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70)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70화(170/482)
‘빼꼼이 가족’에 대한 반응이 예상보다 너무 좋았던 까닭일까?
현승은 동요를 발표한 이후로 더욱 바쁜 작업의 연속이었다.
무려 두 달이나….
“하, 괜히 시작했나.”
그러나 후회할 틈도 없었다.
별안간.
옐로퐁 채널에서 따로 ‘빼꼼 채널’이 파생되어 생겨났고.
그에 맞춰 다양한 콘텐츠 영상 업로드를 위해 원곡에서 조금씩 편곡을 거쳐 국악 버전, 일렉트로닉 버전, 트로트 버전을 만들어야 했다.
하물며.
오빠곰 대신 형아곰, 언니곰, 누나곰 버전들도 추가되었다.
그 결과.
[‘상어네 가족’을 잇는 차세대 IP ‘빼꼼이 가족’ ]뜻하지 않게, 엄청난 쾌거를 이뤄냈다.
─ 글로벌 기업 옐로퐁컴퍼니가 뉴튜브 ‘빼꼼 채널’이 100만 구독자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옐로퐁이 선보인 뉴튜브 채널 중 역대 최단기간 만에 실버버튼 수상을 하고, 얼마 안 가 골드버튼을 수상,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돌파하며 고속 흥행 가도를 이어 가고 있다. 2개월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만에 달성한 성과로…. (중략)
아니, 아니지.
─ 옐로퐁컴퍼니 측에서는 “상어네 가족을 잇는 흥행 돌풍의 주역, 빼꼼이 가족이 전 세계로 팬덤을 확장하며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단순 콘텐츠 개발을 넘어, 여러 방면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입장을 발표… (중략)
엄청난 저작권료를 손에 쥐게 되었다. 물론 돈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라지만, 웬만한 히트곡과 비등한 수입구조를 형성시켜 놓은 셈이었다.
─ ‘빼꼼이 가족’은 과연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어떤 신드롬을 불러일으킬지 귀추가 집중된다.
그뿐이랴?
어린이를 위한 동요가 국내 최대 플랫폼의 음원차트 100위권 내로 진입하는 진귀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97위 빼꼼이 가족 – 옐로퐁
“야, 현승아.”
김 실장은 실로 놀랍다는 양 고개를 내저으며 물었다.
“넌 이 상황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이 안 될 건 또 뭐예요?”
“동요가 98위에 있는 건 처음 봐서.”
“저도 처음 보기는 해요.”
“그치? 너도 처음 보는 상황이지?”
그러고는 이내 차트 화면을 캡처했다. 후임에 그 후임에 그 아래 후임까지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비록.
무수히 긴 세월까지는 아니라지만, 10년을 이 바닥에 구르며 매일 같이 차트에 울고 차트에 웃는 시간을 보낸 김 실장이다.
영화나 드라마 OST가 때아닌 인기를 끌어 차트에 진입한 건 수도 없이 봤다지만….
어린이 동요가 실시간 100 안에 진입한 건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그때.
현승은 나사 빠진 사람처럼 연신 “헤이, 호.”를 외쳐 대는 김 실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실장님.”
“어, 우리 금쪽이 왜.”
“그놈의 금쪽이는.”
“업그레이드 시켜 줄까?”
“뭐로요?”
“우리 복덩이.”
현승이 소름 끼친다는 양 질색하는 표정으로 제 두 팔을 슥슥 쓸어내렸다.
“징그럽게 왜 그러세요.”
“아니면 은쪽이 어때?”
“그냥 동쪽이로 협상하죠.”
“오, 그것도 좋네.”
그렇게.
별안간 ‘동쪽이’가 돼 버린 현승이 재차 말을 이었다.
“혹시 김도준에 대해 좀 잘 아세요?”
“그 1팀에 도희 오빠 말하는 거지?”
김도준이기 전에, 김도희의 보호자로 불리는 1팀 사원.
어찌 되었건.
김도희로 인해 이런 곡을 만들게 되었으니, 일부는 그 집안에 되돌려 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 어린애가 지금껏 비밀을 유지해 주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무언가 보상을 해 줘야 할 것 같고.
“네, 그 김도준이요.”
현승이 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글쎄, 나도 우리 팀이 아니니까 자세히는 몰라. 근데 저번에 들어 보니까 교통사고로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크게 다쳐서 다리를 못 쓰게 되셨다고 하더라. 그러니 결국 그 집에서 돈을 버는 건 김도준, 하나뿐인 거지.”
말을 마친 김 실장이 어딘가 쓸쓸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그 녀석도 제법 어깨가 무겁겠어. 아프신 어머니에 어린 여동생까지… 하여간,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그 말에 현승이 “음.”하고 침음을 흘리기도 잠시.
“그 정도는 저도 알고 있어요.”
“네가 어떻게 알아?”
“꼬맹이가 말해 줘서 알죠.”
“너 꼬맹이랑 언제 그렇게 친해졌어?”
“여하튼, 좀 더 세세한 건 몰라요?”
“응, 내가 아는 정보는 여기까지야.”
현승이 “별 도움은 안 되네요.”하고 중얼거리자, 김 실장이 발끈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니, 알아보면야 사돈의 팔촌까지 알아볼 수 있지! 단지, 우리 팀이 아니니까, 모르는 거지!”
“그럼, 우리 팀이라고 생각하고, 사돈에 팔촌 집에 있는 숟가락 개수까지 좀 알아봐 주세요.”
그러고는 이내 왜냐며 반문하는 김 실장에게 차분한 어조로 첨언했다.
“저작권료가 쓸데없이 많아서 어디 쓸데가 없거든요.”
“뭐…?”
김 실장은 한동안 벙 찐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 *
김도준은 지금 제 눈앞의 풍경이 어색하기만 했다.
“저, 저기….”
하물며 제 앞에 앉아 있는 인물 또한 거의 접점이 없는 인물인 까닭이기도 했다.
“저를 왜 부르셨는지….”
그래.
지금 김도준이 불려 온 곳은 LS 엔터 이 사실로, 자신을 부른 건 다름 아닌 최근식 이사였다.
“내가 오늘 김도준 사원을 부른 건 사내 특별 복지에 관해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예? 사내 특별 복지요?”
“네, 자사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힘써 주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군요.”
“저는 LS 엔터의 발전에 많은 보탬이 되지도 못했거니와, 그러기엔 아직 너무나 부족한 사원입니다.”
그 말에 최 이사는 소리 없이 웃어 보였다.
“이런 겸손한 점을 높이 사, 올해 사내 특별 복지 혜택의 주인공으로 김도준 사원이 됐습니다.”
“혹시 어떤 복지 혜택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월급 인상은 기본이고, LS 엔터 사옥과 가까운 아파트 및 개인 차량 제공 그리고 본인을 포함한 가족의 병원비와 자녀 학급비를 지원합니다.”
“네…? 아파트, 차량, 병원비, 자녀 학급비까지 전부요…?”
최 이사는 아직 놀라기 이르다는 양 잠시 텀을 두고 부연했다.
“단, 김도준 사원은 미혼이니 동생의 학급비를 지원하는 걸로 대체할 수 있겠군요.”
잠자코 그의 말을 듣고 있던 김도준의 얼굴 위로는 놀란 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도 그럴게.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자신이 이렇다 할 큰 공을 세운 인물도, 에이스 직원도 아닌 까닭이었다.
하물며.
2년이나 넘게 LS 엔터에 재직하면서, 어깨너머로도 그런 복지 혜택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저, 저기 그런 혜택을 제가 받기에는 너무 과분한 것 같습니다.”
“과분해도 어쩔 수 없죠. 이미 내부적으로 다 결정된 사안입니다.”
김도준은 다급하게 “자, 잠깐만요.” 하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기에 넙죽 “감사합니다.” 하며 받을 수는 없었다.
그래.
왜 1팀인 자신에게, 오 실장님이나, 박 전무님도 아니고 경쟁팀인 2팀을 총괄하는 최 이사가 이런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 거지?
“앉으시죠.”
그런 제 심정을 읽기라도 한 양 최 이사는 은테 안경을 고쳐 쓰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추천인을 말해 드리면 되겠습니다?”
잔잔한 호수 같은 그의 말투에서는 일련의 위압감이 일렁였다. 김도준은 왠지 더 이상 반문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직감에, 고분고분히 “추천인이요?”하고 되물었다.
“예, 김도준 사원을 특별 복지 혜택 대상자로 추천한 인물이요.”
오 실장님인가? 설마 박 전무님? 두 분이 아니라면….
대체 누굴까? 아니, 그보다 정말 물어도 되는 걸까?
사내 선임들로부터 최 이사의 서글서글한 인상 뒤로 숨겨진 날카로운 이빨을 조심하라는 소리를 왕왕 들어온 터라, 쉽사리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 혹시….”
이윽고.
김도준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추천인이 누군지만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최 이사가 찻잔을 집어 든 채로 뜸을 들이기도 잠시.
탁-.
식어 버린 찻잔을 내려놓으며 답했다.
“김우현 실장입니다.”
“예?”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김도준이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었다.
* * *
“헤이, 호-.”
여성은 입으로 연신 동요를 흥얼거리며 토스트 위에 딸기잼을 듬뿍 떠 바르고 있었다.
슥, 슥-.
이 여성은 한강에 떠오른 드론 영상을 처음 발견했던 인물로서, 올해 스무 살이 된 김윤하였다.
“헤이, 호-.”
요즘 그녀는 ‘빼꼼이 가족’이란 동요에 흠뻑 매료된 채였다.
[ 비록 세상이 정해 둔 평범한 가족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 이뤄진 가족이던, 모든 가족이 부디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드론 영상으로 떠올랐던 말이, 그녀 맘속에 깊이 침식되어 있던 우울감을 단번에 없애 준 까닭이었다.
비록.
단, 둘밖에 없는 가족이라지만….
그 말처럼.
이젠 우리 가족 또한 행복해져도 되겠지.
“아빠, 출근 전에 이것 좀 드시고 나가세요!”
“와, 우리 딸이 만든 거야?”
“그럼요, 오랜만에 아빠를 위해 솜씨 발휘 좀 해 봤죠. 배가 든든해야 열심히 할 수 있죠.”
“이야, 토스트가 알맞게 타 버렸는걸? 그건 그렇고 알바하는 건 안 힘들어? 아빠가 용돈을 조금 더….”
“아니요, 괜찮아요. 정말 제가 재밌어서 하는 거예요. 요즘 따라 사람들 만나는 게 너무 재밌거든요.”
“우리 딸이 요즘 부쩍 활기차져서 너무 보기 좋다.”
이후.
여성은 아버지와 벌어졌던 사이를 좁히기 위해 두텁게 쌓아 온 거리감이라는 벽을 허물었다.
고작.
동요 하나가 만든 변화였다.
“헤이, 호-.”
김윤하는 출근하는 아빠를 배웅한 뒤, 습관처럼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모니터 한쪽 편에 빼꼼이 가족의 영상을 띄워 놓은 채, 기사를 확인했다.
확실히.
호의적인 내용의 기사들과 영상 조회수, 댓글 반응, 음원 차트만 보더라도 ‘빼꼼이 가족’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동요가 전하고자 하는 깊은 메시지에 매료된 ‘어른이’들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며, 한마디로 ‘빼꼼이 열풍’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래.
사람들은 하나같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동요라며, 열광했다.
“헤이, 호-.”
김윤하는 ‘빼꼼이 가족’의 차트를 확인하며 마치 제 일 인양 방긋 웃어 보였다. 요즘 부쩍 웃는 일이 늘었다.
정말.
장르를 떠나서, 무조건 잘되어야 하는 곡이라 생각했는데 제 생각보다 더욱 잘 되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런데.
내가 뭔가 도와줄 건 없으려나?
‘흐음….’
김윤하는 커뮤니티 게시물이나 기사를 눈팅하는 것으로 그쳤었는데, 오늘은 자신이 받은 위로에 대한 보답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졌다.
‘글솜씨는 별로 없는데….’
그녀가 컴퓨터 화면과 한참 눈싸움을 벌이기도 잠시.
타닥, 타닥-!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는지,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겼다.
하나.
얼마 가지 않아. 바삐 움직이던 김윤하의 손이 탁 멈췄고.
“어-?”
잔뜩 커진 눈동자는 거침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헐-!”
그리고 이내.
방안으로 충격에 빠진 김윤하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에, 엣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