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54)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54화(154/482)
홍보실에서 시작된 ‘HS vs 최지현’의 내기는 점점 판이 커지고 있었다.
“자자, 1위 장기 집권 기준이에요.”
안 그래도 유행하던 ‘A.N.P 챌린지’는 HS의 참여로 화룡점정을 찍었고.
끝내 음원차트 1위라는 기염을 토해 냈다.
하나.
최지현의 개인 앨범 타이틀 곡인 ‘푸른 봄’ MV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고, 후배들의 커버 영상이 연이어 업로드되는 통에, 하루가 지난 오늘….
[ TOP 100 ]1위 푸른 봄 – 최지현 (feat. 김광진) 2위 A.N.P – 서지니
다시 1위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매니지 2팀은 어디에 거실래요?”
“당연히 HS죠!”
“그럼 매니지 1팀은요?”
“새로운 신흥강자에게 걸도록 하지.”
“마케팅은 어디에 거실래요?”
“그, 그래도 HS 씨가 이기지 않을까요…?”
“A&R 실은 어디에 거실래요?”
“하, HS 씨한테는 비밀로 해 줄 거지? 우린 최지현.”
만약 이긴다면 팀 회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진 판에, 내기 참가 인원들은 출근길부터 옥상 테라스에 모여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음원차트를 확인했다.
“최지현이 다시 1위다! 나 지금 너무 신나!”
“HS 챌린지 영상으로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그렇게 편파적으로 하시면 곤란합니다.”
“그럼 우리 다시 최지현으로 바꿔도 돼요?”
“매일 결과 바뀔 때마다 바꾸시려고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진짜 마지막으로-!”
대체, 이 내기가 뭐라고 다 큰 성인들을 이렇게나 유치해지게 만드는지….
편파적으로 하려 들지를 않나.
하루가 다르게 흘러가는 판에, 몇 번이건 선택을 번복하는 팀들도 생겨났다.
그중.
내기를 시작한 홍보실은 굳건하게 ‘HS’로 밀고 나갔다.
그때.
“엣치스! 조회수가 아주 쭉쭉 올라가는 구나아!”
홍보실 막내 직원이 숏츠 영상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 [뮤중] 짧지만 강렬한 HS의 A.N.P 챌린지 “에,엣치스” ]조회수 3,191만 회
좋아요. 8.6만 댓글. 5.3천
정말이지.
시간대별로 눈에 띄게 올라가는 조회수를 보며 ‘HS’에게 걸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견고해졌다.
“근데 정말 HS 씨가 방송을 출연한 것도 모자라, 챌린지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그 말에 곽 팀장이 주억거리며 대답했고.
“어, 나도 정말 몰랐어.”
“팀장님도요?”
“응, 저런 헬멧을 쓰고 나올 줄은 몰랐지.”
이내 숏츠 영상을 흘깃 바라보며 “정말로.”하고 강조했다.
“아, 헬멧이 좀 파격적이긴 해요….”
“그 덕분에 조회수가 쭉쭉 오르고 있기는 하니까 우리로선 좋은 일이지. 물론, HS 씨는 이 상황이 달갑지 않겠지만”
곽 팀장도 이 영상을 처음 봤을 적에는 무척 놀라웠다. 하나, 머지않아 웃음이 새어 나왔었더랬다. 저 헬멧 속에서 얼마나 하기 싫은 표정을 짓고 있었을지 예상이 갔으니까.
“왜 달갑지 않아요?”
“그냥, 그런 사람이니까?”
막내 직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양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다 말고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저기, 팀장님….”
“응?”
“최지현 씨도 실존 인물이죠?”
그 말에 곽 팀장은 화들짝 놀라며 “그게 무슨 소리야?”하고 되물었다.
“아니, 다름이 아니라….”
아무래도.
“항간에 AI라는 소문이 있었거든요.”
HS 때처럼 최지현 관련된 흉흉한 괴담이 생성되어 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 * *
“에, 엣치스” 사건으로 창피했던 현승은 이틀을 잠적하다가, 드디어 작업실을 찾았다.
제발.
아무도 찾아오지 않기를 바랐건만….
똑, 똑, 똑-.
출근하기가 무섭게 김 실장이 찾아왔다.
하나.
그는 자신의 챌린지보다 앞서 뜬금없이 유니스 뮤직 그룹의 방문 소식을 전해 왔다.
“유니스 뮤직 그룹에서 직접 찾아온 건 분명 뭔가 복잡하게 얽힌 사연이 있을 거라니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어요.”
“이번에 유럽 여행 갔을 때 끼 부리고 다닌 적 없어? 너도 모르게 흘렸을 수 있잖아.”
“거참, 안 흘렸다니까요.”
“그럼 뉴욕 필하모닉부터 시작해서 유니스 뮤직 그룹까지 직접 찾아오는 게 말이 돼?”
현승은 그 말도 맞다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기야.
유니스 뮤직 그룹은 전 세계 유통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만큼 웬만하면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없다. 어차피 가만있어도 다들 문을 두들기는 곳이니까.
그런 곳에서 자신을 만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찾아오다니….
전생에서도 몇 차례 협업을 맺은 적이 있는 곳이기는 하나, 지금은 아직 유니스에서 찾아올 만큼의 커리어나 명성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고작 곡 하나에 꽂혀 찾아왔다기엔, 대표가 직접 움직였다는 점이 확실히 의문스럽기는 한 대목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호기심이 생기는 건 아니었다.
“잘 한번 생각해 봐.”
김 실장의 말에 현승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침음을 흘려 댔다.
“음…….”
“뭔가 짐작 가는 게 있어?”
“전-혀 없어요.”
제 대답에 김 실장은 맥 빠진다는 양 소파에 축 늘어졌다.
“하여간, 뭐 다음에 다시 일정 잡고 온다고 하더라.”
“뭐, 그때 물어보죠.”
“그래, 그건 그때 가서 얘기하는 걸로 하고.”
그리고는 이내 몸을 벌떡 일으키며 말을 이었다.
“이 요망한 녀석.”
“갑자기 뭐예요.”
“아무런 상관없다는 양 굴더니.”
현승이 능글스러운 그의 말투에 팔뚝을 스윽 쓸어내렸고.
“방송 출연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해. 그런 비장의 무기를 선보일 줄이야.”
“아, 그 얘기는 하지 말죠, 후회 중이니까….”
김 실장은 현승의 이런 반응이 재밌는지 아예 현승의 “에, 엣치스” 숏츠 영상을 틀어 보이며, 낄낄거렸다.
“왜? 난 진짜 보는 데 너무 대견하더라.”
“그만.”
“본격적으로 방송 진출해 보는 건 어때?”
“제발.”
“생각보다 방송 엄청 잘할 것 같은데, 왜?”
현승이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단호한 어투로 즉답했다.
“영상에 대한 건 그만 거론해 주시겠어요? 왠지 재계약하기 싫어질 것 같거든요.”
그 말에 간담이 서늘해진 김 실장은 곧장 화제를 전환 시키기 위해 음원차트 창을 켜 보였다.
“그 덕분에 아주 박빙이긴 해.”
“뭐가요?”
“최지현 대 HS, HS 대 최지현!”
양쪽 손을 쭉 펼쳐 보이며 과장된 어투로 얘기하는 김 실장의 모습에 현승은 피식 웃음을 흘려 보였다. 마치 그 모습이 MMA 결승전을 소개하는 MC마냥 보인 까닭이었다.
“오늘 기분이 좋으신가 보네요?”
“당연히 좋지! 오 실장, 그 녀석이 요즘 내 속을 얼마나 뒤집어 놨는지 몰라.”
“뭐라고 했는데요?”
“별거 아니야.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최지현과 HS가 막상막하라는 거지.”
김 실장은 유니스 뮤직 그룹의 방문 사건은 금세 잊어버리곤, 잔뜩 들뜬 채로 부연했다.
“엊그제는 HS가 1위 하더니, 어제는 또 최지현이 1위고, 오늘은 다시 HS-! 지금 커뮤에서는 내일 누가 1위 할까로 아주 한바탕 난리야, 난리.”
“사실 뭐든 상관없잖아요?”
“그렇기는 한데, 지금 사내에서 누가 1위 장기 집권할지 내기도 걸었다더라.”
“혹시 실장님도 거셨어요?”
“아, 아니?”
신나서 떠들던 김 실장은 별안간 입매를 꾹 다물었다. 사실 매니지먼트 2팀은 불나방마냥 판에 제일 먼저 뛰어들어 ‘HS’에게 배팅했다.
하나, 누가 이길지는 제아무리 김 실장이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내기의 당사자인 현승에게는 말하지 않기로 결심한 채였다.
짝-!
김 실장은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손뼉을 쳐 보이고는 되물었다.
“여하튼, 다음 작업에 대해선 생각해 둔 거 있어?”
“글쎄요, 새로운 악기 좀 찾아보고요.”
현승은 무언가 고민하듯 콘솔을 손가락 끝으로 “톡, 톡.” 두들기고는 덧붙였다.
“이왕이면 해외 악기를 써 볼까 하는데-.”
“갑자기?”
“좀 더 발을 넓혀 볼까 싶어서요.”
“오늘 내가 네 타로점을 보고 왔거든?”
“그런데요?”
“너 당분간 해외는 발도 들이지 말라는데?”
얼토당토않은 그 말에 현승이 피식 웃어 보이기도 잠시.
“그럼 해외에서 직접 찾아오게 하면 되죠.”
자신 넘친다는 양 말했다. 김 실장은 “얼씨구?”하고 콧방귀를 껴 보였지만, 따로 반박할 수는 없었다.
사실상.
이미 해외에서 세 번이나 현승을 만나고자 직접 걸음 한 바 있지 않은가? 맨 레코즈, 뉴욕 필하모닉 그리고 이번에 유니스 뮤직 그룹까지.
그래.
여태껏 지켜봐 온 결과, 현승이라면 해외 진출을 위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올 확률이 농후해 보일 따름이었다.
“내가 그럼 해외랑 연이 있는지 타로 다시 한번 봐 줄게.”
“아무래도 그 타로 엉터리인 것 같은데….”
“쓰읍, 엉터리 아니라니까? 자자, 여기서 세 장 뽑아 봐.”
현승이 못 이기는 척 카드를 뽑아 들자, 김 실장은 고심하듯 카드를 바라봤고.
이윽고.
“음, 해외에 나가도 되긴 하는데.”
제 턱을 긁적이며 첨언했다.
“나랑 같이 가야 술술 풀린다는데?”
현승은 그럴 줄 알았다는 양 고개를 내저었다. 역시, 순 엉터리라니까.
* * *
현아는 과 모임을 찾았다. 오늘의 모임 장소는 캠퍼스 근처에 인심 좋기로 소문난 작은 포차로, 과 모임 사람들이 전부 다 모이니, 내부가 금세 채워졌다.
‘후우….’
이번 과 모임은 본격적인 2학기에 앞서, 본과 선배까지 참석하는 자리였기에, 현아는 의무적으로 자리를 채웠다.
그러나.
아무래도 괜히 왔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서라도 뺐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의 첫 남자친구이자, 이젠 전 남친이 된 민우 또한 오늘 과 모임에 참석했고.
“현아야, 과 모임 끝나면 얘기 좀 하자.”
제 옆자리에 앉아, 말을 붙여 온 까닭이었다.
“나는 할 얘기 없어.”
현아는 주변에 들리지 않도록,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단호히 말했다. 더 깊게 말을 섞으면, 마음이 약해질 것이 뻔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화목한 모자 사이를 이간질하듯 어머니를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대로 끝내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때.
“의대생은 본과 올라가면 놀지도 못하는 거 알지?”
본과 선배가 활기차게 맥주잔을 들며 소리쳐 준 덕분에, 뭔가 말하려던 민우의 입이 막혔다.
“다들 2학기도 알차게 놀아라! 연애도 맘껏 하고! 술도 많이 마셔라! 아마 너희 인생에서 유일하게 맘 편하게 놀 수 있는 시기일 테니까!”
그의 말이 끝나자 “네-!”하는 힘찬 외침과 함께, 공중에서 여러 맥주잔이 부딪쳤다.
지이이잉-!
현아가 고개를 돌린 채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던 찰나.
[ 지금 과 모임 중이지? ]오빠로부터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 웅, 오늘 아침에도 얘기했잖아. ]현아는 짧게 답장을 보낸 뒤 휴대폰을 주머니에 욱여넣었다. 하여간, 요즘 이상하다니까.
요 며칠 계속 자신의 과 모임이 언제인지, 몇 명이나 모이는지를 재차 확인하더니 또 이런다.
신경 써 줘서 고맙긴 한데, 왠지 아빠가 둘이 된 기분이랄까?
“현아야, 안 마셔?”
“아니요!”
선배의 재촉에, 현아는 잠시 내려놨던 맥주잔을 번쩍 들어 쭉 들이켰다.
한 잔, 두 잔, 석 잔….
자그마한 포차가 떠나가라, 삼삼오오 모여 떠들며 술잔을 기울였고 현아의 볼도 빨갛게 달아오르던 차였다.
“너희 퀵 불렀니?”
주인아주머니의 뜬금없는 물음에 다들 “네가 불렀어?” 하며 서로에게 물어 대기 시작했고.
“여기에….”
보다 못한 퀵 서비스 기사가 나서서, 주인을 찾았다.
“혹시 민현아 씨, 안 계시는가요?”
그와 동시에 현아로 시선이 쏟아졌고.
“저, 저요? 저, 퀵 안 불렀는 데에…”
현아는 얼떨떨해하며, 퀵 기사를 향해 다가갔다. 혹시 자신의 주사가 퀵 배달을 부르는 걸까? -라는 본인에 대한 의심이 커져 갈 무렵.
“민현승 님이 보내셨는데, 모르는 분이세요?”
“아, 그럼 제 꺼 맞아요!”
뒤이어 들려온 익숙한 이름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서는 “민현승? 현아, 오빠 있었어?”라며 웅성대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이후 퀵 기사는 몇 번이나 들락거리며 수많은 개수의 박스를 안으로 옮겨놨고.
“여기 앱북 31대 수량 확인하시고, 수령인에 본인 서명 부탁드릴게요.”
“네! 하나, 둘, 셋, 넷, 다ㅅ…….”
현아가 손가락으로 콕콕 집어 가며 숫자를 세기도 잠시.
“자, 잠깐만요-!”
돌연 술기운이 확 날아갔고.
“앱북 31대요-?!”
그제야 수량이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