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23)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23화(23/482)
그렇게 이두석의 집에 찾아가 느닷없는 대국을 펼친 지도 어언 며칠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중 예정대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정아린’의 디지털 싱글 앨범이 발매됐으나….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구석 배너를 제외한 그 어떤 마케팅조차 없던 까닭일까?
“저조하네요.”
음원차트 상위권은 고사하고 TOP100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야 말았다.
만약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입소문을 타다 보면 역주행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게….”
당장으로선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애꿎은 휴대폰 액정만 들여다보기를 잠시.
현승이 스마트 폰을 내려놓으며 넌지시 물었다.
“그나저나, 음방 순서는 어떻게 됐어요?”
만약 이두석 선생님이 약속을 지켰더라면 지금쯤 연락이 왔어도 몇 번은 왔어야 했다.
“설마 입 닦은 거 아니에요?”
“에이, 아니겠지….”
“기대 안 하는 게 낫겠는데.”
현승이 투덜대던 찰나였다.
지이이이이이이잉-!
김 실장의 손에 들린 휴대폰이 진동했고….
“어?”
액정 화면 위로 자리한 ‘뮤직중심 유PD’라는 발신자명을 확인한 김 실장이 검지를 제 입가에 가져다 대 보이고는 전화를 받았다.
“예, 김우현입니다….”
그렇게 통화가 시작됐고….
“예, 예,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김 실장의 목소리가 점차 고조되기를 잠시.
“하아….”
통화를 마친 그가 현승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됐다! 됐어!”
그리고는 현승을 “와락!” 껴안으며 재차 소리쳤다.
“아린이, 뮤직중심 무대 순서가 열두 번째로 바뀌었어. 원래대로면 열 번째였는데….”
정아린의 뒤로는 ‘KOK’를 비롯하여 상위 아이돌만 남은 셈이니, 신인 가수로 치면 더할 나위 없는 명당에 자리 잡은 셈이었다.
“아무리 이두석 선생님이라고 해도 지금 같은 상황에 신인한테 힘을 실어 주실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 이게 될 줄이야….”
그때였다.
“음?”
현승 역시 연달아 도착하기 시작한 메시지들을 확인해봤다.
다름 아니라 ‘이두석’으로부터 도착한 메시지들이었다.
[ 바둑 영감님 : 간만에 힘,,, 좀,,, 써봤네,,. ] [ 바둑 영감님 : 보은하고,,, 싶거든,,, ] [ 바둑 영감님 : 꼭,,, 대국으로,,, 갚게나,,. ]피식 웃음을 지어 보인 현승이 휴대폰을 닫으려던 찰나.
다시금.
이두석으로부터 다시금 메시지 몇 통이 추가로 도착했다.
[ 바둑 영감님 : @>—–, 나팔꽃입니다. 나팔꽃을,,아침의,,,,영광이라고,,,합니다,,,나팔꽃의,,,꽃말은,,,기쁜소식.오늘.도.기쁜,소식.넘치는.시간.되세요. ]세대 차이가 절절히 느껴지는 문자 내용에 현승이 눈매를 좁히던 찰나였다.
“왜 그래?”
김 실장이 슬쩍 다가와 건네자 현승이 휴대폰 화면을 도로 잠그며 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기야, 어르신 또래 분들은 이런 문자를 보내는 게 유행이라면 유행일지도….
* * *
이두석이 참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흠.”
판도가 완전히 뒤바뀐 것 같은 양상이 펼쳐졌다.
[ ‘미지의 가수’ 정아린, 국내 정상급 가수들 연이은 극찬…. ]스륵-.
[ 정아린, 유명 작곡가들로부터 극찬받은 디지털 싱글 ‘사춘기’ ]스륵-.
[ ‘완성형 보컬’ 정아린, 데뷔 무대를 앞두고 기대감…. ]스륵-.
작업실 컴퓨터 앞에 앉은 채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던 현승이 헛웃음을 지었다.
음방 순서만 바꿔 주는 줄 알았더니….
유명 포털사이트 내 연예 뉴스란이 정아린의 기사로 빼곡하게 줄을 세우고 있는 장관이 펼쳐졌다.
보통 대형 기획사에서 정말 칼을 가는 마음으로 기른 신인이 데뷔할 때나 쓰는 여론몰이 방법이었다.
주류 언론사들을 모두 주무를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안 된다면 하기 어려운 방법이기도 했다.
‘확실히 대단하신 분은 맞나 보네….’
이두석은 정말 자신의 말을 확실하게 지키겠다는 양 공격적인 지원 사격을 해 주었고…
덕분에 정아린의 저조했던 음원 순위까지도 좋은 흐름세를 타기 시작한 채였다.
국내 유명 음원 플랫폼의 실시간 TOP100 차트에 간헐적으로 진입 중이었으니까.
아무래도.
조만간 온종일 이두석과 대국을 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따름이었다.
* * *
‘뮤직중심’ 방송 당일, 박 전무는 사내 전무실 내부에 소파 위로 늘어진 채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일본에서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KOK의 10주년 기념 앨범 활동 데뷔 무대를 모니터링할 겸….
또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한 까닭에 첫 순서로 당겨진 정아린의 데뷔 무대를 감상할 겸 말이다.
음악방송 첫 순서.
힘없는 영세 매니지먼트 소속 가수들이 얼굴이나마 한 번 비추겠답시고 들어가는 울며 겨자 먹기식의 무대다.
물론 간간이 첫 순서였음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탄 덕에 차트 역주행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흔치는 않다.
다만.
LS 엔터 같은 대형 기획사 소속이라면 아무리 신인이라고 해도 첫 순서를 배정받는 경우가 아예 없었다.
‘그러게 라인을 잘 탔어야지.’
만약 새파랗게 어린 작곡가가 조금만 더 서글서글하고 눈치가 빠른 성미를 지녔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터였다.
한 번 눌러 주겠다는 마음으로 굳이 KOK의 데뷔를 앞당기지도, 또 뮤직중심 CP를 찾아가 청탁을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근래 정아린에 대한 ‘호의적인 기사’들이 대폭 보도된 까닭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지 않았던가?
만약 뮤직중심 첫 번째 무대에 선 정아린을 두 눈으로 확인한다면 묵은 체증이 단숨에 내려갈 것만 같았다.
‘이제 곧 시작인가 보군.’
박 전무가 여유롭게 제 배 위에 휴대폰을 얹어 둔 채 송출되는 광고 영상을 시청하기를 잠시.
이윽고.
광고가 끝나고 방송사인 MBS의 로고 타이틀이 화면을 채웠다.
아마 이 화면이 끝나면….
MC들의 소개말 하나 없이 정아린의 무대가 시작될 터였다.
하지만.
첫 무대에 선 건 정아린이 아니었다.
“어, 뭐야-?”
정아린이 아닌 생전 처음 보는 남자 아이돌 그룹이었다.
영세 매니지먼트 소속으로….
언제, 어떻게 사라진다 한들 아무도 모를 무명 그룹 말이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박 전무가 늘어진 몸을 번쩍 일으켰다.
“최 이사가 손 좀 썼나…?”
그래, 근래 정아린과 관련된 보도가 쏟아졌던 것만 봐도 손을 쓴 게 분명했다.
하나.
박 전무는 전혀 괘념치 않는다는 양 연신 실실 웃음을 흘려 댈 뿐이었다.
“아주 꼴값을 떠네….”
이미 뮤직중심의 CP를 구슬려 둔 상황이니 아무리 최 이사가 힘을 썼다고 해봐야 두 번째나, 세 번째 순서 정도로 옮기는 게 고작이었을 터였다.
그렇게….
첫 순서로 무대에 오른 무명 남자 아이돌 그룹의 무대가 끝나자 앳된 얼굴을 한 채 큐 카드를 손에 쥔 남·여 MC의 모습이 화면에 비췄다.
– 그럼 오늘의 라인업 소개해 볼 텐데요! 오늘은 정말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네, 바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KOK’가 미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답니다!
– KOK의 스페셜 컴백 스테이지 뿐만 아니라 더슈퍼즈와 엔블리의 컴백도 준비되어있는데요!
– 거기다! 신인가수 ‘정아린’의 핫 데뷔 스테이지까지 기다리고 있으니 모두 채널 고정 약속!
화면 아래로 ‘금주의 핫 데뷔-정아린’이라는 문구가 좌측에서 우측으로 흘러가는 중이었다.
“김 CP, 이 괘씸한 자식….”
분명 저런 멘트 하나, 자막 한 줄 못 받게 하려고 거액을 들여 청탁을 넣은 것이 아니던가?
최 이사가 접촉해 영향력을 행사해 어쩔 수 없이 생긴 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화가 났다.
“하여튼, 방송국 놈들이 약속 제대로 지키는 꼴을 못 봐요….”
아무렴 어떠랴?
“후우….”
박 전무가 한숨을 내쉬며 제 목을 옥죄던 넥타이를 살짝 느슨히 풀어 보였다.
그래, 아무렴 어떠랴?
그래 봤자 두 번째나, 세 번째 순서 정도로 움직인 게 고작일 게 분명하다고 확신하는 중이었다.
‘김 CP가 받아 처먹은 시계가 얼마짜리인데….’
정말 미친 게 아니고서야 최 이사의 압박에 못 이기는 척, 한두 칸 정도 뒤로 밀어냈으리라 확신했다.
이윽고.
생각 정리를 마친 박 전무가 심호흡을 한 번 해 보이고는 다시금 뮤직중심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무대 순서가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차오른 박 전무의 대머리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고.
무려….
여덟 번째 무대가 송출 중인 지금까지도 정아린은 아직 무대에 오르지 않은 채였다.
“씨발, 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이내 박 전무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자 담배 한 개비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다음 무대, 또 다음, 다시 다음 무대까지도 정아린은 보이지 않았다.
점차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박 전무의 대머리는 땀으로 절어 김이 피어오를 지경이었다.
이윽고.
토톡, 톡.
그의 땀이 바닥으로 추락하던 찰나.
“이런 미친-!”
돌연 화면 위로 막 무대에 오른 정아린의 모습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그다음 순서가 당대 인기 아이돌인 엔블리와 더슈퍼즈….
또, 마지막이 최정상급인 KOK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엄청난 일이었다.
“김 CP, 이 개자식이-!”
이내 박 전무가 콧김을 내뿜어 가며 곧바로 ‘김 CP’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신호음이 울리기를 잠시.
머지않아 수화기 반대편에 있을 김 CP가 “예, 전무님….”하고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답했다.
“야, 김 CP! 너 이 새끼, 지금 나랑 한번 해 보자는 거야-?”
그 말에 김 CP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 전무님, 저도 정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뭐, 인마? 아무리 최 이사가 나섰어도…!”
– LS 이사님 정도였으면 제 선에서 해결했죠.
이내 박 전무가 눈매를 좁히며 재차 물었다.
“그럼?”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 훨씬 윗선에서 자꾸 압박이 들어오다 보니까….
“윗선 어디?”
– 전무님도 이두석 선생님 잘 아시지 않아요?
“……뭐? 누구?”
김 CP가 더욱 목소리를 낮춰 덧붙였다.
– 이렇게 됐으니 시계는 도로 반납하겠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두석 선생님 정도 체급 나오시는 분이 엮인 일인 줄 알았으면 발도 안 담갔을 겁니다….
이내 박 전무가 다급하게 물었다.
“아니, 이두석 선생님이 왜….”
그 말에 김 CP가 곧장 답했다.
– 전무님이 짜신 판인데 저야 모르죠! 어쨌든 지금 생방 중이라 끊어 보겠습니다!
그렇게 통화가 마무리됐고….
“아니, 선생님이 왜….”
이미 진즉에 지분을 매각한 뒤, 은퇴하시고는 마냥 유유자적 지내고 계신 분이 아닌가?
심지어 대표님께서 거듭 간청을 했음에도 회사 일에 눈길조차 주지 않으셨던 분이다.
그런 분이 난데없이 이런 작은 집안싸움에 굳이 나선 것도 마냥 의문스러울 따름이건만.
“아니….”
대체 왜 퇴출이 확정된 상태에서 구사일생으로 데뷔하게 된 신인가수 하나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단 말인가?
“말도 안 돼….”
그렇게 박 전무가 멍한 얼굴로 자신의 머리를 손수건으로 닦아 내던 찰나였다.
– 헷갈리게 했다면 미안하지만.
정아린의 무대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중이었고….
“이런, 씨발!”
박 전무가 별안간 두툼한 주먹으로 협탁을 내리쳤다.
0298 : ㄹㅇ 인간 과즙상!
3418 : 목소리 개좋; 미쳤나;
0409 : 나 오늘부로 얘만 판다.
7447 : 이렇게 된 이상 나랑 해야겠다,, 결혼ㅎ
6491 : 정아린!정아린!정아린!정아린!정아린!
0212 : 정아린,, 메모해둔다,, ㅈㄴ파야지,,
4597 : 사람 음색이 어떻게 저러냐구ㅠㅠㅠㅠ
1135 : 사춘기 음방 무대 정권지르기 오늘부터 1일차다
4813 : 아 나 채널돌리다가 또 사랑에 빠졌다,,
화면 아래쪽으로 호의적인 내용의 실시간 시청자 반응이 연신 갱신되고 있던 까닭이었다.