳ 애들아 안 되겠다 멀쩡한 헬멧 하나 사드리자.
↳ 근데,, 그 와중에 수트핏 지렸다,,
↳ 나만 그 생각한 게 아니구나,, 목소리도 살살 녹네,,
그리고 이내 솟구쳐 오르는 채팅창처럼 소회의실 내부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시, 실장님….”
“어, 왜?”
“저 헬멧은 뭐예요?”
김 실장은 제 뒷머리를 헝클이고는,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양 대꾸했다.
“직접 손수 디자인했다잖아. 하고 싶은 거 하게 냅 둬.”
그 말에 장내 안으로는 “아….”하고 탄식이 감돌았다.
─ 혹시 그럼 원작자로서 A.N.P라는 곡을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 듣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만든 곡입니다.
─ 그렇군요! HS 씨의 바람대로 지금 A.N.P 챌린지가 아주 유행이에요! 알고 계시는가요?
─ 예상했던 바는 아니지만, 다들 많이 참여하고 함께 즐겨 주셔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걸 어쩌냐; HS도 국어책 읽는데?
↳ 대본 누가 썼어? 성의가 너무 없네 ㅠㅠ
↳ 요즘은 로봇이 말도 하네?
↳ 아니 근데 ㄹㅇ 헬멧 너무 시강 아니냐고ㅋㅋ
여자 MC는 여전히 큐카드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마지막 질문을 읊어나갔다.
─ 오늘 서지니 선배님이 A.N.P로 첫 컴백 무대를 가지게 되었는데요, 작곡가로서 응원의 한마디 해 주시는 건 어떨까요?
이건 대본에 답변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는지, 현승은 곧장 대답하지 못한 채 뜸을 들였고.
↳ 정지화면 아니지?
↳ 아무래도 와이파이 안 터져서 멈춘 것 같은데?
↳ 로봇에 배터리가 다 된 거 아니야?
이내.
현승이 다운 답변을 내놓았다.
─ 잘하고, 잘해라.
↳ 아니 방송에서 반말 뭐냐?; 개 치인다,,, 오빠 날 가져
↳ 나 HS랑 결혼할까?
↳ 아니 좀 놔봐; 저 오빠가 먼저 나 꼬셨다니까?
김 실장은 그마저도 대견하다는 양 흐뭇하게 바라봤다.
─ 하하, 그럼 바로 서지니의 무대 만나 볼까요?
─ Yes, A.N.P!
이윽고.
두 MC가 황급히 서지니의 컴백 무대를 소개하며 반주가 흘러나오던 찰나였다.
크흠―
현승이 별안간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 에….
↳ ??? 뭐지? 아직 대사가 남아있나?
─ 엣치스….
↳ 엉???? 갑자기????????
↳ 방금 뭐임? 뭐가 지나갔냐?
↳ 내 눈이 잘못된 거 아니지?
무대로 화면이 전환되기 전에, 아주 짧게나마 현승이 삐거덕거리며 율동을 선보였고.
“헉-!”
현승을 잘 알고 있는 김 실장을 비롯하여 여타 직원들은 제 눈을 의심했다.
“하, 한 팀장, 방금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저도 물어보려고 했어요….”
“우리 눈이 이상한가 봐, 안경을 맞춰야 하나…,”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은 비단 LS 엔터 직원들뿐만이 아니었다.
↳ 혹시 지금 누가 @@칼들고 협박하고 있는 거 아닐까?
↳ 아무래도 소중한 사람이 인질로 잡혔나 봐
↳ 이 정도면 목숨을 담보로 출연한 거 아녀?
↳ 자기 곡이니까 귀한 몸 한 번 희생하기로 했나?
HS의 안위를 걱정하는 챗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아주 빠르게 숏츠 영상이 제작되고 있었다.
[ [뮤중] 짧지만 강렬한 HS의 A.N.P 챌린지 “에, 엣치스” ]* * *
한편.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던 오스틴 또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 안녕하십니까, 작곡가 HS입니다.
오늘 오전 커스텀테일러 매장에서 마주쳤던 미치광이 과학자 같던 헬멧남이 TV 화면에 나오고 있던 까닭이었다.
“어-?”
“무슨 일이세요?”
하물며.
마이크 앞에는 ‘HS’라는 유치찬란한 마크까지 붙어 있지 않는가?
“어라? 저 사람 오늘 매장에서 마주쳤던 사람 아닙니까?”
“H, HS-?”
“그럼 저 사람이 우리가 만나러 온 작곡가 HS였던 거예요?”
그 말인즉슨-.
저 사람이 바로 오늘 오스틴이 애타게 기다리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 듣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만든 곡입니다.
어쩐지.
한 번 스쳐 들은 곡에 대한 솔루션을 바로 내놓는 사람이었는데 평범한 행인일 리가 없었거늘….
‘내 촉이 둔해졌나 보군.’
오스틴은 제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내저었다.
─ 잘하고, 잘해라.
진척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했다니 이리도 아쉬울 수가 없었다.
─ Yes, A.N.P!
아니, 아니지.
비록 제대로 대화 한 번 못 하고 돌아가게 되었지만, 달리 생각하면 곡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고, 그로서 HS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이제 어떤 사람인지 알았으니, 다음번에 다시 만나러 오면 될 일이다.
사락, 사락-.
이내 오스틴은 작은 수첩 하나를 꺼내 끄적거렸다.
「 HS는 빌런처럼 수트차림에 현란한 헬멧을 쓰고 다닌다. 」
그래, 이 정도면 제법 소득 있는 발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