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57)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57화(157/482)
김 실장은 대표가 주최한 긴급회의에 참석한 인원들의 면면을 살폈다. 대표를 필두로 박 전무, 최 이사, 총괄 본부장 그리고 오 실장과 자신까지.
결국.
매니지먼트 내 알맹이들은 전부 모인 셈이었다.
‘무슨 일이지….’
대표가 별안간 주요 인원들을 모조리 긴급 소집한 이유가 뭘까.
도통 감이 잡히지 않던 탓에, 김 실장의 손안에는 식은땀이 맺혀 가기 시작했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그때.
전남일 대표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들어왔다.
“다들 바쁜 일 제쳐 두고 와 주셨을 테니, 서론은 각설하고 본론만 얘기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높낮이가 전혀 없는 어투로 얘기를 이어 나갔다.
“현재 이 자리에 ‘차롬’이라는 샵을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장내에 사람들은 뭐 이렇게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차롬은….
LS 엔터와 오랫동안 연계해 온 샵으로, 전속 아티스트 전원이 이용하는 곳이다.
그러니, 모를 리가 있겠나?
다만.
현승의 얘기를 듣게 된 김 실장은 현재 ‘차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채였다.
하필.
이런 타이밍에 왜 차롬을 언급하시는 거지? 긴급회의에서 나올 만한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음.’
김 실장이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대표를 흘끔 바라보던 찰나였다.
“이제 샵을 바꿀 때가 된 것 같군요.”
굳게 닫혔던 대표의 입술이 열렸고, 장내에 인원들은 놀란 얼굴로 “예?”하며 되물었다.
하나.
대표는 아예 귀를 닫아 버린 양 자신의 할 말만을 전할 뿐이었다.
“기존 차롬 샵은 확실히 실태 조사해서 연계 끊어 주시고 새로운 샵 리스트 선정해서 결재 올려 주시죠.”
지금 김 실장의 입장으로선 돌아가는 상황이 오히려 좋았으나, 의문스러움이 들지 않는 건 아니었다.
사실상.
대표는 샵 관련해 단 한 번도 신경 쓴 적이 없거니와, 그런 얘기를 구태여 긴급회의까지 소집해서 한다는 게 의아하다고 느껴질 따름이었다.
물론.
장내에 다른 이들도 같은 의문을 품은 채였다.
“저기, 대표님.”
박 전무가 적잖이 당황한 표정으로 대표를 불러세웠다.
“십여 년을 잘 이용해 오던 샵을 왜 이제 와서 굳이 실태조사를 하면서까지 바꾸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만….”
아니, 곤란한 표정인가?
“혹시 샵을 바꾸려는 연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저도 잘 모르지만, 이두석 선생님의 지시 사항입니다.”
다들 입 밖으로 비명이 튀어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아 냈다. 이 회의에서 ‘차롬’이 언급된 것도 의아할 일인데, 갑자기 이두석이라니….
“그저 이두석 선생님의 말씀이니, 분명 사익을 위하는 길이라 판단했을 뿐입니다.”
소파 끝자락에 걸쳐 앉아 있던 김 실장은 그 말에 괜히 몸을 흠칫 떨어 보였다.
비단 자신뿐만이 아니라….
장내에 어떤 그 누구도 ‘사익’이란 말이 나온 마당에, 쉽사리 반문할 수 없었다.
그래.
전남일 대표는 이런 사람이었다. 숫자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게 아니라면 별반 궁금해하지 않는….
마치.
0과 1로 이루어져 있고, 피 대신 쇳물이 흐를 것 같은 사람.
그런 대목 때문에 늘 거리감을 느꼈다지만, 지금만큼은 어째선지 아주 든든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다만, 가끔은….
저 사람이 추구하는 ‘사익’이라는 이름의 칼날이 제게 향하는 상상을 해 보고는 하는데.
그럴 때면 괜히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오싹해졌다. 적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 * *
현지영은 고작 한 달 사이, 반 토막은커녕 3분의 1로 토막 난 매출을 보며 제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확장한다고 대출도, 투자도 잔뜩 받았는데….
우선.
당장은 직원들 월급부터 미루고, 필요 없는 스태프를 다 잘라 버렸다. 그래도 가계부는 적자였다.
“하아….”
십여 년을 한자리에서 운영하며, 매일 아침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예약이 가득 차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점차 예약이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LS 엔터 전속 아티스트 전원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왜 이러는지 도통 영문을 모르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결국.
처음 자신의 샵과 연계를 맺었던 박 전무에게 연락을 청했고.
달, 달, 달-.
카페에서 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저, 전무님-!”
현지영은 불안함에 덜덜 떨어 대던 발을 멈추고, 애써 태연한 척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잘 지내셨어요?”
“응, 나야 뭐.”
“커피 미리 시켜 뒀어요.”
“잘 마실게.”
박 전무는 아무런 일도 없다는 양 소리 없이 싱긋 입꼬리를 올려 보이고는, 커피를 단번에 들이켰다.
“뭐 할 말 있는 거 아니야?”
그리고는 이내 빈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재차 물었다.
“알다시피 용무가 바빠서, 커피 사 주려고 부른 거면 다 마셨으니까 들어가 봐도 되나?”
“자, 잠시만요!”
현지영이 뜸을 들이기도 잠시.
“혹시 샵 바꿨어요?”
자신이 우려하고, 걱정하는 점을 콕 짚어 물어 왔다.
설마….
그래, 잠시 뭔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걸 거야.
“어, 우리 애들 요즘 거기 안 가잖아? 그런 건 그냥 번거롭게 만날 것도 없이 전화로 물어보지, 그랬어.”
하나, 바램과 달리 절대 듣고 싶지 않던 대답이 돌아왔다. 박 전무의 표정은 세상 태연한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장난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현지영은 박 전무라는 사람은 이런 걸로 농담을 한 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예? 정말 바꾼 게 맞아요? 아니, 왜요? 왜 바꾸는 건데요?”
“무슨 이유가 필요해? 정확한 실태조사를 걸쳐 더 좋은 샵으로 옮겼을 뿐이야.”
“예? 뜬금없이 실태조사요?”
“그래, 차롬 샵에 대한 실태조사를 대대적으로 거쳤지.”
그 물음에 박 전무가 얼음을 입에 털어 넣고는 와그작 소리를 내며 깨물어 먹더니, 비아냥거리듯 덧붙였다.
“쯧, 그러니까 장사 좀 잘하지, 그랬어. 나도 도와주고 싶었는데 어렵게 돼 버렸잖아.”
“그게 무슨….”
“지금 차롬은 일반인 사이에서 갑질하는 샵이라고 소문이 파다해. 돈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손님과 불청객으로 나누는 것 같다고.”
“아니, 그건….”
“직접 우리 사람들 몰래 보내서 확인해 보니까 진짜 그렇더라? 사업하는 사람이 그러면 못 써.”
현지영은 코웃음을 쳐 보였다. 어차피 재벌들이나 연예인을 상대로 운영해 오던 곳이다. 그런 일반적인 평판 따위는 애초에 이유로 성립될 수 없단 뜻이었다.
“새삼 이제 와서 그런 이유로 하루아침에 연계를 끊는다고요?”
“뭐 어쩌겠어, 그런 곳에 우리 아티스트들을 맡길 수는 없잖아.”
“대체 저한테 왜 그러시는 거예요? 박 전무님, 제가 여태껏 물심양면으로 도와 드렸잖아요.”
“나도 그래서 여태 도움 많이 줬잖아? 나 덕분에 다른 엔터사들이랑 물꼬도 많이 터놓고, 돈 많이 벌어 두지 않았어?”
현지영은 더 이상 애원으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미리 준비해 둔 칼 한 자루를 이젠 움켜쥘 때가 온 모양이다.
그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계속 이러시면 저도 억울해서 가만 안 있습니다. 같이 물고 늘어질 거예요.”
“아니, 현지영 씨 개야? 말귀도 못 알아듣고, 물고 늘어질 생각부터 하고 말이야.”
“모르셨겠지만, 전무님한테 로비한 내역 다 정리해 뒀거든요. 실태조사 하실 거면 이것까지 제대로 해 달라고 요청해야겠네요.”
예상외로 박 전무의 얼굴 위로는 당황스러움보단 황당함이 비쳤다. 마치 뭔 헛소리를 하냐는 듯한….
“어이, 현지영 씨.”
그리고는 이내 콧방귀를 끼며 되물었다.
“진짜 개야?”
“예?”
“눈 백 개는 달린 것 같은 우리 대표님이, 내 돈주머니가 몇 개인데 그걸 몰라서 둘 것 같아?”
박 전무는 남은 얼음 한 알까지 털털 털어 씹어 먹은 뒤 부연했다.
“그냥 귀엽고 소소하니까 두는 거야. 하고 싶은 대로 해. 어차피 당신은 내 선에서 손 쓸 수 없는 지경까지 가 버렸으니까, 나도 별수 없지.”
현지영은 다급하게 그의 옷자락을 낚아채며 애원하듯 물었다.
“전무님, 저희 알고 지낸 지 어언 십 년이 넘어요. 그런 저한테 진짜 왜 그러시는 거예요? 차라리 명확한 이유라도 좀 알려 주세요.”
박 전무는 귀찮다는 양손을 뿌리치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게 왜 입을 함부로 놀려?”
“박 전무님한테 항상 잘했잖아요!”
“아니, 나 말고.”
“네? 그럼 누구….”
“나보다 위.”
“대표님이요-?”
“아니, 더 위.”
“대표님 위가 누군데요?”
그 물음에 박 전무는 별안간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도 그럴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진작에 은퇴한 이두석 선생님이 이런 사소한 일에 개입할 리 없다.
물론 대표의 의견도 아니었고.
그렇다면 그런 거물급 인물들을 뒤에서 움직이게 만드는 제천대성이 있다는 건데-.
아마.
지금 제 머릿속에 떠오른 재수 없는 얼굴이겠지.
“있어, 저어기 제일 위.”
박 전무가 장난스레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기도 잠시.
“이제 정말 갑니다, 아무쪼록 기운 내시고.”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고는 카페를 나섰다.
한편.
자리에 홀로 남은 현지영은 계속해서 절망스럽다는 양 중얼거렸다.
“안 돼, 이럴 수 없어….”
그때.
별안간 뾰족한 수라도 생각났는지, 손가락을 튕겨 보이고는 곧장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들, 집이야-?”
─ 응, 왜?
“너 현아한테 우리 집 놀러 오라고 연락해 봤어?”
─ 응, 엄마가 해 보라며. 근데 답장이 없네.
“그래? 아참, 그건 그렇고 저번에 들어보니까 현아네 오빠가 엔터테인먼트 다닌다던데, 어딘지 혹시 알아?”
─ 몰라, 그런 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아들의 짜증 섞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맥없이 ‘툭’ 끊어졌다.
“으, 으-!”
현지영은 밀려오는 짜증에 소리 없는 절규를 내지르며 구두 굽으로 바닥을 연신 내리찍었다.
콰직, 꽈아직-!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것뿐이었다.
* * *
요즘 현아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본과에 오르기 전, 운전면허만큼은 꼭 따 놓겠노라 열의를 불태웠고.
칠전팔기.
도로 주행에서 세 차례나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기어코 운전면허증을 취득해 냈다.
비록.
차는 없지만, 그래도 언젠가 쓸 날이 있겠지.
무엇보다.
이번 면허 시험을 거치며 느낀 게 있었다.
바로….
제 오빠의 인기였다.
─ ♬ ♬ ♬
도로 위를 달리다 보니, 코너 길에 있는 휴대폰 매장, 대형 카페 그리고 옆에 나란히 정차한 차 안에서조차 제 오빠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하물며.
시험을 보기 위해 대기하는 와중에도 주변 사람들은 온통 제 오빠와 관련된 얘기뿐이었다.
그래.
현재 차트가 최지현 곡으로 도배 중이다. 엣치스 챌린지 참여하려고 연습 중이다. 오늘은 누가 1위냐, 이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 등등….
결국.
그들의 입에서 거론된 두 인물은 모두 제 오빠인, 현승의 필명이었다.
자신의 오빠가 음원을 발매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이었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음원 경쟁에 꽤 열띤 관심을 두고 있었다.
아아.
다들 둘이 동일 인물인지 아닌지에 관한 토론도 계속되고 있던데.
‘악취미야, 진짜….’
구태여 두 가지 이름을 사용해, 혼란을 일으킬 이유가 뭐지? 현아의 입장으로선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두 필명 중 ‘HS’야, 오빠 이름인 현승의 이니셜에서 따왔다는 건 분명히 알겠는데….
‘최지현은 대체 누구지?’
정말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이내 현아는 의문을 털어 내듯 고개를 휙휙 내저었다.
그래.
오빠가 선택한 일이니 다 그럴 만한 이유와 명분이 있겠지!
현아는 별안간 절대적인 신뢰감을 불태우며 차트를 켰다.
[ TOP 100 ]1위 A.N.P – 서지니
2위 푸른 봄 – 최지현 (feat. 김광진) 3위 out to sea – 최지현 (With. NY Phil & 이가희)
보고 또 보고,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았다.
4위 단잠 – 최지현 (feat. 강하준)
5위 I wish – 최지현 (feat. 문범재) 6위 폴라로이드 – 최지현 (feat. 이영아) 7위 나밖에 없던 그대에게 – 윤제이
8위 윤슬 – 강하준
9위 Dear my Beethoven – HS (Feat. 문범재) 10위 le seul – The Moon
차트 10위권 안에 들어 있는 모든 곡이 자신의 오빠가 만든 곡이라니, 말도 안 돼.
심지어.
각자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곡들은, 쉽게 물러나 줄 생각 또한 없어 보였다.
물론.
1위에 오른 푸른 봄과 2위에 오른 A.N.P는 매일 1위 자리를 쟁탈하기 위해 피 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음….
이게 말로만 듣던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가?
‘제법 흥미로울지도?’
차트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별난 오빠의 악취미가 아주 조금은 이해되는 것 같았다.
문득.
현아는 얼마 전, 선물을 돌린 오빠에게 부담스럽다며 어깃장을 부렸던 일이 떠올랐다.
‘물론, 앱북 31대는 좀 심했지만….’
사실 그게 오빠만의 표현 방식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 건, 일부 다른 사람들인데 막상 그 사람들에게는 한마디도 못 하면서, 괜스레 오빠에게 짜증을 부렸다.
오히려 오빠가 자신에게 사람을 걸러 낼 좋은 기회를 안겨 준 거 일지도 모르는데….
‘민현아, 참 못났다.’
다음에 오빠 만나면 꼭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얘기해 줘야지.
어라?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띠링-!
자신의 오빠로부터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 오빠 책상 위에 있는 노트 좀 챙겨서 네 시간 뒤에 LS 엔터 근처에 있는 앤 카페로 가져와 줘라. ]아니, 아니지….
[ 요청 수락 시 심부름 값있음. ]심부름 지시 요청서가 도착했다.
“아우, 왜 맨날 빼먹는 거야-!”
현아는 툴툴거리면서도 오빠 방 책상 위에 놓인 노트를 챙겨 들었다. 꼭 심부름 값 때문은 아니다.
[ 갑니다, 가요-! ]여행 가서도 매일 챙겨 다니고, 알아보기 힘든 음표들을 휘갈겨 놓는 걸 보면 작업할 때 중요하게 쓰이는 노트일 테니까….
“차도 있는 사람이 맨날 뚜벅이를 부려 먹고!”
현아는 다시금 음원차트 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정말.
오빠한테 중고로 경차 하나 사 달라고 부탁해 볼까?
“심부름할 때 요긴하게 쓰일 것 같은데….”
현아의 손에 들린 휴대폰 화면에는 ‘무닝 중고차 가격’에 대한 정보가 떠오른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