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184)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184화(184/482)
어디선가 본 걸 기억하고 있던 현승이 엔딩 포즈를 취한 채 숨이 차는 양 심장을 잘게 들썩거렸다.
그에 따른 효과는 굉장했다.
“아, 아파….”
누군가는 심장이 멎을 것 같다며 가슴 통증을 호소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너무 놀란 나머지, 눈물을 쏟기도 했다.
“흐, 흑, 흑-.”
더욱 심한 케이스로는….
“여, 여기 구급차 좀 불러 주세요!”
별안간 신음을 토하며 실신해 버린 사람도 있었다.
팬 미팅장은 말 그대로 일순간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뭐….
신기루처럼 꿈에서만 봐 왔던 얼굴을 측면으로나마 실제로 보게 되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잠시만 나와 주세요.”
HS는 곧장 헬멧을 다시 뒤집어쓰고는, 무대를 내려와 쓰러진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
“거기, 119 좀 불러 주세요.”
바로 옆에 서 있던 다른 팬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네, 오빠, 제가 부를게요.”라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아직 의식은 있는 것 같은데….”
HS는 침착하게 쉴드를 올리고, 실신한 팬을 흔들어 깨워 대기 시작했다.
“어? 너 미소 맞지? 야, 괜찮아? 정신 좀 차려 봐.”
그녀는 희미해져 가는 시야 속에 HS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한 것도 모자라, 그가 자신을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 주자…
“에, 에치스….”
유언 같은 한 마디를 남긴 채, 결국 정신 줄을 놓아 버렸다.
탁-.
HS는 곧장 쉴드를 내리고는, 진미소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아까 신고한다던 여성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119 신고했어요?”
“네? 네-.”
“아주 잘했어, 굿잡.”
HS의 말에 여성은 혼절할 듯한 기분을 느꼈다. 정말, 신고하고 싶다. 혼인 신고.
‘나도 혼절할걸….’
그 여성은 몹시 아쉬운 듯 마른 입술을 달싹였다.
머지않아.
“스태프 여러분, 팬 미팅 정리 좀 잘해 주시고, 스태프 몇 분만 저 좀 따라와 주시겠어요?”
주변에 모여든 스태프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HS와 함께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것 또한 효과는 굉장했다.
“꺄아! 한 번에 들어 올리는 거 봤어? 미쳤나 봐!”
“와, 단번에 상황 정리해 버리는 결단력 봐.”
“아, 나도 실신할걸. 안길 수 있었는데….”
팬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입을 모아 HS를 칭송하기 시작했다. 팬 미팅장 안 사람들의 덕력이 더욱 상승하는 순간이었다.
한편.
현장 정리를 맡게 된 스태프 한 명이 무대 위에 덩그러니 남겨진 제이블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제, 제이블 님, 혹시 MC분하고 팬 미팅 마무리 멘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이블은 귀찮게 되었다는 듯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그러죠, 뭐.”
제이블은 헬멧을 벗으며, 헝클어진 머리칼을 매만지며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상황이 이러니, 뭐 별수 있나.
“저 녀석, 뒷정리는 나 시키고 혼자 멋진 척은 다 하네….”
그래도.
“HS 팬 여러분, 다시 자리에 앉아 주세요. 이 자리를 비롯하여 전해 드릴 특급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굴러가는 상황을 보았을 때, 콜라보 앨범은 보나, 마나 성공적일 터였다.
* * *
팬 미팅에서 벌어진 팬 실신 사건은 다행히 별 탈 없이 일단락되었다.
물론.
덕분에 커뮤는 아주 시끄러워졌지만.
「 얘들아 지금 막 뜬 기사 봤어? HS 팬미팅 장에서 실신한 사람 있대 ㅋㅋㅋㅋㅋㅋㅋ 뒤따라 나온 팬들 인터뷰로는 엣치스 얼굴 보고 실신해 버린 것 같다고 했다는데ㅋㅋㅋㅋㅋ진짜 얼굴 보고 실신한 거면; 뭐 얼마나 잘생긴 거임?ㅋㅋㅋㅋㅋ 아.. 근데 그럼 이제 엣치스 슬슬 얼굴 공개하는 건가? 그날까지 숨참고 존버한다,, 」
팬미팅 장소나 정확한 일시는 초대권을 받은 이들만 알고 있었고, 기자들도 부르지 않았었다.
↳ nibus: 지금 이걸 보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지금 저기 팬미팅 장소로 가야할 것 같은데 제발 장소 좀 찍어줘요 어떻게서든 갈테니깐
↳ yenn: 미친 얼굴 공개를 했어???????????????????
↳ 찬럽 : 드디어 얼굴공개 ♬♩♩ 무챳다
↳ 온소유 : 같이 보자 어? 같이 보자고
↳ 연이 : 얼굴 공격을 당한 팬들 심장 괜찮으려나ㅋㅋㅋ
↳ 아쉽다 : 아 미친 니듀 보여줘요
↳ garfield: 얼굴 질러!!!
↳ 니르바나 :500명은 계탔네
그러나.
현란한 모자(*불꽃 마크가 가로지르며 새겨져 있고, 레인보우 홀로그램 필름지가 주렁주렁 매달린, 현승이 직접 디자인해서 선물한 팬서비스용 모자)를 쓴 여자들이 서울 모 아트홀 앞에 모여 있다는 글이 유명 커뮤에 올라오면서 눈치 빠른 기자들이 아트홀 앞으로 출동하기에 이르렀다.
「 아니 나 방금 홍배역 근처 아트홀 앞에 지나가다가 이상한 걸 봤거든? 이거 대체 무슨 모자임? 저 사람들 모하는 건지 알아? 여기서 예능 촬영하나? + 사진첨부 」
↳ 글승 : 저거 엣치스가 팬들한테 돌린 모자임,, 팬미팅 드레스 코드란 말야,, 어떻게 아냐고? 내가 저 사진 속에 있거든.
↳ 봄봄봄 : 안돼~~~! 평생 박제될거라고!!
↳ 시리어스 : ㅋㅋㅋㅋ ㅋㅋㅋㅋ 저정도면 벌칙아니냐고~~~대단한 에! 에치스!!
↳ 로덕regina : 왜 우리가 부끄럽냐…내가 대신해서 사과한다
↳ 바냐 : 나만 그런가.. 나 살짝.. 아주 살짝 우리 오빠가 부끄러워
↳ 아인-작가님들되게졸귀세요 : ㄹㅈㄷ 모자에 레이스 무슨일ㅋㅋㅋㅋ
↳ 티나 : 미적감각 마비ㅋ
뭐, 그 덕분에 현승은 미적 감각 논란과 함께 실신한 팬을 구해 냈다는 미담이 생성되었다.
아아.
그걸로 다였다면, 현승이 지금 소파에 고개를 처박은 채 미친놈처럼 중얼거리고 있진 않았을 터였다.
“하지 말았어야 해….”
콜라보 앨범에 대한 무대는 사전에 약속된 대로 팬들이 촬영을 안 한 건지, 그냥 개인소장하고 있는 건지는 몰라도.
다행히.
단 한 줄의 언급이나 사진조차 없었지만.
[ 얘들아, 떡밥 많이 기다렸지? 엣치스 잔망 재롱잔치 영상 푼다. ]팬 서비스용으로 선보인 빼꼼이 무대라든가, A.N.P 챌린지에 대한 영상과 사진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으레 이런 팬미팅 영상은 해당 아티스트의 팬들만 보겠지만….
현승은 워낙 신비주의였던 케이스라, 팬이 아닌 사람들마저 너나 할 것 없이 궁금증을 못 참고 영상을 클릭했다.
그 결과.
팬 미팅이 끝난 지, 단 한 시간밖에 안 된 이 시점에 ‘엣치스의 재롱잔치’ 영상의 조회수는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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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미팅 입장할 때부터 휴대폰을 다 걷어 버렸어야 했나.
↳ 정했어, 내 꿈은 저 하얀 곰 발바닥 장갑이야.
↳ 라이더 재킷에 하얀 곰발바닥이라.. 괴리 오지는데 멋지고 귀엽고 다 해쳐먹어라;
↳ 뿌잉뿌잉할 때 내 심장은 이미 산산조각 났어.. 책임져..
실신한 팬을 구급차에 태운 뒤, 몰려드는 기자와 뒤따라 나온 팬들로부터 도망치다시피 사옥으로 돌아온 현승.
‘생각보다 판이 커졌어….’
스태프로부터 팬이 깨어났다는 연락을 받은 이후 몰려오는 탈력감과 후회로 계속 땅굴을 파고 있었는데….
“현승아-.”
김 실장은 그런 현승을 살살 타이르듯 입을 열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친근한 이미지도 만들고….”
“친근한 이미지 만들어서, 빼꼼이네 반장 할까요?”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타격이 큰 모양이었다.
띠링-!
그때 현승은 주머니에 울리는 휴대폰을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언제 이렇게 온 거지?
[ 오늘.마지막..무대..정말..최고셨습니다..오래오래..맘속에..간직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온 문자는 강하준이었다.
무시하고.
[ 고생하셨습니다. ] [ 고생하셨습니다. ]서지니와 안지호는 무뚝뚝한 성격답게 아주 형식적인 문자가 와 있었다. 근데 둘이 짰나? 어떻게 점까지 똑같이 보냈지?
[ 작곡가님이 직접 노래하실 거라고 말 안 하셨어요? 그래서 백스테이지에서밖에 못 들었잖아요! 아니었으면 무대 끝나자마자 저도 음향실로 가 있었죠! 너무해요! ]그다음으로는 정아린이었다. 역시나 문자 메시지조차 시끄럽다.
[ 작곡가님 실신한 팬은 어찌 되셨어요? 근데 진짜 같은 남자가 봐도 오늘 좀 숨 멎게 잘생기시긴 했더라고요; ]그다음은, 최정혁의 넉살이 섞인 문자였고.
[ 혹시 오늘 팬미팅에.. 마음대로 찾아가서 많이 화나셨을까요…? 정말 죄송해요.. ]윤제이의 소심함이 고스란히 담긴 문자도 와 있었다.
[ 팬들 입단속 시켜놨으니까 걱정 말고 쓰러진 애나 잘 챙겨라. ]그리고 제이블의 간결하지만 가장 반가운 내용이 담긴 문자까지.
스으윽-.
현승이 커피나 마시고 속을 달래야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던 찰나였다.
띠링-!
김도진으로부터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아기고미 부곳곰도 세당해서 재이루 됴아해 ]아무래도, 도희가 제 오빠 폰으로 보낸 모양이다.
띠링-!
아니나 다를까, 뒤이어 김도진이 내용을 설명하며 감사 문자를 보내왔다.
[ 도희가 오늘 작곡가님이 빼꼼이 무대하신 거 너무 좋았나 봐요. 직접 문자 보내고 싶다고 해서요. 팬미팅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후회한다 한들, 어쩌겠나? 어차피 창피함은 잠시뿐.
오늘이 누군가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면….
그걸로 됐다.
* * *
HS와 제이블의 콜라보 앨범 발매 일이 다가왔다.
[ [공식]두 천재의 만남, HS X 제이블 콜라보 앨범, 금일 6시 깜짝 공개! ]A&R 소속 직원과 엔지니어들은 한데 모여, 현승X제이블 콜라보 앨범의 트랙을 순차적으로 듣고 있었다.
“하, 이런 곡을 손 한 번 대 보지도 못하다니….”
그들은 아쉬움이 담긴 손으로 스페이스 바를 두드리며 트랙이 닳도록 몇 번이고 거듭 재생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앨범의 마스터링을 하필 제이블 측에서 맡게 되는 바람에, 아무런 후작업을 해 보지 못한 것도 아쉬운데.
“HS 씨는 정말 너무해….”
팬 미팅에서도 공개된 음원을, 오늘에서야 듣게 된 까닭이었다.
“우리도 팬이라면 팬인데, 우리한테는 오늘까지 안 들려주고, 심지어 노래도 이렇게 잘하는 건 진짜 너무 반칙 아니냐고….”
“그런 건 다됐고, 어떻게 우리한테 한 소절 양보도 없이 다른 사람 손을 빌릴 수가 있지? 이건 진짜 맘속에 담아 둘 거야….”
엔지니어들은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몰려와, 우중충한 기운을 내뿜었다.
짝, 짝-!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한 팀장은 소리 없이 한번 웃어 보이고는, 이내 손뼉을 두들겨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래도 팬 미팅에 갔던 인원 말고는 우리만 미리 들을 수 있게 된 거잖아?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말자고.”
엔지니어들은 삐죽거리는 입술을 움직여 “네에-.”하고 대답했다.
머지않아.
그들은 언제 자신들이 HS를 미워했냐는 듯, 아기새마냥 입을 모아 칭찬을 늘어놓았다.
“사실 이 앨범은 제이블이 HS빨 받은 것 같아. 그치?”
“그럼, 그럼. 제이블 혼자면 못 했지, 당연히.”
“근데 천재끼리 만나니까 이런 사달이 나는구나.”
“매번 역대급이다 싶었는데 이게 진짜 역대급이야.”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틀어 한 팀장을 보며 물어왔다.
“이번에도 대형 사고 날 것 같죠?”
그 물음에 한 팀장이 침음을 흘려 보이기도 잠시.
“대형 사고? 아니.”
단호하게 즉답하자, 엔지니어들은 화들짝 놀라며 속사포처럼 되물었다.
“왜요? 지금 인터넷 반응도 좋고, HS랑 제이블 콜라보 앨범인 것도 모자라, 직접 노래도 하고 곡 퀄도 미쳤는데, 대형 사고가 안 날 것 같다고요?”
한 팀장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응.”하고는 첨언했다.
“이 앨범은 대형 사고를 넘어서, 연속 충돌에 전복 사고지.”
맞다.
지금, 이 순간 한 팀장은 지금껏 자신이 예언한 대형 사고는 사고도 아닐 거라는 예감이 스쳤다.
“내친김에, 내기 한 번 할까?”
장담컨대, 이 앨범은 공개되는 즉시, 세간을 거꾸로 뒤집어 놓을 만한 초대형 사고일 터였다.
“무슨 내기요?”
“난 ‘이 앨범 타이틀 곡이 1위 찍는데 하루면 된다’에 걸게. 너희는 어디에 걸래?”
이윽고.
엔지니어들은 다시금 입을 모아 소리쳤다.
“당연히 ‘하루면 된다’에 걸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