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227)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227화(227/482)
어느덧 올해 1분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슬슬 두꺼운 외투가 얇아지고, 따사로운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벌써 꽃망울이 피어났다.
이런 와중에….
LS 엔터 사옥 내 헬스장은 이른 아침부터 열기로 가득했다.
“후-욱.”
김이 피어오를 듯 뜨거운 숨과 비 오듯 쏟아지는 땀.
남자들의 구슬땀으로 범벅이 된 벤치는 이들의 운동이 얼마나 치열했는가를 보여 주고 있었다.
“얼마 못 가 관둔다고 할 줄 알았더니….”
박 전무는 단백질 쉐이크가 든 통 두 개를 양손에 나눠 든 채 있는 힘껏 흔들어 보이더니, 이내 현승에게 건네며 덧붙였다.
“제법 잘 버티네.”
현승은 통을 받아 들며 즉답했다.
“그까짓 거, 지금만 힘들고 무거울 뿐이잖아요.”
그 말에 박 전무는 피식 웃으며 쉐이크를 단번에 들이켰다.
꿀꺽.
현승도 따라서 쉐이크를 들이켜 보지만, 아무리 먹어도 적응되지 않는 맛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 맛 없는 걸 대체 왜 먹는 거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반이나 남은 쉐이크 통과 눈싸움을 벌이다, 결국 남은 걸 한입에 다 털어 넣었다.
“우엑.”
“참아.”
현승은 요즘 박 전무와 함께하는 PT를 통해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것 또한, 잠시만 맛없는 것뿐일 테니까.
그래도 남들처럼 식단 할 필요 없이, 맘껏 먹을 수 있으니 실로 얼마나 다행인가.
터벅, 터벅-.
머지않아 락커에 들어선 현승이 윗옷을 벗으려던 그때.
“그건 그렇고….”
박 전무가 락커 문을 열며, 넌지시 운을 띄웠다.
“이번에 이효은이라는 애도 잘돼 가는 것 같더라?”
“뭐, 당연한 결과죠.”
“그게 뭐 순전히 네가 잘해서만 있겠냐? 네임벨류도 있고, 이효은이라는 애가 잘해서도 있겠지.”
그 말에 현승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진짜 이효은이 잘해서 잘된 것도 있다고 생각하세요?”
“응, 물론이지.”
“전무님이 그렇게 인간다운 면모가 계신 분인지 몰랐습니다.”
“뭐, 인마?”
박 전무는 제 다부진 주먹을 말아쥐고는 근육이 잔뜩 펌핑된 현승의 가슴팍을 가볍게 툭 쳐 보였다.
‘녀석, 제법 단단해졌군.’
그렇게 생각한 박 전무는 얼른 운동복을 벗어 재꼈다. 얼른 씻고, 업무 처리할 게 있으니 서둘러야겠지.
솨아아아아-!
물줄기에 몸을 맡긴 박 전무는 제 옆에 조용히 서서 몸을 씻어 내는 현승을 흘깃 바라봤다.
처음.
귀찮아질 걸 알면서도 녀석이 제안한 PT를 수락한 이유는 오롯이 자신의 딸을 위함이었다.
딸이 한국에 돌아오면, 선물로 딸의 최애돌인 더문의 리더 녀석, 안지호를 만나게 해 주려고.
그래.
좋아할 딸의 얼굴을 떠올리며 참아 보기로 했었다.
하나.
제 생각과 달리, 현승과 운동하는 건 제법 재밌었다.
말수가 그리 많지도 않고, 엄살을 피우지도 않고 보조도 잘해 주는 편이라 운동 메이트로서 나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뭐….
앞으로도 얼마든지 알려 줄 수 있으리란 생각이 스쳤다.
“야, 너가 초딩이냐?”
“왜요, 멋지지 않아요?”
가끔 샴푸 하다가 머리카락으로 뿔을 만들며 장난치는 것만 빼면.
“우리 아들내미 어릴 때도 그런 건 안 했어.”
“그래요? 아무래도 전무님 닮아서 미적 센스는 없나 봐요.”
“뭐, 인마? 너에 비하면 내 미적 센스가 훨씬 출중하지.”
“제 미적 센스가 뭐 어때서요?”
“내 관할은 아니라서 여태 말 안 했는데, 네 불꽃 헬멧… 아니다, 말을 말자.”
박 전무가 고개를 내젓고는, 이내 제 몸에 남은 비눗물을 씻어 냈다.
정말이지.
알면 알수록 유치하기 짝이 없고, 미적 감각이라고는 1도 없는 애송이 녀석이 어떻게 그런 성과를 내는 것인지 미스테리였다.
그래.
올해 1분기만 보더라도, 녀석은 드라마 OST 프로젝트부터 자신을 모티브로 만든 ‘Villain daddy’ 그리고 이효은의 ‘to me’까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며, 회사에 큰 성과를 안겨다 주었다. 심지어 사내에선 ‘올해도 엣치스’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돌 정도였다.
전속 작곡가.
단, 한 명이 어떻게 이러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건지….
자신이 이 바닥에 몸 담근 지도 어언 20년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이 정도의 성과를 낸 인물은 본 적이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이 기록을 깨기는 쉽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누군가 자신에게 이와 맞먹을 성과를 보여 준 적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을 터였다.
그래.
어떻게 보면 너무나 무서운 능력을 지닌 녀석, 그래서 경계했던 녀석, 어떻게든 밥그릇을 빼앗아 오고 싶었던 녀석이다.
하나.
이젠 그 무시무시한 능력 앞에서 굴복하듯, 녀석 자체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 결과….
운동을 함께하고, 나란히 서서 씻는 사이가 되었다.
‘사람 앞일 모른다더니.’
정말 옛말 중에는 틀린 말이 하나 없었다. 맞지, 영원한 적도, 영원한 편도 없는 게 이 바닥의 순리이자 섭리이질 않은가?
스-윽.
상념에 빠져 있다, 고개를 돌리니 현승이 다 씻었는지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있었고.
톡, 톡-!
박 전무는 현승을 향해 물 묻은 손가락을 튕겼다.
“아, 물기 다 닦았는데 뭐 하시는 거예요.”
“야야, 지금 빌런 대디 엄청 잘 되던데 나한테도 저작권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건 말로 하시면 되지, 애도 아니고 유치하게 물장구를 치고 그러세요.”
“야, 거품 난 머리로 뿔 만드는 건 어른스러운 거고?”
“그건 순수한 거죠.”
“참나, 원.”
박 전무가 수도꼭지를 잠그며, 콧방귀를 껴 보였다. 하여간, 한 마디를 안 져.
“너 근데 돈 그렇게 많이 벌어서 어디에 쓰냐?”
다시 일상복을 챙겨 입는 현승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덧붙였다.
“가만 보면, 뭐 사치를 부리며 사는 것도 아닌 것 같고.”
3장에 39,900원으로 팔 것 같은 하얀 무지티.
그 위로 대충 걸친, 스포츠 브랜드 바람막이.
하물며.
청바지 또한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고, 손목에는 명품 시계 대신 스마트 워치를 채워 놓았다.
챙겨 넣는 지갑이나 차 키 또한 녀석이 버는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검소한 정도였다.
정말.
저 녀석은 번 돈을 다 어디다가 소비하는 걸까?
“음.”
현승의 침음이 길어질수록, 박 전무의 궁금증은 증폭되었다.
이윽고.
락커 문을 “탁” 닫은 현승이 입을 열었다.
“글쎄요? 그냥 나중에 이 회사나 인수할까 봐요.”
“뭐-?”
“아니면 아예 제 레이블이나 하나 차려 볼까요?”
“너, 너어….”
“조크인데, 뭐 그렇게 정색을 하고 그러세요.”
그 말에 박 전무의 표정은 삽시간에 굳어 갔다.
어째선지.
저 말이 그저 한낱 농담 따위가 아니라, 얼마든지 실현이 가능한 얘기로 들린 까닭이었다.
“전무님, 저 이만 갑니다. 내일 뵐게요.”
현승이 그런 박 전무의 어깨를 톡톡 치고는, 먼저 락커를 벗어났다.
탁-.
홀로 남은 박 전무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심호흡을 내뱉었고.
“녀석, 뭐 저런 무서운 말을….”
떨리는 목소리만큼은 컨트롤할 수 없는 듯 보일 따름이었다.
* * *
한편.
이효은은 생전 처음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음….”
요즘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효은은 턱을 긁적이며 침음을 흘려 댔다.
“실감, 실감이라….”
사실 실감은 잘 나지 않았다. 하나, 제 삶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은 피부로 체감하고 있었다.
당장.
정산이 이뤄진 건 아니라지만, 하나둘씩 생겨나는 스케줄로 정신이 없었고, 덕분에 정신 병원에 입원시켜 놓은 엄마의 생각도 접어 둘 수 있었다.
하물며.
자신을 알고 지내던 학창시절 친구들과 같이 알바를 하던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쏟아졌다.
사 측에서 웬만하면 오래된 친구가 아니라면, 받아 주지 말라고 해서 일일이 답장을 해 주진 않았지만….
사실.
꼭 지시가 아니더라도, 지금은 너무 바빴기에 물리적으로 일일이 답장을 보내 주기가 어려웠다.
아아.
아빠로부터는 당연히 연락이 없었다.
“실감은 아직 잘 나지 않지만, 체감은 조금씩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사실 이 모든 게 좋은 곡을 만들어 주신 작곡가 HS 님 덕분인 것 같아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인터뷰를 맡은 기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제가 LS 엔터 소속 아티스트 분들과 개인 인터뷰를 정말 많이 진행해 봤는데, 다들 HS 님하고 사이가 좋으신 것 같아요. 뭐랄까… 단순히 곡을 주고받는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라고 느껴진달까요?”
“아마 단순히 곡을 만들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가수와 함께 진심으로 힘써 주시는 모습에 다들 좋아하는 거 아닐까요? 하하,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우선 저는 그래요.”
제법 단란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인터뷰는 어느새 끝자락을 향하고 있었다.
“번외 질문이긴 한데, HS 님을 좋아하신다고 하셨으니까 HS 님이 만든 곡 중에 가장 좋아하는 곡 하나만 꼽자면, 어떤 걸까요?”
그 말에 이효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즉답했다.
“다 좋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Villain daddy를 가장 좋아해요. 요즘 하루에 몇 번씩 듣는 것 같아요.”
“아, 그거 아빠 챌린지로 유명한 곡이잖아요!”
“네, 제가 챌린지는 아직 참여 못 했지만, 스트리밍 하나는 웬만한 팬보다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특별히 그 곡을 애정하시는 이유가 따로 있으실까요?”
이효은은 짐짓 입꼬리를 올려 보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어릴 때, 아버지랑 헤어졌거든요.”
“아, 그러셨군요….”
“조금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 그때 아버지가 조금 밉더라고요. 날 왜 두고 갔을까 하면서요.”
기자는 철저한 직업 정신인지는 몰라도, 삽시간에 측은한 표정을 지은 채, 잠자코 들어주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 곡을 들으면서 아버지도 사실 뭔가 사정이 있으시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효은은 그 덕분에 혼잣말을 하듯 조용히 제 얘기를 털어 낼 수 있었다.
“내게도 이런 아빠가 있었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애착이 가는 곡이 된 것 같아요.”
“그럼, 이제 더 유명해지면 아버지를 찾으실 수도 있겠네요.”
“꼭 찾지 않아도 되니까, 어딘가 그냥 잘 살아 계시면 좋겠어요.”
하나, 축 가라앉은 장내의 분위기가 왠지 자신 때문인 것 같아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어, 괜히 저 때문에 너무 분위기가 축 처진 것 같은데….”
기자는 촬영을 맡은 카메라맨과 눈빛을 공유하고는 아니라며 손을 휙휙 내저었다.
“어, 아니에요!”
그러고는 이내 카메라맨이 처음으로 조심스럽게 입술을 열었다.
“그럼, 간단하게 그럼 Villain daddy 챌린지 시그니쳐포즈 한 번 지어 주실 수 있나요? 그걸로 기사 사진 실으면 좋을 것 같은데.”
“물론이죠-!”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이 정도쯤이야. 한참 신인이었던 이효은은 열정이 활활 타올랐다.
더군다나.
현승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누구보다 더 열심히 포즈를 취해 보였다.
바로….
양 팔뚝을 불끈거리며 직각으로 세워 보이는 근육맨 포즈를 말이다.
“어머, 이게 뭐야.”
그때 기자가 화들짝 놀란 듯 크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카메라맨과 이효은은 동시에 기자를 바라봤고.
이윽고.
기자가 싱긋 웃으며 휴대폰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이거 어떡하죠? 효은 씨 진짜 열심히 포즈 취해 주셨는데… 아무래도 묻힐 것 같은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효은이 눈매를 좁히며 액정 화면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눈길을 확 사로잡을 만한 썸네일이 자리하고 있었다.
“진짜가 나타났네요.”
이효은이 도무지 이길 수 없는 챌린지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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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찐 Villain daddy의 Villain daddy 챌린지 전격 공개! “얘들아 잘 봐라. 이게 바로 아빠들의 싸움이다.” ]조회수 15,83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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