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208)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208화(208/482)
현승은 요 며칠 작업실에서 독수공방 중이었다.
“이 느낌이 아닌데….”
아니, 어쩌면 본인과 싸우는 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다시.”
탁-!
“아씨, 다시.”
탁-!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다시” 지옥을 선사하며 섹션을 통째로 지웠다 붙였다를 반복했다.
어느덧 트랙이 통째로 뒤엎어지기도 수십 번째….
타-악!
현승이 마지막으로 스페이스 바를 힘차게 누르며 저장을 완료했다.
정말이지.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이렇게나 고되다 느껴진 작업은 없었다.
시간이나 기술적인 요인으로 고되다고 느껴진 건 아니다.
그냥….
심리적인 부분에서 애매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까닭인 것 같다. 아버지가 되어 자식을 바라본 적이 없었으니까.
물론.
이것으로 모든 작업이 끝난 건 아니었다.
만약.
지금의 곡 작업을 집 짓는 과정에 빗대어 말해 보자면….
이제 고작 설계대로 지붕과 벽만 만들어 놓은 것뿐이고.
내부 인테리어는커녕….
가구 따위를 하나도 들여놓지 않은 상태랄 수 있었다.
곡만 만들어졌을 뿐.
가사도, 가수도 정해진 게 없었다. 이제부터 차곡차곡 채워 나가야 할 일들이었다.
그럼.
머지않아 완성된 모습을 세간에 선보일 수 있으리라.
“하….”
현승은 가사를 쓰기에 앞서, 집을 찾았다. 정말 이젠 머리를 식혀야 하는 타이밍도 맞지만….
“아버지는?”
오늘은 아버지의 건강검진이 있는 날이었다.
“방에서 준비하고 계셔.”
거실 소파에 늘어져 있던 현아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쪼르르 곁으로 다가와선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 대며, 되물었다.
“근데 오빠 얼굴이 왜 그래?”
“내 얼굴이 왜?”
현승이 제 뺨을 문지르며 되묻다 말고는 이내 “아.”하고 탄식을 뱉었다. 손바닥에 느껴진 감촉이, 마치 사포를 만지듯 까칠까칠했던 까닭이었다.
“뺨이 아주 바싹 말랐어.”
현아는 걱정 어린 눈으로 제 몸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피며 덧붙였다.
“살도 좀 많이 빠진 것 같은데?”
“요즘 좀 잠을 못 자서 그래.”
“오빠, 한참 작업할 때는 어쩔 수 없는 거 아는데 웬만하면 집에 와서 자도록 해. 그래도 엄연히 작업실은 일하는 곳이잖아. 집만큼 편하진 않을 거 아냐.”
“예,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현승은 제 동생의 잔소리가 늘어지는 것을 방지해 대충 대답하고는 방으로 얼른 대피했다.
그래도.
가족이라고 제 변화를 잘 알아채 주는 걸 보니….
기분이 좋은 것도 같다.
현승이 미소를 머금은 채, 옷을 갈아입고 있던 그때.
똑, 똑-!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싱긋 웃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다.
─ 준비 다 하셨어요?
─ 응, 아들 안 피곤해? 현아 말대로 얼굴이 반쪽이야.
─ 요 근래 살이 조금 빠져서 그래요. 정말 괜찮아요.
─ 아들, 너무 무리하지 마. 현아랑 다녀와도 돼.
─ 저 정말 괜찮아요.
─ 방금 현아가 자기 차 타고 가는 게 나을 것 같다더라고.
─ 아버지, 현아 차 탔다간 오늘 안으로 집에 못 돌아오실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아버지는 또다시 방긋 웃어 보이시고는 천천히 주억거렸다.
─ 금방 준비하고 나갈게요.
아버지는 그 길로 다시 문을 닫고 나가셨다.
탁-.
현승은 재빨리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었다.
사실.
현아와 가겠다는 아버지의 물음에 “그러실래요?”라고 답하고픈 마음이 턱 끝까지 차올랐었다.
하나.
건강검진만큼은 자신이 꼭 동행하여 챙겨 드리겠노라 다짐했던 바 있었기에 제아무리 피곤하고, 바쁘더라도 미뤄 두고 싶진 않았다.
터벅, 터벅.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거실로 나가니, 아버지랑 현아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 꽂혔다.
─ 아빠, 오빠 얼굴 좀 봐. 그냥 나랑 가요.
─ 아무래도 그러는 게 나을 것 같구나.
둘은 아직도 병원을 누가 동행하느냐로 얘기를 나누고 있던 모양이다.
“민현아, 들어올 때 보니까 네 차 위에 먼지가 소복하던데 무슨 아버지를 모신다고.”
“이럴 때 쓰라고 사 준 거 아니야?”
“네 우당탕탕 초보 운전 탈출기에 아버지 활용하지 말고, 그냥 집에 얌전히 있어.”
“오빠야 말로 고집 피우지 말고 그냥 집에서 좀 쉬어.”
제법 매섭게 눈매를 치켜뜨며 말하는 여동생의 얼굴을 바라보다 피식 웃어 보이기도 잠시.
“쓰읍, 그렇게 모셔가고 싶으면 여태 받은 용돈이랑 차 키 다 반납하고 다녀와.”
“힝, 오빠는 치사하게 그런 걸로 협박하기 있냐!”
“힝? 지금 힝이라고 했냐? 정말 협박이 뭔지 보여 줘?”
현아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너무해.”하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방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아무래도.
단단히 삐진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더욱 중요한 건 아버지의 몸을 체크하는 일이다.
─ 아버지.
삐져서 쏙 들어가 버린 딸의 방문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버지를 불러 세웠고.
─ 저와 함께 가실까요?
이내.
현승은 승자의 미소를 지어 보인 채, 아버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 * *
병원을 찾은 두 부자는 퍽 어색해 보였지만, 그래도 큰 대기 없이 검사를 빠르게 끝마칠 수 있었다.
─ 아버지, 배고프실 텐데 우선 이거라도 좀 드세요.
간단한 결과는 당일에 바로 받아 볼 수 있다고 하여, 자리를 잡고 앉은 뒤 하룻동안 굶었을 아버지를 위해 간단한 양갱과 쥬스 하나를 사 왔다.
─ 맛있겠다. 고마워.
아버지는 한결같이 다정한 눈빛으로 자신과 눈을 마주하며 웃어 주신다. 아들로서 당연한 걸 해 주는데도, 고맙다니.
이게 뭐 별거라고….
아마 자신이었다면 당장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감사하다는 말은커녕, 입으로 양갱을 쑤셔 넣기 바쁠 텐데 말이다.
그건 사랑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감사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일 터였다.
물론.
자신이 표현에 인색하고 서툰 것도 한몫을 할 테지.
현승이 상념에 잠겨 있던 그때.
“아니, 괜찮다니까 그러네!”
별안간 큰 소리가 들려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늙은 남성이 보였다.
그의 짙은 미간 주름은, 화가 난 탓인지 아니면 애초에 화를 너무 많이 내고 살아온 탓에 저렇게 자리를 잡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병원 입속 챙기려고 하는 말들에 속아서 수술대에 누울 것 같아!”
쩌렁쩌렁하게 소리치는 늙은 남성의 옆으로는 30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난처한 얼굴로 서 있었다.
“아버지, 정말 이제는 수술하셔야 해요. 더 이상 미루면 수술도 할 수 없게 된다고요!”
아마도 난동을 피우고 있는 늙은 남성의 아들인 듯 보였다.
“수술한다 한들, 확률도 적다는데 뭣하러 해!”
“그래도 해야죠.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걸어 봐야죠!”
“됐어, 그래 봐야 그냥 더 힘들게 죽어 갈 뿐이야.”
“이게 고집 피우신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아들은 답답하다는 듯 머리카락을 잔뜩 헝크리고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재끼며 말을 이었다.
“아니, 아버지는 어떻게 나이가 드셔도 변하질 않아요? 제발 미련하게 버티지 마시고, 한 번쯤은 자식한테 못 이기는 척 져 주기도 하고 그러면 안 돼요? 어떻게 된 게 매번 이렇게 자식 속을 긁어 놓냐고요!”
“뭐, 인마? 너랑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너 그냥 가. 빨리 회사나 다시 들어가라고!”
“하, 진짜… 마음대로 하세요!”
결국 그 말을 끝으로 아들은 성질이 잔뜩 섞인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자리를 떠났다.
이내.
홀로 남은 늙은 남성은 혼이라도 빠져나간 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어, 어… 괜찮으세요?”
근처를 지나가던 간호사가 황급히 달려와 그를 부축하고자 했지만.
“놔. 이 나쁜 것들, 내가 췌장암이라니! 무슨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말들이나 씨부리는 것들! 내 아들 돈은 절대 못 내놓으니까 수술 같은 소리 입 밖으로 한 번 더 꺼내 놓기만 해!”
남성은 거칠게 뿌리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휙 돌아가 버렸다.
“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현승은 눈썹을 들썩였고.
이윽고.
옆에서 조심스레 양갱을 반으로 쪼개 자신에게 나눠 주려던 아버지에게 양해를 구했다.
─ 아버지, 아주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그냥.
췌장암이라는 단어에, 그냥 모른 척 지나칠 수가 없던 까닭이었다.
* * *
현승은 그 늙은 남성의 뒤를 조심스레 쫓았다.
머지않아.
남성은 병원 1층에 위치한 벤치에 자리를 잡고는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선생님.”
현승은 곧장 그 남성을 불러 세웠다.
“췌장암에 담배라니요.”
“넌 뭐야?”
남성은 날카롭게 되물으며, 아랑곳없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하….
코앞에서 마주한 남성의 얼굴은 참 고집대로 살아왔음을 알려 주듯, 바싹 말라 패인 볼에는 자글자글한 주름과 함께 팔자주름이 아주 깊게 패여 있었다.
하물며 얼굴 위로 황달이 동동 떠오른 채라, 사람의 몰골이라기보단 미라에 가까워 보였다.
이런데도 수술을 안 하겠다니.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천운인 것을.
“왜 수술 안 하십니까?”
현승은 그를 내려다보며 싸늘한 어투로 물었다.
“뭐? 너 병원에서 일하는 놈이지?”
“아닙니다. 그냥 아까 아드님하고 대화하시는 걸 우연히 들었습니다. 왜 수술 안 하시려고 하는 겁니까?”
“쥐방울만 한게 어디서 남 일에 참견이야? 신경 끄고 네 가던 길이나 가.”
“저도 그러고 싶은데.”
그러고는 이내 그의 입에 물린 담배를 빼앗아 재떨이 통에 던지며 덧붙였다.
“신경이 쓰이는 걸 어떡합니까?”
“별 우스운 놈 다 보겠네.”
“자식 가슴에 그렇게 못 박으니 마음이 좀 편안하십니까?”
“뭐라는 거야, 이놈이?”
“하루라도 부모님이 더 사시길 바라는 자식의 마음을 짓밟고 편히 주무실 수 있겠냐고요.”
“이, 이, 어린놈이-!”
“왜 고작 돈 때문에 자식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죄책감을 안겨 주시려고 합니까?”
잔뜩 성이 난 듯 붉으락푸르락 해졌던 그의 얼굴은 점차 당황으로 번져 나갔다.
“뭐…? 너, 너….”
“아드님한테 부담 주기 싫어서, 일부러 수술 안 받으시려는 거잖아요.”
늙은 남성은 발가벗겨진 기분에 괜스레 악에 받쳐 소리를 내질렀다.
“너 뭐야, 뭔데 남의 가정사에 껴들어서 왈가불가하는 거야! 그럼, 그놈이 이제 막 자리 잡아서 결혼하고 싶은 여자 생겼다는데 병원비로 버는 돈 족족 다 새어 나가면 어떤 여자가 시집오겠어! 그냥 평생 내 옆에서 병수발이나 들면서 살라고 할까?”
그러고는 다시금 담배 한 개비를 악착스럽게 입안으로 들이밀어 넣으며 불을 붙였다
“차라리 그냥 나같이 도움 하나 안 되는 노인네는 모른 척하고, 아주 독하게 앞으로 지 살길이나 찾아가면 좋겠어. 지 좋다는 참한 색시 하나 들여서, 토끼 같은 자식 낳아서 행복하게….”
옅은 한숨 사이로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현승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 담뱃입을 문 입술이 달달 떨리고 있던 까닭이었다.
이윽고.
“우리 아들, 내 아들, 어미도 없이 홀로 큰 불쌍한 내 아들, 못난 아빠, 고집스러운 아빠, 미련한 아빠 만나서 평생 제대로 해 준 것 하나 없는데 내가 무슨 염치로, 내가 무슨 염치로 그래….”
그는 눈물을 쏟아 냈다.
“차라리 그냥 나같이 도움 하나 안 되는 아빠는 모른 척하고, 앞으로 지 살길이나 찾아가면 좋겠어. 지 좋다는 참한 색시 하나 들여서, 토끼 같은 자식 낳아서 행복하게….”
주름진 뺨 사이로 구슬픈 눈물이 타고 흘렀지만, 남성은 굳이 닦아 내지 않았다.
아마.
자신이 우는지도 잘 인지를 못 하고 있을 터였다. 우는 일조차 익숙지 않은 탓이겠지.
“흐음….”
잠자코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현승이 나지막이 얘기를 시작했다.
“저희 아버지도 췌장암이셨거든요? 저는 심지어 돈이 넘쳐 흐를 정도로 많았는데도, 제대로 된 수술 한 번 못 해 드리고 떠나 보냈어요.”
“뭐?”
“아버지는 자식 손 빌려, 생활하시는 것만으로도 늘 미안하게 생각하시던 분이라 아픈데도 말 한 번 하지 않고 꾹꾹 참다가 정말 손을 쓸 수 없을 때가 돼서야 발견을 해 버렸거든요.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항암치료 받으며 수술할 수 있는 시기를 노려 보는 것밖에 없었어요.”
덤덤하게 뱉어 내는 말을 듣고 있던 노인은 짐짓 아닌 척했지만, 제법 놀란 듯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근데요, 그냥 그게 다 제 탓 같은 거예요. 좀 더 들여다볼걸, 좀 더 잘 살펴볼걸.”
현승은 전생의 기억을 더듬으며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코끝이 찡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그래.
오늘만 해도 좋지 않은 제 안색을 먼저 걱정하던 아버지인데, 왜 전생에서 자신은 그러지 못했을까.
돈이면 다 되는 줄 알고, 그냥 병원에, 간병인에게, 동생에게 모든 걸 떠맡긴 채 방관했다.
“아버지는 제가 조금만 살이 빠져도 알아보시고, 걱정해 주셨었는데 나도 그럴걸.”
이내 현승은 허리를 굽혀 노인과 눈을 마주하며 첨언했다.
“아마 아드님은 오늘 마음대로 하라고 소리친 걸 일평생 죄책감으로 안고 살아갈 테죠. 돌아가신다면, 모든 걸 제 탓이라 할 테고요.”
그래, 아마 나처럼.
“불쌍한 내 아들, 여태 고생하며 자랐는데 내가 또 고생만 시키고, 난 정말 나쁜 놈이여. 나같은 애비는 또 없을 거여….”
남성은 그제야 주름이 깊게 자리한 까무잡잡한 두 손으로 눈가를 벅벅 문질러 눈물을 닦아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착하게 살 걸, 아들 먹여 살린다고 너무 못되게 살아왔나 봐, 다 내 잘못인데, 내가 돌려받아야 하는데….”
그냥 인생의 한탄 같은 것일 터였다.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현승은 곧장 자리를 비켜주기로 했다. 사실, 그런 노인을 보고 있노라니 너무 많은 생각이 복잡하게 뒤엉킨 탓이었다.
나쁜 아빠….
과연 그가 그런 아빠인 걸까? 죽어 가는 제 몸 대신 아들의 앞날을 더 걱정하며, 일평생 고생해서 키워 낸 아들에게 버림받길 바라는 저 사람이 과연 못난 아빠가 맞을까?
박 전무는 과연 나쁜 사람일까? 아니, 적어도 자식들에게만큼은 좋은 사람이 맞았다.
그의 속 사정을 알고 있는 자신이 봤을 때는 말이다.
“하….”
정말이지, 대체 아버지라는 존재들은 어떤 사람들인 건지.
자신은 과연 저런 존재가 되어, 자식이라는 존재를 위해 저런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확답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누군가의 아버지로 사는 것보다 죽을 때까지 매일 5곡씩 작곡하는 게 더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
정말이지, 대체 아버지라는 존재들은 어떤 사람들인 건지.
현승은 보다 복잡해진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제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을 진료 대기실로 향했다.
아.
그러던 중, 돌연 무언가 떠오른 듯 휴대폰을 꺼내어 ‘미정’이라고 저장되어 있는 음원 파일의 저장명을 수정했다.
「 Villain daddy 」
수정된 저장명이 떠오른 액정 뒤로는 자신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다.
─ 아들, 양갱 먹어 봐.
오뉴월 들꽃마냥 따스한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