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69)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69화(169/482)
도희네 가족이 행복한 생일을 보내고 있던 그 시각.
같은 날 생일인 여성은 홀로 한강을 거닐다 말고, 잔디밭에 벌러덩 누워 버렸다.
“더럽게 예쁘네.”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미세먼지 한 점 없는 서울의 밤하늘은,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밤하늘 주제, 왜 이리도 밝은 거야.
여성이 속상한 마음에 눈을 지그시 감아 버리던 찰나였다.
─ 옐로퐁!
돌연 너무나도 뜬금없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엉?”
머지않아 높은 상공 위에서 빛이 떠올랐다.
─ 헤이, 호! 엄마곰!
여성은 몸을 벌떡 일으키고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 헤이, 호! 오빠곰!
그리고는 카메라 화면을 확대하여 상공에 떠 있는 불빛을 확인했다. 저게 뭐지? 북극곰인가?
─ 헤이, 호! 아기곰!
여성은 홀린 듯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눌렀다.
─ 헤이, 호! 우리 가족, 행복해요!
머지않아.
주변을 거닐던 사람들도 하나둘 걸음을 멈춘 채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우와, 저기 좀 봐봐! 북극곰인가 봐! 귀엽다!”
“근데 요즘은 동요를 드론 영상으로 광고해?”
“노래 뭔가 중독성 있지 않아? 헤이, 호! 호!”
여성은 사람들이 몰려들자 휴대폰을 내려놓은 채 눈으로만 담았다.
─ 엄마곰은 아기곰을 사랑해.
어째선지 여성의 얼굴은 처음 한강을 찾았던 때보다 어두워진 채였다.
─ 오빠곰도 아기곰을 사랑해.
여성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듯한 기분에, 제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미간을 찌푸렸다.
─ 아기곰은 세상에서 엄마곰과 오빠곰이 제일 좋아요.
곰도 엄마가 있는데.
─ 행복해요, 우리 가족.
왜 나는 없지?
─ 행복해요, 우리 가족.
그보다 엄마가 꼭 있어야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건가?
“괜히 나왔어….”
늘 혼자였다. 하지만 생일마저 혼자 있기 싫다는 이유로 무작정 걷고 걸어 한강으로 향했다.
근데.
여기에서조차 혼자였다. 사람들은 모두 가족과 친구 그리고 연인과 함께 밤거리를 거닐기 위해 나와 있었고.
상공에 뜬 캐릭터조차 엄마가 있고 오빠가 있다.
“짜증 나….”
나를 낳자마자 돌아가셨다는 어머니와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미친 듯이 일만 하고 사는 아버지.
어딘가 그늘진 얼굴 때문인지, 엄마가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가깝게 지내는 친구조차 없었다.
그래서.
생일인 오늘조차, 나는 혼자였다.
“집이나 가자.”
여성이 엉덩이를 털고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 헤이, 호! 빼꼼이 가족!
동요가 끝남과 동시에, 캐릭터들은 불티처럼 상공에서 흩뿌려졌다.
이후.
고요한 밤하늘에 글자가 떠올랐다.
“뭐지?”
글자를 천천히 눈으로 읽어 내려가던 여성의 눈에는….
[ 비록 세상이 정해 둔 평범한 가족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끝내 눈물이 맺혔다.
[ 어떤 형태로 이뤄진 가족이던, 모든 가족이 부디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이내 비가 내리듯 바닥으로 눈물이 추락했다.
툭, 툭,
단순한 저 한마디가 왜 이렇게 심장을 파고드는 걸까.
맞아.
평범한 가족의 기준이 어딨겠는가?
그래.
나에겐 엄마가 없더라도 하나 남은 딸을 키우기 위해, 오늘도 힘겹게 일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아버지가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데, 그걸 몰랐다.
마냥.
세상을 원망만 했다. 나에게서 왜 엄마를 빼앗아 갔냐고, 내 가족을 가져갔냐고 말이다.
내 가족은 이런 형태로서 분명 내 곁에 있는데.
이윽고.
털썩
마지막 문장에서 여성은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 매일은 아니더라도, 오늘만큼은 네가 가장 행복하기를. ]분명.
자신을 위한 말이 아닐 테지만….
[ 생일 축하한다. ]오늘의 내가 쓰러지지 않도록 내미는 따스한 손길처럼 느껴질 따름이었다.
* * *
김 실장은 작업실을 찾아와 유난스럽게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현승아, 이 기사 좀 봐 봐.”
“안 봐도 될 것 같은데요.”
“에이, 그러지 말고 좀 봐 봐.”
현승은 귀찮다는 양 심드렁한 표정으로 기사를 확인했다.
역시나.
제 예상대로, 어젯밤 자신이 도희의 생일을 맞이해 준비한 이벤트에 관한 기사였다.
[ 한강 위에 떠오른 옐로퐁 신곡 ‘빼꼼이 가족’ ]뭐, 이런 걸로 기사씩이나 적는지.
─ [영상 참조]
어젯밤, 별안간 서울 하늘에 드론 영상이 떠올랐다. 바로, 옐로퐁에 새로운 캐릭터 ‘빼꼼이 가족’의 영상이다.
더불어 한강공원 스피커를 통해, 동요도 함께…. (중략)
스르륵, 스르륵-.
특히나 영상 마지막에 편지처럼 떠오른 글귀를 본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스르륵, 스르륵-.
[사진 참조]「 비록 세상이 정해 둔 평범한 가족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 이뤄진 가족이던 모든 가족이 부디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
「 매일은 아니더라도, 오늘만큼은 네가 가장 행복하기를. 」
「 생일 축하한다. 」
스르륵, 스르륵-.
아무래도 이런 점 때문에 옐로퐁에서 정식으로 진행한 이벤트가 아니라, 누군가 개인적으로 준비한 이벤트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밝혀진 점은…. (중략)
스르륵, 스르륵-.
옐로퐁이 새로 발표한 ‘뻬꼼이 가족’은 북극곰 가족을 모티브로 만든 동요로서, 다른 동요와 달리 아빠곰 대신 오빠곰이.. (중략)
스르륵, 스르륵-.
↳ 나 저기 있던 사람인데 진짜 지금까지 귀에 “헤이 호”가 계속 맴돌아서 미치겠음; ↳ 동요와 영상과 글귀까지 완벽하게 내 눈물 버튼이네..
↳ 만약 이거 옐로퐁에서 준비한 이벤트라면 진짜 대성공이다,, ↳ 내 나이,, 31살,, 동요를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게 될 줄이야,, ↳ 생각해 보면 동요가 대부분 엄마아빠아기 형태의 가족만 담는데 이 동요는 그런 편견을 깨준 듯.
현승이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게 기사로 쓸 정도의 일인가?
하나.
김 실장은 흥미롭다는 양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옐로퐁에서 네 곡을 밀어주려고 아주 작정한 모양이야.”
아무래도 자신이 준비한 이벤트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듯 보였다. 뭐, 그럴 만하긴 하지.
“그러게요.”
현승이 적당히 장단을 맞춰 주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별안간 김 실장이 현승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무튼 우리 금쪽이 대견하다.”
“갑자기 뭐예요.”
“곡도 좋은데, 의도 자체가 좋잖아.”
그리고는 이내 ‘빼꼼이 가족’의 영상을 재생시키며 말을 이었다.
“도희를 위해 일부러 아빠곰 대신 오빠곰으로 넣은 거지?”
현승이 그 물음에 침음을 흘려 보이기도 잠시.
“김 실장님은 북극곰에 대해 잘 아시나요?”
“글쎄, 자세히는 잘 모르지.”
“북극곰은 타고나길 부성애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현승아, 혹시 너 T야?”
“대체 T가 뭔데요?”
“넌 대문자 T가 확실해.”
“여하튼, 북극곰은 생김새와 달리 공격성도 높아서, 어미 곰이 분리해서 생활한다더라고요. 새끼 곰을 지키기 위해서.”
김 실장이 “아.”하고 탄식을 내뱉으며 주억거렸다.
“북극곰 세계에서는 엄마와 새끼들만 있는 가족의 형태가 자연스러운 거죠. 다른 동물의 세계에선 엄마 대신 아빠가 자식을 키우는 게 자연스러울 거고, 또 어떤 동물은 자식을 바로 독립시켜 버리기도 하겠죠.”
현승은 제 작업 테이블 위에 올려진 가족사진을 바라보며 차분하고, 덤덤한 말투로 부연했다.
“그걸 알려 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이 세계에는 각자만의 형태로 이뤄진 가족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이내 끝난 동요 영상의 화면을 툭 꺼 버리며 덧붙였다.
“평범하고 당연한 가족의 형태는 없다고 말이죠.”
김 실장은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하고 울려왔다.
“혹시 우세요?”
“아냐.”
“실장님도 까꿍 해 드려요?”
“됐거든, 인마!”
사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김 실장은, 어머니의 입에서 이따금 아버지란 단어가 나오면 입을 꾹 다물고 회피해 버리고는 했다.
괜히 얘기하면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이 피부로 확 와닿았으니까.
슬퍼하기도 싫었다.
아버지가 없으면, 자신이 가장이었으니까 무너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이런 곡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
“아까부터 왜 그러세요.”
하나, 이제는 피하지 않고, 어머니와 편하게 아버지와 관련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맘 놓고 아버지의 부재에 대해 슬퍼할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슬퍼할 자신을 따스하게 안아 줄 어머니가 있으니까.
비단.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건 김 실장만이 아니었다.
↳ 아이랑 같이 듣다가 사별한 남편이 생각나 아이 앞에서 울어 버렸네요. 조금 슬펐지만, 지금 제 곁에 있는 아들과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더욱 굳게 마음을 먹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동요가 더 많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세상에 많은 형태의 가족 여러분, 행복하시길! (좋아요. 4,541개)
이 순간에도 한강 이벤트 영상의 조회수는 치솟고 있었다.
* * *
그날을 기점으로 ‘빼꼼이 가족’은 연일 화제였다.
콘텐츠 영상의 조회수는 물론이고, 이벤트 영상으로 인해 대중들의 반응 또한 폭발적이었다.
[ 여러분, 이거 듣지 마세요. 듣는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계속 “헤이, 호!”를 외치고 있을 겁니다. 저는 방금 상사한테 혼나다 말고 “헤이, 호”를 외치는 바람에 시말서를 쓰게 생겼습니다. 여러분, 저는 분명 경고했습니다. ]중독성이 미친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대부분 곡이 담고 있는 뜻이 너무 좋다며, 사람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참….”
박 전무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침음을 흘렸다.
“알 수가 없군.”
그의 손에는 이번 HS의 개인 프로젝트와 관련된 자료가 들려 있었다.
그래.
옐로퐁과 개별적으로 협업을 맺고, 일정 사비를 들여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평상시.
박 전무가 바라본 HS는 나이에 비해 무척 똑 부러지는 편에 속한다. 그렇다면, 금전적인 욕심이 아예 없진 않은 것 같은데….
만약 그렇다면 구태여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다.’라는 의미를 전하기 위해, 돈 안 되는 동요를 만들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물론.
현재 반응이 좋은 걸로 보아, 이 또한 저작권료가 제법 쏠쏠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아니지.
그 녀석이라면 이런 상황 또한 계산하고 움직인 것이려나?
“흐음….”
박 전무는 궁금증을 못 이기고 ‘빼꼼이 가족’을 들어 보기로 했다.
제 사무실을 지나가는 누군가 들을 수도 있으니 이어폰을 꽂는 것도 잊지 않았다.
─ 헤이, 호! 엄마곰!
머지않아, 이어폰을 타고 활기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헤이, 호! 오빠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생각보다 엄청나게 뛰어난 음악성이 느껴지는 곡은 아니었다.
─ 헤이, 호! 아기곰!
물론 동요라는 특성상 단순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 헤이, 호! 우리 가족, 행복해요!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할 정도의 곡이라기보단, 잘 만든 동요처럼 느껴질 따름이었다.
─ 헤이, 호! 빼꼼이 가족!
박 전무는 곡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별거 아니네.’
그리고는 이내 바로 제 사무실을 나서, 대형 회의실을 향했다.
이제 곧 시작될.
1팀 전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
.
.
박 전무는 지금, 이 순간, 후회했다.
“브라이던은 내년 상반기로 데뷔 일자를 잡아봤습니다.”
회의에 참석하지 말걸.
아니, 아니지.
회의 전에 그 곡을 듣지 말걸.
“결재만 내려 주신다면, K.O.K에 멤버별 솔로 활동도 분기별로 나눠서 진행할까 합니다.”
지금 박 전무의 귀에는 아무런 보고 사항도 들리지 않았다.
‘헤이, 호! 우리 가족, 행복해요!’
계속해서.
‘헤이, 호! 빼꼼이 가족!’
그 곡이 맴돈 까닭이었다.
마치.
수능 금지곡처럼 계속해서 귓가를 윙윙 맴돌았다.
그때.
어느 문장이 확 귀에 꽂혀 들어왔다.
“……‘세이 헬로’를 타이틀곡으로 잡았습니다.”
박 전무는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헤이, 호?”
일순간 장내에 적막이 돌기도 잠시.
“계속 보고하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양, 서류 위로 시선을 옮겼다.
이윽고.
박 전무는 뒤늦게 밀려오는 후회와 함께 생각했다.
[ 여러분, 이거 듣지 마세요. 듣는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계속 “헤이, 호!”를 외치고 있을 겁니다. 저는 방금 상사한테 혼나다 말고 “헤이, 호”를 외치는 바람에 시말서를 쓰게 생겼습니다. 여러분, 저는 분명 경고했습니다. ]아까 봤던 댓글을, 그 경고를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