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228)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228화(228/482)
박 전무가 올린 영상은, 요근래 시들해져 가던 ‘Villain daddy 챌린지’에 다시금 불을 부쳤고.
[ 찐 Villain daddy의 Villain daddy 챌린지 전격 공개! “얘들아 잘 봐라. 이게 바로 아빠들의 싸움이다.”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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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 박 전무는 터질 듯한 흰 셔츠만 입은 채, 보디빌더를 연상케 하는 멋진 동작을 이어 나가다 말고.
딸로 추정되는 ‘내 보물’로부터 전화가 오자, 급격히 다정해진 어투로 전화를 받으며 영상은 끝이 났다.
↳ 않이 누가 빌런대디 아니랄까봐 체구 좀 봐요 너무 험악하잖아요 (좋아요 1,294개)
↳ 혹시 엣치스 주변 인물들은 죄다 저 헬멧을 안 쓰면 죽는 병이라도 걸렸나요..? (좋아요 613개)
↳ 저 헬멧에 저 체구, 그 와중에 딸 전화는 공손히 받네. 빌런 대디 낭만 합격. (좋아요 379개)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 1가정 1빌런대디 보급이 시급합니다. (좋아요 571개)
↳ 대디라는 건 유부남이라는 건데.. 유부남이 이렇게 사람을 꼬셔도 되는 건가요? (좋아요 431개)
↳ 이럼 안되는데.. 울아빠랑 맞교환하고 싶다.. (좋아요 311개)
그 결과, 이효은의 ‘to me’와 현승이 부른 ‘꽃이 지고 나서야’에게 빼앗겼던 음원 차트 1위 자리를 다시금 탈환할 수 있었다.
[ TOP 100 ]─ ─ ─ ─ ─ ─ ─ ─ ─ ─
1위 Villain daddy – 문범재 (Prod. HS)
2위 꽃이 지고 나서야(붉은 실 X HS) – HS
3위 To me – 이효은 (Prod. HS)
4위 월하노인 (月下老人) – 이효은 (붉은 실 X 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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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 letter – 제이블 X 엣치스
9위 Villain – 제이블 X 엣치스 (feat.안지호)
10위 fallen leaves – 안지호 (Prod. 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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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이랴?
무슨 알고리즘을 타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Villain daddy 챌린지는 점차 해외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했고.
[ 내보물: good morning, ma Villain daddy! 챌린지 완전 멋있어! 역시 우리 아빠야! ]딸에게도.
[ 내분신: 학교 친구들한테 아빠가 빌런대디라고 자랑했어! 친구들이 다들 아빠 실제로 보고싶대! 한번 와주면 안 돼??? ]아들에게도.
처음으로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었다.
비록.
사내에서 자신이 ‘Villain daddy’의 주인공이라는 건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기에, 다소 창피함도 들기는 했지만.
그까짓 거….
어차피 잠시만 창피하면 지나갈 일이었다.
무엇보다.
아주 조금 은밀한 슈퍼스타가 된 기분에, 박 전무는 아닌 척 어깨가 들썩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두 잔 부탁합니다.”
뭐, 아무튼 결과론적으로는 녀석에게도 회사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좋은 선택이었으니까.
“감사합니다.”
박 전무는 오늘도 어김없이 운동을 끝낸 뒤, 카페 테라스에 들려 커피를 주문했다.
그러고는 누가 볼세라, 커피를 픽업해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다.
띠링-!
박 전무가 내린 층은….
전무실이 있는 층은 아니었다. 박 전무는 긴 복도를 천천히 거닐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야, 빨리 문 열어 봐.”
박 전무가 커피를 사 들고 찾아온 곳은 쥐방울…이 아니라, 작곡가 HS의 작업실인 터였다.
“운동할 때만 보자면서요?”
문이 열리고, 현승이 고개를 빼꼼히 내민 채 이죽거렸다.
일전에 박 전무가 PT 외 시간에는 마주치지 말자며 으름장을 놓았던 게 떠오른 까닭이다.
“이거나 받아.”
박 전무는 퉁명스레 커피를 떠넘기듯 안겨 주고는 열린 문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고는 이내 소파 정중앙에 다리를 꼬고 앉아, 말을 이었다.
“오늘 음원차트 확인해 봤나 싶어서 말이야.”
거드름이 섞인 물음에 현승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어깨를 들썩였다.
“그걸 제가 왜 확인해요?”
“왜냐니?”
“회사 내 관련 부서에서 체크할 일 아닌가요?”
“아니, 뭐 그 말도 맞는데….”
박 전무가 말끝을 흐리기도 잠시.
“그래도 너도 한 번 체크해 봐야 하는 거 아니냐? 내 챌린지 덕분에 네 곡이 다시 1위에 올랐는데?”
괜히 열을 내며 따지듯 물었다.
“그래요? 그럼 2위는 누구 곡인데요?”
“어? 그것도 네 곡이긴 한데….”
“그런데 뭘 확인까지 해요.”
“하여간, 재수 없는 것도 1위야.”
현승이 피식 웃어 보이고는 커피 잔을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
“챌린지 덕분에 Villain daddy 1위 했다는 거 알아 달라고 오신 것 같은데, 여하튼 잘 알았고 잘 마실게요.”
“알아 달라고 온 건 아니거든?”
“일부러 작은 셔츠 입으신 보람이 있으시겠어요.”
“개뿔, 보람은 무슨. 다 너 좋은 일 한 거지.”
“그건 그렇고 반응 진짜 뜨겁던데, 이러다가 뉴튜버로 데뷔하시는 거 아니에요?”
“인마, 내가 무슨….”
박 전무는 아주 잠시 자신이 유명 헬스 뉴튜버가 되는 달콤한 상상을 해 봤다. 모든 남자가 동경하는 인물로 부상하는 상상 말이다.
“전무님, 입꼬리가 들썩이는데요?”
“아닌데.”
“아닌 게 아닌데요?”
박 전무는 딱 잘라 “아무것도 아냐.”라고 말하며 표정을 고쳐 지었다.
그러고는 이내 “으쌰.”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덧붙였다.
“야, 우리 딸 다음 달에 들어오니까 약속 꼭 지켜라.”
“아, 안지호랑 만나게 해달라고 하셨던 부탁이요?”
“어, 그래. 우리 딸이 그놈을 엄청 좋아하더라고.”
현승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박 전무는 아주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말을 이었다.
“근데 너가 봐도 그놈보단 내가 낫지 않냐?”
“예?”
“아니, 내가 더 남자답고 체격도 좋잖아.”
“나이를 생각하셔야죠.”
뼈가 시릴 정도로 훅 들어온 팩폭.
“커헉.”
침을 잘 못 삼켜 버린 박 전무는 한참이나 쿨럭이며 헛기침을 해 댔다.
“거참, 나이 생각하시라니까.”
현승이 불을 지피듯, 한 마디를 더 보태던 찰나였다.
똑, 똑, 똑-!
일정한 노트 소리와 함께 잠금 장치가 해제되는 맑은 소리가 들려왔고.
“현승아, 전무님 챌린지 영상 봤지? 큭, 셔츠 단추들이 아주 터지려고 하던… 웁!”
이내 조잘거리며 들어오던 김우현은 덩그러니 서 있는 박 전무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며 제 입을 틀어막았다.
“박 전무님이 여긴 어쩐 일로….”
김우현은 싸늘하게 식은 박 전무의 표정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조졌네, 이거.’
그러나 여기서 더 어설프게 반응하면 죽도 밥도 안 될 테니, 얼른 수습해야겠지.
“너무 오랜만에 뵙네요, 잘 지내셨어요?”
식은땀이 주륵 흐르는 것을 무시하고, 다시 한번 방긋 웃으며 말을 건넸다.
“현승이 도와주시려고 챌린지 영상도 올려 주시고, 이거 참 어떻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할지… 아 참, 진짜 너무 남자답고 멋있으시더라고요!”
박 전무는 그런 김우현의 노력을 콧방귀로 무시하고는, 그길로 작업실을 나가 버렸다.
쿵-!
김우현은 매섭게 닫힌 작업실 문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현승아, 아무래도 박 전무님이 다 들으신 것 같지?”
“그럴 걸요.”
“혹시 내 말이 너무 조롱하는 것처럼 들렸냐?”
“조금요?”
“정말 큰일 났네, 이거.”
김우현이 뒷머리를 긁적이다 말고 되물었다.
“근데 박 전무님이 여기 왜 와 계셨던 거야?”
“남자들만의 비밀이에요.”
“뭐? 나 두고 전무님하고 비밀을 만든 거야?”
“네, 아무리 아빠라도 말해 드릴 수 없어요.”
현승은 그 말을 끝으로 입매를 꾹 다물어 버렸다.
그래.
한 기업의 전무가 본인 챌린지 덕분에 1위 한 걸로 으스대려고 왔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켜 드려야지.’
하나,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김우현은 눈매를 가늘게 늘어트리며 현승을 추궁했다.
“너 요즘 박 전무님하고 좀 친해 보인다?”
“친하다라… 운동 파트너 정도라고 해 두죠.”
“뭐? 운동 파트너? 박 전무님하고 운동을 같이 한다고?”
“네, 그렇게 됐어요.”
“어쩐지, 네가 요즘 몸이 부쩍 좋아졌다 했지.”
“가끔 술 친구도 해 드리니까, 친하다면 친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 말에 김우현은 손에 들려 있던 휴대폰을 놓치고야 말았다.
마치 귓가에는 “두둥!”하는 효과음이 들리는 듯 했다.
자신도 못 해 본 운동 파트너, 술 친구를 하고 있었다니.
어쩐지.
Villain daddy에 뜬금없이 박 전무님의 나레이션이 들어갔을 때부터 좀 수상쩍다고 생각했다.
“나, 나랑은!”
김우현이 별안간 작업실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뭘요?”
“나랑은 왜 운동도 안 하고, 술친구도 안 해 줘?”
“하자고 안 하셨잖아요.”
간결하고 명확한 현승의 대답에, 입술만 달싹여 보이기도 잠시.
“나랑 관련된 곡은 만들어 준 적 없잖아.”
그 말에 현승이 당황스럽다는 양, “예?”하고 되물었고.
이내.
말뜻을 뒤늦게 이해하고는 한참이나 배꼽을 잡고 웃어 보였다.
“아, 아… 배 아파.”
김우현이 그런 현승을 잠자코 바라보고 있던 그때.
“있잖아요.”
현승이 차분히 말을 덧붙였다.
“letter, 본부장님 생각하며 적은 곡이었는데.”
이윽고.
김우현은 제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아.
자식 농사 잘 지었다는 말이 이런 말일까?
지금, 이 순간….
김우현은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빠’라도 된 양, 감격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한편.
작업실을 나선 박 전무는 무척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터벅, 터벅-.
복도를 거닐며 깊은 상념에라도 잠긴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터벅, 터벅-.
그러고는 이내 우뚝 멈춰서 상실감에 빠진 듯 벽을 짚은 채, 고개를 푹 숙여 보였다.
이내.
박 전무는 본인에게만 들릴 듯 나지막이 속삭였다.
“타이트한 셔츠는 좀 오바였나.”
김우현이 했던 조롱 섞인 그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돈 까닭이었다.
“애들은 멋지다고 했는데.”
툴툴거리듯 혼자 중얼거리기도 잠시.
“김우현, 멸치 녀석이 뭘 안다고.”
흉보다 말고, “사실 녀석이 멸치는 아니지.”라며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김우현은 입사 시절부터 떡대도 좋고, 키도 커서 늘 눈여겨보던 헬창 중 하나이긴 했다.
최 이사 라인을 타는 바람에, 운동 파트너로서 삼아 주진 않았지만.
‘그 자식은 삼대 몇이나 치려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헬스장에서 한 번 혼쭐을 내 주겠노라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띠링-!
엘베에 몸을 실은 박 전무는 갑자기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두툼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윽.”
아무래도.
이렇게 셔츠 발언 하나에도 창피한 걸 보면, 뉴튜버로 전향하는 건, 쉽지 않으리란 생각이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