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207)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207화(207/482)
LS 엔터테인먼트 옥상 테라스는 늘 사건 사고에 대한 소문이 끊이질 않는 곳이었다.
풍문, 낭설, 루머.
대부분이 이곳에서 입을 타고, 타고 와전되어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요즘 LS 엔터 내 이상한 소문이 하나 있었는데.
“하다 하다, 스스로를 감금시켜 버렸다잖아.”
그 소문의 주인공은 역시나….
“영 흉흉한 게 딱 우리 금동이 소문 같은데.”
“정답이에요.”
“그래, 딱 범상치 않은 게 금동이 얘기 같더라고.”
김우현은 곽 팀장의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하여간, 아주 사내 셀럽이야.”하고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흉흉하고 범상치 않은 소문의 주인공도, 사내 셀럽도 모두 현승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사내 셀럽 맞죠, 뭐.”
곽 팀장이 피식 웃으며 맞장구를 쳐 보였다.
적어도,
사내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을 꼽으라면 현승이었다.
그러니까….
셀럽이라면 셀럽이지.
“아니, 그래서 저건 또 무슨 얘기인데?”
김우현은 조금 전, 현승에 대해 떠들어 대던 직원들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물어 왔다.
“아.”
곽 팀장은 말하려 입을 열기도 잠시.
“말 그대로 스스로를 감금시켰다고나 할까요?”
“그게 무슨 말이야?”
김우현이 답답하다는 양 되물었지만, 곽 팀장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울 뿐이었다.
“아마 직접 작업실에 가 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 거예요.”
“거참, 치사하게 그럴래?”
“요즘 현승 씨랑 안 보신 지 좀 되지 않았어요? 제가 일부러 얼굴 볼 기회 드리는 거예요.”
“아주 고맙다, 그래!”
그 말을 끝으로 김우현은 곧장 옥상을 빠져나와 현승의 작업실로 향했다.
이내.
작업실 앞에 걸음을 우뚝 멈춰 선 김 실장은 곽 팀장이 왜 가 보면 알 거라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
“아니, 이게 뭐야?”
문 앞으로는 다 먹은 것 같은 배달 음식이 잘 묶여진 봉투가 두세 개 정도 놓여 있었고.
“갑자기 이런 걸 왜….”
작업실 문에는 여러 잠금장치가 걸려 있었다.
“이게 다 뭐람…?”
누가 보면 거의 국가보안실 정도 되는 줄 알겠다.
하나, 둘, 셋, 넷….
우선 육안으로 확인되는 잠금 장치만 네 개였다.
김우현은 문득 서운함이 밀려왔다. 요즘 자신이 바빠서 잘 못 왔거니와, 그래도 이런 걸 설치했으면 좀 말이라도 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또 눈 퀭해서 쫄쫄 굶으며 작업이나 하고 있을 게 분명해.’
김우현은 현승의 상태를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벨을 누르고자 다급히 뻗던 손을 움찔거리며 멈춰 세웠다.
그도 그럴 것이.
벨 버튼 위로는 대충 찢어서 붙여 놓은 듯한 종이가 데일밴드 하나에 의존해 매달려 있었는데….
이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 저주가 시작됩니다. 되는 일이 없으며, 4대가 멸할 것입니다… (중략)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딱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44분 이내로 가장 친한 사람 4명에게 이 메시지를 전달하여… (중략) 」
그 종이 위로는 딱 봐도 현승의 글씨로 추정되는 글씨가 휘갈겨져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유행하던 저주 메시지를 인용한 듯 보였다.
아주.
이럴 때 보면 아직 애긴 애였다.
띵-동!
이내 종이를 툭 떼 버리고는, 벨을 눌러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이렇게 벨 눌러 보기는 처음이네.
김우현은 어째선지 긴장이 몰려와, 목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현승아, 나야.”
조금, 아니, 조금 많이 오그라드는 것 같은 기분이다.
“으음….”
그런 창피함을 무릅쓰고, 불렀건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꾸도 돌아오지 않았다.
똑, 똑, 똑-!
김우현은 늘 그랬듯 일정한 간격을 두고 문을 두들겼다.
하나.
안에 없는 건지, 아무런 반응조차 없었다.
“어디 간 거지….”
김우현은 곧 회의를 들어가 봐야 하다 보니, 못 봐서 아쉽지만 걸음을 돌리기로 했다.
“현승아, 나 갈게….”
문에 올려 둔 손을 힘없이 내려놓으며 아련히 중얼거리던 찰나였다.
“김 실장님?”
제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강하준이 멀뚱히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맞다. 본부장님 되신 걸 계속 까먹네요, 죄송해요.”
“아니야, 그럴 수 있지. 너도 현승이 보러 온 거지? 근데 어디 갔는지, 안에 없는 것 같더라.”
“아, 작곡가님 작업실에 온 건 맞는데 보러 온 건 아니에요.”
이내 강하준은 제 양손에 가득 들린 배달 음식 봉투를 흔들며 말했다.
“저는 그냥 배달해 드리러 온 거예요.”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문 앞에 놓인 다 먹은 배달 음식 봉투와 맞바꿔 들었다.
“뭐, 뭐해?”
김우현은 그런 강하준을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며 되물었다.
“너 요즘 투잡하니?”
그 물음에 강하준이 “농담도 잘하셔.”하며 웃어 보이고는 부연했다.
“작곡가님이 요 며칠 아예 안 나오시거든요. 그래서 제가 음식만 이렇게 전달 드리고 있어요.”
설명을 전해 들은 김우현은 더욱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때.
문 안에서 철커덕, 턱, 드르륵 이런 소리가 들려오기도 잠시.
끼이익-.
문이 살짝 열리더니 마른 팔 하나가 쑥 나와, 배달 음식 봉투를 빠르게 낚아챈다.
그러고는 머지않아 다시금 “쿵”하고 문이 닫혀 버렸다.
“하준아, 너가 고생이 많다.”
“그래도 굶지 않으시니 다행이죠.”
“착하기도 해라.”
아니, 근데 올드보이야, 뭐야.
왜.
요즘 사내에 HS가 스스로를 감금 시켰다는 흉흉한 소문이 도는 줄 알겠다.
저러니.
그런 소문이 안 날 리가 있겠는가?
“하준아, 그런 의미로 종종 식량 배급만 부탁할게. 나도 틈틈이 커피는 배달해 볼게.”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또.
엄청난 걸 만들어 내고 있을 테니, 잠자코 기다리는 수밖에.
* * *
회의실을 찾은 김우현은 곧장 최 이사의 옆자리로 향해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본부장이라는 직책을 부여받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큼, 흠.”
상석으로부터 거리가 제법 있는 자리에 미리 와 앉아 있던 오 실장은, 그런 김우현을 보며 언짢다는 듯 헛기침해 보였다.
그러나.
오 실장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젠 정말 둘의 간극이 확연히 벌어져 버린 셈이니, 마음에 안 들더라도 계속 뚱해 있을 수는 없었다.
“김 실, 아, 김 본부장님 오랜만입니다.”
오 실장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김우현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전했다.
“본부장님 되셔서 그런가, 아주 요즘 신수가 훤하시네요.”
“그런가? 칭찬 감사합니다.”
김우현은 어깨를 슬쩍 들썩여 보이고는 앉으라는 뜻으로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지금, 이 순간.
오 실장의 얼굴에는 “재수 없어.”라고 쓰여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건 그거대로 보는 맛이 있으니 내버려 두기로 했다.
이윽고.
대표까지 장내로 입장하자, 본격적으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이제 슬슬 한파가 끝이 나고 있으니, 매니지먼트 본부의 ‘봄’ 계획에 대한 최종 점검을 진행할 때가 온 것이다.
우선.
우리 금동이 드라마 OST는, 아마 드라마 방영 시작인 5월에 맞춰 진행될 테니 아직 좀 남았고.
‘그럼, 지금은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 거지?’
김우현이 그런 생각들로 잠시 넋을 놓고 있던 찰나였다.
“본부장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와 함께, 최 이사가 제 옆구리를 가볍게 툭 찌르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예?”
이내 공중에서 대표와 시선이 딱 맞물렸고.
알 수 없는 정적이 흐르기도 잠시.
“이제….”
그는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김우현은 곧장 자세를 고쳐 잡으며, 덩치만큼 우렁차게 “물론입니다!”하고 소리쳤다.
얼마나 씩씩했는지.
소리만 들으면, 군대로 오해할 수도 있을 터였다.
이윽고.
대표는 뒤로 기대고 있던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당연히 아실 테지만, 요즘 민현승 씨가 작업실에 틀어박혀 안 나온다는데….”
그러고는 말끝을 흐리기도 잠시.
“작성해서 올려 주신 최근 보고서에는 드라마 OST 제작 완료라고만 되어 있던데.”
긴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볍게 훑으며 물어왔다.
“그럼, 지금은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까?”
어라?
지금 대표의 표정이 묘하게 신난 것처럼 보였던 건 자신의 착각이겠지?
그래.
대표는 그런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는 인물이 아니다.
아주 간혹 표면적으로 웃음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딱 일시적인 비즈니스용이었다.
“본부장님은 당연히 아시겠죠?”
마지막으로 덧붙인 물음에, 김우현은 입매를 꾹 다물었다.
이걸 어쩐담.
요즘 통 못 보기도 했거니와, 드라마 제작 외에는 별도로 전달받은 바가 없었는데….
“그게….”
김우현이 무어라 답해야 할지 고민을 이어 나가기도 잠시.
“사실 지금 HS가 그 누구의 방문도 허락하지 않고 있는 터라, 저조차 무슨 작업 중인지 파악하고 있지 못합니다.”
솔직히 털어놓았다.
“회의 끝나는 대로 다시 한번, 연락 시도해 보고 빠른 시일 내로 보고서 올려 두겠습니다.”
물론.
포장해서 말하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사실이지 않은가?
지금 현승은 스스로를 감금시킨 뒤, 강하준이 건네주는 군만두만 먹으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정확히.
현승의 입으로 곡을 작업하고 있다고 들은 건 아니었지만, 작업실에서 명상을 몇날며칠씩 하고 있진 않을 테고.
그렇다면.
또 기가 막힌 곡을 새로이 만들고 있는 게 분명했다.
‘쓰읍.’
근데 정말 무슨 작업 중인 거지? 이제 또 슬슬 봄이니까, 산뜻한 시즌송 하나 제작 중인가?
“그렇군요.”
대표는 못내 아쉽다는 듯, 천천히 주억거리고는 첨언했다.
“그러다 쓰러지면 큰일이니, 본부장님이 바쁘시겠지만 신경 좀 써 주셔야 겠습니다.”
“아,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째선지.
김우현은 자신이 현승의 담임 선생님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차라리.
‘학부모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한편.
박 전무는 말하고 싶어, 입이 간질거렸다.
그래, 정말 맘 같아선….
“지금, 그 녀석은 저를 모티브로 끝내주는 곡 하나 제작 중입니다!”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사실 박 전무는 자식의 반응에 대한 걱정과 체면을 생각해 마냥 좋아라하고, 티를 내진 못했지만….
내심 현승이 그런 제안을 해 준 것에 대해 기쁘기도 하고,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뭐라 그랬더라?
딸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을, 제 음성이 녹음된 파일로 빗대어 작업해 볼 요량이라 그랬던가?
뭐….
어찌 되었건 자신이 녀석의 ‘뮤즈’라는 뜻 아니겠나.
무엇 보다.
녀석이 김우현을 모티브로 잡고 곡을 썼다는 소리는 아주 작은 소문으로라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사내 인물 중에서는 자신이 처음이지 않나?
“큭.”
박 전무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고.
“큼, 큼!”
이내 멋쩍은 얼굴로 코를 만지작거렸다.
“이상하다. 벌써 봄이 오나? 왜 갑자기 재치기가….”
장내는 삽시간에 얼어붙어 버렸고.
짝-!
박 전무는 제 두 손을 맞잡으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회의 마저 이어 하시죠!”
정말이지.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형편없는 변명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