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229)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229화(229/482)
이효은은 가수가 되고 싶다고 선언한 시점에 가슴속 깊이 새긴 말이 있었다.
‘난 스스로 도마 위에 오르는 거야.’
어느 유명 연예인이 했던 말인데, 대중들 앞에 선다는 건, 도마 위에 오르는 행위와 같다던가?
어느 누가 협박이나 강요를 한 것도 아니고, 본인 스스로 오른 것이니 그에 따라 난도질 또한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래.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니, 어느 정도는 숙명이라 여기고 감내해야만 한다고.
물론, 지금 벌어진 상황 또한.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신인 여성 솔로 가수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혹 실명을 거론했다간 괜히 명예훼손이라면서 역으로 고소할 수도 있으니 L이라고 표현할게요.
저는 L과 같은 중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였습니다. (필요시 인증 가능) 일정 수준 이상 친하다 생각하여 L 양이 가수로 데뷔한 사실을 알게 되고, 제 일처럼 기뻤습니다.
한 커뮤니티에 자신의 친구라고 올라온 글 하나.
그러나 그건 저만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축하해주기 위해 연락했지만 돌아온 건 무응답.
저뿐만이 아니라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의 축하하는 마음을 모조리 무시했다더군요.
친구들은 속상해 했지만, 저는 사실 어느 정도 그럴 거라 예상했었던 것 같아요.
학창 시절부터 L이는 본인이 필요할 때만 친구를 찾고는 했거든요.
이 글 속에 자신은, 본인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
반장을 도맡아, 겉으로는 반 아이들을 두루두루 챙기는 척했지만, 결국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애들에게만 우호적이기는 했어요.
특히 남자애들과 더 친하게 지내고는 했죠. 물론 이 정도가 전부라면 글도 안 썼을 겁니다.
사실 L이는 사교성이 좋은 반장인 척하면서,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들을 은근히 무시하거나 왕따 시키고는 했어요.
반 대항으로 무언가를 할 때면 그걸 잘 못하는 친구는 애초부터 빠지라고 한다거나.
장기자랑을 준비할 때면 자기가 무조건 센터여야 하고, 잘 못하는 친구가 있었으면 은근히 조롱하며 비웃음 거리로 삼고는 했죠.
물리적인 폭력만 없었을 뿐, 엄연히 학교 폭력이었습니다.
이중적인 얼굴로 교내 따돌림을 선동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L 양과 친구로 계속 관계를 이어 나간 건, 학급 분위기를 쥐고 있던 인물이여서입니다.
더군다나 워낙 L이 사람을 잘 다루기도 하고, 제가 성격이 좀 무른 편인 이유도 있습니다.
근데.
L아, 나한테는 그래도 너 서윤이한테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서윤이는 너 어려운 환경인 거 다 알아서 고등학교 시절에 많이 도와줬잖아.
지금 좀 뜨고 있다고 그렇게 연락 뚝 끊어버리는 건 좀 아니지 않아?
하물며 자신을 도왔던 친구를, 잘 나간다며 나 몰라라 쌩까 버린 못돼 먹은 여자가 되어 있었다.
앞으로 더 잘 나가게 되면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하네. 그래도 멀리서나마 응원할게.
이효은의 눈에는 마지막 문장이 마치 저주하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난도질을 제대로 직면해 보기로 맘먹은 이효은은 액정 화면을 밀어 댓글창을 일일이 확인해 보기에 이르렀다.
↳ 요즘 뜨는 여성 솔로 가수 L이면 이효은 아님?
↳ 맞는 듯 ㅇㅇ
↳ 이효은?이면 그 HS가 곡 준 애 아니야?
↳ 맞아 엣치스랑 OST 프로젝트도 참여하고 이번에 투미라는 곡으로 데뷔한 애야ㅠㅠ 노래도 잘하고 밝아보여서 호감이었는데…
실명만 거론을 안 했다뿐이지, 신인 여성 솔로 가수라 하면 현재 시점에는 본인밖에 없었기에 누가 봐도 자신을 저격하는 게 분명했고.
↳ 이 정도면 엣치스가 문제 아님? 걔도 싸가지 없다고 소문 자자하던데; 저번에도 마약인가? 논란된 적 있지 않음?
↳ 윗댓아 그거 히든이 조작한 거라는 거 너 빼고 다 알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기는;
↳ 인간적으로 엣치스는 건들지 말자.
현승까지 싸잡아 물고 늘어지는 사람마저 나타났다.
↳ 아 나 학교 다닐때도 저런 애 있었어; 사람 좋은 척하면서 지능적으로 교묘하게 파벌 만들고 왕따시키고; 사람 자존감 갉아 먹고; 털털한 척 남자애들 사이에서 여왕놀이하고; 아ㅏ PTSD온다; 개 싫어;;
↳ 이 글에서 L 이라는 애가 그 정도까지라고는 안했는데 윗댓 너무 급발진하는 듯ㅋㅋ
↳ 하여간 우리나라 사람들 확실한 증거도 없이 걍 주관적인 기억과 의견에 선동되서 휘둘리는 거 봐; 신물난다
↳ 님이 지금 엄청 선동되고 휘둘리신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느덧 댓글창을 내리다 보니,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 자신들끼리 물고 뜯기 바빴고.
↳ 근데 뭐 이렇다 할 증거도 없고 너무 주관적인 글이라 중립 기어 세게 박고 대기하는 게 좋을 듯? 진짜 그런 애면 어련히 폭로글 다 터짐
↳ 맞는 말이긴 함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기 때문에 진짜 그런 사람이고 잘못한 게 있으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될 거임
그 와중에도 중립을 지켜 주는 사람들 또한 존재했다.
스르륵, 스르륵-.
아래로 달린 수백 개의 댓글을 계속해서 확인해 나가던 찰나.
“효은아.”
본부장이 휴대폰 액정 화면을 손으로 가리며 만류했다.
“그만 봐.”
그제야 이효은은 손에 들려 있던 휴대폰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바로 강경하게 대응에 나설 거야. 그래도 너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미리 좀 이렇게 간단하게 회의 소집한 거고.”
그 말에 이효은이 고개를 들어 자신의 주변에 앉은 사람들의 면면을 살폈다.
스-윽.
본부장님, 홍보실 팀장님, 그리고 자신이 소속된 매니지먼트 2팀의 관리자들 그리고 현승까지.
어떤 누구에게도 앞으로는 피해 주지 않겠노라 다짐했었고, 어머니를 내 손으로 놓으면서 앞으로 그런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또다시 많은 이들에게, 더군다나 자신을 위해 노력해 주고 도움을 주는 이들에게 피해를 안겨 준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뿐이었다.
“죄송해요.”
“네가 왜 죄송해.”
“죄송하죠.”
“그럴 필요 없어.”
사실상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글이 올라온 것도 아니고, 주관적인 개인의 감정을 담아낸 글이니까.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그런 글도 믿는 사람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현승에 대한 논란 또한 조작이었다는 것을 밝혀 냈어도 아직도 그 논란이 사실이라 믿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대중들은 보고 싶은 글만 보고, 판단하고 싶은 대로 판단한다.
이효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고, 감내하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이번 일은 제가 알아서 한 번 해 볼게요.”
“어?”
“정말 괜찮아요. 댓글에서 누가 그러던데요?”
이효은은 애써 싱긋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기 때문에 진짜 그런 사람이고, 잘못한 게 있으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될 거라고.”
그 말에 매니지먼트 관리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눈치를 살펴대다, 공석이었던 실장직에 오른 직원 한 명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근데 효은아, 혹시 정말 학교폭력… 이라든가, 따돌림을 주도한 적은 없는 거지?”
지금 상황에 너무 잔인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정확한 진실은 확인해야만 했다. 그래야 보호할 수 있을 테니까.
아아.
물론 얼른 버릴 수도 있고.
“이 실장, 그런 건 차차 법무팀 꾸려서 확인해도 늦지 않잖아.”
본부장이 그를 꾸짓듯 얘기하던 찰나.
“제가 보증할게요.”
현승이 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제가 얘랑 같은 학교 나왔거든요.”
“아, 맞네!”
“절대 왕따 주도할 애는 아니에요.”
“그럼, 당연히 알지.”
본부장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호응했고.
“오지랖 대마왕이라 이 친구, 저 친구 일 다 신경 쓰고 다니느냐고 지 할 일도 못 하던데요?”
이내 현승은 거침없이 부연했다.
“하물며 맨날 제 단잠을 깨워 대는 통에 얼마나 피곤했는지 몰라요. 뭐 그래도 점심시간에 깨워 준 건 고마웠어요.”
현승의 말이 끝나자, 장내는 적막이 흘렀다.
커버를 쳐 주는 건지, 흉보는 건지 모를 말들.
“현, 현승아….”
그 탓에 이효은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붉게 타올랐다.
“왜?”
현승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고.
그 말에 이효은이 입술만 달싹이며 말을 잇지 못하자, 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첨언했다.
“네가 뭘 알아서 해. 그럴 거면 나가서 1인 기획사 차려야지.”
“어차피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사람은 알아줄 거고, 무엇보다 대중들 앞에 서면 당연히 겪는 일이고, 감내해야 할….”
그 말에 현승이 “감내?”하고 따라 중얼거리며, 눈썹을 들썩였다.
“대체 누가 너한테 그런 걸 감내하라고 했는데?”
“어? 그게….”
“누가 그러는데, 대중들 앞에 서면 당연히 겪어야 할 일이라고.”
“아, 아니 내 말은….”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누가 알아줘? 그냥 지나가고, 없던 일이 돼? 아무것도 안 달라져. 걷잡을 수 없기 전에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한다고.”
현승은 그 말을 끝으로 회의실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탕-!
아무도 현승이 왜 저렇게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을 따름이었다.
* * *
그로부터 이틀이 흘렀다.
인터넷은 ‘이효은 학창 시절’ 이라는 주제로 뜨거운 공방이 이어지고 있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무분별하게 퍼트리는 사람들과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회사가 팽배하게 맞부딪쳐, 늘 연예 메인 기사란에는 ‘이효은’이라는 이름이 가득했다.
“후-우.”
이효은은 처음 자신의 저격하듯 올라온 글에 언급된 ‘서윤’이라는 친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한서윤.
자신을 잘 챙겨주긴 했었지.
‘돈으로.’
자신이 집안 환경이 어렵고, 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걸 빌미로 자신의 잔심부름이나 숙제를 대신 시켰고.
“고마워, 효은이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했어.”
늘 돈을 쥐여주고는 했다.
한 마디로.
돈 받고, 입을 다물라는 뜻이었을 터였다.
그때 당시의 이효은은….
순히 일진이라 불리는 무리에 소속된 한서윤이 무섭기도 했거니와, 어머니와 멀어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대학을 가기 위해선 돈 한 푼이 아쉬웠기 때문에 꾹 참아 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졸업과 동시에, 연락 한 통조차 오지 않았다.
아아.
자신이 데뷔 무대를 오른 그날, 오랜만에 연락이 오긴 했었지.
[ 효은아~ 무대 봤어! 대박ㅠㅠ 내 친구가 가수가 되다니 자랑스럽다ㅠㅠ 아 마따 내가 동창회 겸 너 축하파티 열어줄 테니까 꼭 와! 이거 보면 전화줘! ]물론 답장은 보내지 않았다.
이후.
도착한 문자 내용이….
[ 근데 엣치스랑 친해? 친하겠지? ㅎㅎ 나 엣치스 진짜 팬이거든 ㅠㅠ ]너무 노골적이었던 까닭이다.
까딱하면….
축하 파티를 열어 준다는 말에 고마울 뻔했다.
이효은은 굳게 마음을 먹고, 자신의 옛 친구….
아니.
가해자 한서윤과 마주하기로 했다.
[ 서윤아, 연락을 이제야 봤네. 동창회 언제 어디서 하는지 알려주면 꼭 시간내서 갈게.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것을 완전히 매듭지기 위해.
“이제 내 할 일을 하자.”
이효은이 문자를 보낸 뒤, 다시 연습애 몰두하기 위해 거울 앞에 선 찰나였다.
징, 징, 징, 징-!
바닥에 내팽겨쳐 놓은 휴대폰이 진동했고.
“음?”
시선을 옮기니 액정 화면 위로는
[ 본부장님 ]이라는 글씨가 떠오른 채였다.
징, 징, 징, 징-!
왠지 끊기지 않고 울리는 진동 소리가 몹시 급한 전화처럼 느껴질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