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218)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218화(218/482)
현승은 오늘 아침부터 밀려 들어오는 연락들을 애써 무시했다.
[ 오늘 첫 방영 시작인 거 아시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망아지호 녀석은 지 드라마가 방영하는 건데, 왜 나한테 기대한다고 연락을 해 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작곡가님! 드디어 오늘입니다! 작곡가님 덕분에 작업할 때 너무 즐거웠고 드라마 또한 더욱 생동감이 넘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로 꼭 쫑파티에는 한 번 와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직접 얼굴 뵙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겠지만, 시끄러운 여자(*조나래/붉은 실 담당자)에게도 연락이 왔다.
‘직접 얼굴 뵙고라….’
지난 번, 식당 문 너머로 들은 목소리도 시끄럽던데 실제로 마주하고 있노라면 얼마나 더 시끄러울까.
절대적으로.
마주할 일은 없게끔 해야겠다.
‘귀찮고,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니까.’
현승은 드라마 흥행 여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자신이 매절로 판매한 곡이 어줍잖은 작곡가 손에서 재탄생하는 일을 막아 냈으니….
이후.
드라마가 잘 되고, 안 되고는 제 영역이 아니었다.
‘물론, 곡만큼은 잘 안 될 리가 없지만.’
현승은 휴대폰을 저 멀리 툭 던져 놓은 채 작업에 몰두했다.
드라마 OST의 화제가 끝나기 전, 이효은의 데뷔곡을 발매하면 좋으리라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좀 더 속력을 내야 하는데….
너무 노골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게끔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하다 보니, 가사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똑, 똑, 똑-.
그때 노크 소리가 흐름을 깨며 들려왔다.
끼이익-.
문을 열자, 양손 가득 봉투를 들고 있는 김 아빠가 싱긋 웃으며 서 있었다.
“같이 새참이나 먹을까?”
현승이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이제 곧 드라마 붉은 실 첫 방송 시작해.”
“알아요.”
“새참 먹고 같이 모니터링하는 거 어때?”
“저, 바빠요.”
딱 잘라 대답하자, 김우현이 다시 한번 설득하듯 입을 열었다.
“그래도 네가 직접 부른 OST가 나오는데 한 번은 모니터링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진짜 바빠요.”
“어차피 잘 풀리고 있는 얼굴도 아닌데, 잠시 머리 식힐 겸 드라마 좀 보고 해도 되잖아.”
“잘 안 풀리고 있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그 말에 김우현이 어깨를 들썩이며 거드름을 피우듯 입을 열었다.
“만약 민현승 시험이라는 게 있다면 난 만점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런 시험을 왜 봐요?”
“하여간, 이런 T 같은 놈.”
“왠지 욕하시는 것 같은데….”
현승이 피식 웃어 보이고는, 쇼핑백 안에 담긴 에그마요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 들며 덧붙였다.
“저도 본부장님 표정으로 생각 맞추기 같은 시험 치면 만점 받을 자신 있는데.”
그러고는 크게 한입 베어 물며 맛있다는 듯 고개를 잘게 끄덕였다.
김우현은 새참 먹는 게 목적은 아니었는지, 곧장 자신이 챙겨 온 패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이내.
라이브챗이 연동되는 실시간 방송 채널을 틀었다.
아직 화면에는 광고 화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현승은 아무런 관심이 없는지, 그와 좀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한 손에는 샌드위치를, 그리고 한 손에는 수첩을 든 채로 생각에 잠겨 들었다.
가사의 시점을….
그 오지랖 넓은 이효은의 시점으로 잡아야 할지, 혹은 그 오지랖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채워야 할까.
사락, 사락.
노트 위로는 오지랖, 부모, 죄책감 따위에 단어들이 가득 채워져 갔다.
그러기도 잠시.
「 네 잘못이 아냐. 물론, 내 잘못도 아니고. 」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문장 하나를 적어 놓은 뒤, 동그라미를 왕창 칠하기 시작했다.
부욱-.
얼마나 칠했는지 노트가 찢어지기에 이르렀고.
“이런.”
현승이 미간을 찡그리는 동시에, 패드에서 방송국 로고송이 들려왔다.
아마, 곧 방송이 시작하려나 보다.
‘음?’
현승이 고개를 돌리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 아빠가 보였다.
아직.
드라마가 시작도 되기 전인데, 저렇게까지 진지할 일이 있나?
하물며 LS 엔터 소속 배우가 참여한 드라마도 아닌데 말이다.
“뭐 하세요?”
결국 현승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명상하세요?”
하나, 김우현은 입을 여는 대신, 제 검지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
“쉿.”
이건 무슨 컨셉이지?
스윽-.
그렇게 생각하며 패드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오프닝 크레딧 화면에는 이 드라마의 주연인 안지호의 얼굴이 떠오른 채였다.
“오.”
제법 저렇게 보니까 배우 같아 보이긴 하네.
찰칵!
현승이 장난기 어린 얼굴로 화면을 찍은 뒤, 문자 한 통을 보냈다.
당연히….
받는 이는 ‘망아지호’였다.
[ 근엄지호 ㅋ ]현승은 좀 아쉽다는 듯 다시 타자를 두들겼다.
[ 세자지호 ㅋ ]이내 자신이 만들어 준 별명이 마음에 드는지 흡족스럽다는 양 씩 웃어 보이던 찰나였다.
짝-!
갑자기 옆에서 들린 마찰음에 흠짓 놀라며 고개를 휙 돌려보니, 두 손을 맞잡은 김 아빠가 보였다.
‘오늘 왜 이러시지.’
그는 눈꺼풀을 천천히 뜨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러고는.
별안간 자신을 꼬옥 껴안으며, 입을 열었다.
“너 나중에 가수 만들어 준다고 러브콜 들어와도 따라 가면 안 돼. 내가 진짜 책임지고 슈퍼스타로 만들어 줄게.”
현승은 그의 어깨를 잡고 떼어 내며 즉답했다.
“아무래도 민현승 시험이라는 걸 치게 된다면 만점은커녕 간당히 50점 넘길 것 같은데요.”
자신에게 가수 러브콜이라니, 대한민국 탑 작곡가라 불리는 이 시점에 누가 자신에게 그런 러브콜을 보낸단 말인가….
하물며.
자신이 가수가 되고 싶을 리도 없지 않은가?
정말.
답안지가 있다면 빵점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 * *
“아니, 이런 게 말이 되냐고!”
동네 파출소에 들이닥친 여성은 고래 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원래 성인 실종 신고의 경우, 당사자가 만남을 원치 않으면 알려 드릴 수 있는 정보가 없어요.”
“경찰 아저씨, 걔 그래 봐야 아직 20대 애라고요, 애!”
“아무리 그러셔도 방침이 그렇기 때문에 알려 드릴 수가….”
순경이 여성을 말리며 재차 설명을 이어 나갔으나….
“내가 걔 엄마라고, 엄마! 생모!”
여성은 순경을 거칠게 밀쳐 내며, 패악질을 부릴 뿐이었다.
“따님이 어머님과의 만남을 원치 않기 때문에….”
“아니, 왜 만남을 원치 않는다는데!”
“그것까진….”
“경찰이 돼서, 집을 나간 애를 잘 설득해서 데려와야지!”
그러고는 손가락을 세워 순경의 가슴팍을 툭툭 밀치며 이죽거리는 어투로 덧붙였다.
“너네는 대체 세금 받아 쳐 먹으면서 하는 일이 뭐야?”
때마침 들어온 파출소장이 상황을 파악하고는, 여성과 순경 사이를 가로 막으며 권위적인 어투로 말했다.
“경찰은 치안을 돕는 거지, 가족사를 해결해 주는 곳이 아닙니다. 더 이상 난동 피우시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얼씨고? 아주 조금만 뭐라고 하면 공무집행방해 타령이지! 세금 챙겨 먹어서 배가 불렀어, 아주!”
이내 여성은 바닥에 침을 “탁” 뱉으며 파출서를 빠져 나왔다.
짐짓 세게 말은 했다지만, 파출소장의 표정으로 보아 겁을 주려 하는 말은 아닌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씨, 이년은 대체 어딜 간 거야.”
파출소 앞에서 막막하다는 듯 인상을 찡그린 여성은….
은미원.
바로, 이효은의 엄마였다.
어느 순간부터 밀린 설거지나, 빨랫감을 보고 딸이 집을 들어오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연락을 시도했으나, 자신의 번호와 까똑 모두 차단했는지 연락이 닿질 않았다.
결국.
곧장 실종 신고를 했지만, 생사는 알려 줄 수 있으나, 위치를 알려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하, 안 되는데….”
은미원은 발을 동동 굴리기도 잠시.
“씨X….”
욕을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당장 짜증 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는 술을 마셔야 할 것 같았다.
수중에 있는 돈으로는 술집에 가서 마시는 건 무리였고, 동네 슈퍼에서 외상으로 술을 살 요량이었다.
짤랑-!
슈퍼 문을 열고 들어서자 명쾌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고.
“어서오… 아, 효은 엄마 왔어?”
자신을 발견한 슈퍼 사장은 영 탐탁지 않은 눈으로 자신을 맞았다.
‘고작 슈퍼 하나 하면서, 사람 무시하기는….’
은미원은 기분이 팍 상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겨 소주병을 두 손 가득 챙겨 들었다.
탁-.
그러고는 계산대 위에 소주병을 대강 올려 두며 말했다.
“효은이가 와서 낼 거야.”
“효은이?”
“응, 얼른 봉투에 담아 줘.”
하나, 슈퍼 사장은 은미원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이내 시청 중인 티비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뭐해? 안 담아?”
은미원이 되물었지만, 슈퍼 사장은 계속 무시로 응답할 뿐이었다.
“야! 사람 말이 우스워? 안 담아 주냐니까?”
그 말에 슈퍼 사장은 발끈하듯 입을 열었다.
“야? 아주 말이면 다 되는 줄 아나.”
“그러니까 왜 사람 말을 무시하는데? 그리고 슈퍼 사장이, 슈퍼에서 물건을 사는데 봉투에 담아 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말은 똑바로 해야지. 네가 언제 샀는데? 맨날 딸 이름 팔면서 외상이나 하는 주제-!”
“내가 키워 줬는데, 딸이 돼서 그까짓 외상값도 대신 못 내 줘? 네가 뭔데 남 가정사에 입을 놀려?”
“효은이 요즘 보이지도 않던데, 결국 술쟁이 엄마 싫다고 집 나간 거 아니야?”
그 말에 은미원이 슈퍼 사장을 향해 손을 뻗어 머리채를 낚아챘다.
“너 말 다시 해 봐!”
“야, 이거 안 놔?”
“다시 한번 말해 보라고!”
그러고는 슈퍼 사장이 유선 전화기를 들어 112를 누르자, 잡아채 던져 버렸다.
“이 샹X이 뚫린 입이라고 말 막 뱉으면 다 말이 되는 줄 알아!”
일순간.
“악! 너 진짜 가만 안 둬! 이거 안 놔-?”
아수라장이 된 슈퍼 안….
두 여성의 비명과 고함 사이로 드라마에서 흘러나오는 OST가 섞여 들었다.
멈칫.
일순간 슈퍼 사장의 머리채를 잡고 돌리던 은미원의 손이 멈췄고.
─ 내 손으로 둘의 손을 묶어 주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소.
은미원은 카운터 안쪽에 놓인 TV로 휙 고개를 돌렸다.
─ 그렇게 될 줄 진작에 알았다면 못 본 채 스쳐 갈 것을.
화면 속에는 처음 보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는데….
‘왜지?’
그 속에 들려오는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 귀에 익은 까닭이었다.
은미원은 머리채를 부여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고.
─ 일평생 모르고 빗겨 갈 것을.
확실하지는 않지만.
드라마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분명 제 딸의 목소리였다.
그래.
고작 알바 따위나 하던 애가 갑자기 사라져서, 어디서 지내나 싶었는데 이런 걸로 돈을 벌었던 걸까?
아아.
학생 때, 돈 안 되는 음악을 한다고 설치던 때도 있었던 것 같다.
“푸후우웁-.”
계속해서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고.
이내.
은미원은 언제 화냈냐는 듯 배를 붙잡고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깔깔깔깔-!”
장내에는 드라마 OST와 웃음소리가 뒤엉켜 기괴한 소음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