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220)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220화(220/482)
‘기이하다’라는 말은 기묘하고 이상하다는 의미가 담긴 단어이다.
으레 일상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단어이기도 하다.
보통 기이한 일이나 현상을 겪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하나.
지금 김우현은 이 상황을 놓고 ‘기이하다’라는 말밖에는 떠오르질 않았다.
“정말 기이하다, 기이해….”
그도 그럴 것이.
매니지먼트 담당자 메일로 이상한 협업문이라던가, 제안서가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뿐이랴?
A&R 팀 또한 다를 바 없었다.
“본부장님….”
A&R 2팀을 이끄는 한 팀장은 좀처럼 앓는 소리를 내는 법이 없는 사람이었다.
“지금 이메일부터 연락까지 너무 쏟아지는 바람에 일을 못 하겠어요.”
하나.
지금의 한 팀장은 끙끙 앓는 소리와 함께 살려달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우선 다 무시해 봐….”
김우현은 애써 그런 눈빛을 모른 척하며 외면했다.
당장으로선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던 터였다.
그래.
현재 메일과 전화가 쏟아지고 있는 이유가 바로….
현승인 까닭이었다.
방영 시작 전부터, 방영이 막 시작된 현재까지 연일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 ‘붉은 실’의 메인 OST를 부른 게 HS라는 게 밝혀지면서 대중들은 환호했다.
지난번.
개인 앨범에서 직접 불렀던 ‘Letter’와는 또 다른 느낌의 보컬이라며, 천의 목소리라는 별명도 붙었다던가?
거기까진 좋았는데….
대중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작곡가들 사이에서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
현재 대한민국에서 ‘HS’라는 이름이 기사 헤드라인에 실리기만 해도 안정된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하거니와.
무조건 차트인을 한다고 해서, HS의 곡을 부른 가수는 차트 고속열차를 탄 거라는 말이 나돌 정도니까.
하물며.
그런 HS가 직접 곡을 불렀다?
그런데.
심지어 잘 부른다?
히트곡 하나 없는 무명 작곡가나, 절고 있는 원히트원더 작곡가에게 있어선 HS가 동아줄처럼 보이겠지.
암, 그렇고말고.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었다.
“작곡가한테 작곡가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게, 이게 맞는 거예요?”
한 팀장이 가지런하게 정돈된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묻기도 잠시.
“하기야, HS 씨가 부르면 잘 팔리기야 할 테니까 저 같아도 그럴 것 같네요.”
그 말에 김우현은 “그렇긴 하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너무 동감이 갔기에 하는 말이었다.
하나.
동감만 가면 뭐 하겠는가?
현승이로선 전혀 달갑지 않은 소식일 터였다. 또, 그 매끈한 이마를 찡그리며 “제가 그걸 왜 해요.”라고 말할 게 분명했다.
김우현이 봐 온 현승은….
자신이 재밌고, 즐거울 것 같은 일만 선택해서 해 왔으니까.
아마.
직접 부른 두 곡도 현승이에겐 재밌는 작업이었으니 불렀을 거다.
무엇보다.
다른 작곡가의 곡이 재밌을 리가 없었다.
고로.
다른 작곡가의 곡을 부르거나, 피처링해 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편곡이라면 또 몰라도.
“저기, 그럼….”
그런 김우현의 속도 모르고, 엔지니어들은 신나서 서로 손을 들며 말을 한마디씩 덧붙였다.
“만약 HS 씨가 녹음 부스 들어가는 날이 오면, 제가 보조 디렉터로 들어가도 되죠?”
“나는 그럼 총 마스터링 볼래!”
“나도, 나도!”
가만 보면, 사내에서 현승과 가장 죽이 잘 맞는 건 엔지니어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스쳤다.
.
.
.
김우현은 오랜만에 현승과 구내식당을 찾아서는 눈치만 살펴댔다.
‘음….’
현재 LS 엔터 사옥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니, 아니지.
현승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기이한 현상에 관해 얘기하고자 불러내기는 했다지만….
‘이걸 뭐라고 말을 해 줘야 하나.’
처음에는 그냥 전하지 말까 싶었지만, 그래도 본인에 대한 이슈인 만큼 전하기는 해야 할 것 같다고 판단한 뒤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저기, 현승아….”
이내 어렵사리 입술을 떼어내려던 찰나였다.
지이이잉-!
현승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 또….”
무슨 연락인 건지, 화면을 확인한 현승의 미간이 와그작 구겨졌다.
“무슨 일 있어?”
“제이블이 헛소리해서요.”
“무슨 헛소리를 하길래?”
“본인 개인 앨범에 피처링해 달라잖아요.”
그 말에 김우현은 놀라서 “어?”하고 되물었고.
“아니, 피처링 세울 사람이 없어서 저를 세우는 게 말이 됩니까? 저는 작곡가인데.”
“그거야 네가 노래를 잘하니까….”
“다 떠나서 제가 뭐가 아쉬워서 다른 작곡가가 만든 곡에 피처링이나 서겠어요, 안 그래요?”
이내 식판에 얼굴을 파묻은 채 “그, 그렇지.”라며 대답하고는 한껏 국을 떠먹었다.
밥알이 목구멍에 걸린 듯, 체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전하지 않는 게 좋겠어.
-라고 생각을 고쳐 지은 김우현은 사내 홈페이지를 통해, HS에게 들어오는 러브콜이나 협업 제안을 일제히 거절하겠다는 공문을 올려야겠노라 생각했다.
“근데 저한테 할 말 있으셨던 거 아니에요?”
현승은 동그랑땡 하나를 입에 쏙 넣으며 물어왔고.
“아, 아냐! 효은이 곡은 나왔나 싶어서.”
“안 그래도 오늘 저녁에 녹음하기로….”
별안간 테이블 위에 놓인 김우현의 휴대폰이 진동했고.
지이이잉-!
현승은 턱짓으로 휴대폰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아빠 폰 울린다.”
“아, 어어….”
제 폰인 줄 모르고 있던 김우현은, 황급하게 테이블 위에 뒤집어 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이내.
“어?”
또다시, 기이한 내용의 문자를 보게 된 김우현의 눈이 화등잔만 해지기에 이르렀다.
* * *
김우현은 사내 보안팀의 총책임자 연락을 받고는 황급히 보안실로 내려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바쁘신 와중에 죄송합니다.”
총 책임자는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이미 땀범벅이 된 채였고.
“그런데 사옥 앞에서 너무 심각하게 난동을 피우시는 바람에 다른 팬들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 판단되어 우선 보안실로 데려와서 연락드린 겁니다.”
이내 보안실 안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난처하다는 듯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가족관계증명서 들이밀면서 여기 소속 아티스트인 이효은의 엄마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하….”
“보호자 동의도 없이 계약을 체결해도 되는 거냐면서 작곡가 HS 씨 아니면 책임자 나오라고 난립니다.”
김우현은 머리통을 부여잡은 채, 올 일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이효은으로부터 속사정을 들었기에 생각보다 놀랍지는 않았다.
물론.
정말 세상에 이런 엄마가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꼭.
낳아주었다 해서 ‘엄마’라 불릴 자격이 쥐어지는 건 아니니까.
“제가 들어가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김우현은 제 옷깃을 다듬고는 보안실 문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심하세요, 본부장님. 저분이 손버릇도 영 좋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보안 총책임자의 충고에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천천히 보안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끼이익-.
문틈 사이로 보이는 한 여성.
초점을 잃고 풀려 버린 눈동자.
덜덜 떨리는 입술과 손끝.
그리고 혈색을 잃고 푸석한 얼굴빛.
‘참담하군.’
이효은의 얘기를 들으며, 상상했던 이미지 그대로의 여성이 의자에 앉아 씩씩거리고 있었다.
사실.
김우현은 제 상상과는 조금은 다르길 바랐다.
그래.
너무 그대로라서, 충격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정말 최악이군.’
누가 봐도 알코올 중독자의 행색이었으니까.
“이효은 어머니 되시나요?”
김우현은 아무런 내색 없이 물음을 건네왔다.
“그래!”
그러나.
여성은 무엇 때문인지, 며칠은 굶주린 들짐승마냥 곧장 이를 드러내며 소리를 질러댔다.
“내가 이효은 엄마라니까! 대체 몇 번을 얘기하는 거야! 너희 귀는 장식이야?”
“확인 절차가 필요해서 그러니, 가족관계증명서와 신분증 좀 보여 주시겠어요?”
이내 이효은의 어머니라 주장하는 여성은 제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가족관계증명서와 신분증을 제 얼굴 쪽으로 휙 집어 던졌다.
“야! 확인해 봐! 확인해 보라고!”
김우현은 잽싸게 몸을 튼 덕분에 맞지는 않았지만, 이런 무례한 짓은 또 오랜만에 당해 봤기에 몹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본인은 회사의 얼굴이자, 본부장이지 않은가?
무턱대고 감정적으로 대할 일은 또 아니었다.
“자꾸 대화가 아니라, 폭력을 행사하신다면 저희도 법무팀이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놈의 법, 법, 법! 아주 지들만 잘났지? 경찰부터 쌍으로 나한테만 지X이야, 왜!”
그렇다고-.
이효은과 만나게 해 줄 마음도, 현승을 만나게 할 마음도 없었다.
그래.
절대 만나게 해선 안 될 일이지.
‘피해자와 가해자인데.’
김우현이 매서운 눈매를 드러내며 이효은의 엄마라고 추정되는 여성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가던 찰나였다.
끼이이익-!
보안실 문이 열렸고.
터벅, 터벅-.
현승이라 추정되는 남성이 불꽃마크헬멧을 뒤집어쓴 채, 위풍당당이 안으로 들어왔다.
“너, 너가 여기를 왜.”
비단,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한 건 김우현만은 아니었다.
“저건 또 뭐야?”
여성은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치다, 의자에 걸려 우스꽝스럽게 넘어지기까지 했다.
현승은 넘어진 여성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그 앞에 쭈그려 앉아서는 고저 없는 투로 물었다.
“사람을 보고 저건 이라뇨?”
“뭐, 뭐!”
“저건은 좀 심한 것 같은데.”
“넌 뭐야!”
“저건이라 한 거 사과하십쇼.”
사람을 보고 악기라 표현하는 사람이, 저건이라는 단어에 발끈하는 게 조금 모순적이긴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고 하질 않는가?
‘암, 사람보고 저건이라는 표현은 너무 심했지.’
김우현이 고개를 잘게 주억거리던 그때.
“야, 네가 담당자 맞지?”
여성은 잔뜩 당황한 얼굴로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물어왔고.
“나는 우리 효은이 보러 왔다고 했지! 너희, 사람을 이렇게 가둬놓고 위압감 조성해도 되는 거야?”
발악하듯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암만 목소리 크면 장땡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이건 너무 큰데.
“저희는 저희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할 의무가 있으므로 의사를 확인한 다음….”
“소속은 개뿔! 나는 걔를 낳은 친엄마라니까! 개소리 말고, 당장 이효은 데려와!”
도무지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패악질에 김우현이 “저, 씨….” 하고 작게 중얼거리던 찰나.
드르륵, 드르륵-.
이상한 마찰음이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현승이 뒷머리(*헬멧)를 긁적이고 있었다.
드르륵, 드르륵-.
헬멧을 뒤집어쓰고 있던 터라,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까진 알 수 없었다.
“너네 법 좋아하지? 나도 경찰에 신고할 거야, 딱 기다려! 아주!”
여성이 으름장을 놓으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휙-.
현승은 잽싸게 휴대폰을 낚아채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렸다.
“야, 이거 절도야! 절도!”
여성이 제 휴대폰을 도로 빼앗기 위해 공중에 손을 뻗어봤지만, 현승의 키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기에 헛수고였다.
“아줌마.”
“뭐? 아줌마?”
“아줌마 맞잖아.”
이내 현승이 낮게 착 깔린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줌마, 뭔데 그렇게 당당해?”
“뭐?”
“이효은은 당신 같은 사람한테도 죄책감을 느끼던데.”
높낮이가 없는 목소리는 더욱 살벌한 기운을 내뿜으며, 여성의 기를 차근차근히 밟아 내려갔고.
헬멧을 뒤집어쓴 고개는 아주 천천히 기울어지며 갸웃거렸다.
“아니, 난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러거든요?”
정말 궁금하다는 듯 목소리 끝이 올라갔다지만, 어딘가 모르게 고압적이었다.
“그러니까 대답 똑바로 해볼래요?”
김우현은 현승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이 가서 왠지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나.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한 건….
“뭐, 뭐, 뭔데-.”
역시 미친년을 잡는 대는 또라이가 제격이라는 것이었고.
“누군가는 자식들에게 늘 미안하고, 또 누군가는 자식들에게 악역이 되어서라도 지키려고 하는데.”
한 가지 더 확실한 것은….
“왜 아줌마는 이렇게 뻔뻔하다 못해 당당할 수 있는 거야?”
지금 현승이 몹시 화가 났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