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72)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72화(172/482)
“엣치스, 사랑해-!”
LS 엔터 사옥 앞 광장에서는 HS를 부르는 여성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 작곡가 HS, 주기적으로 한부모 가정 지원 단체에 후원해 온 사실이 밝혀져…. ] [ 한강 ‘드론 영상’ 옐로퐁이 준비한 이벤트 아니다. “HS가 개인적으로 진행한 것”.. ] [ 작곡가 HS, ‘빼꼼이 가족’의 저작권료 대부분 환아나 췌장암 말기 환자를 위해 쓰여.. ]때아닌 선행이 낱낱이 밝혀지기 시작했으며.
↳ 아니 진짜 좀 놔봐; 저 오빠가 먼저 나 꼬셨다니까?
↳ 엣치스 싸가지 없다던 사람들아; 이런 천사가 또 어딨냐?
↳ ㄹㅇ 엣치스 갈수록 호감임. 내 신랑감으로 딱이야.
현재 HS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떡상 중이었다.
「 내가 엣치스를 쭉 지켜봤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곡이 참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듣다 보니 웃고 울고 위로받는 나를 발견함..
가만 보면 케싱스 나왔을 때도 좀 독설을 날리긴 했지만 하나같이 다 뼈가 되고 살이 될 말들만 하긴 했음. 알맹이 없는 말들만 늘어놓는 심사평보다야 훨 좋았다고 생각함(개인적인 의견임. 반박시 니 말이 다 맞음) 거기다 이번 빼꼼이 가족 만들게 된 이유라던가, 드론 영상에 담았던 말들이나 정기 후원하는 거 보면 생각 깊고 아이들 좋아하는 것 같아. 아이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 없다던데 진짜 그 말이 딱 맞는 듯.
진지하게 너무 좋은 사람이라 계속 응원하게 되는 것 같아. 그런 의미로 팬싸라도 좀 열어주면 좋겠음.. 정말 내 인생 대학 합격 이후로 이렇게 간절히 바란 적 처음임.. LS 듣고 있나? 엣치스 듣고 있나??????? ]
심지어 HS의 팬싸 혹은 팬 미팅을 열어 달라며 청원 글이 올라오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아이고야.”
김 실장은 오늘도 LS 엔터 공식 SNS 채널이 전부 HS와 관련된 내용으로 도배되는 것을 보며, 지끈해진 이마를 짚었다.
좋아해야 할 일 아니냐고?
물론 다른 소속 아티스트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하늘이 도왔다며 좋아했을 테지만.
지금 이 사건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HS’이지 않나?
즉.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현승’이 당사자였기에 문제였다.
“현승아, 아주 네 팬들이 난리다, 난리야.”
“가만히 있으면 금방 잠잠해질 거예요.”
이런 사태에도 태연자약한 현승이었다.
“이러다가 다들 지치겠죠. 덕질도 떡밥이 계속 있어야 이어 나갈 수 있는 거예요.”
김 실장은 주억거리다 말고 슬쩍 미끼를 던졌다.
“그런 의미로 떡밥 좀 던져 주는 건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긴요, 아주 좋지 않다고 생각하죠.”
“에이, 눈 딱 감고 팬 서비스 한번 해 주는 건 괜찮지 않아?”
“싫어요.”
현승의 단호한 대답에, 김 실장은 답답하다는 양 어깨를 들썩였다.
“아니, 왜? 보통 네 또래 애들은 유명해지고 싶어서 안달 나 있고, 팬 미팅이란 단어만 들어도 흥분해서 방방 뛰는데, 너는 왜 그렇게 꽁꽁 싸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
“그냥 유명해지기도 싫고, 앞에 나서기도 싫어서 그래요.”
그러고는 이내.
“뭐, 방송 나가라는 것도 아니고 팬들을 위한 서비스 제공 한 번쯤은 해 줘도 되지 않아?”
오늘에야말로, 담판을 짓겠다는 양 현승의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
“그냥 싫은 거 말고, 정확히 왜 싫은지, 얘기를 좀 해 줘.”
김 실장이 달싹거리는 현승의 입술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냥….”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열린 입술에서는….
“한순간에 다 등을 돌려 버릴 것 같아서요.”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 현승의 얼굴 위로 알 수 없는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
김 실장은 처음 보는 현승의 모습에 금붕어마냥 입술만 뻐끔거렸다.
“어, 생각해 보니 미팅이 잡혀 있었네….”
이윽고.
대충 말을 얼버무리고는 다급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왠지.
자신이 현승의 상처를 들쑤신 것 같은 기분이 든 까닭이었다.
* * *
한편.
홀로 작업실에 남은 현승은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니.
예전 기억에 휩싸인 채였다.
↳ 민현승은 미슐랭이다. 얼굴, 능력, 성격 뭐 하나 맛없는 게 없으니까..
↳ 오늘 뉴퀴즈 나온 거 봤어? 진짜 쿨내 풀풀 풍기는 게 내 남자 확실해.
↳ 민현승 또 곡 나옴; 쉴 틈 없네; 이번 곡도 폼 미쳤어;
↳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완벽할 수가 있지? 평생 함께해.. 민현승..
↳ 이번 팬미팅 가려고 앨범에 월급을 다 털었다.. 내겐 이제 민현승 아니면 죽음뿐이다..
음악부터 방송활동을 종횡무진 누비다 보니, 어느새 웬만한 아이돌 수준으로 팬덤이 형성된 채였다.
원하던 바는 아니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손에 애정이 아닌, 칼이 들리게 된 건 한순간이었다.
↳ 원래 저렇게 여자한테 관심 없는 척하는 애들이 더 여미새인 거 몰라?ㅋㅋㅋ아주 룸살롱을 제집처럼 들락거렸다잖아ㅋㅋ 강남 바닥에 소문 파다하다더라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도 없는데.
↳ 아니; 학폭 가해자를 아직도 운운하는 또라이가 잇음? ㄹㅇ 세상 미쳐 돌아간다~
태어나 생전 누군가를 때려 본 적도 없는데.
↳ 어쩐지 눈깔이 마약 빤 눈깔이더라니; 여태껏 낸 노래가 죄다 마약 바이브였네~
마약은커녕, 담배도 입에 대 본 적이 없는데.
↳ 인상부터 딱 인성 사이즈 나오잖슴 민현승 좋다고 따라다니던 애들이 불쌍할 정도임;
↳ 민현승 맨날 방송 나와서 쿨가이인 척하면서 막말하는 거 꼴보기 싫었는데 잘 됐누ㅋㅋ
↳ 내가 저색기를 왜 좋아했을까? 여태껏 내가 쓴 시간, 돈, 마음이 너무 아까워ㅠㅠㅠㅠㅠ
자신이 발을 헛딛어 넘어진 순간,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짐승처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그러고는 유유히 등을 돌려 사라져 버렸다. 마치, 모든 것이 물거품이었던 것처럼.
허망했다.
따로 해명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자신을 싫어하다 못해, 증오하는 사람들을 붙잡고 사랑이나 진심 따위를 구걸하고 싶지도 않았다.
까짓거.
모두가 자신을 싫어해도, 음악만 들어 준다면야.
그래서.
돈을 벌고,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가정만 배불리 먹일 수 있다면야 아무런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냥 맘 편히 성격대로 살아온 자신의 업보겠거니, 생각하며 안일한 시간을 보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부를 잃었다.
가족은 물론이고.
자신마저 갈 길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기적처럼 되돌아온 지금.
돈보단, 마음에 이끌려 살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 주는 이들이 점차 늘어났다.
그래.
혹시 어쩌면 이번 생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설령 자신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괜찮냐 물으며 일으켜 줄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아아.
[ 민현승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 ]헛된 기대 말자.
[ 이젠 걔 노래만 들어도 소름 끼쳐 ]절대로.
[ 이쯤되면 민현승 자살할 때 되지 않았냐? ]그럴 리 없을 테니까.
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젠 견뎌 낼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덩달아 가족을 지킬 힘조차 잃어버릴지도 모르지 않나?
“후….”
현승이 잠시 몰려오는 현기증을 느끼던 찰나였다.
띠링-!
이번 생은 그냥 혼자 조용히.
[ 오빠, 오늘 빼꼼이 가족 30위 권 안에 들어온 기념으로 치킨 어때? 나 말고 아빠가 먹고 싶다 구랬어! 진짜야! ]그래, 가족이나 챙기면서.
띠링-!
정말 내 사람이나 챙기면서.
[ 동쪽아 카페테라스에 웰컴 티 달아놨다. 가서 찾아 마셔. ]그냥.
그렇게 살자고.
다시 한번, 다짐한 현승이었다.
* * *
박 전무는 오 실장을 데리고 사옥 근처에 새로 생겼다는 한정식집을 찾았다.
“덕분에 그 비싸다는 코스를 다 먹어 보네요, 감사합니다.”
“남은 하반기도 힘내서 1팀 잘 끌어 보라고 사 준 거야.”
“그럼요, 잘 알고 있습니다.”
둘은 든든해진 배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사옥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다들 안 춥나?”
제법 쌀쌀해진 늦가을 날씨에도, 사옥 앞은 LS 엔터의 소속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팬들로 바글거렸다.
그중.
가장 뜨거운 팬덤이 있었으니….
“엣치스!!!!!!!!!!!!”
바로, 매니지먼트 2팀 전속 작곡가 HS의 팬덤이었다.
“저번처럼 사옥 앞에서 짧게 게릴라 팬싸라도 해 주면 안 돼요?”
그의 팬덤들을 보안 요원들을 붙잡고 통 사정을 해 대고 있었다. 사실 이해가 아예 안 가는 건 아니었다.
그래, 오죽하면 저럴까.
눈앞에 보이기는 하는데, 얼굴 사진 한 장조차 없으니 덕질을 이어 나가는 그들로선 답답하겠지.
무슨 신기루를 좇는 것도 아니고.
그때.
박 전무는 넥타이를 고쳐 매며 이죽거렸다.
“얼씨구? 아주 아이돌이네, 아이돌이야.”
그 말에 오 실장이 보태듯 말을 얹었다.
“사실상 아이돌이에요. 이번에 공식 팬카페 가입자 수가 십만 명이 넘었다는 것 같더라고요.”
다만, 두 사람 모두 말투와 달리 표정은 꽤나 평화로웠다.
아무래도.
HS를 인정하고 나니, 맘이 편안해진 모양이었다.
“얼른 커피나 마시러 가자고.”
그 말을 끝으로 사옥을 향해 속력을 내려던 찰나였다.
“저, 저기요-!”
별안간 뒤에서 우당탕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LS 엔터 직원분들 맞으시죠?”
고개를 돌리니, 미모의 여성 둘이 잔뜩 눈치를 살피며 서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오 실장이 앞장서 물었다.
“혹시, 이것 좀 HS 씨한테 전해 주시면 안 돼요?”
그러나.
되돌아온 답변에 당황했다.
“저기 요원분들한테 드리면 그냥 폐기하는 것 같아서요.”
박 전무는 뒤에서 콧방귀를 뀌었고.
“HS랑 안 친해요.”
오 실장의 얼굴 위로는 잔뜩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제발 한 번만 부탁드려요.”
그러고는 재차 애절하게 부탁해 오는 여성에게 완강히 답했다.
“그냥 저기 보안요원분들한테 전해 주시면 돼요. 폐기 안 하고 다 전달해 드리니까.”
“제발요, 네? 팬들이 정말 진심 담아 적은 팬레터를 대표로 받아온 거라서 그래요.”
“거참, HS랑 안 친하다니까요?”
오 실장이 그냥 몸을 돌려, 가 버리려던 찰나였다.
“줘.”
박 전무가 그녀들의 손에 들려 있는 박스 하나를 휙 뺏어 들었다.
“어, 어….”
척 보기에도 매서워 보이는 박 전무 앞에서, 여성들은 흠칫 떨며 걱정스럽다는 양 물었다.
“서, 설마 버리시려는 거 아니죠?”
“저희 그냥 보안요원한테 전달할게요. 다시 돌려주시면 안 돼요?”
박 전무는 어이없다는 양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날 뭐로 보는 거야.”
그러고는 이내 박스를 가볍게 흔들며 덧붙였다.
“편지 주제, 왜 이렇게 무거워.”
오 실장은 사옥을 향해 유유히 걸음을 옮기는 박 전무의 뒤를 쫓으며 조심스레 물었다.
“저, 전무님, 진짜 전달해 주시게요?”
박 전무가 침음을 흘려 보이기도 잠시.
“난 HS랑 친해.”
그 말만을 남긴 채 어딘가로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와,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
로비에 홀로 덩그러니 남은 오 실장은, 멀뚱히 서 있었다.
“박 전무님이 친하다고 한 거야?”
재차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기가 차다는 듯 웃어 보였다.
“참나….”
정말이지.
“HS 진짜….”
부러워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