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61)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61화(161/482)
계진성은 마우스 딸깍거리다 말고, 바닥에 신경질적으로 “탁!” 내려찍었다.
“여긴 하여간 질서가 없어.”
그도 그럴게.
자신의 인터뷰 기사가 난지, 고작 하루 만에 경쟁 매체에서 뉴욕필 단독 인터뷰 기사를 올린 까닭이었다.
[ [단독]뉴욕필 음악감독 폴, 작곡가 ‘최지현’과 또 협업 원한다고 밝혀….]간만에 단독이었는데, 단독으로 묻어 버리다니….
하여간.
잠시도 안주할 틈 없는 야생 정글 같은 업계다.
─ 폴은 인터뷰에 앞서 작곡가 ‘최지현’은 자신을 포함해 모든 단원에게 좋은 경험을 안겨준 사람이라고 말문을…(중략)
계진성은 눈매를 좁힌 채 마우스 휠을 긁어댔다.
─ 뉴욕필과 최지현은 아주 우연한 기회로 연이 닿게 되어, 세션을 해주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폴은 최지현과 작업하게 된 그때가 아직도 생생하다며…(중략)
드르륵, 드르륵-.
─ 작업 시, 최지현이 직접 뉴욕필 전체 단원을 직접 지휘했는데 연습 강도가 너무 심해서 몇몇 단원이 구토했다는 웃지 못할 속사정…(중략)
구토? 이 기자, MSG 너무 쳤네.
─ 물론 그랬기에 지금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단원들도 모두 그와 다시 작업하게 될 날을 고대하고 있다며… (중략)
기사를 읽어 내려가던 계진성은 깊은 침음을 흘렸다.
─ 폴은 최지현을 “몇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이자, 세상을 뒤집어 놓을 악동”이라 표현…(중략)
나름 여러 차례 만나봤기에, 이 말에 공감하긴 하는데….
─ 마지막으로 폴은 나이, 경력, 장르를 뛰어넘어 좋은 귀감을 주는 친구가 생긴 기분이라며 솔직한 심정을…(중략)
뉴욕 필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적인 관현악단이지 않나?
─ 기회가 된다면 꼭 어떤 형태로든, 다시 한번 최지현과 협업하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심지어 그런 곳의 지휘를 맡은 자가 이렇게 표현할 정도라고?
“흐음….”
기자가 번역하는 과정에서 조금 과장을 섞어 작성한 건 아닌가 싶은 합리적인 의심이 들다가, 어째선지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여하튼, 뭐 어쩌겠나?
이미 제 단독 인터뷰 기사는 묻혔으니, 다시 다른 단독을 찾아 헤매는 수밖에.
무엇보다.
자신에겐 LS 엔터에서 얻어온 폭탄이 두 개나 있질 않은가? 터트리지 않겠다 약속하긴 했지만….
만약 데스크에서 자신을 너무 쪼아댄다면, 언제고 터트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세간이 집중하고, 놀랄 만한 폭탄을 말이다.
하나.
터트리게 된다면 최지현은커녕, LS 엔터와는 아예 등을 지게 될 게 분명할 테니.
아직은 때가 아니다.
드르륵, 드르륵-.
계진성은 마우스 휠을 움직여 다시 한 번 기사의 마지막 문장을 눈으로 담았다.
─ 기회가 된다면 꼭 어떤 형태로든, 다시 한번 최지현과 협업하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노다지 같은 최지현….
아니지.
HS와는 앞으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협업 관계로 지낼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었다.
* * *
LS 엔터 사옥에서 시작된 내기는 결국 ‘최지현’의 승리로 돌아갔다.
[ TOP 100 ]1위 푸른 봄 – 최지현 (feat. 김광진) 2위 out to sea – 최지현 (With. NY Phil & 이가희) 3위 A.N.P – 서지니
최지현의 곡이 10일 연속 1위와 2위를 차지했으니, 완벽한 승리랄 수 있었다.
“이럴 수가….”
김 실장은 자신의 피 같은 10만 원을 날려 먹게 되어 낙담하고 있었다.
“실장님.”
옥상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던 곽 팀장도 축 처진 채로 입을 열었다.
“출근하면서 A&R한테 내기비 전달하고 왔습니다….”
“A&R은 조만간 회식하겠네.”
“거긴 이미 발 빠르게 식당 예약해 놨다고 하더라고요.”
“좋겠네….”
“실장님, 이 와중에 너무 죄송하지만, 혹시 이것 좀….”
김 실장이 그가 내민 흰 봉투를 받아 들며 “이게 뭐야?”하고 되묻던 찰나였다.
띠링-!
지금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이로부터 문자가 도착했다.
[ 오 실장: 현금으로 직접! 빠른 상납 부탁합니다^^ 이체는 사절입니다. ]이 자식이?
“제가 대신 전해주려 했는데, 오 실장님이 자기는 김 실장님한테 꼭 받아야겠다면서 한사코 안 받으시는 바람에….”
자신이 오 실장에게 이 봉투를 전해주러 가면 얼마나 신나서 놀려댈지 벌써 눈에 훤했다.
“하여간, 유치한 놈.”
돈을 가져다줘야 현실도 싫지만, 하필 다른 팀도 아닌, 매니지 1팀이 맞췄다는 사실이 너무 분했다.
“우리 금쪽이가 지다니, 분하다!”
“결국 최지현 씨도 금쪽이잖아요.”
“물론 그렇지만, 그래도 분해.”
“우리 좋게, 좋게 생각해 봐요.”
김 실장은 마지막 담배를 지져 끄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맞아, 얼른 돈이나 던져주고 금쪽이 축하해 주러 가야겠다.”
“진짜 던지지는 마시고요.”
“나도 드라마처럼 얼굴에 돈을 뿌려보는 날이 오는 건가?”
실없는 농담에 둘은 피식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이내 김 실장 먼저 옥상 테라스를 내려와, 1팀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
.
.
1팀 사무실 가까이에 다가가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으에에에엥-!”
LS 사옥에서 들어본 적도, 들릴 일도 없는 애 울음소리였다.
‘아역 배우라도 데려왔나?’
김 실장이 슬쩍 열린 문틈 사이로 들여다보니, 체격 건장한 1팀 사원들이 어정쩡하게 서 있었고.
그 앞으로는 박 전무가 허리춤에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제정신이야?”
박 전무의 호통에, 한 남직원이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하물며 나한테도 비밀로 할 생각이었던 거 아니야?”
“아닙니다! 당연히 보고드리려고 했습니다-!”
“아니긴, 뭐가 아냐! 내가 지나가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열어봤으니 안 거지!”
아무래도 타이밍이 영 좋지 않게 찾아온 모양이었다.
‘또 무슨 일이 터진 거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문 가까이 다가간 김 실장의 눈동자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뭐야?’
그 남직원의 다리 뒤로, 대략 네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매달려 있던 까닭이었다.
“아니, 그리고 애초에 어떻게 일터에 애를 데려올 생각을 하지?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때.
오 실장이 대신 나서서 부연했다.
“이 녀석의 막둥이 여동생인데, 어린이집도 방학 중이고 지금 부모님도 봐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피치 못하게 데려왔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데려올 생각을 하나? 그 전에 맡길 만한 곳부터 찾아봤어야지!”
“주변에 맡아 줄 친인척 하나가 없답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도록 주의시킬 테니, 노여움 푸시죠.”
“오 실장 얼굴 봐서 오늘은 넘어갈 테니, 일에 지장 없게끔 애 간수 알아서 잘하고.”
그 말에 남자 직원은 감사하다며 다시금 머리통이 바닥에 닿도록 숙여 보였다.
한편.
박 전무는 자신이 더 화를 내봤자, 해결될 상황도 아닐뿐더러, 애를 보고 있노라니 맘이 약해져, 이쯤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무엇보다.
잔뜩 울어서 붉어진 눈시울과 코끝이 너무 귀여웠다.
‘우리 딸, 어릴 때 생각나는구만.’
박 전무는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은 뒤 살짝 다리를 굽히고 앉아 여자애와 눈을 맞췄다.
“야, 너 이리 와봐.”
너무 사납게 부른 탓일까? 여자애는 눈치만 살피며 제 오빠 다리에서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도희야, 오빠 상사분이야. 가서 인사드려야지.”
“우웅….”
도희는 오빠가 떠미는 손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박 전무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저씨, 몇 살 같아?”
그 물음에 도희가 제 두 손을 펼쳐, 접고 피기를 잠시.
“서, 서른 샬….”
도희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세 손가락을 쭉 펼쳐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도희에 오빠이자, 1팀 직원인 도준이 오 실장에게 작게 속삭였다.
“사실 우리 도희가 숫자를 30까지 밖에 몰라요.”
“그럼, 지식의 한도 내에서 가장 늙어 보이는 수치를 말한 거네?”
“네, 그러니까 이 사실은 실장님과 저만의 비밀로 해 두죠.”
그런 내막을 알 리가 없는 박 전무는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이야, 어린애가 벌써 사회생활을 잘하네.”
그리고는 이내 제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 도희 손안에 쥐여줬다.
“아, 아니요! 전무님! 이렇게 큰돈은 괜찮습니다! 도희 아직 네 살이라, 이렇게 큰돈 필요 없어요!”
“내가 주겠다는데, 왜 말리나? 애한테 큰돈이면 자네가 맡아놨다가 맛있고 좋은 거 사주면 되잖아?”
“정말 가, 감사합니다. 도희야, 너도 얼른 감사합니다 해야지.”
도희는 오빠의 재촉에 사슴 같은 눈망울을 끔뻑이며, 자신보다 훨씬 큰 어른들을 훑어보기도 잠시.
“가, 감사함니다아….”
울음 섞인 인사를 전하더니, 이내 눈꼬리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눈물이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으, 으에에에엥-!”
도준은 끝내 울음을 터트린 도희를 보며 당황했다.
워낙 낯을 많이 가리다 보니, 요즘 부쩍 밖에만 나가면 많이 울어대곤 했다.
정말이지.
미운 네 살이라는 말이 피부로 직접 와닿는 시기였다.
“우리 도희, 울면 안 되지?”
도준이 곧장 도희와 눈을 맞추고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봤지만, 더욱 서럽게 울어 재낄 뿐이었다.
“나와봐, 내가 달래주지.”
박 전무는 호기롭게 도희를 안아 올려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
“어허-! 계속 울면 망태 할아버지가 와서 잡아간다! 뚜욱!”
하나, 되레 역효과만 불러일으켰다.
“으에에에에엥-!”
도희가 숨이 넘어가도록 우는 통에, 다른 직원들도 주변을 둘러싸고 “우르르르, 까꿍!” 하며 때아닌 재롱을 부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으아앙, 끄읍, 흐아아아아앙-!”
이내 도희는 제 몸을 비틀며 내려달라는 듯 공중에서 양발을 힘차게 휘적거렸다.
이윽고.
도희의 발에 신겨져 있던 헐거운 신발 한 짝이 휙 날아가 사무실 문 쪽까지 떼구루루 굴러갔다.
“어?”
그리고, 그 끝에는….
“자네, 애 좀 달랠 줄 아나?”
풍채가 무척 아늑해 보이는 김 실장이 서 있었다.
* * *
[ 불꽃마스크맨 도와줘요. ]현승은 작업하던 손을 멈춘 채 문자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혹시 김 실장님이 날 놀리는 걸까?
이내.
빌런에서 불꽃마스크맨으로 업그레이드시켜준 저의를 알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 ♬ ♬ ♬
한참을 이어진 컬러링(*A.N.P) 끝에 전화가 연결되었다.
“언제는 빌런이라면서요?”
─ 내가? 내가 언제?
“저번에 그랬잖아요. 빌런 과학자 같다고.”
─ 우선 지금은 아니야! 혹시 현승아 너 작업실이니? 그 불꽃하이바 지금도 가지고 있어?
왠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김 실장의 목소리는 상당히 진이 빠진 듯 힘이 없으면서도, 다급해 보였다.
“네, 작업실에 있기는 한데 무슨 일인데요?”
─ 어휴, 다행이다. 그럼, 잠시 그 헬멧 좀 쓰고 있을래?
“예? 제가 왜요?”
─ 지금 손님이랑 같이 네 작업실로 가고 있거든.
“손님이요? 제 작업실인데요?”
─ 여하튼, 이번 달 내내 커피 사줄 테니까 꼭 좀 쓰고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맥없이 끊어졌다.
툭-.
정말 이쯤 되면 다들 제 작업실을 만남의 광장이나 접견실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단단한 자물쇠라도 달아놔야 하나.’
그런 생각에 빠져들려던 찰나.
또옥, 똑-.
제 기운이 대신 쏙 빠질 만큼 맥없이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김 실장님이 정말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
탁-.
우선 현승은 김 실장의 요청대로 헬멧을 뒤집어쓴 채 쉴드를 내려 얼굴을 가렸다.
끼이이익-.
그리고는 이내 무슨 일인가 싶은 걱정 반, 귀찮은 마음 반을 담아 문을 열었다.
“손님이랑 온다면서요?”
막상 문을 열고 나니, 손님이랑 온다던 김 실장은 홀로 진땀을 흘리며 서 있었다.
“응, 손님이랑 왔잖아.”
“어디요?”
김 실장은 곧장 고개를 푹 숙여 보였고.
사락, 사락-.
현승도 제 바지춤이 당겨지는 느낌에 고개를 숙이자, 키가 제 허벅지도 오지 못하는 여자애와 눈이 마주쳤다.
“부꼬옷마크맨…?”
왠지 현승은 고개를 끄덕여야 할 것만 같은 강한 예감이 들었다.
“오아! 대바악!”
아무래도 자신이 ‘미친 과학자 빌런’에서 ‘불꽃마스크맨’으로 레벨업된 이유가 요 꼬마 숙녀인 모양이었다.
현승은 제 종아리에 찰싹 매달린 여자애를 내려다보며 다짐했다.
“악당이들 물리치는 부꼿마크맨이다아-!”
정말.
이른 시일 내로 자물쇠를 구매하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