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58)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58화(158/482)
A&R 소속 엔지니어들은 콩닥거리는 마음을 안고 차트를 확인했다.
[ TOP 100 ]1위 A.N.P – 서지니
2위 푸른 봄 – 최지현 (feat. 김광진)
“아…!”
엔지니어들은 오늘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A.N.P를 보고는 탄식을 내질렀다.
그도 그럴게….
요즘 사내에서는 ‘최지현과 HS 중 누가 가장 오래 장기 집권을 할 것인가’로 내기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이대로면 우리 내기비 날리게 생겼는데?”
하필이면 A&R팀은 최지현에게 건 까닭이었다.
분명.
처음에는 최지현의 개인 앨범 곡이 우세한 듯 보였다.
하나.
어느샌가 엣치스 챌린지가 한·일에서 대 유행을 하기 시작하더니…
─ 에, 엣치스….
원작자인 HS(현승)가 직접 참여한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팬덤이 더욱 방대해진 탓에 어느 순간 역전을 해 버렸다.
그 결과.
현재 ‘A.N.P’는 일주일간 장기 집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냐, 게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 몰라? 희망을 버리지 말란 말이야!”
“그래, 최지현 곡은 수많은 음악평론가에게 희대의 명곡 탄생이라며 극찬받고 있다고!”
엔지니어들은 애써 서로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하나, 그 마음이 쉽게 위로되진 않았다. 그중 표정이 가장 어두워 보이는 엔지니어 기연선은 땅이 푹 꺼질 만큼 한숨을 내쉬었다.
“하….”
내기 비용으로 자신의 콩알만 한 일주일 용돈을 전부 걸었기 때문이었다.
아.
와이프한테 미리 용돈 잃어버렸다고 연막을 쳐 놔야 하나….
기연선이 낙담하기도 잠시.
“우리 HS 씨… 아니지, 최지현 씨 만나러 가자!”
“또 귀찮게 왜 왔냐고 욕만 먹을걸?”
“벤티 아아 사 가면 돼. 그런 의미로 돈 좀 빌려주라.”
그 말에 다른 엔지니어 윤상우는 안쓰럽다는 양 지갑을 챙겨 들었다.
“그래, 어디 한번 가 보자.”
.
.
.
기연선은 한 손에 벤티 사이즈의 아아(*돈을 빌려서 산)를 든 채 호기롭게 작업실 문은 두드렸지만.
똑, 똑, 똑-!
사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안에 없나….”
그 말에 윤상우가 작게 속삭였다.
“일부러 안 열어 주는 거일 수도 있어.”
하기야.
여러 번 작업을 함께 하면서 봐 온 그의 성격상, 자신들이 귀찮다고 여겨지면 예외 없이 문전박대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느님, 알라신, 부처님, 오딘님, 제우스님, 옥황상제님, 이집트 삼환신 오시리스의 천공룡, 라의 익신룡, 오벨리스크의 거신병이시여…!’
속으로 온갖 신을 다 소환하던 그때.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너희가 웬일이야?”
김 실장이 나왔다.
“아, 실장님도 있으셨군요. 저희는 지나가다가 현승 씨 커피 좀 전해 줄 겸 들렸습니다.”
기연선은 커피를 앞세워 작업실 안으로 비집고 들어섰다.
다만….
“이미 커피 사다 줬는데.”
등 뒤에서 들린 김 실장의 말과 함께 시선을 옮기니, 정말 현승이 제 얼굴만 한 벤티 사이즈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젠장, 한발 늦었군.’
이제 남은 방법은 단 하나다.
“요즘 뭐 다른 작업 진행하고 있는 건 없어요?”
기연선은 특유의 넉살을 부리며, 은근슬쩍 작업실 안에 자리를 잡았다.
뒤따라 들어온 윤상우도 실례한다며 소파 끄트머리에 걸터앉았다.
“있으면 이미 입고시켰겠죠. 여긴 또 왜 오셨어요.”
“그냥 얼굴이나 볼 겸 온 거죠.”
“아니, 다들 여기가 무슨 만남의 광장도 아니고,”
현승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도, 그가 들고 온 커피를 슬쩍 집어 들었다.
“저기, 근데 현승 씨….”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기연선이 본격적으로 말문을 열었다.
“HS로는 홍보활동을 했잖아? 혹시 최지현으로는 할 생각 없어?”
현승이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예, 딱히.”하고 단호히 답했다.
“그렇구나. 근데 그럼 이건 좀 정당한 경쟁이 아니지 않아?”
“음, 그런가요?”
“아무래도 음원으로만 승부를 겨뤄 봐야 하는데, 챌린지 영향을 너무 받는 건 아닌가 싶어서.”
“듣고 보니 그렇네요.”
곁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 실장이 황급히 끼어들었다.
“어차피 HS도, 최지현도 똑같은 현승인데 승부는 무슨 승부! 그리고 그렇게 치면 최지현 개인 앨범은 피처링 라인업이 역대급으로 빵빵해서 그 자체만으로 홍보가 되잖아.”
그리고는 팔짱을 척 끼우며 첨언했다.
“정당하지 않다고 느껴야 할 건 오히려 HS 쪽이지.”
“에이, 실장님 그건 아니죠. 요즘 틱토크나 릴스 음원으로 사용되는 게 제일 홍보 효과 좋은 거 다 아시잖아요.”
“그것도 다 우리 지니가 직접 곡 홍보 좀 해 보겠다고 아등바등 만들어 낸 챌린지잖아. 최지현네도 그럼 챌린지 하나 만들어서 올려.”
“HS네는 지금 날개 달았다고, 너무 쉽게 얘기하시는 거 아니에요? 우리 최지현 곡은 그런 율동 챌린지를 할 수 없을 만큼 너무 고퀄이라….”
“지금 우리 HS 곡이 그럼 저퀄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아, 아니 절대 그런 게 아니라요….”
현승은 어쩐지 둘의 대화가 이상한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깨닫고는 입을 열었다.
“저기요.”
최지현네는 또 뭐고, HS네는 또 뭐란 말인가? 누가 보면 다른 집안끼리 싸움이라도 난 줄 알겠네.
“둘이 뭐 하세요?”
이내 둘은 자신들이 ‘내기’ 때문에 유치하게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멋쩍다는 양 뒷머리를 긁적였다.
“김 실장님도 내기 거셨구나?”
“아, 아니 그게….”
“HS가 이기는데 거셨나 봐요.”
김 실장은 현승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얼버무리듯 답했다.
“아무래도 난 HS가 더 정이 붙었으니까….”
“이번 최지현 개인 앨범이 별로셨나 봐요.”
“아니? 그건 저얼대 아니야!”
현승이 눈을 가늘게 늘어트리며 “흠.”하고 침음을 흘려 보이기도 잠시.
“재밌겠네요.”
입꼬리를 씩 올려 보이며 말을 덧붙였다.
“그럼 저도 내기에 참여할게요.”
“어? 갑자기?”
“현승 씨도요? 누, 누구한테요?”
일순간 장내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사실상 현승이 어디에 거느냐에 따라 이번 내기의 승패가 갈릴 테니까.
꿀꺽.
김 실장을 비롯하여, 기연선과 윤상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대답이 나오길 기다렸다.
이윽고.
굳게 닫혀 있던 현승의 입술이 열리자
“!!!”
“….”
그들의 얼굴 위로는 희비가 마구 교차했다.
“최지현이 이긴다는 것에.”
특히 김 실장은 마치 하늘이라도 무너진 양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럴 수가….”
아, 맞다. 잠시 망각했다.
우리 금쪽이는….
청개구리 기질이 있다는 사실을.
* * *
요즘 계진성의 레이더망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최지현’이었다.
딸칵, 딸칵-.
그는 요즘 짬이 날 때마다 최지현의 샅샅이 기사를 찾아보고, 스트리밍도 일삼았다. 그뿐이랴?
‘푸른 봄’ MV는 이제 몇 분 몇 초에 어느 장면이 나오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수백 번을 돌려 봤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궁금증만 커졌다. 음악평론가들이나 일부 네티즌들은 HS와 최지현이 동일 인물일 거라 의심하던데….
본인도 그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
그래.
자세히 들여다보면, HS와 제법 비슷한 점이 꽤 많았다.
1. 같은 LS 엔터 전속 작곡가
2. 신비주의
3. 주변 인물들
4. 천재적인 음악성
마지막으로….
공식 기사에서 언급했다는 말들 사이로 얼핏 보이는 ‘거만함’까지.
[ [공식] 작곡가 최지현, HS와 경쟁에 대해 “딱히 경쟁이랄 것도 없다.” 발언 ]자신을 첫 만남부터 빠져들게 했던, 천재적인 실력에서 나오는 저 오만함이 묘하게 빼닮아 있었다.
이 정도면 정말 혹시 모를 일이다.
그래.
자신의 촉이, 꼭 한번 찔러 보라며 요동쳤다.
‘최지현과 HS’
특종을 물라면, 그만큼 무리한 떡밥을 던져야 하는 법.
타닥, 타다다닥-.
계진성은 곧장 이메일 창을 켜, 내용을 입력해 나갔다.
[ 김 실장님, 오랜만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죠? HS 씨의 단독인터뷰를 맡았었으니, 이번에도 최지현 씨 단독인터뷰를 제가 맡아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한번 도와주시죠.대신 최지현과 HS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무덤까지 함구하겠습니다. 아시죠? 저 비밀 잘 지키는 사람인 거. ]
계진성은 메일 전송 완료라는 문구가 뜬 창을 바라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제발 이번에도 덥석 미끼를 물어 주면 좋겠는데….
아아, 정말이지.
‘대마초 구매 미수’ 건을 안 터트리고, 묵혀 놓기를 잘했어.
한편.
동료 기자는 파티션 너머로 흉흉하게 빛나는 계진성의 눈빛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 똥개 새끼….
뭔가 사고 쳤구나.
* * *
이윽고 현아는 제 오빠가 가져다 달라 부탁한 노트를 들고, 만나기로 한 카페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여기서 쭉 직진하면 되는 건가?”
지도맵을 통해 경로를 확인한 현아는,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그때.
“어?”
새하얗고 거대한 건물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CHAROM?’
건물에 새겨진 이름이 어디선가 많이 본 건물이었던 까닭이다.
‘민우 어머니가 운영하는 샵인가?’
홀린 듯 건물 가까이 다가가던 찰나.
“학생, 거기 이제 안 해.”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손을 내저으며 말을 덧붙였다.
“이제 영업 안 하는데, 모르고 헛걸음했나 보네.”
현아가 “네?”하고 되물으며 시선을 옮기자, 아주머니의 말이 진짜였는지, 문 앞에 ‘임대문의’라는 종이가 떡하니 붙어 있었다.
“왜, 왜 닫아요? 이제 아예 영업 안 한대요?”
“응, 요즘 장사가 통 안 되더니 그냥 아예 문을 닫아 버렸어.”
“분명 장사 엄청나게 잘 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몰라, 항간에 떠도는 소문으로는 엔터 상대로 장사해 왔는데 높으신 분한테 밉보여서 아예 손님이 딱 끊어졌다더라고.”
아줌마는 말할 사람이 생겨 신났다는 양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내가 바로 옆에서 부동산 운영하고 있거든? 근데 여기 오래전부터 일반인 사이에서는 소문이 엄청 안 좋았어.”
건물을 팔아야 하는 처지인지라, 이런 얘기를 어디 가서 함부로 할 수 없었는데-.
“그래서 아마 재기도 어려울 거야. 하물며 지분자끼리 소송하고 정신없다더라. 건물은 영 안 팔리고, 아무튼 딱하게 됐지.”
부동산 아줌마의 눈에는 어린 현아가 잠재적 고객으로 보이진 않았기에 실컷 떠들어 댔고.
별안간.
“야, 민현아.”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둘 다 휙 고개를 돌렸다.
“약속 시간 다 됐는데, 안 오고 여기서 뭐 해?”
아줌마는 눈치를 살피더니 제 조끼 앞섬을 여미며 다시 부동산 앞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내가 학생을 데리고 너무 이 말, 저 말 떠들었네. 그럼 살펴 가요.”
현아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서도 계속해서 아줌마가 했던 말을 되새겼다.
“높으신 분…?”
“빨리 노트나 줘.”
“설마 오빠가?”
“뭐라는 거야.”
“아니, 아니다.”
현승은 임대 문의가 붙은 차롬 건물을 한번 흘깃 바라보고는, 다른 말로 화제를 전환했다.
“민현아, 너 요즘 부쩍 살이 올랐다? 헤어졌는데 살 만한가 봐?”
“오빠, 내가 살신성인 이렇게 노트 가져다주려고 먼 걸음 했는데 아픈 곳을 후벼 파야겠냐!”
“참나, 살찐성인이겠지. 넌 좀 걸을 필요가 있어.”
삐진 현아는 그럼 이만 가겠다며 휙 몸을 돌려세웠고.
“야, 심부름 값 받아 가야지.”
“얼른 줘.”
현승의 말에, 못 이기는 척 손을 내밀어 보였다.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줄래?”
“으, 정말! 자, 주세요!”
현아는 마지못해 나머지 한 손도 빼꼼히 내밀었다. 그리고는 이내 제 손에 느껴진 묵직한 느낌에 눈을 깜빡이며 쳐다봤다.
“오빠, 차 키를 나한테 왜 줘?”
“액세서리 하라고 주겠냐?”
현승이 답답하다는 양 차 키를 빼앗아 어딘가를 향해 버튼을 눌렀고….
삐빅-!
그와 동시에 조금 떨어진 갓길에 주차된 차 한 대가 소리를 내며 라이트를 깜빡였다.
“꺄아!”
현아는 너무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지르며,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비싼 차 정도는 외관만 봐도 구분할 수 있다.
그래.
말이 힘차게 앞발을 차며 도약하는 방패 마크만 보더라도 비싼 차가 확실했다.
“오, 오, 오빠아, 저, 저 차, 저거, 차 뭐야…?”
“뭐해? 귀신이라도 봤냐?”
“아, 아니, 저, 저거 비싼 차잖아, 그치…?”
“당연히 비싸기야 하겠지. 명색이 포르쉐이인데.”
현아는 부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일으켜, 제 볼을 꼬집어 봤다.
“아, 아야.”
몹시 아팠다. 꿈이 아니다. 고작 500만 원짜리 무닝 경차 정도 사 달라고 할 생각으로 나왔는데….
매끄러운 곡선과 스포티한 감성을 뽐내는 SUV가 생길 줄을 꿈에도 몰랐다.
“오, 오빠, 이렇게 비싼 차는 못 타. 나 완전 초보운전인데 혹시 어디 긁기라도 하면 ….”
“차는 뭐 부셔도 되는데, 너만 안 다치면 돼. 그리고 이런 차를 타면 다들 알아서 비켜 가니까 더 안전해 ”
“그, 그래도….”
“민현아, 네가 부유해 보인다 해서 남들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면 그 사람들이 이상한 거지. 네가 바뀌거나, 이상한 게 아니야.”
현승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덧붙였다.
“그러니까 그런 걸로 축 처져 있지 마.”
그 말에 현아가 감동하여 눈시울을 붉히기도 잠시.
툭, 툭-.
현승은 금세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돌아와 어깨를 두들겼다.
“안 그래도 좁은 어깨 진짜 더 좁아 보여.”
“뭐? 대신 나는 신체 비율이 짱 좋거든?”
“아마 외계 기준으로 치면 최고 비율일 듯”
이윽고.
새로 뽑은 차로 향하는 두 남매의 얼굴 위로는 웃음꽃이 가득 피었을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