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226)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226화(226/482)
한편.
서울 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주경기장에서는 문범재의 단독 콘서트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2층 객석에는….
짝짝, 짝짝짝, 짜-악!
현아가 친구와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아,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열심히 박수를 치고 있었다.
문범재의 전국투어 콘서트 중 서울 지역은 게스트 가수로 ‘더문’이 온다는 소식에, 현아는 발 빠르게 티켓팅을 도전했고.
운 좋게 성공한 덕분에 친구와 콘서트장을 찾았다.
“꺄아아아아-!”
문범재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실력파 가수 중 하나이긴 했다지만.
이들은 한참 꽃다운 청춘의 소녀들이 아니던가?
“오빠아-!!!!!!!!”
게스트로 아이돌 그룹 ‘더문’이 나오자, 지금껏 들려준 적 없던 목청을 선보이며 열띤 함성을 보냈다.
그중 현아의 픽은, 바로….
“안지호-!!!!!!!!!!”
그룹 내 리더인 안지호였다.
처음 ‘응헌지호’와 ‘망아지호’ 짤을 봤을 때는 그저 하찮고 귀엽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호며들어 버렸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안지호 팬카페인 ‘망아지hey-ho’에 회원이 된 상태였다.
팬카페 명이 왜 그 모양이냐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듣기로는 안지호가 직접 ‘망아지hey-ho’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다던가?
아아.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작명 센스만큼은 별로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뭐….’
제 오빠인 현승의 미적 센스보다야 훨씬 좋은 편이니 됐다.
휘-익, 휘-익.
더문의 공연이 끝나고 안지호가 단독으로 부르는 fallen leaves에 맞춰 두 손을 하늘 높이 든 채, 좌우로 천천히 흔들었다.
“하, 노래 폼 미쳤어. 진짜 안지호 목소리에 찰떡이지 않냐? 내가 죽기 전에 엣치스 덕분에 이런 목소리를 다 들어본다.”
현아는 안지호를 칭찬하는 건지, 엣치스를 칭찬하는 건지 모를 친구의 주접에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기야.
현아조차 지금 듣고 있는 곡 또한 제 오빠가 만든 곡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나 좋은 곡을….’
또 새삼 제 오빠의 능력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 안녕하세요, 더문입니다!
노래를 끝낸 뒤 대열을 맞춰 선 더문 멤버 중 안지호가 대표로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현아는 아주 먼 2층 객석에 앉아 있던 탓에 대형 스크린을 통해 그의 얼굴을 봐야 했지만.
그마저도 좋았다.
더문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게 비단 자신뿐만은 아니었는지, 객석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꺄아아아아아아-!”
현아도 그들과 목청 대결이라도 하듯, 있는 힘껏 안지호의 이름을 불러 재꼈다.
“안지호! 안지호!”
삽시간에 문범재 콘서트가 아닌, 더문의 팬미팅장이 되어 버린 장내.
─ 오늘 문범재 선생님의 콘서트를 찾아 주신 여러분에게 깜짝 선물이 기다리고….
안지호가 무어라 말을 이어 나가긴 했지만, 더욱 커진 함성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 그럼, 저희 때보다 더욱 힘찬 박수로 맞아 주시길 부탁드릴게요!
그 탓에 현아는 지금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안지호가 부탁한 대로 양 손바닥을 힘껏 부딪쳤다.
짝짝, 짝짝짝짝, 짝짝짝짝짝짝-!
이내 조명이 툭 꺼지고 장내에는 암전이 찾아왔다.
“또 다른 게스트 가수 나오나?”
“나도 모르겠어. 잘 안 들려서.”
어둠 속에서 친구와 지금 상황에 대해 속닥이던 찰나.
─ ♬ ♬ ♬
익숙한 멜로디가 귀를 홀렸고.
‘무슨 곡이었더라?’
현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에 빠져들기도 잠시.
─ 모두가 나를 욕해, 내가 나쁘다 해.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랩 소리에 입을 틀어막았다.
‘헉!’
머지않아 조명이 무대 좌측 위로 촤르르 떨어졌고.
─ 근데 그건 네 기준이잖아.
어두운 그림자가 거둬지며 제이블이 모습을 드러냈다.
─ 나에 대해 뭘 안다고 떠들어? 다 사정이 있겠지.
사람들은 함성 대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별안간 게스트 가수로 제이블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놀란 것도 사실이지만….
─ 맞아, 나는 돈에 의해 움직이고 돈을 위해 살지. 그래서 뭐?
이 곡은 제이블과 HS의 콜라보 앨범에 수록된 ‘letter’라는 타이틀곡이자, 두 작곡가가 보컬로 참여한 곡이지 않나?
그래.
제이블이 이 곡을 부른다는 건 HS가 함께 왔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야, 현아야, 현아야, 설마, 아니겠지? 엣치스가 이런 곳에 올 리가 없기는 하잖아, 그치?”
엣치스의 팬이지만, 팬미팅 추첨에 실패했던 친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신을 붙들고 물어 왔다.
하나.
친구는 내심 기대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글쎄….”
현아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제 오빠 성격상 이런 대형 콘서트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을 것 같기는 하지만….
제이블이 굳이 ‘letter’라는 듀엣곡을 택한 것도 이상했기에, 무어라 확답할 수 없었다.
─ 그러니 내가 이 녀석과 함께 노래하고 있는 거 아니겠어?
제이블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그의 머리통 위로 쏟아지는 조명도 함께 따라왔다.
그리고.
무대 우측에 도착한 순간, 조명이 퍼지며 어렴풋이 다른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 잘 들어, 이건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합창곡이야.
이윽고.
제이블이 누군가에게 어깨동무를 하자, 백 스크린에 CG 화면이 환하게 켜지며 다른 사람의 존재가 확실해졌다.
─ 불과 일 년 만에 내 삶은 너무 변해 버렸어.
잔잔한 중저음의 목소리, 길쭉하니 슬림하면서도 탄탄한 체형.
더군다나.
멀리서 봐도 레인보우 쉴드가 눈길을 사로잡는 불꽃마크 헬멧까지.
누가 보더라도….
틀림없이 작곡가 HS가 맞았다.
그래.
바로 자신의 오빠, 현승 말이다.
“…….”
장내는 찬물이라도 확 끼얹은 듯 조용하기도 잠시.
“미, 미친….”
친구의 욕설을 시작으로 객석 곳곳에서는 비명에 가까운 함성이 들려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문범재, 더문 그리고 제이블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한 함성이었다.
그때.
대형 스크린 위로 불꽃마크가 새겨진 헬멧을 뒤집어쓴 HS의 모습이 잡혔고.
이내.
살짝 올라간 쉴드 사이로 마이크와 함께 검지 손가락을 가져다 댄 HS가 입을 열었다.
─ 쉿.
마치 곡의 일부처럼 들린 그 속삭임 하나에도 사람들은 일렁이는 파도처럼 뒤로 쓰러졌다.
─ 나로 향하던 기준이, 이젠 남을 향해 돌아가.
HS는 본격적으로 노래를 불러 나갔다.
─ 누군가는 나를 욕할 걸, 당연한 얘기야. 필요하다면 악역도 내가 해.
랩인 듯, 노래인 듯 잔잔하면서도 리듬을 타고 흘러나오는 목소리.
─ 그래, 나는 나대로, 나밖에 모르고 살 거야.
HS는 이런 무대가 익숙한 사람처럼 태연하게 동선을 옮기며 노래를 이어 나갔고.
─ 그럼에도 내 곁에 있지. 내 맘속에 새겨진 이름들.
음원을 통해서만 듣던 오빠의 노래를 실제로 듣게 된 현아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하물며.
편하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것도 잘 본 적이 없었거니와, 팬미팅 때도 따라가질 않았으니.
현아는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오빠가 각 잡고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게 된 거였다.
─ 말은 못 했어, 과분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낯간지러워. 그러나 알 거라 생각해.
제 생각보다, 오빠의 음성은 제법 감미로웠다.
아니.
사실 제 오빠가 아니었다면, 심장이 뛰었을 만큼 좋았다.
“하, 내가 문범재 콘서트를 와서 엣치스의 노래를 듣게 듣다니… 난 진짜 될년될이야.”
이미 제 친구는 심장이 뛰다 못해 내어 주기라도 했는지,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내가 너에게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제이블과 HS는 무대 중앙으로 모여, 서로 등을 기댄 채 무대를 끝마쳤다.
“설마 엣치스 헬멧 벗어 주나? 어? 벗나? 제발!”
옆에서는 잔뜩 흥분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친구의 기대와는 달리, HS의 헬멧은 벗겨지지 않았다.
대신.
환하게 불이 켜진 무대 위에 선 둘은 인사를 전해 왔다.
─ 문범재 선생님의 콘서트를 찾아 주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작곡가 제이블입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서 있는 이분은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작곡가 엣치스입니다.
둘이 인사를 전하자, 객석에서는 “제이블! 엣치스!”라는 구호가 반복적으로 터져 나왔다.
흡사 군대라도 온 것처럼 우렁찬 소리에, 귀가 아플 정도였다.
정말이지.
현아는 이런 상황들이 겪고 또 겪어도 적응되지 않았다.
자신의 오빠를 죽어라 좋아하며 환호하는 사람들.
하물며.
자신의 오빠가 어디 탑티어급 아이돌그룹 멤버도 아니지 않나?
그저.
작곡가다. 좀 잘나가는 작곡가. 아니, 좀 심각하게 잘나가는 작곡가.
물론.
플러스로 얼굴 또한 반반하게 생긴 건 인정하는 바였지만.
아아.
키도 좀 크고, 몸도 좀 좋고, 노래도 잘하는 편인 건 맞지만.
“야, 시골쥐.”
자신에겐 맨날 짓궂은 장난만 치는 오빠이질 않은가?
‘다들 오빠의 본모습을 몰라서 그래.’
자신을 놀리는 오빠의 얼굴이 눈앞에 생생히 그려져,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던 찰나였다.
어느새.
팬들의 구호는 “엣치스! 꽃이 지고 나서야!”로 바뀌었다.
아마도-.
자신의 오빠가 얼마 전 불러서 화제가 된 드라마 ‘붉은 실’의 메인 OST를 불러 달라는 의미겠지.
‘과연 불러 주려나?’
내심 현아 또한 라이브로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스크린에 잡힌 오빠의 얼굴(*헬멧)위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윽고.
─ 쉿.
HS는 다시 한번 그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 검지 손가락을 입가 쪽에 가져다 댔고.
─ 꽃이 지고 나서야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나중에 제 팬미팅에 오셔서 듣길 바랍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애간장이 녹아 버리기라도 했는지, 가슴팍을 부여잡은 채 앓는 소리를 냈다.
아아.
다음 팬미팅 추첨 경쟁률이 보다 더 치열해지겠네.
─ 대신 문범재 선생님의 villain daddy 무대가 기다리고 있으니, 남은 콘서트 시간도 지금과 같은 텐션으로 즐겨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어찌 보면 곤란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현승은 익숙하다는 듯 능수능란하게 넘겨 냈고.
가벼운 손인사와 함께 백스테이지로 모습을 감췄다.
“와, 실제로 들으니까 엣치스 목소리 미쳤다.”
“그, 그러게.”
“진짜 뭐 사람이 저러냐? 오늘부로 엣치스만 판다.”
친구를 향해 어색하게 웃어 보인 현아는 세팅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무대 위로 시선을 옮겼다.
어쩐지.
현아는 지금, 이 순간 제 오빠의 은밀한 사생활이라도 엿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
오빠는 자신이 이 콘서트장에 와 있다는 사실은 모를 테니까.
아아.
안지호 보러 왔다고 하면 또 뭐라 하거나, 놀릴 게 뻔해.
‘우선 비밀로 해 두자.’
현아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고, 이내 들려오는 villain daddy의 인트로에 몸을 맡겼다.
─ ♬ ♬ ♬
이마저도 제 오빠가 만든 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